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 책갈피: 이민자의 감정에 이름을 붙이다... '마이너 필링스'

Minor Feelings by Cash Park Hong

Cathy Park Hong, author of Minor Feelings, named one of TIME’s 100 The World’s Most Influential People

미국 한인 2세 캐시 박 홍의 마이너 필링스(Minor Feelings)는 말해지지 않았던 '소수적 감정'을 통해 이민자의 삶과 우리가 속한 사회를 다시 바라보게 하는 에세이입니다.


SBS 오디오 책갈피. 한국어와 영어로 읽을 수 있는 책을 소개합니다.

오디오 책갈피, 책 속 한 문장, 삶의 한 페이지. 여러분의 마음 한켠에 작은 책갈피 하나 꽂아 드려요. 안녕하세요. SBS 오디오 책갈피 유화정입니다.

처음엔 한 여성 시인의 조용한 고백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야기가 이어질수록 이 글은 한 개인의 삶을 넘어 우리가 오래 외면해 온 어떤 감정들, 그리고 사회의 구조를 향해 나아갑니다.

2020년 미국에서 출간된 이 에세이는 이듬해 한국 독자들에게도 전해지며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미국 문학계가 먼저 주목하고 이제는 전 세계 독자들이 함께 읽고 있는 이야기.

오늘 오디오 책갈피는 캐시 박 홍의 '마이너 필링스'를 함께 펼쳐 봅니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Minor Feelings를 우리말로 옮기면 소수적 감정입니다.

저자는 이 감정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내가 인식하는 현실이 끊임없이 의심받거나 무시당하는 것에서 자극받아 생긴 부정적이고 불쾌한 인종화된 감정.”

이를테면 분명 인종차별을 경험했는데도 “그건 네가 예민해서 그래”라는 말을 들을 때 그 순간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 그것이 바로 마이너 필링스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이 감정은 존재하지만 쉽게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스스로를 먼저 의심하게 되지요. “이게 정말 차별이 맞을까? 내가 잘못 느낀 건 아닐까?” 이 책은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됩니다.

겉으로 보기엔 성공했고 사회 속에 잘 적응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끊임없이 반복되는 미묘한 차별과 배제의 경험이 쌓여 있습니다.

노골적인 폭력이 아니라 농담처럼 지나가는 말 한마디, 혹은 아무 일도 아닌 듯 스쳐 가는 시선, 그 순간들은 너무 작아서 문제 삼기 어렵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깊이 남습니다.

캐시 박 홍은 한국계 이민 2세대로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시인이자 대학에서 문예 창작을 가르치는 교수입니다. 그의 부모는 1965년 미국 이민법 개정 이후 더 많은 아시아계 이민자들이 들어오던 시기에 미국으로 건너갔습니다.

당시 아시아인에게는 '모범 소수자'라는 말이 따라붙었습니다. 성실하고 조용하고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사람들. 겉으로는 긍정적인 평가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하나의 틀, 보이지 않는 기준이었습니다. 그 틀 안에 있을 때만 괜찮은 존재로 인정받는 구조.

이 책에서 또 하나 중요한 축은 부모 세대와의 거리입니다. 이민 1세대에게 망각은 생존의 방식이었습니다. 과거를 돌아보지 않는 것, 그것이 삶을 버텨내는 방법이었기 때문입니다.

XL.jfif
마이너 필링스 Minor Feelings 한국어 판

하지만 자식 세대는 그 잊힌 기억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려 합니다. 기억하려는 사람과 잊으려는 사람 사이에 간극, 그 거리에서 부모와 자식 간이라도 서로를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이 책은 2020년 출간 이후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전미 도서 비평가 협회상 자서전 부문을 수상했고, 퓰리처상 일반 논픽션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습니다.

또한 Time이 선정한 ‘올해 최고의 논픽션 도서’에 포함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습니다. 저자는 2021년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도 이름을 올렸습니다.

특히 이 책이 널리 읽히게 된 배경에는 코로나19 이후 확산된 아시아인 혐오가 있습니다. 2021년 미 애틀랜타 총격 사건으로 6명의 아시아계 여성이 희생되면서 그동안 쉽게 드러나지 않았던 차별 문제가 미국 사회의 전면으로 떠오르게 됩니다.

그때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다시 읽기 시작했습니다. 말로는 설명되지 않던 감정들이 비로소 언어를 얻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과연 자유로운가? 마이너 필링스를 읽다 보면 이 감정이 특정한 누군가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이 책은 우리가 속한 구조를 함께 들여다보게 만드는 기록입니다.

보이지 않는 감정에 이름을 붙이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자신을 조금 더 이해하게 됩니다. 오늘 오디오 책갈피는 캐시 박 홍의 '마이너 필링스 Minor Feelings'와 함께했습니다. 오늘도 작은 책갈피 하나 남겨 드렸길 바라며 지금까지 유화정이었습니다.

상단 오디오에서 오디오 책갈피 팟캐스트를 들으실 수 있습니다.

호주 공영방송 SBS(Special Broadcasting Service) 한국어 프로그램의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하세요. 구글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에서 SBS Audio 앱을 다운로드할 수 있습니다.

매일 방송되는 한국어 프로그램 전체 다시듣기를 선택하시려면 이곳을 클릭하세요. SBS 한국어 프로그램 팟캐스트는 여기에서 찾으실 수 있습니다. 


Share

Follow SBS Korean

Download our apps

Watch on SBS

Korean News

Watch it onDemand

Watch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