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트렌드 꿰뚫기] 워라벨…조용한 ‘사직’, 분노의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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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MZ 세대의 근무 트렌드가 워라벨(일과 삶의 균형)에서 조용한 “사직” 더 나아가 ‘분노의 지원’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Key Points
  • 워라벨: Wok-life balance…일과 삶의 균형
  • 조용한 사직: 퇴사하지 않고 정해진 기간동안 조용히 맡은 일만 하는 경우
  • 분노의 지원: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 회사를 옮긴다”
진행자: 한국의 최신 트렌드를 엿보는 K트렌드 꿰뚫기 시작합니다.
전수진 리포터 연결돼 있습니다. 어떤 소식입니까?

전수진: 최근 MZ 세대에게 논란이 되고 있는 단어 ‘조용한 사직’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할게요.

진행자: 조용한 사직이라고 하면 조용히 일을 그만두는 것을 의미하는 건가요?

전수진: 조용한 사직은 단어 그대로 본다면 조용히 회사를 그만두는 것을 의미하지만 그렇지 않고요. 퇴사는 하지 않되 정해진 시간 동안 조용히 맡은 일만 하면서 그 이상의 업무에는 관심을 갖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 ‘워라벨’에서 더 나아가 ‘조용한 사직’이 유행을 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저희 때는 회사에 뼈를 묻겠다, 그 누구보다 최선을 다해 좋은 실적을 낸다”라는 일념으로 사회 생활을 했었는데 이제는 ‘주는 만큼 일을 하겠다’로 생각이 바뀐거죠?

전수진: S 기업의 디자이너는 “솔직히 돈을 많이 번다고 해도 지금 시기에 집을 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일을 더 열심히 한다고 해도 회사에서 보상 해 주는 것도 아니고 솔직히 중소기업, 중견기업 다니는 직장인들은 일을 하는 만큼 보상을 해주는 게 아니기 때문에 받는 만큼 일 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한다. 보상을 안 해 준다면 여기서 기회를 찾는 게 아니라 제 스스로 기회를 찾으려고 노력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라고 말 했고요.

J 기업의 한 경리는 “ 요즘 시대에는 샐러던트(샐러리맨+스튜던트)가 진급을 위해 공부한다기 보다는 개인 브랜드의 성장을 위해 시간과 열정을 투자하는 게 더 이득이라고 생각이 든다. 한 직장에서 오랜 기간 근무하기 위한 목적으로 공부하기 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분야,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 그런걸 찾기 위해서 내 시간을 보장 받으려고 노력한다. ‘제 시간을 보장받기 위해서 제가 스스로 노력하고 제 시간을 잡는다”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진행자: 이런 고민을 하는 MZ세대가 늘어났다는 거군요. 그렇다면 조용한 사직은 언제, 어떻게 유행이 시작 됐을까요?

전수진: 실제 이 단어가 등장 한 것은 10년도 더 넘었어요. 하지만 젊은 세대 사이에서 유행하기 시작한 건 지난해부터 였는데요. 20대의 IT업계 종사자 칸이 틱톡에 올린 숏츠 영상이 시작이었습니다.

이 영상에서 뉴요커인 칸은 대도시의 풍경을 보여주면서 “나는 승진에 대한 욕망, 그리고 야근과 작별한다. 회사가 여러분의 인생은 아니다. 당신의 가치는 당신의 생산성으로 정의되지 않는다” 등의 자막을 보여주면서 과거 회사에 몰두했던 자신의 모습과 작별을 고했는데요.

그러면서 대신 ‘조용한 사직’을 택했다’고 말했습니다. 칸의 영상은 2022년 7월 공개된 이후 조회수가 50만 회를 훌쩍 넘어섰고, 이에 대한 찬반 논쟁을 불러 일으켰죠.

