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일 PD (이하 사회자): 주간 경제 브리핑 함께하고 계십니다. 계속해서 강혜리 리포터와 함께 호주 생활 경제 쉽고 재미있게 짚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강혜리 리포터, 안녕하세요?
강혜리 리포터 (이하 리포터): 안녕하세요 SBS 애청자 여러분, 매주 여러분의 생활에 밀접한 경제 뉴스를 가져오는 강혜리 입니다.
사회자: 오늘은 어떤 소식 가지고 오셨나요?
리포터: 지난주에 화제가 됐던 소식이죠? 조쉬 프라이든버그 연방 재무 장관이 중국의 대형 유제품 회사인 멩뉴(Mengniu) 의 벨라미 인수에 허가 사인을 내렸습니다. 인수 금액 15억, 벨라미는 자사 평가 호주의 오가닉 분유 업계 1위고요, 전체 분유 업계에선 호주 4위 규모입니다.
사회자: 사실 호주 회사가 외국 자본에 팔리는 게 어제오늘의 일은 아닌데요. 이번 소식이 특별히 이슈가 되는 이유는 뭘까요?
리포터: 일단 지난 2015년 11월의 악몽부터 떠올려야 할 것 같습니다. 기억나시죠? 전국 호주 슈퍼마켓에서 고급 분유가 동났던 사건인데요.
사회자: 네. 매년 11월 11일은 중국 싱글스 데이죠. 여기로 치면 블랙 프라이데이 같은 날인데요. 2015년 이 날 전후로 중국에서 호주산 분유의 수요가 치솟는 바람에 생긴 일이었죠. 호주에 사는 중국인들이 슈퍼마켓에서 대량 구매한 분유를 인터넷을 통해 판매해서 큰 수익을 올렸고요.
리포터: 그렇죠. 우리 애가 먹어야 할 분유를 중국에 새치기 당했다고 느낀 부모들 불만이 대단했었죠. 인터넷에는 쇼핑 카트 가득 분유를 사는 중국 여성의 동영상이 올라와 호주 네티즌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습니다.
사회자: 그래서 한 사람당 한 번에 몇 통 까지로 구매 제한이 걸리기도 했었죠. 어떻게 보면 호주 브랜드가 중국에서 이 정도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게 자랑스러울 법도 한데요. 대체 이런 인기의 비결은 뭘까요?
리포터: 먼저 중국에서 2008년 일어난 분유 파동이 큰 몫을 했는데요. 중국산 분유에 플라스틱을 만들 때 쓰는 공업용 멜라민이 섞여 있었다는 중국 정부의 발표가 있었죠. 이를 먹은 유아 30만 명이 병에 걸리고, 6명은 사망까지 이른 사건이었는데요. 이후 중국인들은 중국 분유를 믿지 못하게 됐다고 합니다.
사회자: 아기들이 먹는 분유에 어떻게 그런 짓을 한 걸까요? 다시 들어도 정말 가슴 아픈 일인데요. 그런 일이 일어난 후 벌써 십년 이상이나 신뢰 회복이 안되고 있는 거군요. 아이들에게 정말 좋은 것만 먹이고 싶은 부모 마음, 이해는 갑니다만….
리포터: 그렇죠. 게다가 중국 경제가 성장하고 중산층이 많아지는 만큼 더 좋은 제품에 대한 수요는 계속 높아지고 있습니다. 2018년, 중국에서는 1500만 명 이상의 아기가 태어났고요, 2014년 산아 제한 정책이 풀림에 따라 출산율도 어머니 한 명당 1.63 명으로 늘어났다고 합니다.
사회자: 엄청난 숫자네요. 이전에는 한 가정에 한 아이였으니까, 출산율이 1.63배 늘어난 거나 마찬가지잖아요?
리포터: 그렇습니다. 게다가 10년 안에 1억 4천만의 가족이 중산층으로 진입한다고 하니까요. 프리미엄 제품 수요 상승에 대한 기대가 굉장히 높은 상황입니다.
사회자: 분유 파동을 생각하면 아무래도 호주가 자연이 깨끗한 나라라는 인식이 주효한 것이겠죠? 벨라미도 오가닉 분유를 비롯해서 오가닉 제품을 전문으로 파는 타즈매니아 회사고요.
