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 IN: 키 커야 성공?...'키 차별주의'가 커리어에 미치는 영향

77ea1bd071d92c96a8dafa0449bd56eb-기린.jpg

기업은 키가 더 큰 지원자 선호하고 큰 키는 승진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키가 큰 여성과 남성은 '리더'의 모습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고, 키가 큰 남성은 관리직으로 승진할 가능성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Key Points
  • '키 차별주의'가 커리어에 미치는 영향은 여성보다 남성이 커
  • 기업은 키가 더 큰 지원자 선호하고 큰 키는 승진에도 영향 미쳐
  • 하이티즘 금지법 제정한 미국·캐나다… 인권보호와 차별철폐 나서
‘외모가 경쟁력’ ‘큰 키는 권력이다’ ‘미모도 스펙이다’ 외모지상주의가 극에 달한 요즘 세태를 짚어주는 말들입니다.

프랑스 사회학자 니콜라 에르팽은 <키는 권력이다>라는 책을 통해 사회 저변에 깔린  암묵적 편견 키 차별주의 ‘하이티즘 (Heightism)’을 사회학적으로 소개한 바 있는데요.

‘장신’ 프리미엄의 반대급부로 ‘단신’에 대한 멸시와 차별이 횡행하자 미국과 캐나다는 인권보호와 차별금지 차원에서 키 차별 금지법을 제정해 차별철폐에 나섰습니다.

컬처 IN 유화정 프로듀서 함께 합니다.

박성일 PD(이하 진행자): 부모 세대엔 외모보다 능력이 더 중요한 것이었다면 요즘은 능력보다 외모가 더 중요하게 평가받는 시대가 됐죠. 외모지상주의가 팽배한데요.

유화정 PD:  외모가 우열을 결정하는 기준이라는 인식은 이미 널리 퍼져 있습니다. 또한 외모에 대한 편견은 동서고금을 가리지 않습니다.

1970년대 미국 언론이 ‘외모지상주의’의 뜻으로 ‘루키즘(lookism)’이라는 용어를 쓴 후 옥스퍼드 영어 사전에도 등장했는데요. 미국 뉴욕 타임스의 칼럼니스트인 윌리엄 새파이어는 그의 칼럼에서 인종·성별·종교·이념 등에 이어 새롭게 등장한 차별 요소로 ‘외모’를 지목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외모지상주의 ‘루키즘’은 곧 차별주의를 낳게 되는데, 가령 키가 작거나 비만이거나 얼굴이 아름답지 못한 이는 이른바 ‘루저(loser)’ 취급을 받곤 합니다.

진행자: 최근 일본에서 일본판 ‘루저’ 발언이 나와 일본을 발칵 뒤집었는데,  ‘키 작은 남자는 인권이 없다’는 내용이었다고요?

유화정 PD: 아사히 TV에 출연한 일본의 유명 여성 프로게이머 다누카나는 “남자의 키가 170cm가 안되면 솔직히 인권이 없다고 본다. 170cm가 안 되는 분은 ‘나는 인권이 없다’라고 생각하고 살아가라. 사지 연장술도 고려해보라.”고 발언을 한 겁니다.

일본 전역에서 비난 여론이 폭주하자 다누카나는 자신의 SNS를 통해 수 차례 사과문을 게재하고 반성의 뜻을 전했지만 싸늘하게 식은 여론은 좀처럼 돌아서지 않았습니다.

진행자: 같은 맥락으로 많은 분들이 기억하실 텐데요. 십여 년 전 한국 모 대학의 퀸카로 꼽히는 여대생이 방송에서 “남성의 키는 경쟁력이다. 키 180cm 미만인 남자는 루저”라고 한 발언이 사회적으로 엄청난 파문을 일으키지 않았습니까.

유화정 PD: 네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죠. 그런데 일본에서 다누카나의 망언 이후 한술 더 뜨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일본 정부가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기는 자료를 발표한 것인데요.