진행자: 이 숏츠 하나가 전 세계적으로 수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준다는 것 가체가 대단합니다. 이제 “나의 삶을 갉아 먹는 과도한 업무를 하기 보단 주어진 시간에 최선을 다 하되 그 이상의 무리한 업무에 시달리고 싶지 않다”라는 뜻이군요.

전수진: 그렇습니다. 조용한 사직은 세계를 변화 시키고 있습니다. 보험사인 HDI가 최근 공개한 연구 자료에 따르면 독일 노동자의 절반가량이 가능하다면 파트타임으로 전환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고요, 주 4일 근무를 하고 싶다고 응답한 사람들도 76%에 달했습니다. 미국도 사정은 비슷한데요. 미 노동부 산하 노동통계국은 2021년 1월부터 2022년 2월 사이 무려 5700만 명이 직장을 그만뒀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대퇴사’라고 불린 현상으로, 미국 고용시장에서 평소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빠져나갔다는 의미였죠. 중국에서도 ‘탕빙족’들이 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인데요. ‘탕빙’은 중국어로 ‘편편하다’는 뜻으로, ‘탕빙족’은 바닥에 누워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삶을 지향하는 사람들을 말합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조용한 사직은 왜 이렇게 열풍으로 이어지고 있는 걸까요?

전수진: 조용한 사직의 핵심은 업무 범위 이상으로 일할 때 기대되는 승진이나 혜택을 거부하는 것 입니다.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임금감소, 돈을 많이 모아도 우리가 집 한 체를 살 수 있을까..하는 불안감 등 전반적인 경제적 불만이 기저에 있다고 말 했는데요. 그러면서 ‘노력에 상응하는 가치를 받고 있는가를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세대라는 특성이 반영돼 조용한 사직이라는 현상으로 나타났다’ 고 진단했습니다. 또 코로나 19가 기폭제로 꼽히기도 했는데요. 재택근무로 인해 소속감이 약화된데다 경제가 직격탄을 맞으면서 고용 불안 심리가 커졌다는 것입니다. 또 코로나 19 장기화로 정신적, 육체적 피로도가 축적돼 흔히 말하는 ‘워라벨’에 대한 수요가 늘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최근 조용한 사직의 업그레이드 버전도 나왔다는 거 알고 계세요?

진행자: 돈을 받는 만큼 일하겠다는 조용한 사직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면... 돈을 받은 만큼도 일을 하지 않겠다는 건가요?

전수진: 조용한 사직의 업그레이드 버전은 바로 ‘분노의 지원’ 입니다.

진행자: 분노의 지원은 어떤 상황인지 감이 옵니다. 직장에서 승진을 못하거나, 연봉에 불만족스러울 때 언제든 다른 회사에 지원을 하겠다는 뜻인 것 같군요.

전수진: 그렇습니다. 지난달 28일 뉴욕포스트 등 현지 외신에 따르면 ‘분노에 찬 지원’은 온라인에서 유행처럼 부상하고 있는 새로운 유형의 직장 보복 형태인데요. 특히 과로, 무시, 저임금 등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이 더 적합한 근로 환경을 찾기 위해 다른 회사에 대거 지원한다고 합니다. 호주에 거주하는 28세 금융 전문가인 산즈나의 ‘분노에 찬 지원’ 영상도 틱톡에서 13만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주목 받았는데요. 그는 “승진할 수 없다라는 것을 알았을 때 ‘분노에 찬 지원’을 했다. 그 결과 연봉 미화 5만 달러를 올려주는 곳으로 이직했다.”고 전했습니다.

진행자: 조용한 퇴사와 마찬가지로 코로나 19 팬데믹이 야기한 ‘대퇴사 시대’의 연장선상일 수 있겠네요.

새로운 도전에 두려움이 없고 나를 인정해주는 회사로 가고 싶어 하고, 그리고 그 생각을 실천으로 옮기는 게 MZ세대가 아닌가 싶습니다. 오늘 소식 감사합니다.

전수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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