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y Points
- 세계 공항 '짐 분실' 속출…국제선·경유 노선 경우 직항보다 6배 높아
- 몬트리올협약… 수하물 분실·파손 등의 경우 1인당 약 1,200유로 보상
- 분실된 경우 항공사에 수하물을 위탁한 날로부터 21일 내에 서면 신고
- 출국 전 최대한 늦지 않게 짐 부치고 직전 여행지 태크는 반드시 제거
공항에서 수하물을 기다리는데 내 가방이 발견되지 않는다면 어떨까요. 여행은 시작도 못 한 채 항공사에 확인을 요청하고 경위를 파악하느라 진을 빼게 될 겁니다.
이런 경험을 하는 여행자들이 늘고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전 세계 여행 수요가 폭증해 수하물 분실도 함께 늘었다고 보도했습니다.
들뜬 마음으로 떠난 해외 여행지에서 내 짐이 나오지 않았을 때 당황하지 않고, 대처하는 방법을 알아봅니다. 컬처 IN 유화정 프로듀서 함께 합니다.
주양중 PD (이하 진행자): 코로나 19 확산세가 꺾이면서 여행 수요 폭발로 세계 곳곳에서 항공편 결항과 지연 등 항공 대란을 겪었는데요. 최근 수하물 분실 및 지연 사고로 혼란을 빚는 사례들도 급증하고 있다고요?
유화정 PD: 전 세계 비행 수요가 급증하면서 수하물 분실 및 지연 사고로 혼란을 빚는 크고 작은 사례들이 속출하고 있다고 가디언, 블룸버그, 월스트리트 저널 등이 전했습니다.
영국 히드로 공항에서는 수화물을 실어 나르는 컨베이어 벨트의 기술적 결함으로 수백 개의 수하물이 주인을 잃고 방치되는 사고가 발생했고, 프랑스 샤를 드골 공항의 경우 직원들의 파업으로 수하물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수하물 1만 7천 개의 도착이 지연됐습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은 아직까지 주인을 찾지 못한 수하물이 약 2000건에 달합니다.
미국에서도 수하물 분실이 문제가 되고 있는데요. 수하물을 추적해 분실 시 회수해주는 미국업체 '블루리본 백스'에 따르면 최근 1천 개의 수화물 중 10개가 분실되거나 도착이 지연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2023 Baggage IT Insights 보고서는 2022년에 총 2,600만 개의 가방이 분실됐다는 통계를 밝혔는데, 수하물 분실사고가 가장 많은 곳은 유럽이라면서요?
유화정 PD: 수하물을 추적 기술회사 스위스SITA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수하물 분실률이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 수준을 훌쩍 넘어섰고, 특히 국제선과 경유 항공편의 경우 수하물을 분실할 확률은 직항보다 6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유럽과 미국, 아시아를 비교하면 가장 많이 발생하는 곳은 유럽으로 승객 1000명에 대한 분실 사고 확률은 7.29로 단연 높습니다. 미국의 경우 2.85, 아시아는 1.77의 확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수하물 분실사고를 한 번도 겪지 않았다면 참으로 운이 좋은 경우이기도 하지만 우연히 지금까지 운이 좋았던 것은 수하물 분실사고 가 일어나기 쉬운 유럽 노선에 자주 가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할 겁니다.
진행자: 수하물 사고와 관련해 가장 최근의 사례로, 지난달 영국 런던 히드로공항에서 인천국제공항으로 출발한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승객 260명이 맡긴 짐을 싣지 않고 운항하는 일이 벌어졌죠?
유화정 PD: 영국 현지시각으로 지난 5월 5일 밤 8시 30분 출발 예정이었던 아시아나 항공 여객기가 유압 계통 문제로 동력 전달 장치에 이상이 생겨 2시간 반 가까이 이륙이 지연됐습니다.
아시아나항공은 안전 운항을 위해 탑재량 제한을 결정하면서 승객 위탁 수하물을 모두 내리도록 조치했고, 이 과정에서 승객들에게 사전 안내는 없었습니다.
인천 공항 착륙 직전에서야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된 탑승객들은 수하물을 전부 빼지 않으면 비행기가 뜨지 못할 정도의 안전 문제가 있었음에도 운항을 강행한 것이냐는 비난을 쏟아내기도 했습니다.
이 해프닝은 영국에 하루 더 머물게 된 짐들을 다음날 일일이 탑승객들에게 배송해 주는 것으로 일단락됐습니다.
진행자: 여행 시 위탁 수하물 분실 사고가 급증하면서 최근에는 수하물에 에어태그를 부착하고 탑승객이 직접 위치를 추적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 추세라면서요?
유화정 PD: 에어태그(AirTag)는 2021년 애플이 출시한 위치추적기로 열쇠, 지갑 등 개인의 소지품을 찾는 것을 도와주는 목적으로 만들어졌습니다.
해외여행 시 에어태그는 현재 이동하고 있는 자신의 수하물의 위치를 확인하거나 또는 누군가 잘 못 가져간 수하물을 찾는데도 상당히 유용하게 쓰이고 있는데요.
