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유달리 히트하는 외국 영화들이 있습니다. 그 흥행 결과는 영화 자체보다는 우리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려줍니다. 대표적인 예로 <레 미제라블>, <킹스맨> , <인터스텔라>, <비긴 어게인>.. 여기에 2014년 데미안 셔젤 감독의 <위플래쉬>가 추가됩니다.
2015년 아카데미 3개 부문, 골든 글로브, 선댄스 영화제 등에서 각종 상을 휩쓸었던 데이미언 셔젤 감독의 미국 영화, 오늘 소개할 <위플래쉬>는 그간 음악 영화에선 잘 다루지 않았던 재즈 드럼을 중심으로 무자비한 교육 방식의 선생과 신참 학생 드러머가 지닌 광기(狂氣)를 스크린 속에서 폭발시킨 작품입니다.
채찍질을 뜻하는 ‘Whiplash’는 영화 속에서 밴드가 연주하는 재즈 곡의 제목이기도 합니다. 위대한 드러머가 되려는 음악학교 학생과 잔혹하기 짝이 없는 선생의 2인극이라고 할 수 있는 이 무시무시한 영화는 개봉 당시에도 수많은 비평가들의 격찬을 받았지만 우리나라처럼 대중의 사랑을 받은 나라는 거의 없습니다. 또 하나의 한국적 현상인 것이죠. <위플래쉬> 영화 속으로 들어가 봅니다.
미국 명문 셰이퍼 음악학교의 신입생 ‘앤드류’는 ‘버디 리치’ 같은 최고의 드러머를 꿈꾸는 청년입니다. 아직은 학교에서도 평범한 밴드의 메인 멤버조차 되지 못하지만, 언젠가는 학교 최고의 밴드에 들어가기 위해 드럼 스틱을 손에서 놓지 않습니다.
셰이퍼 음악학교에는 ‘플레처’라는 교수가 있는데, 유명 재즈 지휘자로 누구에게나 능력을 인정받는 실력자이지만, 한계의 끝까지 몰아붙이는 잔혹한 교육법으로 악명이 높습니다. 자신의 기준에 조금이라도 모자란 학생에게는 폭언을 일삼고 때로는 폭력까지 마다치 않는 ‘폭군’입니다.
늦은 밤 혼자 연습에 몰두하던 앤드류는 우연히 플레처 교수의 눈에 띄어 그가 꿈꾸던 교내 최고 밴드의 멤버로 발탁됩니다. 플레처는 앤드류에게 당근과 채찍을 번갈아 줍니다. 연습에 들어가기 전에는 자상하게 지도를 하는 듯하다가 막상 연습에 들어가서는 자신의 기준에 들지 못하면 의자를 집어던지거나 폭행을 가하고 인격모독 발언도 서슴지 않습니다.
앤드류는 스승에게 인정받기 위해 고군분투합니다. 손의 물집이 터져 피가 나는 손을 얼음물에 집어넣으면서까지 연습에 열중합니다. 드럼을 향한 그의 열정은 점점 광기 어린 집착으로 이어집니다. 결국 자신의 여자 친구까지 버려가며 중요한 공연의 메인을 차지합니다.
공교롭게도 연주 당일 교통사고를 당한 앤드류는 피투성이가 된 채 무대에 오르지만 플레처 교수는 공연 도중 폭언과 함께 연주를 멈추게 합니다. 이 사건으로 최고의 드러머를 꿈꾸던 앤드류는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고, 이 사건이 계기가 돼 플레처 교수도 학교에서 퇴직당합니다.
그리고 얼마 뒤 두 사람은 우연히 재즈바에서 재회합니다. 플레처는 화해의 의미로 합주를 제안합니다. 그러나 공연 당일 앤드류에게 주어진 악보는 전혀 다른 것이었고, 이는 학교에서 쫓겨난 것에 대한 플레처 교수의 계획된 복수였음을 알게 된 앤드류는 플레처 교수를 뛰어넘어 자신의 주도하에 공연을 이끌어갑니다.
전율이 흐르는 마지막 10분, 두 사람은 재즈의 완성도 앞에서 서로 간에 쌓아 놓은 앙금과 복수심을 뒤로하고 최고라는 경지를 위해 하나가 됩니다.
플레처 역을 맡은 J. K. 시몬스는 이 영화로 제87회 아카데미 영화상 남우조연상을 받았습니다. 앤드류에게만이 아니라 관객에게까지도 압박을 가하는 그의 광기 넘치는 연기는 영화의 분위기를 압도합니다. 또한100분의 러닝타임 동안 관객은 어느새 앤드류의 드럼 비트에 맞춰 고개를 끄덕이고, 영화 속 연주곡에 몸을 싣게 됩니다.
이 영화의 주제라 할 수 있는 부분 즉 플레처의 도덕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교육방법이 옳은가, 나아가서 고통과 인간성의 파괴를 통해서 얻은 위대한 예술이 과연 가치가 있는가 이런 질문들에 대해서는 각기 해석이 다를 수 있습니다.
시네마 토크 오늘은 한국내에서 개봉했던 외국의 다양성 영화들 중 가장 많은 158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던 화제의 영화 <위플래쉬>를 만나봤습니다. 유화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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