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호주 국민이 바비큐나 구운 칠면조와 함께 크리스마스를 즐기지만 일부 이민 공동체가 메뉴로 빼먹지 않는 한 가지 특별한 달콤한 음식이 있다.
얇은 페이스트리 반죽 사이에 다진 견과류를 넣고 꿀이나 시럽을 뿌려 구운 바클라바(Baklava)가 바로 그것이다.
바클라바는 종교 및 문화 차이를 넘어 기독교인, 유대인, 무슬림 모두가 즐겨 먹는다.
구 유고슬라비아 마케도니아 공화국 출신의 리주비카 포포프스키(Ljubica Popovski) 씨는 가족과 함께 시드니에서 발칸 오븐 카페(Balkan Oven Café)를 운영하고 있다.
그녀의 아들들은 또 다른 지중해식 전통 파이인 뵈렉(borek)을 만들기 위해 페이스트리 반죽을 밀어 펴고, 포포프스키 씨는 바클라바를 넣기 위해 오븐 쟁반을 준비하고 있다.
포포프스키 씨는 마케도니아의 한 고등학교에서 배운 레시피를 들고 30년 전 호주로 왔다. 그녀는 해당 레시피에서 창안한 방법으로 여러 겹의 필로(filo)에 호두와 빵가루, 오일을 넣고 마지막으로 설탕 시럽을 부어 만든 유럽 스타일의 바클라바를 만들고 있다.

Ljubica Popovski Balkan Oven Cafe - SBS Source: SBS News
이집트에서 키프로스에 이르기까지
아타나시 에프티미우 씨는 시드니 서부의 얼우드(Earlwood)에서 트리아농 케익 가게(Trianon Cake Shop)를 운영하고 있다.
그리스계 키프로스인인 에프티미우 씨가 만드는 바클라바에는 곱게 간 아몬드와 시나몬이 첨가된다.
그의 가족은 정치적 불안 때문에 키프로스를 떠나야 했던 1974년까지는 고국에 현재와 같은 이름의 가계를 운영했었다. 난민 신분으로 호주에 정착한 이들 가족은 에프티미우 씨와 그의 형이 사업을 물려 받으면서 달콤한 전통 스낵을 계속 만들고 있다.
에프티미우 씨의 부친은 이집트에서 가족 레시피를 이용해 바클라바를 만드는 법을 배웠고 키프로스로 돌아온 후 키프로스인의 입맛에 맞게 레시피를 개발했다.

Trianon Cake Shop 1970s Source: Supplied
그는 “2 겹의 필로(filo)마다 오일을 첨가해 6겹에서 8겹까지 쌓는데 반죽 사이에 다진 아몬드와 시나몬을 섞어 넣고 식물성 오일을 바르는 작업을 반복한다”고 레시피를 설명했다.
레시피의 주인은?
바클라바의 원조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지만 멘질 터키 베이커리(Menzil Turkish Bakery)의 에센 버벤 씨는 원조는 명백히 터키라고 주장한다.
버벤 씨는 “터키 가지안텝(Gazientep)의 안텝(Antep)이 바클라바가 태어난 곳이고 이곳은 바클라바로 유명한 지역이다”라고 말했다.
포포프스키 씨도 바클라바의 원조가 터키라는 데 동의한다. 하지만 에프티미우 씨는 확신이 서지 않는다고 말했다.
에프티미우 씨는 “의견이 분분한 문제인데 이는 사람들이 터키, 그리스, 이집트, 또는 중동 지역이 바클라바의 원조라고 말하기 때문”이라면서 “바클라바 레시피가 각각 다르기 때문에 바클라바의 원조가 어디인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닉 도우마니스 씨는 뉴사우스웨일즈 대학(University of New South Wales) 의 역사학 부교수로 유럽과 지중해 역사 전공이다.
그는 고대 아시리아 시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는 확실치 않은 주장이 일부 존재한다면서 바클라바가 그보다 더 이전에 존재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이유는 없다고 지적했다.
바클라바 원조를 둘러싼 또 다른 이론은 얇은 반죽을 겹겹이 포개 음식 만들기를 좋아했던 튀르크 또는 몽골 사람들로부터 바클라바가 전파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From front Turkish, (left) Greek, (back) Lebanese, Source: SBS
도우마니스 부교수는 “지중해부터 페르시아에 이르는 지역의 국가들은 서로 자국이 원조라고 주장하지만 결코 알 수 없는 일로, 어느 국가도 실제로 원조 국가라고 자처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시리아, 레바논, 이라크, 요르단, 알제리, 마케도니아, 그리스 세르비아, 이스라엘, 키프로스, 이란, 아르메니아, 이집트와 터키를 포함한 다수의 국가들은 각각 자국 버전의 바클라바 레시피를 가지고 있다.
오스만 제국
닉 도우마니스 역사학 부교수는 수세기 동안 중동과 유럽의 광대한 영토를 통치했던 오스만 제국이 바클라바 확산에 주요 역할을 한 것으로 여겨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16세기에 절정기에 이른 오스만 제국은 알제리에서 페르시아 국경에 이르는 지역과 중앙유럽까지 영역을 확장했기 때문에 바클라바 확산에 주요 역할을 했다”며 “광대한 제국의 거의 모든 지역이 바클라바를 소비했고 레시피를 변형하거나 특정 지역의 특색이 반영된 바클라바를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타하 군두즈 씨는 터키계 호주인이 많이 거주하는 시드니 오번(Auburn)에서 멘질 터키 베이커리(Menzil Turkish Bakery)를 운영하고 있다.
군두즈 씨는 바클라바의 역사와 그 상징성에 매료됐다고 말했다.
그는 “바클라바의 원조를 둘러싸고 많은 사람들이 서로 자국이 원조라고 하지만 동일한 음식을 받아들였다면 다양한 국민성과 문화가 녹아 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언젠가 그것을 인정할 날이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드니 남서부에 소재한 레바논 케이크 가계 아블라스(Abla's)는 피스타치오와 캐슈너트(cashew nuts)을 가미한 엄청난 양의 바클라바를 일년 내내 만들고 있다.
찰리 아블라 씨는 부모님의 조국인 레바논에는 달콤한 스낵을 만들어 온 오랜 전통이 있다고 말했다.

Lebanse baklava Ablas Sydney Source: SBS News
그는 “레바논에는 세대에 걸쳐 2백년 동안 운영돼 온 가게들이 있는데, 달콤한 스낵(디저트)은 역사이다”라고 강조했다.
도우마니스 부교수는 음식은 단지 생명유지나 즐거움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개인적 역사나 유대감 형성에도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한 캐나다계 요르단인이 ‘바클라바'라는 제목의 책을 집필했는데, 분명 바클라바는 이들 문화에 상당한 의미가 있고, 그들의 정체성에 의미를 부여하며, 후대와 문화를 연결해준다”고 말했다.
한편, ‘어느 나라가 최고의 바클라바를 만드는가’라는 답하기 힘든 질문에 찰리 아블라 씨는 호주라고 믿는다.
아블라 씨는 “호주에 있는 모든 식자재는 풍부하고 신선하며 향이 최고다… 요리 재료가 신선하고 훌륭할수록 맛도 훌륭해진다고 믿는다”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