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챗: 불시착한 운석처럼...입양인 감독의 시선 '조용한 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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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에 입양된 말레네 최 감독이 자신의 뿌리와 정체성을 투영한 영화, The Quiet Migration. 한국계 입양 청년의 침묵 속 혼란을 절제된 연출로 담아내며,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이방인의 내면을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조용한 이주 The Quiet Migration
  • 덴마크 시골에서 자란 한국계 청년의 소속감 부재와 정체성 혼란
  • 감정보다 침묵, 설명보다 풍경이 말하는 영화…절제된 연출 돋보여
  • 말레네 감독의 개인 경험 담긴 진솔한 서사, 베를린국제영화제 등 호평
유화정 PD: 시네챗 SBS 온디맨드를 중심으로 다시 보면 좋을 영화들을 추천해 드립니다. 오늘도 독일과 유럽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독립 영화 프로듀서 권미희 리포터 함께합니다. 안녕하세요?

권미희 리포터: 네, 안녕하세요?

유화정 PD: 네, 오늘은 저희가 또 어떤 영화를 만나볼까요?

권미희 리포터: 네, 오늘은 말레네 최 감독의 2023년 덴마크 영화 <조용한 이주 the quiet migration>입니다. 저는 이 영화를 2023년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처음 만났었고요, 한국에서는 2024년 개봉하여 한국 관객들을 만났습니다. 말레네 최 감독은 국제 입양 해외 입양이라는 이제 자전적 경험을 주제로 꾸준히 작품을 만들어 왔고 이 ‘조용한 이주’는 그 주제 아래 두 번째 이제 픽션 영화입니다.

유화정 PD: 네 이건 (해외 입양이라는 주제의)픽션 영화예요?

권미희 리포터: 네 그전에 이제 <회귀(2018)>라고 감독님이 만들었던 영화는 이제 허구 다큐거든요. 그러니까 이제 다큐멘터리 형식이나 이제 약간의 픽션이 가미된 작품이라고 알고 있고요. ‘조용한 이주’는 그 주제 아래 두 번째 픽션 영화입니다.

유화정 PD: 네. 한국 2세 감독들의 이민자로서의 정체성 찾기와 관련한 작품들에 대해서는 예전 방송에서 이야기를 몇 번 나눴던 기억이 있는데요. 이번에는 한국에서 해외로 입양되었던 이들의 이야기죠. 또 그 사연에 직접 서있는 감독의 자전적 시선을 통해서 그 정체성과 소속감에 대한 고민을 보다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영화인 것 같습니다. 덴마크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조용한 이주> 먼저 내용 전해주시죠.

권미희 리포터: 성인이 된 ‘칼’이 이제 영화의 주인공인데요. 이제 칼은 부모님이 운영하는 농장 일을 도우면서 이제 아주 단조로운 삶을 살고 있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점점 은퇴를 생각해야 되는 부모님은 칼이 농장을 물려받을 것을 기대하고 또 어느 정도는 그 일을 당연하게 생각을 하지만, 칼은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된 느낌이기도 하고 또 사실은 그럴 마음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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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은 늘 조용하고 감정에 큰 기복이 없어 보이거든요. 근데 체육관에서 청소년들을 마주쳤을 때나 또 친척의 생일 파티에 모인, 친척의 생일 파티에 초대받아서 갔을 때 거기에 모여 있는 친척들이 이제 칼을 대하는 태도, 혹은 그 친척들을 바라보는 칼의 반응을 통해서 그의 성장 과정에 지속적인 차별과 희롱이 있었음을 우리 관객들은 좀 느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어딘지 모르게 칼이 그 공간에서 약간 겉도는 느낌이 들었던 거고요.

또 칼의 생일이 되던 날 이제 엄마는 그런 칼에게 생일 선물로 여행을 제안해요. 엄마랑 같이 어딘가 가자 이런 식으로. 근데 칼은 혼자서 한국에 방문하고 싶다고 말을 합니다.

Trailer Audio Clip

유화정 PD: 자신의 뿌리를 찾고 싶었나 보네요. 이 성장 과정 동안 끊임없이 자신이 이방인이며 다른 모습의 사람임을 느껴온 것 그 이질감, 나도 모르게 각인된 그 외부인이라는 감각 감각 여러 복잡한 감정들 그 괴로움이 정말 와닿기도 하는데요. 그런데 엄마는 칼에게 생일 선물로 여행 제안도 하는 거 보니 덴마크 양부모님과의 사이는 원만했었나 보죠?

