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왜 코로나에 강할까요? 월스트리트 저널은 최근 미 예일대 연구를 인용해 "어린이가 어른보다 코로나 19에 덜 감염되는 이유는 선천성 면역 체계가 효과적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는데요. 어린이들은 새로운 균이 감지되면 빠르게 면역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이번 연구는 2021년 호주 멜버른대 머독 아동 연구소가 “아동이 성인보다 코로나19에 강한 이유는 '타고난 면역체계' 때문”이라고 규명한 내용을 재차 입증하는 것이어서 눈길을 끕니다. 자세한 내용 살펴봅니다. 컬처 IN 유화정 프로듀서 함께 합니다.
Highlights
- 아이들, 성인에 비해 코로나19에 유독 강해… “선천성 면역 덕분”
- 타고난 면역 체계 매커니즘 첫 규명한 호주 머독 연구 재차 입증돼
- 코로나 19 감염 초기 감염자 혈액 채취로 80%까지 위중증 예측 가능
주양중 PD(이하 진행자): 어린이는 ‘코로나19’에 강하다는 이야기가 팩트임을 밝히는 관련 연구가 지난주 미국에서 발표됐는데, 이번 연구는 지난해 호주 멜버른대 머독 아동연구소(Murdoch Childrens Research Institute) 연구진이 발표한 내용과 일치하는 하는 결과이기도 하죠?
유화정 PD: 사람의 면역 체계가 코로나 바이러스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특히 ‘어린이의 코로나19 증상이 경미한 이유에 대해 “어떻게 어린이의 면역 체계는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을 피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을 밝히는 연구들이 미국 영국 호주 독일 등 각국의 면역학자들로부터 지속적으로 보고돼 오고 있습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최근 미 예일대 연구를 인용해 "어린이가 어른보다 코로나에 덜 감염되는 이유는 선천성 면역 체계가 효과적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는데요.
이는 지난해 호주 머독 연구소가 “아동이 성인보다 코로나19에 강한 이유는 '타고난 면역체계' 때문”이라고 규명한 내용을 재차 입증하는 것이어서 눈길을 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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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타고난 면역체계' ‘선천성 면역체계’ 한국어 번역상의 차이일 뿐 의미는 동일한데요. 먼저 면역체계 용어에 대해 간단히 알아보죠. 사람의 면역 작용에는 두 가지 유형, 이른바 '선천성 면역'과 '후천성 면역’이 있죠?
유화정 PD: 선천성 면역체계는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것으로, 항원이 무엇인지 관계없이 외부에서 침입한 모든 종류의 병원체에 대해 신체가 일차적으로 면역반응을 내는 것을 말합니다.
가령 해로운 미생물이 코로 들어왔을 때 자연 반사적으로 나오는 콧물 등이 선천성 면역 반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후천성 면역은 일단 병에 걸린 후 항체를 형성해 생기는 것으로, 특정 바이러스나 미생물을 표적으로 반응하는데, 예컨대 홍역에 한 번 걸린 후에는 다시 걸리지 않거나, 인공적으로 항원을 만들어 체내에 주사해 특정 질환을 예방하는 등의 방식이 후천성 면역에 해당합니다.
진행자: 자 그럼, 호주 머독 아동 연구소가 규명한 2021년 내용으로 다시 돌아가보죠. 연구진은 “타고난 면역 때문에 아이들은 성인에 비해 코로나19에 감염되는 사례가 적거나 감염돼도 중증 환자로 진행될 가능성 적다“라고 밝혔는데, 이는 아동이 성인보다 코로나19에 강한 이유를 처음으로 규명한 것이었죠?
유화정 PD: 멜버른대 머독 연구진은 아동이 코로나19에 감염되는 사례가 적은 메커니즘이 처음으로 규명됐다며 코로나19에 감염된 아이들의 경우 손상된 조직 복구와 감염 해소를 돕는 백혈구인 ‘호중구’의 활성화를 그 이유로 거론했습니다.
감염에 대항하는 면역세포들이 감염 부위로 재빨리 이동해 바이러스가 발을 붙일 수 있는 기회를 얻기 전에 이들을 소탕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연구진은 설명했습니다.
두 딸을 포함해 가족 전체가 양성 판정을 받은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는데요. 사례에서 여섯 살과 두 살의 두 딸은 가볍게 콧물이 나는 경미한 증상을 보였지만 이들의 부모는 극심한 피로감과 두통· 근육통·식욕 부진· 미각 상실 등의 증상을 겪었고, 부모는 완전히 회복되는 데 2주가 소요됐습니다.
진행자: 생소한 의학 용어들이 자주 등장하는데요. 손상된 조직 복구와 감염 해소를 돕는 백혈구인 ‘호중구’의 활성화라고 했는데, 호중구란 어떤 것인지 잠시 알아보고 건너가죠.

호주 연구팀, 아이들이 코로나19에 강한 이유 밝혀 Source: AAP
유화정 PD: 먼저 혈구에는 잘 알고 계시듯 적혈구 혈소판 백혈구 이렇게 세 가지가 있는데, 이중 적혈구(Red Blood Cell)는 폐를 통해 들어온 산소를 붙여서 온몸에 산소를 구석구석 전달해주고 대신 몸에서 나온 이산화탄소를 다시 심장을 거쳐 폐로 보내서 호흡을 통해 체외로 배출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적혈구의 헤모글로빈이 기준치 이하로 떨어질 때 빈혈이라고 하죠.
