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직장’을 꿈꾸는 20·30 젊은이들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들은 대신 업무 시간이나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전 세계 방방곡곡에서 즐기면서 일할 수 있는 미래를 꿈꿉니다.
미래학자들은 디지털 사회의 개화와 함께 인터넷만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다는 ‘디지털 노마드(Digital Nomad)’의 등장을 들어, 21세기를 민족과 국가를 뛰어넘는 '신유목민 시대'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워라벨(Work & Life Balance) 즉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20·30 세대의 트렌드였던 노마드 라이프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으면서 가족단위 노마드로 바뀌고 있습니다.
디지털 노마드의 현실, 컬처 IN에서 자세한 내용 살펴봅니다. 유화정 프로듀서 함께 합니다.
Highlights
- 미래학자, 21세기는 민족과 국가 뛰어넘는 '신유목민 시대'
- 20·30, "승진에 관심 없어"…직장서 'Digital Nomad' 준비
- 팬데믹 이후 원격 근무 정착화로 가족 단위 노마드 족 출현
주양중 PD (이하 진행자): “사람들은 빠르게 움직이면서 전자 제품을 이용하는 유목민(Nomad)이 될 것이다” 캐나다의 미디어 학자 마셜 매클루언(Marshall Mcluhan)이 남긴 말로, 신세대 유목민을 뜻하는 ‘노마드’의 유래는 이 말에서 비롯됐다고 알려져 있죠?
유화정 PD: 본래 유목민은 중앙아시아, 몽골, 사하라 등의 건조한 사막 지역에서 목축을 하며 물과 식량을 따라 옮겨 다니는 사람들을 뜻하지만 21세기 신유목민은 공간적인 이동뿐만 아니라 특정한 가치와 삶의 방식에 매달리지 않고 창조적인 행위를 지향하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30년 전 매클루언의 예측은 '디지털 노마드(Digital Nomad)'가 등장하면서 현실이 됐고, 더 나아가 하나의 문화 유형으로 발전하여 '노마드족'이라는 표현을 탄생시켰습니다.
‘디지털 노마드’란 단어는 미국 작가 팀 페리스가 ‘장소에 구애되지 않고 일하는 삶’을 소개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알려졌는데요. 사무실을 벗어나 원격근무 등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뜻하는 단어로 통용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디지털과 노마드 두 단어 자체에 일이라는 의미가 없어서일까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디지털 노마드’를 일과 상관없는 ‘자유로운 여행자’로 오해하기도 하는데요.
유화정 PD: 구글에 ‘디지털 노마드’를 검색하면 가장 먼저 보이는 이미지도 노트북을 들고 해변에 앉아 유유자적하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진짜 디지털 노마드들은 “직업이 고려되지 않은 디지털 노마드는 배낭여행족과 다를 바가 없다”고 잘라 말합니다.
실제 디지털 노마드로 일해보지 않은 사람일수록 미디어에서 접한 자유로운 이미지에 현혹되기 쉬운데요. 최근 트렌드가 된 대 퇴사 현상, 즉 기존 직장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갈망 역시 디지털 노마드를 오해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미래학자들은21세기를 민족과 국가를 뛰어넘는 '신유목민 시대'로 규정했는데, 하나의 문화유형으로 발전한 노마드 족에도 여러 분류가 속속 출현하고 있다고요? 간략하게 짚어보죠.
유화정 PD: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진 ‘디지털 노마드족'은 노트북이나 휴대폰 등 디지털 기기를 가지고 카페나 식당, 공공장소에서 업무를 보거나 일상생활을 하는 이들을 이름인데요.
시공간의 제약 없이 인터넷을 통해 필요한 정보를 찾던 '디지털 노마드족'은 정보뿐만 아니라 생활 전반의 일을 처리할 수 있는 '유비 노마드족'으로 진화했습니다.
언제 어디서나 존재한다'는 뜻의 라틴어 '유비크(Ubique)'에서 나온 신조어로 '내비게이션' 기능을 통해 초행길도 쉽게 찾아가고, 밖에서도 휴대전화로 집 안의 가스밸브를 잠글 수 있고, 목욕물도 미리 데워 놓는 등 '디지털 노마드족'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삶을 살고 있는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진행자: 장소에 국한되지 않고 언제 어디서든 정신적인 해방감을 추구하는 이들을 뜻하는 그린 노마드 (green nomad), 저렴하면서도 맛있는 식당들을 찾아다니는 런치 노마드 (lunch nomad) 족도 있다면서요?
유화정 PD: 그린 노마드족은 자연을 찾아 떠난다기보다는 꽃 그림, 화초, 나무 벽화 등 집 내부를 자연 친화적으로 꾸며서 자신의 집안으로 자연을 끌어들인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말하자면 도심 속의 유목민을 칭합니다.
런치 노마드도 도시 유목민의 한 부류라고 할 수 있는데요. 저렴하다고 해서 무조건 값싼 식당들만 찾아다니기보다는 맛과 영양, 위생상태, 분위기 등을 두루 따져 경제 불황 속 합리적인 소비생활을 즐기는 유형입니다.
또한 MZ세대의 대표 산물이기도 핫딜 노마드족은 제한된 시간 동안 파격적인 가격 혜택을 찾아다니는 유형의 부류로 각종 온라인 쇼핑몰에서 진행하는 핫딜을 찾아 가격 비교를 통해 원하는 상품을 저렴하게 구입하는 것을 즐거움으로 삼는 사람들입니다.
진행자: 노마드 족이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에 따라 분류되는 양상인데, 노블레스 노마드족은 어떤 부류를 의미하나요?
