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시대 용으로부터 영험한 대나무를 얻어 피리를 만들었다는 ‘만파식적’ 설화가 삼국유사와 삼국사기에 전해집니다. 문무왕의 뒤를 이은 신문왕 2년에 동해에서 용이 나타나 왕에게 영험한 대나무를 주고, 피리를 만들면 천하가 태평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 말 대로 피리를 만들어 나라에 근심이 생길 때마다 피리를 불었더니 나라가 평안해졌다고 합니다.
1776년 미국 건국 이후, 민주주의 상징으로 꼽히는 미국 의회 의사당의 난입 폭력 사태는 전 세계에 충격을 안겨주었습니다. 물론 오늘 미국 제46대 대통령으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을 했습니다. 참으로 진통 끝에 취임식이 거행됐는데요. 최근 미국 사회가 극심한 분열 양상을 보인 가운데, 정치적인 내용을 가사로 담은 노래들이 대거 소환되며 폭발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음악과 정치, 어떤 상관관계인지 컬처 IN에서 살펴봅니다. 유화정 프로듀서 함께 합니다. (인사)
진행자: 미 조지아주 결선투표와 의사당 난입 사태 이후 정치적 색채를 띤 노래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유명 음원 차트 상위권을 장악했다는 소식이 미 현지로부터 전해졌죠?
유화정 PD: 미 대중음악전문지 빌보드에 따르면 데이비드 보위의 '디스 이즈 낫 아메리카 (This Is Not America)'가 현지시간으로 16일, '리릭 파인드'(Lyric Find) 미국 차트 2위에 올랐습니다. 빌보드 차트의 하나인 '리릭 파인드'는 일정 기간 온라인에서 가장 많이 가사가 검색되고 사용된 노래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차트인데요. 세계 최대 규모의 가사 서비스업체인 리릭 파인드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보위의 노래는 ‘디스 이즈 낫 아메리카' 외에 디스토피아를 묘사한 ‘파이브 이어스(Five years)’ 와 ‘아임 어프레이드 오브 아메리칸스(I’m afraid of Americans)’ 등 총 네 곡이 차트에서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이 밖에 밴드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의 '킬링 인 더 네임(Killing in the name)', 헤비메탈 그룹 블랙 사바스의 '더 몹 룰스(The mob rules)', 그리고 노래하는 음유 시인 레너드 코헨의 '데모크라시(Democracy)'등 제목만으로도 정치적 색채를 띤 노래들이 잇달아 상위권으로 뛰어올랐습니다.
진행자: 미국 국민들의 정통 민주주의에 대한 갈망과 국민적 의식이 뚜렷하기 때문에 이런 노래들이 다시 소환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특히 ‘리릭 파인드’ 차트 2위를 기록한 데이비드 보위의 '디스 이즈 낫 아메리카’의 경우, 가사 검색이 수천% 증가하는 이례적인 현상이 벌어졌다고요? 어떤 내용인가요?
유화정 PD: 빌보드에 따르면 '디스 이즈 낫 아메리카' 검색 수치는 이 기간 전 주 대비 무려 4,573% 증가하는 이변을 낳았습니다. 36년 만에 다시 뜨거운 관심을 받은 보위의 노래 첫 가사는 제목처럼 ‘이것은 미국이 아니야’ 로 시작됩니다. 2절의 가사는 ‘눈사람은 안에서부터 녹고 / 매는 나선형을 그리며 땅으로 내려앉고 / 핏빛처럼 붉은, 내일의 구름 /이건 미국이 아냐'/ ‘이것은 미국이 아니야’~ 마치 암호 같은 노랫말이 반복됩니다.
빌보드는 최근 정치적인 주제의 노래들이 대거 인기를 얻고 있는 가운데, 조지아주 상원의원 결선투표와 국회의사당 공격과 관련 있는 가사의 노래가 올라온 이 차트는 사상 초유의 미국 분열의 일주일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Smoke billows in front of the U.S. Capitol Building in Washington, Jan. 6, after a mob stormed the building Source: Reuters
진행자: 마치 상황을 꿰뚫은 듯한 가사가 정곡을 찌르네요. 사상 초유의 미 정치 파국 사태에 ‘이것은 미국이 아니다’ 데이비드 보위의 노래가 소환된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유화정 PD: 이 곡은 데이비드 보위가 1985년 재즈 밴드인 팻 매스니 그룹과 발표한 노래로 1984년 개봉한 숀 펜, 티모시 허튼 주연의 영화 '위험한 장난'의 주제곡이기도 한데요. 영화음악을 맡은 재즈 기타리스트 팻 메시니 그룹의 연주곡 'Chris'에 보위가 가사를 입혀 불렀습니다.
진행자: ‘숀 펜’은 범죄 스릴러 물의 대명사 죠. 아카데미 남우주연상도 두 차례나 수상한 대 배우이고요. 영화의 원 제가 '눈사람과 매(The Falcon and the Snowman)' 로 기억되는데요..
유화정 PD: 맞습니다. 영화는 소련에 국가 기밀을 판 CIA 요원 크리스토퍼 보이스와 그 친구의 실화를 그린 로버트 린지의 소설 ‘The Falcon and the Snowman’이 원작입니다. 앞서 소개 드린 노래 가사에도 ‘눈사람’과 ‘매’가 등장하는데요. 매사냥이 취미인 두 명의 고향친구 보이스와 돌턴의 이야기입니다. 눈사람은 마약을 의미합니다.
