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라면 하루에도 몇 번씩 방문해야 하는 곳. 바로 화장실입니다. 누구에게나 친숙한 장소지만 의외로 우리는 화장실에 대해 무지합니다. 화장실 변기 뚜껑은 왜 있을까요? 코로나 팬데믹 시대에 강조되는 생활 위생과 Toilet문화의 변천사에 대해 알아봅니다. 컬처 IN, 유화정 프로듀서 함께 합니다.
- 코로나 19 에어로졸 감염 예방… “변기 뚜껑 닫고 물 내리세요”
- ‘올릴 것인가 내릴 것인가’ 경제학자, 변기 좌대 효율성 제고
- “I’ll spend a penny”는 “화장실 다녀올게요”의 영국식 완곡 표현
진행자: 많은 사람들이 미처 모를 수도 있지만 ‘세계 화장실의 날’의 날이 있죠. 2013년 반기문 당시 유엔사무총장이 “화장실 문제는 지구촌의 숙제”라고 지목하면서 11월 19일을 ‘World Toilet Day’로 유엔 차원의 공식 기념일로 제정한 건데요. 자… 그런데 최근 신종 바이러스 코로나 19로 세계적으로 화장실 변기 위생이 크게 이슈가 되고 있죠?
유화정 PD: 화장실 변기나 환풍구 등을 통해 코로나19에 감염될 수 있는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 했었는데요. 미국 국립보건원과 질병통제센터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에어로졸 상태에서 3시간까지 살아남을 수 있다는 공동 연구 결과를 발표해 공기 중 전염 가능성을 뒷받침하기도 했습니다.
이어 수세식 변기에서 물을 내릴 때 바이러스가 섞인 에어로졸이 만들어진다는 컴퓨터 모의실험 결과도 공개됐는데요. 미국 물리학협회 연구팀에 따르면 변기 물을 내릴 때 만들어지는 소용돌이로 에어로졸이 형성되는데, 이 에어로졸이 공기를 타고 변기 위 90cm 높이까지 올라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공기에 퍼진 에어로졸은 1분 이상 떠다닐 수 있어, 숨을 들이마실 때 몸 안으로 들어오거나 물체의 표면을 오염시킬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되면서 우려를 키우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실제로 지난해 홍콩에서는 에어로졸 감염을 우려한 한 아파트 주민 100여 명이 긴급 대피 소동을 벌이기도 했는데, 지난 2003년 사스(SARS) 대유행 당시 에어로졸 감염으로 수 십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던 터라 상당히 민감할 수밖에 없었을 것 같아요..
유화정 PD: 2003년 홍콩에서는 불과 한 달여 사이 같은 아파트 주민 321명이 사스에 걸렸고 이후 42명이 사망했습니다. 조사 결과 사스에 걸린 남성이 화장실을 쓰고 물을 내리면서 바이러스가 포함된 에어로졸이 형성됐고U자형 구조의 아파트 배수관을 타고 번진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하지만 신종 바이러스 코로나19는 환자가 기침하거나 말할 때 나오는 비말과 닿거나, 환자가 내쉰 기체를 가까이서 흡입할 때, 또는 비말이 물건 표면에 내려앉은 뒤 이를 접촉할 때 감염된다는 것이 아직 까지의 정설입니다. 과학자들은 에어로졸 노출을 줄일 수 있는 가장 손쉬운 해결하는 방법으로 변기 물을 내리기 전 반드시 변기 뚜껑을 덮을 것을 당부합니다.

Stunning images reveal what happens when you leave the toilet lid up while flushing Source: harpic
진행자: ‘화장실 변기 뚜껑을 닫고 물을 내려야 하는 이유’에 대해 호주 채널9 Today 쇼에서도 다룬 바 있는데, 인간의 배설물 1g에는 수십억 개의 박테리아와 바이러스 및 일부 곰팡이가 포함되어 있다고 했던 미생물 학자의 말이 기억이 납니다..