권미희 리포터: 네 그렇게 보여요. 영화를 보면 엄마는 상실의 아픔으로 약간 우울증을 앓고는 있는데 칼한테는 언제나 따뜻한 사랑을 표현하고요. 아버지 역시 칼을 아들로 느끼는 게 보이긴 합니다. 하지만 칼이 친척 들의 괴롭힘으로 답답해하면서 아버지한테 그 얘기를 하거든요. ‘아버지는 그런 순간에 늘 침묵한다’고 얘기를 해요. 이런 표현을 미루어서 부모로서의 역할 혹은 칼을 진심으로 이해하려는 부모의 시도 같은 거는 좀 무심하게 넘어가지 않았었나 짐작할 수 있는 거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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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ill-The-Quiet-Migration Credit: Henrik Petit
그리고 사실은 누가 봐도 양부모님이잖아요. 겉으로 보기에 이들이 하나로 보이지 않는 점을 누군가는 계속해서 지적을 하거든요. 칼한테 너는 어디서 왔는지 이런 것들 그러니까 이제 이런 것들이 쌓여 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이것을 대하는 부모님은 부모님의 태도는 약간 좀 무심한 편이죠. 근데 이제 물론 그게 후반부에 약간 좀 많이 도가 지나친 일이 한 번 벌어져요. 그때는 이제 아버지가 처음으로 분노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긴 해요.

유화정 PD: 그런데 이러한 모든 갈등의 순간들이, 영화의 예고편이나 스틸컷을 보면 아이러니하게도 <조용한 이주>라는 제목처럼 아주 조용하고 또 차분하게 이뤄지는 것처럼 보이는데요.

권미희 리포터: 네 그 지점이 저는 영화의 매력 중에 하나라고 생각을 하는데요. 모든 순간이 굉장히 섬세하고 상징적인 묘사로 표현이 됩니다. 그리고 말씀하신 대로 되게 조용해요. 이를테면 영화의 시작과 동시에 농장 주변에 혜성이라고 해야 되나요? 뭔가 하늘에서 큰 돌덩이 하나가 떨어지거든요. 그리고 그 떨어진 돌덩어리 같은 것을 발견한 칼은 그것을 아주 소중하게 간직하기도 하고 또 그 혜성이 떨어진 구덩이에 이제 갑자기 들어가 보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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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Quiet Migration-poster
그러니까 난데없이 마을 한복판에 떨어진 돌 조각처럼 그렇게 그곳에 갑자기 놓여버린 칼이 칼의 상황이 이제 병치되어 보여지는 거죠. 그러니까 감독의 인터뷰에서 그런 얘기가 나오기도 했고요. ’해외 입양이라는 것은 어딘가 지구 어딘가에 갑자기 떨어진 해성과도 같다’라는 얘기를 하기도 했거든요.

유화정 PD: 어 마음 아프네요.

권미희 리포터: 네 그동안에 이제 겪어왔던 소리 없는 상처들에 대한 분노와 폭발은 이제 중간중간에 약간 지진처럼 묘사되기도 해요. 갑자기 벽에 금이 간다든지 좀 약간 울림 같은 게 들리기도 하고 하거든요. 영화는 인물의 서사나 영화적 내러티브보다는이런 식으로 칼이라는 인물의 상황과 심리 상태 또 현재에 굉장히 집중하고 있고요. 감독이 영화를 통해서 사실 전달하고자 했던 주제인 인종 차별에 관하여 조금 다른 영화적 묘사를 만나볼 수 있는 작품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Director interview clip

유화정 PD: 영화 제목처럼 굉장히 조용하지만 또 말씀을 들으니 그만큼 더 울림이 깊은 작품으로 느껴집니다. 감정이 폭발하지 않아도 갈라지는 지진과 같은 상징적인 묘사로 그 깊은 더 깊은 심리적 파동을 전달한다고 할까요? 아무튼 감독의 전개 방식이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조용한 이주 The Quiet Migration>, 단순히 입양인의 이야기를 넘어서 이민자로 살고 있는 우리 모두가 또 느낄 수 있는 그 소속감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 같아서 특별하게 다가옵니다. 권미희 리포터 오늘도 좋은 작품 소개 고맙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권미희 리포터: 네, 또 흥미로운 영화로 찾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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