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y Points
- “행복하려면 얼마가 필요할까”… 연소득 11만 2천 달러 이후엔 행복 증가 멈춰
- 호주, 높은 생계비에 실질적 여유 부족… 돈보다 관계·시간·의미가 행복 좌우
- 전문가 “행복은 돈의 액수 아닌 삶의 방식… 지출 우선순위·사회적 관계 중요”
유화정 PD: “행복하려면, 얼마가 필요할까요?” 최근 발표된 한 연구에 따르면 연소득 7만 5천 달러까지는 수입이 늘수록 행복도 커지지만, 그 이후부터는 소득이 늘어나도 행복감은 거의 멈춘다고 합니다. 돈이 많으면 행복할 거라는 우리의 믿음, 정말 맞을까요?오늘 친절한 경제에서는 돈과 행복의 진짜 관계에 대해 이야기 나눠봅니다. 오늘도 저와 함께 이 주제를 풀어주실 분이죠. 친절한 경제, 홍태경 프로듀서 나와 계십니다. 안녕하세요!
홍태경 PD: 안녕하세요, 오늘은 참 흥미로운 주제죠. 돈과 행복, 누구나 한 번쯤 고민해봤을 이야기를 가져왔습니다.
유화정 PD: 맞아요. 많은 분들이 ‘돈이 많아야 행복하다’고 생각하시지만 최근 연구에서는 꼭 그렇지만도 않다고 하더라고요. 돈이 과연 어디까지 우리 행복에 영향을 주는지, 그리고 그 이후엔 어떤 것들이 더 중요해지는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먼저, 돈이 많을수록 행복하다는 생각… 사실일까요?
홍태경 PD: 지난 2010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와 프린스턴대 연구진이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 170만 명을 조사했더니 연소득 약 7만 5천 달러(호주화 약 11만 2천 달러)까지는 소득이 오를수록 행복감도 비례해서 증가하지만, 그 이상부터는 행복감 상승폭이 거의 멈춘다고 합니다.
물가 상승률을 반영하면 이 금액은 당연히 증가해야 합니다. 오늘날 가치로 환산하면 16만 7천 호주달러에 가깝습니다. 또한 거주 지역의 생활비도 고려해야 합니다.
또 다른 연구 결과에 따르면 부의 증가에 따라 행복감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수 있지만, 100만 달러에서 1천만 달러로 증가하는 시점은 빈곤층에서 중산층으로 이동할 때보다 행복감이 낮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22년에 진행된 한 실험에서는 브라질, 인도네시아, 케냐, 호주, 캐나다, 미국, 영국 출신 200명에게 무작위로 1만 달러(현재 환율로 1만 5천 호주 달러)를 지급했습니다.
이 실험 결과, 호주를 포함한 저소득 국가의 사람들은 고소득 국가의 사람들보다 "행복감이 3배 더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현금은 가구 소득이 최대 18만 4천 달러인 사람들에게도 상당한 혜택을 제공했습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실험에 참여한 사람들은 그 돈의 3분의 2 이상을 가족, 친구, 낯선 사람, 그리고 자선 단체에 기부했습니다.
유화정 PD: 돈이 많을수록 반드시 행복한 것이라 말할 수는 없겠군요. 조건과 상황에 따라 행복감이 다르게 나타나네요.
홍태경 PD: 이걸 경제학에서는 ‘한계 효용 체감’이라고 부릅니다. 소득이 늘어나면 식비·주거·의료비 같은 기본생활이 안정되면서 행복감이 급격히 올라가지만, 그 이후엔 돈보다 사람간의 관계, 건강, 삶의 의미가 행복을 좌우한다는 겁니다.
또 갤럽 설문에서도 자신의 소득을 주변 사람보다 낮다고 느끼는 경우 행복지수가 30% 낮게 나타났다고 하는데요. 같은 돈이라도 상대적 박탈감이 크면 행복하지 않게 느껴진다는 거죠.
유화정 PD: 하지만 일론 머스크 정도라면 좀 다를수도 있지 않을까요?(웃음) 향후 10년 안에 일론 머스크는 세계 최초로 조만장자에 등극할 수도 있다고요?
홍태경 PD: 그렇습니다. 테슬라 이사회는 최근 머스크가 추진하고 있는 야심찬 성장 목표를 달성할 경우 1조 5천억 달러 규모의 보상 계획을 제안했습니다. 아직까지 그 누구도 오른 적 없는 조만장자가 등극할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죠.
물론 호주의 기업 연봉은 그 정도 규모는 아닙니다. 하지만 지난주, 버진 항공의 제인 흐들리카 CEO가 사임하면서 주식과 기타 현금 혜택으로 약 5천만 달러를 받을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유화정 PD: 엄청난 금액이네요. 일반 근로자들은 상상하기 어려운 수준의 연봉인데요.