유화정 PD: 미 코넬 대의 Bill Ghiorse 박사는 박테리아나 바이러스는 변기나 변기 표면에서 무기한 생존하지 못하기 때문에 피부나 옷에 박테리아가 묻었다고 해서 반드시 감염되는 것은 아니다면서 “변기 뚜껑을 닫는 것을 잊었다고 해서 크게 문제 될 것 없다. 잠시 숨을 참으면 된다”라고 말하기도 했는데요.
그러나 ‘화장실 변기에 뚜껑이 있는 건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라고 덧붙이면서, 더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평상시 변기를 깨끗하게 유지하고 물을 내린 후에는 손을 잘 씻는 것’이 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화장실 변기에 뚜껑이 있는 건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런데 일반 가정에서는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되지만 호주의 야외 공공 화장실에는 변기 뚜껑이 없는 곳이 의외로 많죠?
유화정 PD: 일반 가정에선 배수구나 환풍기를 통한 전파 가능성에 대해선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될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U자형 배관을 사용한 고층아파트의 주민이라면 평소 사용하지 않는 배수구가 있을 시 트랩 안의 물이 마르지 않도록 주기적으로 물을 흘려 보내주고, 욕실 환풍기를 항상 틀어주는 게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문제는 공공장소에서의 화장실 이용인데요. 공중화장실의 경우 여러 개의 변기에 의해 생성된 에어로졸이 화장실을 단시간에 채울 수 있기 때문에 공중 화장실에서는 특히 배기·환기에 신경을 써야 하는데요. 이용자의 입장에서는 손을 잘 씻고 오래 머물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외출 시에는 손 소독제를 챙기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진행자: 영국인들의 부부싸움에 관한 흥미로운 조사 결과가 Daily Mail호주판에 보도된 바 있었는데요. 부부 싸움의 원인 5위 안에 화장실과 관련된 이유가3개나 포함돼 놀라웠어요..
유화정 PD: 전 세계 어디나 부부싸움은 사소한 것에서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영국인들의 부부 싸움 원인 1위는 싱크대의 오물, 2위는 변기 속 더러운 자국, 3위는 TV 채널 돌리기, 4위는 비어 있는 화장지 걸이, 5위는 올려져 있는 변기 깔개(양변기의 앉는 커버)였습니다.
부부싸움은 목요일 저녁에 가장 많이 벌어진다고 조사됐는데요. 이유는 거론되지 않았지만 영국도 호주처럼 목요일이 Late Shopping Day인 걸 감안하면 굳이 설명이 필요 없겠죠.
진행자: 화장실 양변기의 앉는 커버, 즉 변기 좌대를 둘러싼 논쟁은 부부뿐만 아니라 남녀가 함께 사는 가정이라면 피할 수 없는 다툼 중 하나인 것 같아요. 신종 코로나 사태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면서 이런 다툼도 더 늘어났다고 하는데, 변기 좌대 사용에 대한 경제학자의 흥미로운 분석이 나왔죠?
유화정 PD: ‘올릴 것인가, 내릴 것인가? 미시간주립대 경제학과 최재필 교수가 ‘남성 경제학자의 화장실 좌대 에티켓에 대한 성명’이라는 논문을 통해 그 나름의 해법을 제시한 것인데요.
결론은 “각자가 변기 좌대를 쓴 대로 두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합니다. 남성이 화장실을 쓴 다음, 여성이 아닌 남성이 다시 쓸 수 있고, 여성이 쓴 다음 이어 여성이 사용할 수도 있기에, 굳이 변기 좌대를 들거나 내려놓는 노력은 불필요한 비용을 초래한 꼴이 된다는 논리입니다.
진행자: 경제학자다운 해법이군요! 자, toilet, powder room, bathroom, restroom 등은 모두 화장실의 영어 표현인데요. 호주에서는 보통 bathroom을 많이 쓰죠. 오페라하우스와 같은 연주 극장이나 호텔, 레스토랑 등의 의 화장실에는 rest room으로 표시하고 있고요. 그런데 toilet이란 단어가 프랑스 어원에서 유래했다고 하죠?

