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국기’로 간주되는 크리켓이 2021 오스트레일리아 데이에 몸살을 앓았습니다.
통상 ‘오스트레일리아 데이 매치’로 불렸던 1월 26일의 ‘빅 배시 리그’(Big Bash League) 경기를 원주민 단체들의 요구로 호주 크리켓협회가 단순히 ‘1월 26일 경기’로 부르기로 결정하자 반발이 거셌는데요.
호주 크리켓 협회는 최근 원주민 지도자들과의 협의를 거친 후 “오스트레일리아 데이 1월 26일에 추모와 아픔을 떠올리는 원주민들을 적극 포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면서 이 같은 결정을 내린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스콧 모리슨 연방총리는 상당히 분개한 듯 “호주 국민들의 불만에 귀 기울이라”고 일침을 가했지만, 협회는 묵묵부답이었습니다.
어떤 상황인지 이수민 리포터와 함께 자세히 알아봅니다.
오스트레일리아 데이에 대해 호주 원주민 단체들은 경축일이 아니고 애도일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는 캠페인을 계속 펼치고 있는데 스포츠 계에서 여기에 상당히 호응하는 분위기에요.
이수민 리포터: 그렇습니다. 기억하시죠. 호주 럭비의 왕중왕전 State of Origin 2019 대회 사전 행사에서 일부 원주민 선수들이 호주 국가 제창을 거부했잖습니까. 그리고 결국 호주 국가 가사의 일부가 변경된 바 있습니다.
크리켓을 싫어하셔도 호주에 오래 사셨다면 잘 아실 겁니다. 오스트레일리아 데이에는 매년 오스트레일리아 데이 매치로 통칭돼 온 크리켓 경기가 펼쳐지는데, 언급하신대로 올해에는 오스트레일리아 데이 매치라는 호칭을 하지 않기로 한 겁니다. 그러자 스콧 모리슨 연방총리가 상당히 분개하고 있고요. 중년층 이상의 호주인들도 상당히 큰 불만을 터뜨리고 있는 분위깁니다.
진행자: 언급드린대ㅔ로 통상 ‘오스트레일리아 데이 매치’로 불렸던 1월 26일의 ‘빅 배시 리그’(Big Bash League) 경기를 그냥 ‘1월 26일 경기’로 부르기로 결정된 것인데요. 스콧 모리슨 연방총리는 협회 측에 결정을 재고하라고 했지만 협회는 묵묵부답이죠.
이수민 리포터: 결정을 번복하기는 어렵겠죠… 이미 여러 원주민 단체와 협의를 거쳤고, 또 진보진영으로부터는 큰 호응을 얻고 있고요.
진행자: 스콧 모리슨 연방총리가 상당히 화난 듯한 반응을 보였잖습니까.
이수민 리포터: 그렇습니다. 호주 크리켓 협회가 정치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질타한거죠… 이른바 political correctness 이른바 PC 운동이라 불리는 ‘정치적 올바름’ 캠페인에 기반을 둔 포퓰리즘 적 행위라고 맹비난했습니다.
그러면서 “정치에는 관심을 끊고 크리켓 자체에 더 신경을 쓰라”고 직격한 겁니다.
진행자: 스콧 모리슨 연방총리도 너무 과민 반응을 보인 것 아닙니까?
이수민 리포터: 네. 일부 언론들도 그런 지적을 했습니다. 하지만 모리슨 총리는 “공식 명칭이 빅 배시 리그 매치이고 통상적으로 오스트레일리아 데이 매치로 불려온 행사를 오스트레일리아 데이 매치라는 언급을 하지 않기로 했다는 것을 굳이 공식 보도문을 만들어 모든 언론사에 배포하고 이를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것은 스포츠와 무관한 정치 행위라는 질탑니다.
진행자: 타스마니아 주의 제키 램비 무소속 연방상원의원도 비슷한 지적을 했죠?
이수민 리포터: “매우 흥분된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제키 램비 연방상원의원은 호주크리켓 협회 이사진의 면면을 들여 보고 싶다면서 “매우 배은망덕한 행위”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습니다.
진행자: 하지만 정치권에서도 진보성향 의원 가운데는 크리켓 협회의 결정을 적극 지지하기도 했잖습니까.
이수민 리포터: 물론입니다. 무소속의 잘리 스테걸 의원인데요… 그는 원주민들의 상처에 대해 1분간 묵념하자고 제안한 바 있습니다. 호주 대륙 침공으로 수많은 원주민들이 목숨을 잃고 원주민들이 고통을 겪은 것을 전 국민이 애도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에 대해 알렉스 호크 연방 다문화부 장관은 “일부 의원들이 호주 원주민과 비원주민간의 분열을 획책하고 있다”고 질타했습니다.
“흑백화합이나 흑백격차 해소 등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포퓰리즘 적 발상이다”라는 공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