홍태경 PD: 미국의 한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평균 CEO의 소득이 일반 근로자의 10배에 달한다고 생각하며, 5배에 가까웠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지난 10년 동안 미국의 CEO의 소득 격차는 평균 미국 근로자의 265배에서 300배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호주인들도 CEO 소득이 일반 근로자의 7배에 달한다고 생각하며, 3배 차이만 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지만 호주의 실제 격차도 만만치 않습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호주 상위 100대 기업 CEO들의 지난 회계연도 소득은 일반 근로자의 55배에 달했습니다.
유화정 PD: 이렇게 연봉으로만 보면 돈이 많을수록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이 앞서기 마련이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단순히 ‘돈이 많으면 행복하다’는 공식은 꼭 들어맞지 않을 수 있다는데요. 그렇다면 호주에서는 어떨까요? 우리의 현실에 맞춰서 한 번 이야기해보겠습니다.
홍태경 PD: 호주는 OECD 국가 중에서도 생계비가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입니다. 호주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가구 중위 가처분소득이 주당 약 1,250달러, 연으로는 약 6만 5천 달러 정도인데요, 이는 앞서 말한 ‘행복 기준선’ 11만 2천 달러보다 꽤 낮습니다.
유화정 PD: 그래서 소득이 높아도 주택 대출, 렌트비, 의료·교육비 등 고정지출이 많아실질적 여유를 체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죠.
홍태경 PD: 특히 한인 이민자분들은 한국에서의 생활수준과 비교하게 되는 경향이 커서같은 소득이어도 피로감을 더 크게 느끼기도 하고요. 결국 소득의 절대적 크기보다, 얼마를 남기고 어떻게 쓰느냐가 행복을 가르는 핵심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유화정 PD: 그렇다면 돈보다 더 중요한 행복의 조건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이번엔 돈이 아닌 요소들을 살펴보겠습니다.
홍태경 PD: 수십 년에 걸친 국제 연구를 보면 물질주의적 목표, 즉 이미지와 지위와 관련된 이유로 부와 소유물을 획득하는 것이 행복감을 저해한다는 것을 일관되게 보여주었습니다.
물질주의적 욕망은 종종 낮은 자존감이나 타인과 자신을 부정적으로 비교하는 경향에서 비롯되며, 항상 자신을 비교할 대상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새로운 수준의 부와 그것이 제공하는 물질적 이득에 익숙해지고 행복을 느끼기 위해 더 많은 것을 필요로 하는 "쾌락의 쳇바퀴"에 갇힐 수 있습니다.
또한 그러한 부를 얻기 위해 필요한 노력으로 인해 취미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할 시간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버드대 성인발달연구에 따르면 인생의 행복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사회적 관계’였습니다. 수입·지위보다 행복에 미치는 영향력이 2배 이상이었다고 합니다.
세계보건기구(WHO) 조사에선 우울·불안 증상이 있는 경우, 소득과 관계없이 행복지수가 평균보다 40% 낮게 나타났다고도 했습니다. 정신 건강 역시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죠.
또 시간적 여유도 큰 변수입니다. 하버드 연구에서는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사람’의 행복지수가 소득 상위 20%보다 낮게 측정됐습니다.
유화정 PD: 결국 의미 있는 관계, 건강, 취미, 자기결정권이 행복을 떠받치는 기둥 같은 역할을 한다는 얘기네요. 조금 더 실질적인 이야기로 넘어가 볼까요. 청취자 여러분이 참고할 만한 행복한 돈 관리법 함께 정리해봅니다.
홍태경 PD: 가장 먼저 ‘필수지출’과 ‘원하는 지출’을 구분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주거, 식비, 건강관리처럼 생활 안정에 필요한 지출을 먼저 확보한 뒤, 그다음에 취미·여행·여가 활동 같은 선택지출을 계획하는 겁니다.
그리고 지출 패턴을 주기적으로 점검해서 ‘정말 행복에 기여하는 소비인지’ 확인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합니다. 호주 재무상담기관(FCA) 조사에 따르면 예산을 세우고 기록하는 습관이 있는 가구의 행복지수가 23%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호주 상위 20%의 부유층이 전체 부의 약 62%를 소유하고 있다는 호주 통계청 발표도 있었는데요 불평등이 심화될수록 사회 문제로 이어져 전체 공동체의 안녕을 위협할 수 있다는 방증이 되겠죠.
여기서 아이러니한 점은 엄청난 부를 추구하고 이러한 불평등에서 가장 큰 이익을 얻는 사람들이 반드시 그로 인해 더 행복하거나 더 큰 만족감을 얻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유화정 PD: 오늘 이야기 정리하면 행복은 돈의 액수가 아니라 삶의 방식과 태도에서 비롯된다는 거겠네요. 행복은 통장 숫자가 아니라 그 돈으로 만드는 관계·시간·마음의 여유에 달려있습니다. 지금까지 친절한 경제, 홍태경 PD였습니다.
상단의 오디오를 재생하시면 다시 들으실 수 있습니다.
호주 공영방송 SBS(Special Broadcasting Service) 한국어 프로그램의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하세요. 구글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에서 SBS Audio 앱을 다운로드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