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금파리 한 조각>은 12세기 고려시대 도자기 마을을 배경으로 깨어진 도자기 조각, 사금파리를 통해 아름다운 고려청자와 도공들의 열정, 그리고 주인공 목이의 꿈을 향한 여정을 감동적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한국계 미국인 작가 린다 수 박은 2002년 <사금파리 한 조각A Single Shard>로 동아시아 최초 뉴베리 메달을 받았습니다. '우리에겐 다양한 책들이 필요해(We Need Diverse Books)' 운동에 참여하는 등 지난 20여년간 미국 어린이청소년 문학이 지금처럼 '다양성'을 중시하는 흐름으로 나아가도록 길을 닦아온 대표적인 작가입니다.
SBS 오디오 책갈피!
책 속 한 문장, 삶의 한 페이지.
여러분의 마음 한 켠에, 작은 책갈피 하나 꽂아 드려요.
안녕하세요, SBS 오디오 책갈피 유화정입니다.
오디오 책갈피 오늘 함께할 책은 재미교포 2세 린다 수 박 작가의 <사금파리 한 조각>입니다.
이 책은 2022년 미국 최고의 아동 문학상, 존 뉴베리 메달을 수상하며 전 세계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받았습니다.
그 시작은 작가의 아주 개인적인 고민에서 출발했습니다.
우리 가족은 집에서 한국 음식을 먹고,
한국 명절을 지키며 자랐어요.
하지만 저는 한국말을 배우지 못했고,
부모님도 한국에 대해 특별한 이야기를 들려주시지 않았죠.
어른이 되어 내 아이들을 갖고 나서야,
우리 아이들에게 한국을 어떻게 알려줘야 할지 모른다는 걸 깨달았어요.
작가는 이렇게도 이야기합니다.
이 책을 쓰는 동안, 부모님과 한국에 대해 정말 많은 대화를 나눴어요.
부모님도, 저도 비로소 서로를 조금 더 이해하게 되었죠.
그렇게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하나하나 배워 가면서, 작가는 다른 미국인들도 나아가 세계인들도 한국을 알고 싶어할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 생각은 곧 한국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로 이어졌고 그 첫 번째 책이 바로, <A Single Shard 사금파리 한 조각>입니다.

'사금파리 한 조각' 책 표지
아름다운 청자가 만들어지던 도자기 마을 전라북도 부안 줄포 마을입니다.
하루하루 쓰레기더미를 뒤지며 살아가는 고아 소년 목이.
그를 돌봐준 유일한 가족인 두루미 아저씨와 함께 다리 밑에서 살아가던 목이에게는 간절한 꿈이 하나 있습니다.
"도공이 되고 싶다"
하지만 현실은 쉽지 않았죠.
어느 날, 마을 최고의 도공 민 영감의 도자기를 몰래 훔쳐보다 그만 소중한 도자기 그릇을 깨뜨리고 맙니다.
그 일을 계기로,
목이는 민 영감의 공방에서 일을 하며 도자기의 세계에 한 걸음, 발을 들이게 되는데요.
고된 일과 차가운 시선을 견디며 목이는 끝까지 꿈을 향해 걸어갑니다.
이 책에는 한국의 전통이 참 따뜻하게 스며 있습니다.
우선 제목 '사금파리'는 도자기 그릇이 깨져 흩어진 작은 조각을 말하는 순우리말입니다. 작가는 이 '사금파리'라는 말의 소리를 너무 좋아했다고 해요.
'목이'라는 주인공의 이름도 참 특별합니다.
'목이'는 썩은 나뭇가지 속에서 자라나는 귀처럼 생긴 목이버섯에서 따온 이름인데요.
어디서든 꿋꿋이 자라나는 목이의 삶을 꼭 닮았습니다.
목이를 돌봐준 두루미 아저씨.
여기서 '두루미'는 학이 날기 전에 한 발로 서 있는 모습을 연상할 수 있죠. 아저씨는 다리가 하나 없지만 이 책에서는 그 모습마저도 부드럽고 아름답게 그려냅니다.
작가는 독자들이 세상을 조금 더 따뜻하게 바라볼 수 있도록 이름 하나에도 정성스레 마음을 담았습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책을 통해 한 아이가 어떻게 꿈을 향해 가는지
그리고 한 작가가 어떻게 자신의 뿌리를 찾아가는지
두 가지 여정이 아름답게 겹쳐지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책의 마지막은 우리 도자기 고려청자 한 점을 소개하며 조용히 이야기를 맺음합니다.

2022 뉴베리 수상작 'A Single Shard'
옅은 청자색 바탕 위에 마흔여섯 개의 둥근 음각 무늬.
그 안에는 우아하게 비상하는 학, 순우리말로는 두루미가 날고 있고 구름 사이로도 수많은 두루미들이 자유롭게 날아다닙니다.
누가 만든 도자기인지는 남아 있지 않지만, 왠지 이 매병은도공이 된 '목이'가 만든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죠.
두루미 아저씨에 대한 그리움, 사랑, 감사의 마음을 담아
목이는 그렇게 세상에 단 하나뿐인 아름다운 청자 매병을 완성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작은 사금파리 한 조각.
흩어진 조각 같지만 어쩌면 그 안엔 세상의 모든 이야기가 담겨 있을지도 모릅니다.
오디오 책갈피
오늘 함께 한 린다 수 박 작가의 <사금파리 한 조각>.
여러분의 마음 한 켠, 작지만 오래 남을 책갈피 하나 꽂아 드렸길 바라봅니다. 지금까지 유화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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