반면 백혈구는 혈액 내 세균이나 박테리아가 우리 몸을 침범했을 경우 세균을 파괴하고 방어하는 첫 번째 방어선으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백혈구 중에서도 또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호중구인데, 호중구는 세균이나 바이러스와 싸우는 대표적 백혈구로 전체 백혈구의 50-70% 정도를 차지합니다.
암 환자는 여러 번에 걸친 항암제 치료로 인해 호중구가 감소되기도 하고, 또 바이러스성 감염 질환에서도 호중구 감소증이 나타날 수 있는데, 심각한 경우 생명에 위협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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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앞서 “코로나19에 감염된 아이들에게서 호중구가 활성화됐다”라는 호주 머독 아동연구소의 규명이 이제 좀 명확히 이해가 되는데요. 결국 백혈구 속 ‘호중구’가 코로나19에 감염된 아이들이 중증으로 진행되는 것을 막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이군요.
유화정 PD: 그렇습니다. 성인 감염자들에게서는 이러한 강력한 선천 면역반응이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또한 코로나19에 노출됐지만, 진단검사에서 음성으로 나타난 아이들 역시 성인과 달리 노출 후 7주가 될 때까지 호중구 수가 증가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이와 같은 작용으로 인해 아이들이 코로나19로부터 어느 정도 보호를 받았을 것이라는 것이 연구팀의 분석입니다.
호주 멜버른대 머독 아동연구소의 이 같은 연구 결과는 지난해 영국의 과학 전문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 최신호에 실려 학계와 매체로부터 크게 주목을 받았습니다.
진행자: 미국의 또 다른 연구에서도 ‘아동과 청소년이 코로나19로 인해 사망할 확률이 어른에 비해 9배나 낮다’며 이는 아동과 청소년이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선천면역체계가 훨씬 강력하기 때문이라는 동률의 진단이 나왔었죠.
유화정 PD: 알버트 아인슈타인 의과 대학 연구진은 아이들에게는 선천성 면역 체계에 속한 일부 물질이 더 많아 해당 면역 반응도 더 활발하게 일어나는 것으로 규명했습니다.
연구진은 특히 면역세포가 분비하는 단백질인 사이토카인에 주목했는데, 선천성 면역 반응을 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두 종류의 사이토카인이 어른보다 아이에게서 더 많이 발견됐습니다.
또 환자가 어리면 어릴수록 선천면역과 관계된 특정 사이토카인 농도는 높게 나타났습니다. 독일에서도 이와 유사한 연구가 있었습니다.
진행자: 가장 최근, 어떤 코로나19 환자가 중증이나 위중증으로 갈지를 감염 초기에 예측이 가능한 생물지표(biomarker)가 발견됐다는 소식이 전해져 학계가 주목했는데요.

어른보다 아이가 코로나에 강한 이유는…"선천면역계 더 쓴다" Source: AP
유화정 PD: 미국 스탠퍼드대의 연구로 지난달 18일 저널 '사이언스 중개 의학'(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에 실린 내용입니다. 현재까지의 통계로 볼 때 코로나19에 걸린 사람 가운데 중증이나 위중증으로 가는 경우는 20%를 넘지 않고 있고 나머지 80%는 가벼운 증상을 보이다가 회복하는 게 일반적인데요.
스탠퍼드 연구진은 감염 초기에 예측이 가능한 생물지표 발견으로 앞으로 코로나 19 감염 직후 감염자의 혈액을 채취해 분석하면 약 80%의 정확도로 중증·위중증의 예측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또 연구진은 같은 바이러스에 감염됐는데 누구는 무증상, 누구는 중증 위중증으로 정도의 차이를 보이는 건 개인별로 면역 반응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아이들을 포함해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19에 감염돼도 아무런 증상을 보이지 않는데, 그렇다면 무증상자는 ‘과연 언제까지 전염력이 있을까’ 이 부분도 상당히 궁금증을 유발하는데요.
유화정 PD: 코로나19 감염자의 40.5%, 즉 열 명 중 네 명은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무증상자라는 연구 결과가 일단 나와 있고요. 무증상자라도 유증상자와 감염 기간은 동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면역학자 소리아노 박사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에 감염돼도 대체로 증상이 없는 아이들을 연구한 결과, 어린이 무증상자의 바이러스 양이 성인 유증상자와 동일하다는 사실도 알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의학협회가 밝힌 바로는 코로나 19감염 사례 중 약 25%는 무증상 감염자에 의해 전파될 수 있는데, 이런 경향은 다른 변이보다 오미크론에서 더 높은 확률로 나타났습니다.
무증상자는 자가격리 또는 다른 확산 방지 노력을 하지 않기 때문에 유증상자보다 다른 사람을 전염시킬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이 그 이유입니다.
진행자: ‘타고난 면역 체계 덕분에 아이들은 성인에 비해 코로나19에 감염되는 사례가 적거나 감염돼도 중증 환자로 진행될 가능성 적다’는 사실 여러 연구 사례를 통해 짚어봤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