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겨울 난방도 걱정, 전기요금도 걱정, 주택 대출금리는 더 걱정이죠. 그런데 여러분, 집을 친환경적으로 바꾸면 대출 이자까지 깎아준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멜번에 사는 아만다 펑(Amanda Fung)씨는 올해 초, 가스레인지 대신 인덕션, 그리고 전기 에어컨과 온수기로 교체했습니다. 업그레이드에 약 1만2000달러를 썼지만, 대출 금리를 0.75%포인트 낮출 수 있었고, 매달 이자만 약 1000달러나 절약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런 혜택은 누구나 받을 수 있을까요?
요즘 몇몇 은행에서는 '그린 론(Green Loan)' 또는 '친환경 주택 대출 할인' 상품을 운영 중입니다. 태양광, 인덕션, 고효율 에어컨, 이중창, 단열재 같은 친환경 설비를 설치하면 이자율을 최대 0.75%포인트까지 낮춰주는 대출 상품이에요.
예를 들어, Bank Australia는 친환경 리노베이션을 한 고객에게 변동금리 0.75% 할인을 제공했는데요, 너무 인기가 많아서, 최근에는 일시적으로 신청을 중단할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 제도를 모르는 사람이 많습니다. 왜일까요?

Energy efficiency measures can save homeowners money on their electricity bills, as well as on their mortgages. Source: SBS News
또 다른 이유는 집의 에너지 효율을 공식적으로 인증받는 절차가 복잡하고, 비용도 많이 들기 때문인데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지금까지 새로 지어지는 주택에만 적용되던 ‘에너지 등급 평가 대제도(Nationwide House Energy Rating Scheme, NatHERS)‘를 2025년부턴 기존 주택에도 포함시키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제도가 정착되면, 앞으로 우리 집 에너지 등급에 따라 이자율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뜻이죠.
네덜란드처럼 모든 집에 등급을 부여하고, 대출 금리와 연동하는 방식이 도입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정말 비용 대비 효과가 클까요?

Boosting a home's energy efficiency to five stars could also reduce the need for heating and cooling by 40 per cent. Source: SBS News
태양광, 단열재, 이중창, 인덕션, 히트 펌프 온수기 등 거의 모든 부분을 바꿨는데요,
그 결과, 에너지 등급이 1등급에서 무려 7.9등급으로 뛰었고, 전기 사용량도 46%나 줄었습니다.
이자 할인까지 받게 돼서, 집도 따뜻해지고 지갑도 따뜻해졌다고 하네요.
정부도 나서고 있습니다. 호주에는 현재 약 1100만 가구가 있는데요, 정부는 이 가운데 70%가 에너지 등급 3등급 이하라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 가구들을 5등급 이상으로 끌어올릴 경우, 냉난방 에너지 사용을 40%나 줄일 수 있다고 합니다.
빅토리아주는 2027년부터 임대주택에도 최소한의 단열 기준과 에너지 효율 요건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는데요. 임대주택에 단열재, 절수형 샤워기 등을 의무화한다는 내용입니다.
정부와 은행이 손잡고 친환경 주택을 유도하려는 움직임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은행에서 이용할 수 있을까요?

Draughtproofing a home can reduce energy use for heating and cooling. Source: Getty / Westend61
예를 들어, RACQ는 이자율 2.79%라는 초저금리 대출을 제공하고 있고, 커먼웰스 은행은 에너지 효율 개선용 개인 대출을 연 3.99% 이율로 제공하면서, 설치 비용 일부를 현금으로 환급해주기도 해요.
하지만 은행마다 조건이 다르고, 신청 절차도 복잡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최근엔 28Watt라는 플랫폼도 등장했는데요, 설비업체 견적서를 업로드하면 가장 저렴한 대출 상품을 자동으로 추천해주는 서비스입니다.
주의할 점도 있습니다.
설비업체들이 간편하다는 이유로 ‘무이자 할부 상품’을 더 많이 추천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이 경우 이자가 없더라도 기기 가격에 수수료가 붙는 경우가 많아, 오히려 총 비용이 더 높아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가능한 한 현금가 기준 견적을 받아놓고, 낮은 금리의 그린 론을 따로 알아보는 게 유리할 수 있습니다.
집을 친환경적으로 바꾸는 데는 초기 비용이 들지만, 전기요금 절감, 주택 가치 상승, 대출 이자 절약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습니다.
다만 아직까지는 신청 방법이나 인증 절차가 복잡하고, 홍보가 부족한 게 현실이죠. 정부와 금융권이 제도를 정비하고, 소비자들도 조금 더 관심을 갖는다면 앞으로는 "내 집 에너지 등급이 내 이자율을 정한다"는 시대가 열릴 수도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상단의 오디오를 재생하시면 뉴스를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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