리포터: 네. 또 호주에 이어 영국이나 뉴질랜드 산 제품도 인기가 있다고 하는데요. 아까 말씀드린 중국의 출산율과 중산층에 대한 자료는요, 호주 주식시장에 상장된 뉴질랜드 유제품 회사, a2밀크 (a2Milk)에서 발표한 것인데요. a2밀크는 9월 중국에서 투자자들을 초대하여 투자 설명회를 가졌다고 합니다.
사회자: 지난 9월이면, 멩뉴가 벨라미에 15억 오퍼를 제안한 시점인데요. 다들 발 빠른 투자 유치를 하고 있었군요. 9월에는 또 다른 상장 회사인 분유 회사 법스 오스트레일리아(Bubs Australia)도 중국을 2주간 방문했다죠?
리포터: 그렇습니다. 법스 오스트레일리아는 벨라미처럼 큰 회사는 아니지만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회사라고 하는데요. 현재 호주 분유시장은 빅 5 업체가 84%를 차지하고 있는데 비해, 중국은 아직 37퍼센트라고 합니다. 기존 빅 플레이어 외 새로운 업체에도 가능성이 열려 있는 것이죠.
사회자: 빅 5가 호주 시장의 84%나 차지하고 있군요. 그런데 벨라미가 4위라고 하셨잖아요. 만약 이 인수 이후, 벨라미가 중국 수요를 위주로 분유를 공급하게 된다면 호주 소비자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는 건지도 정말 궁금한데요.
리포터: 그 우려가 사실 이번 인수를 반대하는 의견 중의 하나인데요. 인수를 허가한 조쉬 프라이든버그 연방 재무 장관은 국내 시장에는 절대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사회자: 또 다른 반대 의견들도 있나요?
리포터: 전 국민당 당수 바나비 조이스는 이번 인수가 호주의 한 부분이 외국 자본에 팔리는 것이라며 비난했는데요. 이건 아무래도 최근 호주 사람들의 불안 중 하나를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최근 정부가 국내 대학 외세 개입 차단 지침을 발표했죠?
사회자: 그렇죠. 대학과 내무부 및 호주 안보정보국의 정보 전문가들이 국내 대학을 겨냥한 외세의 “전례 없는” 개입 위험에 맞서야 한다고 내놓은 지침이었죠.
리포터: 외세가 곧 중국이라고 특정하진 않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중국을 상당 부분 염두에 두고 있다고 생각하는 지침인데요. 아무래도 중국이 호주에 경제적, 정치적으로 점점 많은 영향을 끼치게 되니까 호주인들의 불안감이 좀 커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회자: 참 어려운 부분이네요. 특히 벨라미는 타즈매니아 가족이 시작한 그룹이잖아요. 한 엄마가 자신의 아이들을 먹이기 위한 것을 만들면서 시작했다는 역사가 있는데요. 호주인들, 특히 타즈매니아 사람들 입장에선 굉장히 가족같이 느끼는 기업이겠죠?
리포터: 특히 경영자가 바뀌어도 일자리가 유지될 것인가, 그룹의 아이덴티티를 지킬 수 있는가 등이 주된 우려인데요. 이를 위해 연방 재무 장관은 이번 인수에 여러 조건을 걸었어요. 첫째로는 벨라미의 이사진 대다수가 호주에 거주하는 시민권자일 것, 둘째는 향후 10년간 호주에 본사를 둘 것, 셋째는 1200만 달러를 빅토리아에 있는 공장에 투자할 것입니다.
사회자: 굉장한데요. 15억 달러에다가 이 정도까지 할 만큼 벨라미의 가치가 있는 건가요?
리포터: 이것도 약간 논란의 여지가 있는데요. 중국 유제품, 특히 분유 마켓 전망이 워낙 밝다 보니까 15억 달러도 적다는 말이 있어요. A2 밀크의 창업자이자 사장, 크리스티 카 (Kristy Carr)의 말인데요.
사회자: A2밀크도 벨라미처럼 중국에서 이미 굉장히 선전하고 있는 브랜드인데요. A2 밀크는 벨라미가 중국 시장 흐름에 따라 주식 가치가 급변했던 반면에 계속해서 꾸준히 가치가 상승한 브랜드죠?
