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 IN: 코로나19로 '번아웃' 겪는 세계··· ‘주 4일’ 근무 본격화될까

Belgium to give workers right to request four-day week

Belgium to give workers right to request four-day week Source: Guardian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재택근무 등 탄력적 근무가 활발해지면서 주 4일 근무제를 도입하는 국가가 늘고 있다.


코로나19인한 재택근무가 보편화되면서 국가별 기업별 탄력적 근무방식 도입 기반이 마련돼 왔고, 이런 환경 변화를 배경으로 주 4근무제가 대세 현안이 되고 있습니다.

업무방식을 효율화해 근무 일수를 줄이자는 논의가 세계 여러 나라에서 본격화되고 있는데요. 주 4근무하면서 급여는 그대로 받는다면 이는 모든 직장인들이 원하는 바일 겁니다.

코로나19위축됐던 경제가 회복되면서 열악한 근무환경에 내몰린 노동자들이 스스로 사표를 던지는 ‘대퇴사’ 현상까지 빚어지면서 기업들은 필수 인력을 붙잡기 위한 수단으로 주 4일제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주 4일 근무제는 이제 거스르지 못하는 대세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컬처 IN에서 자세히 짚어봅니다. 유화정 프로듀서 함께 합니다. 


Highlights

  • 벨기에 유럽연합 최초 임금 변동 없는 주 4일 제 도입
  • 코로나 19 이후 전 세계적으로 유연 근무제 확산 추세
  • 노동 효율성 높이고 환경 살리고 “오래 일할 필요 없다”
  • 한국 대선 쟁점으로 떠오른 ‘주 4일 근무제’ 가능할까

주양중 PD(이하 진행자): 벨기에 정부가 15유럽연합(EU) 회원국 최초로 임금 변동 없는 노동자의 주 4근무 권리를 인정해 화제가 됐죠?

유화정 PD: 벨기에가 노동법을 개정해 EU회원국 최초 주 4일 유연 근무제를 도입했습니다. 하루 최대 근무 시간을 현행 8시간에서 9시간 30분까지 늘려 4일 이내에 주당 근무 시간을 채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번 개정안의 핵심입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총 근무일수를 5일에서 4일로 단축해도 임금에는 변동이 없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주별 근로시간 유연성도 강화돼 한 주는 더 일하고 그 다음 주는 적게 일하는 방식도 가능합니다.

또 이번 개정안에는 ‘연결되지 않을 권리(right to disconnect)’도 포함이 됐는데요. 이에 따라 근로자들은 정규 근무시간 외에 상사의 전화나 이메일에 답하지 않아도 됩니다.

주4일 근무제 시도는 아이를 돌봐야 하는 부모가 일과 삶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크게 기대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코로나19인한 재택근무가 보편화되면서 국가별 기업별 탄력적 근무방식 도입 논의의 기반이 마련돼 왔고, 이런 환경 변화를 배경으로 주 4근무제가 대세 현안이 되고 있는 추세인데요. ‘공허 노동(empty labor)’이란 말이 있어요. 일은 많이 하는데 생산성이 떨어지는 이유를 설명하는 용어라고요?

유화정 PD: 풀어 말하면 공허 노동이란 업무시간 중 딴짓을 하는 것으로 인터넷 쇼핑몰을 서핑하거나 특별한 목적 없이 어슬렁거리는 행위를 뜻하는데요. 스웨덴의 사회학자인 롤란드 폴센이 처음 사용했습니다.

그의 연구에서 스웨덴 근로자들은 하루 평균 2시간가량을 개인 여가활동에 사용한다고 조사됐는데, 학력 수준이 낮고 단순한 직종일수록 공허 노동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았습니다.

예를 들면 빵을 굽거나 신발을 고치는 작업은 일을 하는지 안 하는지를 쉽게 파악할 수 있는데, 직접 감시하고 평가하기가 원활한 환경이라는 이유 때문입니다.

반대로 고학력자일수록 자기 업무에서 상당 부분 자율성을 누려 공허 노동을 할 수 있는 충분한 여건이 조성됐습니다.
벨기에 정부가 유럽연합 회원국 최초로 주 4일제 근무를 포함한 노동시장 개혁 조치를 발표했다.
벨기에 정부가 유럽연합 회원국 최초로 주 4일제 근무를 포함한 노동시장 개혁 조치를 발표했다. Source: Getty Images
진행자: 결론적으로 공허 노동을 최소화하고 업무에 집중해야 근로시간 단축을 이뤄낼 있다는 지적인데요. 사무실에서 8시간 근무하면 실제 집중하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요? 이에 대한 조사가 있다고요.

