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y Points
- 일정한 주파수의 백색 소음은 스트레스 낮추고 집중력과 안정감 높여
- 50~70dB소음이 집중력과 창의력 향상에 도움… 카페 소음도는 약 60db
- 적절한 소음 찾아 카페 찾는 카공족(카페+공부) · 코피스족(커피+오피스)
- 개인 정보 보호 위한 사운드마스킹(sound masking)으로 은행 등서 활용
소음이 전혀 없는 집이나 독서실에서 공부를 하려고 하면 도저히 집중이 안 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오히려 적절한 소음이 있는 카페에선 집중이 잘 된다고 하는데, 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을 뜻하는 '카공족'이라는 신조어도 탄생했죠.
호주는 이제 전역에 걸쳐 본격적인 입시철이 다가왔습니다. 대입 수험생을 둔 가정이라면 자녀의 공부 환경 조성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실 텐데요.
일정한 주파수의 소음은 집중력을 향상하고 마음에 안정을 준다는 이른바 '백색소음'에 대한 연구 보고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백색소음은 무엇이고 그 효과는 어느 정도인지 알아봅니다.
컬처 IN 유화정 프로듀서 함께 합니다.
주양중 PD(이하 진행자): 우리가 소음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자동차 경적이나 공사장 소리 등 불편하고 시끄러운 소리를 가리키는데, 사실 소음인지 아닌지의 판단 기준은 상당히 주관적이죠?
유화정 PD: 소음 판단 기준이 주관적일 수밖에 없는 것은 아무리 좋은 소리라도 듣는 사람의 처해진 환경이나 심리상태에 따라서는 그 소리가 방해될 수도 있기 때문인데요. 일례로 애타게 보채고 있는 아기의 울음소리는 엄마나 아기에게 아주 중요하고 의미 있는 소리겠지만 주변 사람들에게는 지극히 시끄러운 소음으로 들릴 수 있습니다.
사람은 주변 소리에 매우 민감한 동물로 일정 수준 이상의 소음에 노출되면 스트레스를 받고 두통과 초조함을 호소하거나 심각한 경우 내분비계 교란 등 건강 문제가 생기기도 합니다.
소음은 소리의 크고 낮음을 떠나 듣는 사람에게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소리, 즉 듣기 싫은 소리(unwanted sound) 전체를 총칭합니다. 통상 소음을 뜻하는 영어 noise의 어원은 배멀미·현기증 등을 의미하는 라틴어 nousea에서 유래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소음 중에도 좋은 소음이 있다는 연구가 속속 발표되고 있죠. 인체에 유익한 소음을 ‘백색소음’으로 명명하고 있는데, 왜 백색소음인가요?
유화정 PD: 백색음은 백색광에서 따왔습니다. 여러 가지 빛을 섞으면 흰색이 되는 것처럼, 백색소음은 다양한 주파수의 소리가 혼합돼 넒은 음폭을 가지는데, 일상의 주변음이 합쳐져 듣기 좋은 소음이 된다는 개념으로 백색이라는 이름이 붙어 'white noise'라고 불립니다.
우리 생활 주변에서 들리는 백색음으로는 비 오는 소리, 폭포수 소리, 파도치는 소리, 시냇물 소리, 나뭇가지가 바람에 스치는 소리 등을 들 수 있는데요. 넓은 음폭을 가지고 있어 귀에 쉽게 익숙해지는 소리입니다.
진행자: 얼마 전 답답했던 건조함을 씻어내리는 반가운 봄비가 내렸는데, 비가 내리는 날만 되면 '오랜만에 기분 좋게 숙면했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어요.
유화정 PD: 자연의 소리는 우리가 평상시에 듣고 지내는 일상적인 소리이기 때문에 이러한 소리가 비록 소음으로 들릴지라도 음향 심리적으로는 별로 의식하지 않으면서 듣게 된다고 합니다.
불규칙한 주파수 스펙트럼을 가진 일반소음과 달리 백색소음은 균일하고 일정한 주파수 스펙트럼을 갖고 있고, 또 항상 들어왔던 자연음이기 때문에 그 소리에 안정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죠.