항공 수화물에 부착하면 컨베이어 벨트로 나온 짐을 빨리 찾을 수 있고, 500원짜리 동전만 한 크기에 1년 이상 배터리가 지속된다는 점도 선호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독일 최대 항공사인 루프트한자가 에어태그 사용을 금지했다 일주일 만에 다시 허용한다는 번복 성명을 내 여행객들 사이에 혼란이 일기도 했는데, 이유가 배터리 때문이었다고요?
유화정 PD: 루프트한자항공은 2022년 10월 자사 공식 트위터 계정에 “에어태그에는 배터리가 들어 있어 작동 중 폭발할 위험이 있고, 기기의 위치 정보를 무선으로 주고받는 과정에서 비행기의 전파 혼선을 일으킬 수 있다”며 수하물에 넣는 걸 금지한다는 방침을 올렸습니다.
이때 루프트한자항공이 밝힌 건 유엔 전문기관인 국제민간항공기관 ICAO 위험물 규제인데요. 하지만 ICAO 위험물 규제는 발화 사고 우려가 있는 리튬이온 배터리가 탑재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대상으로 한 것이지 수하물 트래커에 대한 조항은 아니었습니다.
또한 에어태그에 사용되는 배터리는 리튬이온 배터리가 아닌 시계나 의료기기에도 사용되는 코인형 리튬 전지 CR2032로 확인 되면서 일주일 만에 허용 번복 성명이 나왔습니다.

People are seen in the baggage collection area after arriving on Virgin Australia flight VA318 from Brisbane at Tullamarine Airport in Melbourne. Source: AAP
유화정 PD: 수하물 사고는 승객과 함께 비행기에 실리지 못해 늦게 도착한 '지연(Delay)'이 77%로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파손(Damage)이나 부분 분실(Pilfer) 18%, 영영 찾지 못하는 영구 분실(Lost)이 5%에 해당합니다.
지연되는 경우는 카운터로 보내진 수하물이 벨트로 이동하다 수하물 태그가 떨어져 나가거나, 부착된 수하물 태그를 스캔하지 못하면서 벨트 위를 맴돌다 실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다른 분류장에 떨어져 엉뚱한 비행기에 실려 낯선 비행기 짐칸에서 발견된 짐도 적지 않은데요. 이 경우 태그 등이 다 떨어진 상태가 많아 승객이 짐에 대해 특정해서 신고를 해놓지 않으면 찾기는 더욱 어렵습니다.
진행자: 앞서도 언급됐지만 유럽은 수하물 사고가 많기로 유명하죠. 1편당 3~4건 정도의 수하물 사고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수하물을 아예 분실하는 경우 보상은 어떻게 이뤄지나요?
유화정 PD: 수하물 사고 통계 분석에 따르면, 미 도착 수하물 가운데 80~90%는 24시간 안에 되찾지만 5일 이내 찾지 못한 수하물은 거의 찾지 못했습니다.
90일이 지나면 항공사도 잃어버린 수하물 찾기를 포기하고 승객에게 보상하기 위한 절차에 돌입하는데요. 대부분의 항공사는 2003년 발효된 몬트리올협약에 따라 수하물 분실·파손 등의 경우 여객 1인당 1,131 SDR (약 1,200유로, 1,800 US 달러 상당액)까지 보상하고 있습니다.
다만 수하물에 손상이 있거나 내용품이 분실된 경우에는 수하물을 인도받은 날로부터 7일 이내 신고 접수를 해야 하고요. 수하물이 지연 또는 분실된 경우에는 항공사에 수하물을 위탁한 날로부터 21일 내에 해당 항공사에 서면으로 신고해야 합니다.
진행자: 분실 사고에서 항공사의 책임일 때에는 보통 항공사에서 책임을 지지만, 승객 책임일 경우에는 1%도 보상을 못 받는 것이 원칙인데, 끝으로 승객 입장에서 수하물 분실을 막을 수 있는 예방법을 짚어 보죠.
유화정 PD: 승객의 입장에서 수하물 분실 확률을 줄일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최대한 출국 전 일찍 도착해서 수하물을 늦지 않게 부치는 겁니다.
수하물 분실 사고에 의외로 승객에게 책임전가가 될 수 있는 사례로는 바로 직전 여행지에서 붙여놓은 수하물 태크를 떼지 않았을 때 종종 발생한다고 하니 새로운 여행 시작 전에는 반드시 제거해야 한다는 것 기억해 두시고요.
눈에 잘 띄는 색의 캐리어를 사용하시 것도 도움이 됩니다. TSA 잠금장치를 장착한 캐리어를 사용하고 네임택은 필수입니다. 스티커와 리본 등으로 알아보기 쉽게 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여행자보험을 가입하는 경우 ‘휴대품 보장’ 상품으로 가입하면 대부분 보험사에서 휴대물품 한 개당 20만 원 한도로 보상이 가능합니다.
진행자: 여행 중 수하물 컨테이너 벨트에서 발을 동동 굴린 경험이 다들 한 번쯤은 있으실 겁니다. 즐겁고 안전한 여행을 위해 수하물 분실 사고 예방에 대해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