유화정 PD: 2017년 영국의 할인 쇼핑 사이트 바우처 클라우드닷컴에서 하루 8시간 근무시간을 소비태세를 분석했더니 이메일 쓰고 답하는데 1시간 반, SNS 하고 온라인 뉴스 보는데 2시간을 소비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실제로 생산적인 일에 집중하는 시간은 2시간 23분이었는데요. 비슷한 여러 조사에서도 집중하는 시간은 거의 2시간대로 비슷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진행자: “근로시간을 줄이면 생산성이 높아질까?” 이에 대해 국가 차원의 장기 실험에 나선 나라가 있죠. 바로 북유럽에 위치한 인구 36만의 나라 아이슬란드인데, 7여에 걸쳐 주 4근무제 실험을 실시했다고요?

유화정 PD: 기존 주 40시간 근무에서 35~36시간으로 근무시간을 줄이는 노동시간 단축 실험에 아이슬란드 전체 노동 인구의 1.3%에 해당하는 2,500여 명의 노동자가 참여했습니다.

아이슬란드가 이러한 노동시간 단축 실험을 진행한 이유는 북유럽 이웃 국가들에 비해 노동시간이 길었고 이로 인해 건강하게 일과 삶의 균형을 유지하기 어려웠습니다.

또한 많이 일한다고 해서 주변 국가와 비교해 생산성이 높은 것도 아니었는데요. 장시간 근무로 아이슬란드의 노동자들은 지치고, 낮아지는 생산량을 보완하기 위해 노동시간을 단축해서는 안 되는 악순환이 만들어졌고 시간당 생산성은 더 낮아졌습니다.

이에 아이슬란드 노동조합과 시민사회단체는 노동시간 단축을 요구하기에 이르렀고, 정부 차원에서 정책 실험으로 응답했습니다.
진행자: 지난 6영국의 리서치센터 ‘오토노미’는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아이슬란드의 여정’ 보고서를 통해 “일하는 시간이 줄어도 생산성이 유지되거나 향상됐다”며 “근로자 삶의 질이 다양하게 높아진 것을 파악했다”고 평가했는데요.  실험의 성공으로 90% 가까운 아이슬란드 노동 인구가 근로시간을 단축했거나 단축할 예정으로 전해졌다고요.

유화정 PD: 노동시간 단축으로 번아웃 증후군 등 신체적‧정신적 고통이 거의 사라졌고 일과 삶의 균형이 개선된 지표들이 나타났습니다.

노동시간 단축으로 노동자 개인에게 생긴 시간은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취미 활동을 하거나 가사 노동을 하는 데 사용된 것으로 조사됐고, 기혼자의 경우 남성의 가사 노동과 육아 참여도가 높아졌습니다.

정책 실험의 중요한 목적 중 하나였던 업무 생산성 문제에서도 노동생산성 연 성장률이 1.7%에서 3.8%로 개선됐습니다. 노동시간이 단축됐는데도 고객에게 제공하는 서비스의 질이 낮아지지 않고 오히려 개선되거나 이전 수준과 동일하게 나타났습니다.

About 2,500 workers participated in two Icelandic trials that involved reducing the standard working week from 40 hours to 35 or 36 without reducing pay.
About 2,500 workers participated in two Icelandic trials that involved reducing the standard working week from 40 hours to 35 or 36 without reducing pay. Source: BBC


진행자: 노동시간 단축이 사회문제 해결의 가능성을 연다는 주장들도 제기되고 있는데요. 구체적으로 예를 든다면 어떤 것들일까요?

유화정 PD: 우선 산업재해나 노동자 건강권 향상뿐 아니라 탄소배출량을 감소시키는 기후위기 대응이기도 합니다. 쉬운 예로 노동시간이 줄어들어 사업장 전력 소모가 줄어들면 그만큼 탄소배출이 줄어들고요.

산업 전환으로 교육훈련이 중요해진 시기에 노동자의 학습 시간을 확보할 수 있어 기업의 생산성 강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습니다.