게다가 자연의 백색음을 통해 우리가 우주의 한 구성원으로서 주변 환경에 둘러싸여 있다는 보호감을 느끼게 돼 백색소음을 들을 때 청각적으로 적막감을 해소할 수 있습니다.

Bilingualism boosts children's learning abilities. Source: Flickr / Flickr - Virginia State Parks
유화정 PD: 그렇지 않고 백색소음은 자연음과 생활환경음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요. 생활환경음에는 도서관에서 책장 넘기는 소리, 연필로 글씨 쓰는 소리, 노트북 타이핑 소리, 카페에서 나는 커피 기계 소리, 그리고 가정에서는 커피포트 물 끓는 소리, 구운 식빵을 자르는 소리, 고양이가 가르랑거리는 소리, 타닥타닥 장작 타는 소리, 빗자루질 소리, 의외로 진공청소기 소리도 포함이 됩니다.
진행자: 진공청소기 소리가 품질에 따라 좀 다르겠지만 보통 소음이 상당한데 이 역시 유익한 백색소음이라니 의외인데요?
유화정 PD: 한 실험에서 울음을 쉽게 그치지 않는 어린아이에게 진공청소기 소리를 들려주었더니 뚝 그치는 효과를 찾을 수 있었는데요. 진공청소기 소리가 태내에서 듣던 소리와 비슷해 안정감을 느끼게 하기 때문입니다. 어머니 배 속에서 울리는 소리는 굵직하고 큰 소리로 갓 태어난 아기에게 진공청소기의 소음은 익숙하게 들리는 것이죠.
백색소음은 특정한 소리 패턴이 없이 전체적인 배경 소리로서 우리 귀에 인식되고, 또한 배경음으로서 귀에 쉽게 익숙해지므로 작업에 방해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거슬리는 주변 소음을 덮는 역할을 하기도 하는데요. 진공청소기나 사무실의 공기정청기 등이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예입니다.
진행자: 소음이 전혀 없는 집이나 독서실에서 공부를 하려고 하면 도저히 집중이 안 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오히려 적절한 소음이 있는 카페에선 집중이 잘 된다고 하는데, 그래서 나온 신조어가 바로 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카공족이죠. 이미 여러 연구에서 백색소음의 효과에 대해 밝혔는데, 어떤 내용들인지 짚어보죠.
유화정 PD: 기말고사를 앞둔 대학가 커피숍에는 빈자리가 별로 보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얼핏 이해가 잘 안 될 수 있지만 실제로 적당한 소음은 공부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카공족뿐만 아니라 최근 전문 카페를 찾는 코피스족도 급증하고 있습니다. 코피스족이란 커피(Coffee)와 오피스(Office)의 합성어로, 커피 전문점에서 노트북, 스마트폰 등을 이용해 일이나 공부를 하는 사람을 뜻합니다.
2012년 미국 일리노이대와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대 공동 연구진은 완전 정적보다는 50~70dB 정도의 소음이 집중력과 창의력 향상에 도움을 준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는데요.
카페 내 커피잔 부딪히는 소리와 웅얼웅얼 떠드는 소리, 커피 기계 소리와 잔잔한 음악까지 더해진 커피숍의 소음을 측정했더니 동서남북 네 방향에서 측정한 커피숍 내부 소음의 평균치는 약 60db로 나왔습니다.
음높이가 다른 여러 소리가 합쳐지면서 일하기 혹은 공부하기 적당한 소음도, 이른바 '백색 소음'이 만들어지는 것이죠.

백색소음의 효과 연구 한국산업심리학회
유화정 PD: 한국산업심리학회 연구에 따르면 백색소음을 들었을 때 집중력이 47.7% 향상했고 , 기억력은 9.6% 증가했습니다. 또한 학습시간을 13.63% 단축하는 효과도 나타났습니다. 반면 스트레스는 27.1% 감소했습니다.
