컬처 IN: 영화로 돌아보는 축구황제와 교황의 삶…<펠레> & <두 교황>

2022123100408071348_1 베네딕토 16세 교황과 브라질 축구황제 펠레 2005.08.20

독일 퀠른에서 베네딕토 16세 당시 교황이 생전 브라질 축구황제 펠레(왼쪽)와 악수 하고 있는 모습. 2005.08.20 Source: Reuters

영화 '두 교황 (2019)'과 '펠레(2021)'를 통해 각자의 분야에서 큰 족적을 남긴 가톨릭의 수장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과 영원한 축구황제 펠레의 생애를 돌아본다.


Key Points
  • 78세 최고령으로 교황에 오른 베네딕토 16세…8년 뒤 건강 이유로 스스로 사임
  • 보수와 개혁을 상징하는 두 인물의 갈등과 대립 <두 교황>…인간적인 면모와 화해
  • 축구 황제 펠레 일대기 다큐 <펠레>…"아버지 위해 제가 월드컵에서 우승할게요"

2022년 한 해를 마감하는 지난 세밑, 세계는 하루 사이로 전해진 두 개의 뉴스로 큰 슬픔에 잠겼습니다.

브라질의 ‘축구황제’ 펠레(12월 30일)와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12월 31일)의 부고였습니다.세의 선종으로 ‘명예 교황’과 현 교황이 공존하는 ‘두 교황’이라는 기묘한 상황도 막을 내렸습니다.

각자의 분야에서 큰 족적을 남긴 두 인물의 생애를 생전에 남겨진 영화 <펠레>와 <두 교황>을 통해 되돌아봅니다.  

컬처 IN, 유화정 프로듀서 함께 합니다.

진행자: 세기를 장식한 두 인물의 부고를 전하는 언론의 제목은 조금씩 달랐는데요. 펠레에 대해서는 사망, 영면, 별세라고 표현했고 베네딕토 16세에 대해서는 선종이라는 표현을 썼죠. 제목은 달랐지만 애도의 마음은 결코 다르지 않았습니다.

유화정 PD: 잘 아시다시피 각 종교는 종교인의 타계를 지칭하는 고유의 용어를 갖고 있습니다. 가톨릭에서는 주로 ‘선종’이라고 일컫는데, 이는 ‘착하게 살다 복되게 끝마친다’는 ‘선생복종’의 줄임말입니다.

개신교에서는 ‘하늘의 부름을 받았다’는 뜻의 ‘소천’을 쓰고 있고, 불교의 경우 ‘열반’ ‘입적’, 천도교에서는 ‘환원’이란 용어를 사용합니다.

진행자: 지난달 31일 95세를 일기로 선종한 베네딕토 16세는 생전 '명예교황'이라는 특별한 지위를 가졌었죠?

유화정 PD: 가톨릭 교황은 종신직으로 교황은 현직에서 삶을 마감하는 것이 일반적인데요.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은 2005년 78세의 최고령으로 교황직에 올랐습니다.

교황 즉위 8년 만인 2013년 2월 건강상의 이유로 교황직을 스스로 사임했습니다. 가톨릭 교황이 생전에 퇴위 한 건 역대 두 번째로 그레고리오 12세 이후 598년 만의 일이었습니다.

이후 베네딕토 16세는 '명예 교황(Pope Emeritus)'이라는 지위로 선종하기 전까지 바티칸 경내에 있는 수도원에서 조용히 여생을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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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딕토 16세 Source: Reuters

진행자: 프란치스코 교황이 직접 장례 미사를 주례했는데, 전 교황의 장례를 현 교황이 집전한 것도 로마 가톨릭 역사상 유례없는 일이죠?

유화정 PD: 그렇습니다. 베네딕토 16세의 선종으로 ‘명예 교황’과 현 교황이 공존하는 ‘두 교황’이라는 기묘한 상황도 사실상 막을 내렸습니다.

현행 가톨릭 교회법에 따르면 교황은 전 세계 추기경 중 80세 미만에 해당하는 120명 이내의 추기경단에 의해 선출됩니다. 교황 선종 후 15∼20일 이내에 바티칸 교황청의 시스티나 성당에서 교황선출을 위한 비밀 투표 회의 ‘콘클라베’를 시작합니다

진행자: ‘콘클라베’에 들어가면 교황이 선출되기 전까지는 화재 등 어떠한 일이 일어나도 투표장에서 나올 수 없다고 알고 있는데요.