노동시간 단축으로 오전 10시 출근, 오후 5시 퇴근 등 유연한 근무가 가능하다면 출퇴근 시간이 넉넉해져 좀 더 외곽으로 집을 구하는 등 도심 과열화된 부동산 문제 해결에도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또한 육아 및 돌봄 문제가 완화되고 저출생 문제 해결에도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고요. 나아가 여가 활동 증진으로 공동체 혹은 지역 사회가 지금보다 활발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진행자: 도미니크 페로테이 주총리가 최근 NSW 학교 수업 시간이 변경될 있다고 밝혔는데요. 직장 생활을 하는 학부모들이 오후 3이후 자녀 픽업으로 많은 불편을 겪고 있고 현재 고용제도에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 등이 거론됐죠?

유화정 PD: NSW주 정부는 기존해 고수해왔던 학교 시간 즉 오전 9시~오후 3시 대를 새로운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선보이며 점진적으로 바꾸어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발표는 NSW 정부가 여성의 경제적 기회 검토 패널을 출범시킨 것과 동시에 나왔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는 부모의 불편을 덜어주고 특히 여성의 노동력 참여를 증가시키는 새로운 방법을 찾기 위한 시도로 현재 밝혀진 대안으로는 오전 7시부터 오후 1시까지 또는 방과 후 보육 연장 등이 있습니다.

도미니크 페로테이 주총리는 ‘1950년대부터 고수해온 기존의 학교 시간이 현재의 일상 패턴과 불일치하는 부분이 많고 효율성이 떨어지므로, 앞으로의 미래 세대를 위해 기존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Unemployed businesswoman having stressed after failure and laid off from work because impact from covid-19 pandemic outbreak and economic depression.
Conceptual of unemployed woman having negative feelings. Source: Moment RF


진행자: 앞서 아이슬란드의 근로시간 단축 성공 사례를 모델로, 세계적으로 주 4일제를 추진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데요. 주말을 3일로 한다면 학교도 4일제가 돼야 하는 하는 문제들이 뒤따를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편 대선을 앞둔 고국 정치권에선 ‘주 4일제’뜨거운 감자인데 이와 관련 ‘주 4제’대한 인식 조사들이 있었다고요?

유화정 PD: 지난해 구인구직 플랫폼 사람인이 성인 4천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주 4일제'에 대한 인식 조사에서 83.6%가 ‘긍정적’이라고 답했습니다. 물론 임금 삭감 가능성, 업무 강도 상승, 생산성 하락 등의 부정적인 반응도 있었는데요.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가 임금입니다.

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천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봐도 51%가 '주 4일제'에 찬성했는데요. 하지만 임금 삭감을 동반할 경우에는 반대가 64%로 나타났습니다. 결국 '주 4일제' 성공적으로 도입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임금 유지가 필수적이라는 결론입니다.

진행자: 만약 '주 4일제'도입된다면 쉬고 싶은 요일, 휴일 선호는 어떻게 나타날까요? 주중보다는 아무래도 주말과 이어서 있는 금요일이 휴일인 것을 가장 선호하겠죠?

유화정 PD: 20 ~30대 직장인들은 주 4일제를 할 경우 쉬고 싶은 요일로 월요일(33.6%)과 수요일 (33.1%)을 비슷한 비율로 우선으로 꼽았고 금요일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월요병에 시달리거나, 주말을 길게 보내고 싶은 사람들이 과반수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고요.

수요일을 낙타의 등에 있는 혹을 비유해 영어로 Hump Day로 부르기도 하죠.  주 중 중간에 잠시 쉬어 가는 수요일을 휴일로 선호하는 사람들도 10명 중 3명으로 의외로 많은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진행자: 코로나 팬데믹 이후 대세로 확산되고 있는 ‘주 4일제’대해 다각적으로 살펴봤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Share
Follow SBS Korean

Download our apps
SBS Audio
SBS On Demand

Listen to our podcasts
Independent news and stories connecting you to life in Australia and Korean-speaking Australians.
Ease into the English language and Australian culture. We make learning English convenient, fun and practical.
Get the latest with our exclusive in-language podcasts on your favourite podcast apps.

Watch on SBS
Korean News

Korean News

Watch it onDem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