why we need to ‘spend a penny’ on our public toilets Source: Getty Images
유화정 PD: ‘옷’ ‘치장’을 뜻하는 프랑스 어 투왈레(toile)에서 파생된 단어로 ‘옷을 가다듬고 치장하는 곳, 화장하는 곳’ 등의 의미가 붙어 지금 우리가 쓰는 ‘화장실’을 뜻하게 됐습니다. ‘향수 종류 중 하나인 ‘오 드 투왈렛(eau de toilette)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가 되는데요. 투왈렛이 영어의 토일렛입니다.
과거 서양인들의 위생, 목욕, 화장실 문화는 지금 기준으로 보면 엉망이었습니다. 18-19세기경 영국에서는 가발의 불결한 냄새를 없애기 위해 가루를 뿌리는 것이 유행했는데, 상류층 가정의 침실에는 필히 파우더 룸이 마련됐습니다. 파우더를 뿌린 뒤 손을 씻어야 하므로 이곳에 물을 비치하게 됐고, 이후 powder room이 지금의 ‘화장실(변소)’을 의미하는 말로 쓰이게 됐습니다.
진행자: 지금은 거의 찾아볼 수 없지만 예전에는 화장실을 WC로 표시했어요. 농담 섞어 WELL COME의 약자라고 읽기도 했는데, 실제는 ‘Water Closet’의 약자로 수세식 화장실을 이름이죠?
유화정 PD: 1956년 영국 소설가 존 해링턴이 ‘물탱크와 물을 뿜어내는 배수 밸브가 있는 나무 걸상’을 고안한 것이 근대적 의미의 수세식 변기의 탄생으로 전해지는데요. 이때 해링턴이 명명한 이름이 바로 Water Closet입니다.
유럽에서 화장실이란 의미로 쓰이던 toilet은 북아메리카로 건너가면서 수세식 변기를 가리키는 말이 됐습니다. 캐나다나 미국인들에게 “Where is the toilet?”이라고 물으면 화장실의 의미로 받아들이기는 하지만 순간 ‘변기’를 먼저 떠올려 당혹스러워 한다고 합니다. 미국도 호주와 마찬가지로 가정집이나 공공 화장실을 구분하지 않고 bathroom 이란 표현을 많이 씁니다.
진행자: 미국에서는 “Where is John?”이 화장실을 뜻하는 슬랭(slang)으로 쓰인다고 하던데요?
유화정 PD: 전해지는 얘기가 있습니다. 미국의 남북전쟁이 일어날 무렵 한 백인이 John이라는 노예를 부리고 있었는데, 어렸을 때부터 John은 백인 상전의 화장실 뒤처리를 해주었다고 합니다. 노예해방운동이 성공적으로 끝나 John은 자유의 몸이 되어 주인을 떠났게 됐고, 혼자서는 화장실 뒤처리 감당이 어려웠던 백인은John이 떠난 뒤에도 화장실에 갈 때마다 “John, John, where is John?”이라고 외치고 다녔다고 합니다. 이후 ‘John’이 화장실을 의미하는 비속어로 쓰이고 있습니다.

why we need to ‘spend a penny’ on our public toilets Source: Getty Images
진행자: 호주에서도 화장실과 관련한 재미있는 표현이 있죠? spend a penny라고 나이 드신 호주 할머니들이 화장실에 간다는 표현을 “I’ll spend a penny.”라고 하는 걸 듣게 되는데요..
유화정 PD: 오래전영국에서 사용됐던 표현이 호주로 전해진 것인데요. 1940년대에 영국에서는 공중화장실을 이용할 때 1 페니를 지불해야 이용이 가능했다고 합니다. 영국의 페니는 호주의 센트와 같이 가장 작은 화폐 단위로 한국 돈 10원 정도로 취급됩니다.
당시 남성화장실의 경우에는 무료였지만 여성 화장실의 경우에는 유료 사용이었고, 즉 공중 화장실이 유료로 1 페니를 받던 데서 유래된 말입니다. “I’ll spend a penny.”는 영국의 레이디들이 사용하던 ‘화장실 다녀온다’는 표현의 일종의 완곡 어구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진행자: 컬처 IN, 오늘은 코로나 19 시대에 더욱 강조되는 화장실 위생과 Toilet문화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유화정 프로듀서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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