유화정 PD: 콘클라베는 중세 라틴어에서 유래된 단어로 콘 (con)은 with 클라베(clave)는 key의 뜻으로 열쇠가 있어야 들어갈 수 있는, 즉 외부와 차단된 장소를 말합니다.

선거 전 추기경들은 서약문에 따라 외부 개입 배제와 비밀 엄수를 맹세합니다. 외부 출입은 물론 TV 신문 등 모든 통신 수단과 차단됩니다.

진행자: 교황 선출 여부는 시스티나 성당 굴뚝에서 나오는 연기가 검은 연기냐 흰 연기냐에 따라 알 수 있죠?

유화정 PD: 흥미로운 점은 콘클라베에서 미리 정해진 교황 후보가 없다는 겁니다. 따라서 투표는 재적 3분의 2 이상 득표한 후보자가 나올 때까지 재투표로 진행되는데요.

오전 오후 각각 두 차례씩 사흘간 재투표가 이어지고 나흘이 지나도 합의 가 안 되면 하루 동안 기도 시간을 가진 뒤 다시 나흘간의 투표가 반복됩니다.

추기경들이 서열 순으로 투표를 마치면 투표지에 적힌 이름을 일일이 호명하며 득표 사항을 알리고, 계표가 끝난 투표지는 실과 바늘로 꿴 다음 성당 화로에서 태웁니다.

투표지를 태운 연기가 성당 굴뚝으로 나가는데, 교황 선출이 실패하면 굴뚝에서 검은 연기가 나오고, 교황이 탄생하면 투표지에 화학약품을 묻혀 태워 흰 연기가 나게 하고 있습니다.

FILE PHOTO: Brazilian soccer legend Pele stands next to a photograph of him at the opening of the 'Pele Collection' in the County Hall, London
Brazilian soccer legend Pele stands next to a photograph of him at the opening of the 'Pele Collection' in the County Hall, London Source: Reuters / STRINGER/YNA

진행자: 베네딕토 16세 선종 하루 앞서서는 '브라질 축구영웅'이자 '세계 축구의 아이콘' 펠레의 별세 소식이 전해져 별세 소식에 전 세계 축구 팬들은 큰 슬픔에 빠뜨렸는데요.

유화정 PD: 역사상 가장 뛰어난 축구선수로 평가받아온 브라질 축구 황제 펠레가 대장암투병 끝에 향년 82세의 일기로 지난해 연말 12월 30일 영면했습니다.

월드컵에서 브라질을 3차례나 우승으로 이끈 축구의 전설 펠레는 선수 은퇴 후에도 브라질 대표팀의 정신적 지주로 추앙받던 펠레는 병상에서 카타르 월드컵에 출전한 브라질 대표팀을 응원하며 세계 축구계의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인판티노 FIFA 회장은 펠레를 추모하며 “전 세계가 펠레를 오랫동안 기억할 방법을 제안한다” 며 “세계 각국이 축구장 중 하나에 펠레의 이름을 붙이도록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2021년 펠레의 일대기를 다룬 네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영화 <펠레>가 제작됐죠?

유화정 PD: 영화 <펠레>는 펠레의 어린 시절부터 브라질 프로팀 은퇴 시기까지를 담았습니다.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형식으로 변두리에서 성장한 가난한 소년의 프로팀 입단, 월드컵 출전과 우승,결혼과 외도, 성공과 좌절, 정치적인 격변기의 행동 등을 다양하게 다루고 있는데요.

영화는 80세가 넘어 인생의 황혼기를 힘겹게 보내고 있는 모습으로 시작하는데, 영원할 것 같은 그 이름과 명성이 외견상으로는 사그라드는 것 같아 충격적이고 슬프기도 합니다.

펠레가 보행기에 의지해 등장하고, 의자에 앉아서 옛날을 회상하고, 특정 사건이나 상황에 관해 설명하는 형식인데요. 때로는 옛 동료들을 만나 웃고, 때로는 눈물을 흘립니다.