남녀 중학생을 대상으로 백색소음을 들려주고 고교 2학년 수준의 영어단어를 5분간 암기하도록 했더니 평소에 비해 학업 성취도가 35.2% 개선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또 다른 실험으로 각자의 책상 위에 백색소음이 발생되는 장치를 부착하고 공부하면서 옆 좌석에 고개를 돌리거나 주변에 관심을 갖는 횟수를 시간 단위로 비교 파악했더니 이 경우에도 백색소음이 들렸을 때 주변에 관심을 갖는 횟수가 약 22% 정도 줄어들었습니다.
진행자: 사무실에서 백색소음을 평상시 주변소음에 비해 약 10 데시벨(dB) 높게 들려주고 일주일을 지냈더니 근무 중 잡담이나 불필요한 신체의 움직임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가, 한 달 후 백색소음을 꺼버렸더니 서로들 심심해하면서 업무의 집중도가 크게 떨어졌다는 기사를 본 기억이 있는데, 다양한 연구를 통해 소음도 약이 된다는 것이 입증되고 있네요.
유화정 PD: 백색소음이 심리적인 치유로 사용된 것은 무려 17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탈리아의 유명 건축가이자 조각가인 잔 로렌초 베르니니가 수면을 위해 최초로 백색 소음 기계를 발명했습니다.
최근에는 백색소음에서 갈색·핑크·그린·블루소음 등으로 세분화되고 있는데요. 백색소음이 쉭쉭 소리와 비슷하다면 갈색소음은 윙윙 소리와 비슷해 부드러운 빗소리, 바람소리를 들 수 있습니다.
갈색소음은 갈색소음은 스코틀랜드의 식물학자 로버트 브라운이 1872년 발견한 유체 내 입자들의 무작위 운동인 '브라운 운동'에서 비롯된 명칭으로 버로우 박사는 갈색소음에 대해 백색소음보다 더 쾌적한 소음으로 많은 이들이 장기간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설명했습니다.

People sleeping by photographs Source: Getty / Getty Images
유화정 PD: 핑크소음은 백색소음보다 소리가 크지만 다른 소음에 비해 낮은 주파수에 해당되는 소음으로 질 높은 수면에 도움을 줍니다. 그린소음은 폭포와 같이 자연에서 발견하는 소리로 집중도를 요하는 공부나 작업환경에서 추천되고 있습니다.
블루소음은 앞서 부드러운 갈색소음과는 반대로 번개가 동반되는 폭우가 쏟아지는 곳 혹은 깊은 바닷속에서 들리는 소리와 비슷한데, 사람에 따라 블루소음을 더 편하게 느끼는 경우도 있습니다.
진행자: 소음도 종류에 따라선 더 이상 피해야 할 공해가 아닌 다양한 쓰임새를 지닌 판매 상품이 되고 있는데, 수면용 빗소리 어플 앱처럼 백색소음을 인공적으로 만들어 실생활에 활용하고 있는 분야들이 있죠. 그런데 개인정보 보호에도 쓰인다고요?
유화정 PD: 일부 기업이나 고시원, 독서실에서는 바깥 소음을 차단하거나 내부 대화 내용의 유출을 막기 위해 백색 소음 활용이 늘고 있습니다.
백색소음은 넓은 음폭을 가지기 때문에 목소리를 통해 정보를 주고받는 은행이나 보험사 등에서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쓰일 수 있는데요.
개인적인 주민등록번호나 계좌번호 등의 숫자를 말하게 되면 옆 사람이 알아듣고 정보가 유출될 수 있는데, 이때 백색소음이 일정한 레벨로 들리게 하면 옆 사람은 숫자의 발음 차이를 잘 구분할 수 없게 사운드마스킹(sound masking)이 되는 것이죠.
미국에서는 금융기관과 의료시설 등 개인정보를 다루는 기관에서 백색소음기의 설치가 아예 의무화돼 있습니다. 앞으로 사회가 첨단화될수록 사회 요소요소에 백색소음의 수요가 점차 커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진행자: 소음으로 소음을 잡아 개인정보를 보호한다, 흥미롭네요. 오늘은 소음 중에 도움이 되는 좋은 소음, 백색소음의 효과에 대해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