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남주 작가의 <82년생 김지영>은 2016년 출간 직후 큰 반향을 일으키며 밀리언셀러에 오른 작품입니다. 평범한 여성의 삶을 따라가며 드러나는 일상 속 젠더 불평등을 담담하게 그려내, 한국 사회에 깊은 질문을 던졌습니다.
2019년에는 정유미, 공유 주연의 동명 영화로도 제작돼, 대중적 관심을 다시 한번 모으며, ‘페미니즘’과 ‘젠더 감수성’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본격적으로 확산시켰습니다. 20여 개 언어로 번역돼 전 세계에서도 공감과 논란 속에 뜨거운 반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오디오 책갈피!
책 속 한 문장, 삶의 한 페이지.
여러분의 마음 한켠에 작은 책갈피 하나 꽂아드려요.
안녕하세요. SBS 오디오 책갈피 유화정입니다.
2016년, 한국 사회에 하나의 거대한 대화를 불러온 책이 있었습니다. 누군가는 이 책에 울컥했고, 누군가는 고개를 저었습니다.
한동안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좀처럼 내려오지 않았고, 그 대화의 파장은 지금까지도 독자들의 공감과 해석 속에서 뜨겁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오디오 책갈피, 오늘 만나볼 책은 조남주 작가의 <82년생 김지영>.
소설은 많은 분들이 기억하시듯, 2019년 동명의 영화로도 제작돼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82년생 김지영>은 1982년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한 여성의 삶을 따라갑니다.
평범한 가정에서 자라고, 학교에 다니고, 직장을 다니며, 결혼과 출산을 겪는 이야기. 하지만 그 평범한 일상 속엔 우리가 너무 익숙해서 지나쳐왔던 불평등과 차별이 깊숙이 숨어 있었습니다.
조남주 작가는 김지영의 삶을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담담히 따라가며, 그와 같은 시대를 살아온 여성들의 현실을 객관적인 통계와 함께 보여줍니다.
소설은 ‘김지영 씨’가 어느 날 갑자기 다른 사람처럼 말하고 행동하는 이상 증세를 보이면서 시작됩니다. 정신과 상담이라는 프레임을 통해 어린 시절부터 사회생활, 결혼과 육아에 이르기까지의 삶이 하나하나 되짚어지죠.
1982년부터 2015년까지 이어지는 시간의 흐름 속엔 김지영 한 개인의 기록을 넘어, 같은 시대를 살아낸 수많은 사람들의 공통된 경험이 담겨 있습니다.
작가는 소설 속에서 주인공을 내내 3인칭인 ‘김지영 씨’라고 부르는데요. 지영이란 이름은 실제로 1982년, 가장 흔한 여자아이 이름 중 하나였습니다. 이 보편적인 이름은 특별하지 않지만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삶을 대변합니다.
책 속 한 페이지를 넘겨 봅니다.
“주어진 일을 해내고 진급하는 과정에서 성취감을 느꼈고, 내 수입으로 내 생활을 책임진다는 것이 보람 있었다. 그런데 그 모든 것이 끝났다.
김지영 씨가 능력이 없거나 성실하지 않은 것도 아닌데 그렇게 되었다. 아이를 남의 손에 맡기고 일하는 게 아이를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듯, 일을 그만두고 아이를 키우는 것도 일에 열정이 없어서가 아니다.” -책 속의 문장 중에서
이 책은 많은 여성 독자들로부터 “내 이야기 같다”는 공감을 받았습니다. 동시에 “일방적이다” “불편하다”는 비판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엇갈린 논란조차 이 책이 던진 질문의 무게를 보여주는 반응 아니었을까요?

82년생 김지영 / 민음사·롯데엔터테인먼트
그녀는 왜 그렇게 되었을까? 가 아니라
우리는 왜, 그것을 당연하게 여겨왔을까?
<82년생 김지영>은 비단 여성만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우리 모두는, 어떤 방식으로든 사회의 기대와 틀에 맞춰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그 과정에서 누군가는 더 많이 감내하고, 더 오래 말하지 못해 왔다는 사실을 생각해보게 합니다.
책의 마지막은 솔직히 말해 좀 씁쓸합니다.
무언가 바뀔 것 같은 희망이 잠시 스치지만 다시 현실의 벽에 막히는 막막한 느낌..
소설 속 김지영 씨는 세상을 바꾸는 결단을 내리지 않습니다. 그저.. 살아가죠. 그런데 그 무력함이 오히려 더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이 책은 그동안 개인의 문제로만 여겨졌던 현실을 사회적 구조의 문제로 다시 바라보게 만들고, 우리가 함께 살아가기 위해 서로에게 어떤 이해와 배려가 필요한지를 묻고 있습니다.
오디오 책갈피,
오늘은 공감과 논란 사이 여전히 뜨거운 이야기로 회자되는 소설, 조남주 작가의 <82년생 김지영> 함께했습니다. 여러분의 마음 한켠 에 작은 책갈피 하나 남겨드렸기를 바라며, 지금까지 유화정이었습니다.
호주 공영방송 SBS(Special Broadcasting Service) 한국어 프로그램의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하세요. 구글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에서 SBS Audio 앱을 다운로드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