진행자: 스포츠 다큐멘터리답게 펠레가 월드컵에 출전해 활약한 경기 장면도 자주 등장하겠지만 펠레의 생애를 축구의 관점에서만 다루지 않고 펠레가 축구계에서 차지하는 위상과 역할을 정치, 경제, 인종 등 여러 관점에서 설명하고 있는데요.

유화정 PD: 특히 펠레가 1958년 스웨덴월드컵에 출전했을 당시 흑인을 처음 본 어린이들이 펠레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신기해하는 모습을 영상에 담아 눈길을 멈추게 합니다.

아울러 1950~60년대 브라질이 근대국가로 발전하던 시기의 사회상, 흑인도 백만장자가 될 수 있다는 사례를 보여준 점 등을 비중 있게 언급했습니다.

영화에서 펠레는 열 살 때 아버지에게 한 가지 약속을 하는데요. 축구선수였던 그의 아버지는 1950년 월드컵 결승에서 브라질이 우루과이에 1대 2로 패하자 눈물을 흘립니다.

그러자 펠레는 “아버지를 위해 제가 월드컵에서 우승할게요.”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세계축구 역사에서 전무후무한 월드컵 3회 우승의 주인공이 됩니다. 하지만 월드컵에서 우승했을 때 “안도감”이 든다는 펠레의 고백은 그가 ‘브라질 국민의 영혼’으로서 얼마나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있었는지를 짐작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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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에서 베네딕토 16세로 분한 앤서니 홉킨스(왼쪽), 베르고글리오 추기경(후에 프란치스코 교황으로 즉위) 역의 조나단 프라이스

진행자: 2019년 개봉된 영화 <두 교황 (The Two Popes)>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로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과 현 교황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주인공인데요. 이 영화의 미덕은 바티칸 이야기이면서도 종교영화가 아니라는 데 있다는 평을 받았죠?

유화정 PD: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러닝타임의 대부분이 연로한 교황과 추기경의 대화로 채워지면서도 전혀 지루하지 않습니다. 안토니 홉킨스가 베네딕토 16세로, 그리고 조나단 프라이스가 프란치스코 교황분해, 두 배우의 완숙미 넘치는 연기와 정교한 연출도 큰 몫을 차지했는데요.

예를 들어, 프란치스코 교황이 즉위 전 베르고글리오 추기경 시절 수시로 사직서를 내미는데, 그럴 때마다 베네딕토 16세가 리모컨을 찾거나 헤드셋을 벗어버리는 행위로 이를 거부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진행자: 프란치스코 교황과 베네딕토 16세가  2014월드컵 결승전을 TV로 보면서 조국 아르헨티나와 독일을 응원하는 장면은 압권인데요. 티격태격하는 모습에 웃음이 절로 나오죠?

유화정 PD: 앞서도 언급됐지만 바티칸 이야기이면서도 종교적인 영화가 아니라는 점이 일반인들에게 크게 매력 점이 되고 있는데요.

클래식과 대중음악, 탱고와 축구, 커피와 피자 등 친숙한 소재를 적절하게 활용한 점도 돋보입니다. 무엇보다 완벽해 보이는 두 인물의 인간적인 면모, 불완전함, 과오 등을 가감 없이 보여줌으로써 공감을 자아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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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에서

진행자: 영화의 핵심은 보수와 개혁을 상징하는 두 인물의 갈등과 대립으로 시작해 화해로 마무리된다는 점으로 짚어볼 수 있지 않을까요?

유화정 PD: 베네딕토 16세는 동성애, 피임, 낙태, 여성 서품에 반대하는 보수주의자인 반면 베르고글리오 추기경은 세계의 변화를 수용하려는 개혁파입니다.

베네딕토 16세는 영화 후반부에 추기경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추기경의 스타일, 방법은 나와는 완전히 달라요. 말하는 것, 생각, 행동 대부분 동의하지 않소. 그런데 이상하게도, 왜 베르고글리오가 필요한지 알게 됐소.”

영화 <두 교황>은 보수와 개혁을 상징하는 두 인물의 갈등과 대립으로 시작해 화해로 마무리됩니다. 그리고 프란치스코 교황은 즉위식에서 '베네딕토 16세를 위한 기도'를 합니다.

진행자: 영화 <펠레>  그리고 <두 교황>을 통해 축구 황제 펠레와 베네딕토 16세의 삶을 되짚어 봤습니다. 오늘 소식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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