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Evil Does Not Exist
-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2023년 작, 베니스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 수상
- 개발로 인해 흔들리는 시골 마을…환경과 인간, 윤리와 삶을 둘러싼 근원적 성찰
- 대사보다 자연의 소리와 시선으로 전개되는 미니멀리즘 영화
유화정 PD: 시네챗 SBS 온디맨드를 중심으로 다시 보면 좋을 영화들을 추천해 드립니다. 오늘도 독일과 유럽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독립 영화 프로듀서 권미희 리포터가 함께합니다. 안녕하세요?
권미희 리포터: 네, 안녕하세요?
유화정 PD: 오늘은 어떤 작품을 만나볼까요?
권미희 리포터: 네, 오늘은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신작이죠, 2023년 작품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evil does not exist>악은>입니다. 제80회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했고 이후 다수 영화제에서 수상, 한국에서는 2024년 개봉했었습니다.
유화정 PD: 네. <아사코>, <해피 아워>, <드라이브 마이 카>, <우연과 상상> 등 많은 작품으로 사랑받고 있는, 현재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감독 중 한 명이죠.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이번 신작은 강렬한 정의네요.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제목부터 여러 상상을 불러일으키는데요. 어떤 내용인가요?
권미희 리포터: 네, 영화는 전작보다 더 상징적이고, 시적인 설정들이 가득합니다. 일상의 풍경처럼 보이는 과정과 인물들이 던지는 대사의 이면에 관심을 갖게 하기도 하고요. 이야기의 중심에는 타쿠미와 그의 딸 하나가 있는데요, 이들은 아직 개발의 손이 미치지 않은 일본의 어느 산골에서 살고 있는 부녀입니다. 나무를 베어 장작을 만들고 물을 길어다 우동집에 갖다주는 일 외 하나를 등하교 시키는 일이 전부로 보이는 타쿠미는, 마을 회장 말에 의하면 마을에 대해 모르는 게 없는 일종의 심부름꾼-저는 해결사처럼 느껴졌습니다-이라 하는데요, 뭔가 여유로운 듯 바빠 보이고 속을 알 수 없는 과묵한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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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마을에 글램핑장을 만들겠다는 도쿄의 회사가 사업설명회가 열리고, 사업을 추진하려는 도시 사람들과 그들을 배타적으로, 적대적으로 보는 마을 주민들 간의 미묘한 갈등이 시작됩니다.
유화정 PD: 네. 자연과 개발의 대립, 도시와 산골 마을 사람들의 갈등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 더 깊은 주제가 숨어 있을 것 같은데요.
권미희 리포터: 그렇습니다. 배경이 되는 산골 마을의 풍경과 그곳의 사슴들, 산와사비 등의 식물 등을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 대하고 사용하는지 와, 도시에 살지만 도시를 벗어나고 싶다는 딜레마가 실현될 글램핑장 사업 추진이라는 억지스러운 계획이 사람들을 통해 충돌하는 과정이 조용하지만 날카롭게 부딪힙니다. 그러나 사업 설명회를 진행했던 다카하시와 마유즈미가 설득을 위해 타쿠미를 다시 방문하여 그곳의 매력과 보존의 의미를 깨닫고 생각의 변화를 보여주는 과정에서 영화는 이 에피소드 자체를 심도 있게 다루기보다는, 자연과 인간, 인간과 인간, 선과 악이라는 좀 더 철학적인 은유를 선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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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미희 리포터: 그렇습니다. 다카하시와 마유즈미의 대화, 그들과 타쿠미의 사슴에 관한 대화, 그리고 하나의 실종 후 벌어지는 충격적인 일 등 모든 것이 ‘악은 존재하는 가’의 여부를 쫓게 되는 단서 같은 셈이지요. 나아가 그래서 그 ‘악’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까지 떠오르고요. 영화는 대부분의 장면을 실시간과도 같이 천천히 충분한 시간을 들여 담음으로, 관객으로 하여금 그 시간 내내 등장인물이나 자연과 함께 있음을 체험하게 하고, 그 안에서 그것이 어떤 존재인지 느끼도록 합니다. 여러 의미로 아름답기도 하고 잔인하기도 한 영화지 않았나 싶습니다.

권미희 리포터: 네, 또 흥미롭고 유익한 영화들로 찾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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