일본 내각부가 내놓은 ‘인생 100년 시대의 결혼과 가족’이라는 제목의 자료에는 ‘남자는 80kg, 여자는 70kg이 넘으면 연애할 자격이 없다.’는 구절이 있습니다. 또 ‘남녀 모두 잘 생기거나 아름다울수록 연애 경험이 풍부하다.’는 내용도 담겼습니다.

진행자: 외모로 사람을 평가하는 것은 분명 불공정하고 잘못된 풍조인데 쉽사리 바로 잡아지지 않는 이유는 뭘까요?

유화정 PD: 외모가 연애·결혼 등과 같은 사적 영역뿐만 아니라 취업·승진 등 사회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 주된 이유입니다. 특히 비즈니스, 대인관계 등에서 잘난 외모가 프리미엄으로 작용하면서 외모는 이제 타인을 판단하는 필수적인 기준이 됐습니다.

외모지상주의를 그대로 반영한 ‘페이스펙(Facepec)’이라는 신조어도 탄생했죠. 얼굴을 뜻하는 페이스(Face)와 학력, 학점, 토익 점수 등을 뜻하는 스펙(Spec)의 합성어입니다.
jobs
기업은 지원자의 큰 키를 자신감· 능력· 신체 능력 등 긍정적인 업무 능력과 연관 짓는 것으로 나타났다. Source: Pixabay
진행자: 한마디로 얼굴도 스펙이라는 의미군요. 페이스펙이 ‘얼굴’이라면 ‘키’에 집착하는 사회 분위기를 담은 하이티즘(Heightism)이라는 신조어도 있죠? 우리말로 번역하면 키 차별주의가 되겠는데요.

유화정 PD: 하이티즘은 프랑스 사회학자 가 쓴 니콜라 에르팽의 <키는 권력이다>라는 책에서 비롯된 신조어입니다. 하이티즘은 체형차별의 하위 개념으로 키를 가지고 사람을 차별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키가 큰 사람이 사회적으로 누리는 특혜, 즉 프리미엄이 하이티즘입니다.

하이티즘 신화를 다룬 에르팽의 <키는 권력이다>에는 키 작은 남자에게는 다소 충격적인 내용이 들어 있는데요. 키는 곧 권력’이라고 주장합니다.

‘남자의 큰 키는 신분, 연봉, 연애, 결혼, 그리고 많은 요인들에서 유리하게 작용하는 이른바 ‘키 프리미엄’이며, 여자들은 배우자를 고를 때 상대적으로 키 큰 남자를 고르는데 이는 ‘미래를 위한 (Height premium) 보험’이라고 명명했습니다.

진행자: 세상이 키가 큰 사람에 의해 움직인다고 하면 지나친 편견이 아닐 수 없는데요. 그러나 분명 키에 따른 차별이 존재하는 것은  바로 더 ‘좋다’고 평가되는 특정 키가 있기 때문이죠.

유화정 PD: 이스라엘 하이파 대학교에서 하이티즘을 연구해 온 오머 키미 법학부 교수는 하이티즘의 뿌리로 진화적 편견을 지적했는데요.

키미 박사는 "(동물의 세계에선) 키가 크면 무리의 우두머리가 된다"면서 "이러한 요소가 우리 사회에 아직도 배어있다… 그래서 큰 키를 권위· 힘· 높은 지위 등과 연결 지어 인식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실제로 큰 키에 대한 우리의 경외심은 본능에 기인한 것일 수도 있다며, 과거 건강함과 인상적인 신체는 리더로서 중요한 자질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현대 사회에 하이티즘이 굳어지는 이유는 직장에서의 성공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는 연구 분석이 있다고요?

유화정 PD: 채용 과정에서의 구조적 차별을 다룬 연구에 따르면 비슷한 이력을 지닌 지원자 중 키가 큰 사람이 채용될 가능성이 큽니다.

기업은 지원자의 큰 키를 자신감· 능력· 신체 능력 등 긍정적인 업무 능력과 연관 짓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다른 메타 분석에서는 채용 이후 승진에서도 키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분석에 따르면 "미국인 남성 중 신장이 6피트(약 182cm) 이상인 인구 비율은 14.5% 이지만, 포춘 500대 기업의 CEO 중에선 58%로 조사 됐습니다.