유화정 PD: 귀족을 뜻하는 노블레스(Noblesse)를 사용한 노블레스 노마드족은 물질보다 자신이 쌓을 수 있는 경험, 문화 등에 더욱 가치를 두는 부류를 의미합니다. 경험을 통해 간직하게 되는 추억들이 자신의 삶을 풍요롭게 만든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새로운 경험을 위해서라면 과감하게 지출을 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외에 직업(Job)을 떠돈다는 뜻의 잡 노마드족은 평생 한 직장, 한 직종, 한 지역에 연연하지 않고 다양한 분야에 뛰어드는 유형입니다. 잡 노마드는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진 현시대의 특징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진행자: 어쩌면 노마드는 광속으로 끊임없이 변화하는 21세기에 현대인들이 찾아낸 나름 하나의 생존 방식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한국의 경우 최근 수년 사이 대기업 사원증을 훈장처럼 메고 다니며 ‘평생직장’을 꿈꾸는 2030 세대가 확연히 줄어든 양상이 두드러지고 있죠?
유화정 PD: 20~30대 직장인 대상으로 ‘최종 승진 목표’에 대해 물은 설문조사에서응답자 절반에 가까운 41.7%가 ‘딱히 직급 승진에 신경 쓰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직장생활을 오래 할 생각이 없어서’ ‘승진에 욕심이 없어서’가 이유였습니다.
‘2년 안에 퇴사하기’가 목표인 4년차 직장인 A 씨는 취업하기까지 치열하게 준비해 왔던 자신이 마치 ‘경주마’ 같았다며 회사 생활도 ‘경쟁의 연속’이라고 토로하면서 퇴사 후 프리랜서로서 어디든 가서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역량을 쌓기 위한 일종의 ‘수습 과정’으로 회사에 다니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트렌드가 노마드 선호로 가고 있지만 섣불리 직장을 박차고 나올 수는 없는 노릇이죠. 노마드가 적성에 맞을지 안 맞을지 세밀한 자가점검도 필요하겠고요. 또한 직장과는 달리 혼자 일하면서 느끼는 고립감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겠죠.
유화정 PD: 전문가들도 이점을 지적합니다. 디지털 노마드는 통상적으로 비대면 소통을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개인이 고립감을 느낄 가능성이 있고 이를 간과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여기에 더해 조직 구성원이 아닌 한 개인으로서 주체적으로 일을 따내고 소통해야 하는 만큼 책임감이 커질 수밖에 없고 이에 따른 무력감이 올 수도 있다는 점을 부각합니다.
한 대형 유튜버 매니지먼트 관계자는 "디지털 노마드를 내세우며 많은 사람들이 직장을 박차고 나와 전업 유튜버로 나서고 있지만 성공 확률은 1% 미만"이라고 조언했습니다.
진행자: MZ세대의 전유물로 생각됐던 노마드 트렌드가 최근 들어 변화를 보이는 양상인데요. 디지털 노마드의 삶을 선택하는 가족들이 늘고 있다고요?
유화정 PD: 장거리 여행이나 해외여행은 보통 '정착'하기 전의 젊은 성인 혹은 자녀를 다 키운 나이 든 성인의 몫이라는 게 이제까지의 통념이었다면 점차 가족 단위로 새로운 장소를 여행하며, 일하고 배우는 이들이 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애니웨어 워커(Anywhere worker)'라는 말도 출현했는데요. 프리랜서라기보다는 자신이 원하는 장소에서 일할 수 있는 안정적인 지식 노동을 지향하는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노마드를 의미합니다.
프리랜서 플랫폼 '파이버'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67개국 1400명 중 54%가 애니웨어 워커였습니다. 또 70%가 아이들을 데리고 디지털 노마드 생활을 한다고 답했습니다.

진행자: 가족 단위 노마드 족이 늘어나게 된 데는 결과적으로 팬데믹의 영향이 크다는 점이 지적돼 주목되는데요.
유화정 PD: 전문가들은 팬데믹 후 두 가지 중요한 변화가 이러한 흐름을 바꿨다고 말합니다. 첫째 많은 사람들이 유연하게 일할 수 있게 됐고, 둘째는 부모들이 새로운 학습 방식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된 점을 꼽았습니다.
팬데믹을 통해 많은 부모들이 원격 학습의 장단점을 알게 됐고 홈스쿨링이 어떻게 돌아갈 수 있는지 깨닫게 되면서 가족을 부양하기 위한 수단을 다른 방식으로 활용하는 법을 찾게 됐다는 설명입니다.
진행자: 요즘에는 주말부부도 많지만 70-80년대만 해도 가장의 직장 전근에 따라 자녀들은 원하지 않는 전학을 다녀야만 했던 시절이었는데요. 노마드 삶이 자녀들이 문화적으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반면, 단점을 커버할 수 있는 방법 또한 고려돼야 할 것 같아요.
유화정 PD: 아동 학습 전문가에 따르면 어린아이들은 일반적으로 친숙함을 갈망하기 때문에 시간대와 물리적 환경, 사회적 접촉이 계속 달라진다면 친숙함을 갖는 게 어려울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가족 단위의 노마드 족은 자신들처럼 원격으로 일을 하며 여행을 하는 친구들과 가깝게 지내면서 타인과의 지속적인 유대를 만들려 노력하고, 부부가 보육과 일을 교대로 수행하며, 여행 중에도 최대한 규칙적인 생활을 지키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는 점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합니다.
진행자: 세상은 열려 있고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 기회가 있는지, 민족과 국가를 뛰어넘는 '신유목민 시대' 늘고 있는 디지털 노마드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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