보이스는 전직 FBI 요원이었던 아버지의 주선으로 취직한 미 정보기관에서 외국에서의 선거 조작, 노조 침투 등 CIA의 비합법적인 활동에 대해 우연히 알게 되고, 무심결에 얻어낸 기밀정보를 가지고 엄청난 장난을 준비합니다. 바로 소련의 KGB에 정보를 팔기로 한 것인데요. 마약거래에서 이미 경지에 오른 친구 돌턴이 교묘한 작전으로 KGB와의 접선에 성공하며 둘은 거액의 돈을 벌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이미 장난의 경지를 넘어선 그들에게 CIA와 KGB의 끝없는 추적이 엄습합니다.
진행자: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였군요. 철없는 두 매국노 청년은 소련 KGB와 내통하다 결국 체포되며 끝을 맺지요?
유화정 PD: 네. 영화의 원제 '눈사람과 매(The Falcon and the Snowman)'가 한국에서 ‘위험한 장난’으로 개봉된 이유이기도 합니다. 영화의 주제가를 작곡한 팻 메시니는 보위의 가사에 대해 "의미심장하고 심오하다"라고 했을 만큼 가사는 쉽게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은유적으로 표현됐습니다.
최근 미 정국 분열 사태에 즈음해 '디스 이즈 낫 아메리카' 노래의 가사가 이례적으로 많이 검색된 것은 가사 내용보다는 후렴구처럼 여러 차례 반복되는 제목 자체의 의미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진행자: 데이비드 보위는 글램 록(Glam Rock)의 대부로 널리 알려져 있죠? 일반인들에게는 음악보다는 짙은 화장과 반짝이는 의상, 깃털 달린 목도리 등으로 중성적인 모습을 표출하는 비주얼적인 부분이 더 강렬하게 인식돼 있는 가수인데요.
유화정 PD: 1970~75년 당시 영국의 차트는 글램 록이 지배했었습니다. 록커들이 짙은 화장에 번쩍이는 무대의상을 입고 등장하자 이를 본 언론들이 앞다투어 "매혹적이다(Glamorous)"라고 평하면서 글램 록이라는 용어가 탄생했는데요. 글램 록은 70년대 후반 인기를 잃었지만 그 비주얼적인 특징은 록 음악이 퍼포먼스 중심으로 발전하는데 큰 기여를 했습니다.
데이비드 보위는 글램 록의 대부로 일컬어지고 있지만, 사실 그는 수많은 스타일과 실험에 도전한 가수로 유명합니다. 소울, 미니멀리즘, 디스코, 테크노, 인더스트리얼 등의 장르를 모두 섭렵하면서, 록 음악의 전설, 록 음악계의 카멜레온이라는 명칭을 갖고 있습니다. 또한 데이비드 보위는 2000년, 뮤지션을 대상으로 한 앙케트 조사에서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아티스트'로 꼽힐 만큼 항상 시대를 앞서간 파이어니어(Pioneer) 즉 개척자였습니다.

David Bowie remembered 5 years after his death Source: Getty Images
유화정 PD: 네. 물론 빌보드는 1월 10일이 5년 전 사망한 보위의 기일인 만큼 그 영향을 받아 같은 기간 노래 검색이 급증한 측면도 있다고 부연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2016년 향년 69세로 사망 하기 불과 이틀 전, 25번째 정규 앨범 ‘블랙 스타’를 발표했기 때문에, 그의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은 수많은 뮤지션과 전 세계 음악 팬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습니다.
‘디스 이즈 낫 아메리카' 외에 리릭 파인드 차트 7위에 오른 ‘파이브 이어스(Five years)’는 디스토피아(Dystopia), 즉 이상향을 뜻하는 유토피아의 반대되는 현대사회의 부정적인 측면과 암울한 미래상을 노래한 곡입니다.
시장 광장에서 사람들을 헤치고 갈 때였어 / 마침 뉴스 속보가 전해졌어/우리가 울 수 있는 시간도 5년 밖에 남지 않았다는 보도였지/ 뉴스 앵커가 울면서 알려 주었어/ "지구가 정말로 죽어가고 있습니다" /…/ 우리에겐 5년밖에 남지 않았어/ 그게 우리가 가진 전부야 .. 이미 반 세기 전 1972년에 발표된 노래입니다.
진행자: ‘치세의 음은 편안하고 즐겁다 이는 정치가 화평한 때문이요, 난세의 음은 원망과 분노에 차 있으니 그 정치가 도리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중국 고유가 경전 오경의 하나인 예기의 말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데요. 정치권이 상생의 정치로 나라를 편하게 하는 만파식적의 소리를 내지는 못할 망정 갖가지 불협화음과 정치적 소음을 양산하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입니다.
유화정 PD: “한 곡의 노래가 그 어떤 정치보다 빛나고, 그 어떤 총칼보다 위대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수 십 년 전 노래가 소환돼 인구에 회자되는 건 분열된 현 미국 사회에, 나아가 전 세계에 경종을 울리는 의미라고 받아들여집니다. 청취자 여러분께서도 이번에 화제가 된 노래들을 들어 보실 기회를 가지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진행자: 네. 컬처 IN, 오늘은 최근 일파만파로 번진 미 정치 파국에 소환된 데이비드 보위의 '디스 이즈 낫 아메리카'를 중심으로 음악과 정치의 상관관계를 짚어봤습니다. 유화정 프로듀서 수고하셨습니다.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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