또한 키는 다 각각 그 격차는 달랐으나 영국·중국· 미국에서 진행된 연구 모두 큰 키와 높은 임금 사이의 상관관계가 있다는 결론을 도출했습니다.
hightism.jpg
채용 과정에서의 구조적 차별을 다룬 연구에 따르면 비슷한 이력을 지닌 지원자 중 키가 큰 사람이 채용될 가능성이 크다.
진행자: 우리는 잠재의식적으로 키를 인지 및 신체적 자질과 연관 짓곤 하는데, 일테면 키가 큰 사람은 더 능력이 좋고, 위기에 강하며, 지배적이고 특별한 재능과 카리스마를 지닌 존재로 생각하는 것이죠. 남녀 성별에 따라 키가 미치는 영향의 정도는 어떻게 분석됐나요?

유화정 PD: 미 캘리포니아 로욜라 메리마운트 대학의 이나스 켈리 경제학 교수가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성별에 따라 신장이 평균 임금에 끼치는 영향이 달랐습니다.

켈리 박사는 "키가 10cm 커질 때마다 높아지는 소득의 정도가 백인 남성이 백인 여성보다 더 컸다"면서 아프리카계 미국인에게선 그 차이가 훨씬 더 두드러졌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는 '너무 키가 큰' 여성을 좋지 않게 보는 시선과 키가 큰 여성은 키가 큰 남성이 겪지 않는 차별을 겪는 상황과도 연결되는데요. 키가 큰 여대생을 대상으로 한 어느 조사에 따르면 이들의 평균 이상의 키는 '의도하지 않은 위협'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진행자: 신장이 평균 임금에 끼치는 영향에 있어서도 여성 차별이 존재하는군요.

유화정 PD: 장신 프리미엄의 반대급부로 단신에 대한 멸시와 차별이 확산하면서 미국, 캐나다 등은 인권보호 차원에서 키 차별 금지법을 제정해 차별 철폐에 나서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사실 키에 대해 따로 마련된 법률도 별로 없는 상황입니다. 전반적인 차별을 금지한 미국 미시간주의 '엘리엇-라슨 민권법(ELCRA)' 등 일부 지역에만 존재할 뿐입니다.

업무 수행에 꼭 필요한 자격요건이 아닌 이상 신장을 반드시 기재하지 않도록 하는 것을 법으로 정한 곳도 있지만, 설령 이런 법이 있다고 해도 위반 사항이 접수되는 경우는 거의 드뭅니다.

진행자: ‘하이티즘’을 없애기 위해서는 기업의 인식제고가 급선무인데,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구체적인 제안을 내놓았다고요. 끝으로 정리해 주시죠.

유화정 PD: ‘하이티즘’을 연구해 온 키미 박사는 기업의 성별 인종 관련 데이터에 키를 포함하고 신장별 급여 인상률을 공개하도록 기업을 압박한다면 하이티즘이 실재한다는 사실을 기업들이 인식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영국 리버풀 호프 대학교에서 장애학을 가르치는 프리차드 교수는 “줌' 등의 화상회의 플랫폼을 통한 면접을 통해 채용 단계에서의 편견 개입을 줄일 수 있길 희망한다”며, "온라인에선 지원자의 머리와 어깨밖에 보이지 않기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 키에 대한 편견을 갖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컬처 IN, 사회 전반에 깔린 무의식적인 암묵적 편견 키 차별주의 ‘하이티즘(Heightism)’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Share
Follow SBS Korean

Download our apps
SBS Audio
SBS On Demand

Listen to our podcasts
Independent news and stories connecting you to life in Australia and Korean-speaking Australians.
Ease into the English language and Australian culture. We make learning English convenient, fun and practical.
Get the latest with our exclusive in-language podcasts on your favourite podcast apps.

Watch on SBS
Korean News

Korean News

Watch it onDem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