리포터: 맞습니다. 지난 회계연도만 해도 순이익이 48% 늘었거든요.
사회자: 대단하네요. 오가닉 브랜드인 벨라미처럼, 제품의 영양적 가치를 특화 한 제품을 제공하는 등 공통점도 많고요. 그만큼 벨라미와 비슷한 눈높이에서 중국 시장을 잘 알고 있을 것 같은데요.
리포터: 그렇습니다. 그러나 한 경제 전문가는 멩뉴의 오퍼가 대부분 현찰로 지급될 것이라는 점, 멩뉴가 중국 정부를 주주로 둔 안정된 회사라는 점, 주주들과 이사회도 이 오퍼에 호의적이라는 점을 들어 오퍼가 들어온 지난 9월부터 이 건이 성사될 것을 예견했습니다.
사회자: 그런데 중국 정부가 멩뉴의 주주인 점도 국회 의원들의 우려를 사고 있다고요?
리포터: 네. 세계 10위 규모의 유제품 회사 멩뉴의 주식의 16%를 중국 정부 소유의 식품회사인 코프코(Cofco)가 소유하고 있다고 합니다. 멩뉴는 십 년 전에는 세계 18위였지만 적극적 기업 인수 합병을 통해 이렇게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고 합니다.
사회자: 이런 급성장의 배후엔 중국 정부의 지원이 있었단 거군요?
리포터: 없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중국 내 유제품 수요가 높아지는 상황이기도 하니까요. 그런데 현재 벨라미 분유 제품은 높은 수요에도 불구하고 온라인에서만 거래되고 있습니다. 2015년 당시에는 거의 두 배 가격에 거래됐다고 하는데요.
사회자: 호주에 거주하는 중국인들이 슈퍼마켓에서 위챗으로 판매자와 직접 비디오 챗으로 연결해서 페이팔로 송금을 받아 판매하는 영상도 올라오고 했었죠. 그런데 소비자 입장에서는 두 배를 부당하게 지급한 건데, 어떻게 이런 일이 계속될 수 있었죠?
리포터: 중국 내 분유의 주요 판매처는 슈퍼마켓 등 소매점인데요. 벨라미가 오랜 기간 중국 정부에 판매 허가를 신청했지만, 중국 정부가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고 합니다. 여기에 대해 타즈매니아 의원들은 이것이 중국 정부가 결국 벨라미를 사려고 큰 그림을 그린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제기했어요.
사회자: 말하자면, 벨라미가 중국 소매점 판매 허가가 났었다면 기업 가치가 상승해서 더 높은 가격에 팔릴 수도 있었다는 건가요?
리포터: 바로 그렇습니다. 타즈매니아 상원 의원 위시-윌슨(Whish-Wilson)은 중국 정부의 허가 지연 때문에 벨라미 주가가 반 토막이 난 상황에서 중국 정부 소유 기업이 나타난 것이 과연 우연의 일치인지, 증명하기는 어렵지만 우려를 제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사회자: 벨라미의 성장이 중국 판매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라 심증은 있지만 확증은 없는 상황이군요. 주주들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리포터: 주주들은 과정이야 어찌 됐든, 벨라미가 그동안의 롤러코스터에서 이제 탄탄대로로 진입했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이번 인수 허가 이후 벨라미의 주가는 2.1퍼센트 상승을 기록하며 작년 7월 이후 최고가를 기록했습니다.
사회자: 사실 중국이 세계의 큰 시장인 것은 사실이고요. 호주가 수혜를 볼 수 있다면 이 부분을 슬기롭게 이용해야 할 것 같습니다.
리포터: 시드니 모닝 해럴드는 중국과 비슷한 시간대와 지리적인 접근성, 중국 유학생들이 많은 점등이 이런 수혜의 한 요인이라고 봤고요. 우유뿐 아니라 호주 와인도 중국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사회자: 그렇군요. 오늘은 호주 4위 규모의 오가닉 분유회사, 벨라미의 중국 회사 인수 허가 소식과 그에 대한 반응들 살펴봤는데요. 호주에서 점점 커지고 있는 중국의 영향에 대해서도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던 것 같습니다. 강혜리 리포터, 유용한 정보 오늘도 감사드립니다.
리포터: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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