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건강 별점(Health Star Rating)’ 제도에 대해 들어보셨나요?
호주에서는 식품의 건강 정도를 0.5점부터 5점까지 별점으로 표시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요. 우리가 마트에서 흔히 볼 수 있죠. 비슷한 제품끼리 더 건강한 상품을 고를 수 있게 돕겠다는 취지로 도입됐습니다.
그런데 이 제도, 최근 들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제품 간에 별점 기준이 일관적이지 않고, 초가공식품이나 인공감미료 같은 중요한 요소가 포함되지 않다고 지적합니다. 게다가 별점 표시가 의무가 아니다 보니, 식품 회사들이 점수 높은 제품들에만 별점을 붙이고 점수가 낮은 제품은 아예 표시하지 않는 경향도 있다고 해요. 사실상 일축에서는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얘기가 많습니다.
2019년부터 5년간 진행한 과정에 따라 정부가 제시한 ‘70% 자발적 표시’ 기한이 올해 금요일로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목표 달성은 실패한 것으로 보입니다. 시드니의 조지 글로벌 헬스 연구소 조사 결과, 올해 업계의 건강 별점 표시율은 37%. 지난해 35%, 그 전년도 32%에 머물렀습니다.
조사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이건 소비자에게 정보를 제공할 의지가 없다는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호주 의사협회 역시 “소비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려면 의무화가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합니다. 업체들이 건강한 제품에만 별점을 붙이고, 건강하지 않은 제품은 숨기고 있기 때문이죠.
건강 별점 제도는 어떻게 작동할까?
건강 별점 제도는 2014년 호주·뉴질랜드에서 도입됐습니다. 식품의 영양 정보를 0.5점에서 5점까지 점수로 나타내는데요. 점수를 계산할 때는 점수를 낮추는 요소와 높이는 요소가 함께 반영됩니다.
Credit: SBS News
- 에너지(kJ)
- 포화지방
- 당류
- 나트륨
점수를 올리는 ‘긍정 요소’
- 섬유질
- 단백질
- 과일·채소·견과·콩류(FVNL) 함량
- 농축 과일·채소 성분(예: 토마토 페이스트)
이 제도는 비슷한 제품끼리 비교하도록 설계돼 있는데요. 치즈는 치즈끼리, 시리얼은 시리얼끼리 비교해야 하는 식이죠. 하지만 모나시대학의 사라 디키 연구원은 “좋은 성분을 조금 넣는다고 나쁜 성분이 사라지는 게 아니고, 결국 정크푸드는 정크푸드일 뿐”이라고 비판합니다.
연구에 따르면, 별점 5점을 받는 제품은 61%가 표시하지만, 0.5점 제품은 16%만 표시하고 있다고 합니다. 3점 이하 제품도 24%만 표시하고 있어, 점수가 낮을수록 소비자 눈에 띄지 않도록 ‘의도적으로 숨긴다’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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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공도가 높은 초가공식품은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지만, 현재 가공 정도를 전혀 반영하지 않고 있습니다. 또 인공감미료 역시 고려하지 않아, 영양적 가치가 거의 없는 제로 칼로리 음료가 최대 3.5점까지 받기도 합니다.
실제로 Up & Go 음료는 4.5~5점, 일부 감자칩은 3.5점, 마일로 스낵바는 4점, LCMs 초코칩 스낵은 1점을 받았습니다. 이런 사례들은 소비자에게 혼란을 일으키고 있죠.
사라 디키 연구원은 “이런 제품들이 높은 별점을 받는 건 말이 안 된다”라고 지적하며, 인공감미료는 장 건강에 영향을 미치거나 단맛 선호도를 높이는 위험도 있다고 설명합니다.
소비자는 더 투명한 정보를 원한다
빅헬스(VicHealth)의 2024년 조사에서는, 영양 정보가 식품 구매에서 ‘가격 다음으로 중요한 요소’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여전히 라벨을 신뢰하지 못하고 있고요. Cancer Council 조사에서는, 82%의 응답자가 모든 식품에 건강 별점을 표시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66%는 이 제도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봤고, 65%는 표시가 있으면 구매 결정이 쉬워진다고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의무화 필요성에는 전체적으로 동의합니다. 하지만 현재 모델을 그대로 의무화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립니다.
영양사협회는 “지금 시스템을 먼저 의무화하되, 점차 개선해 가야 한다”라고 말합니다.
반면 호주 건강식품 시스템 단체는 “현재 모델은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고, 차라리 경고형 라벨 방식이 더 효과적”이라고 주장합니다.

빅헬스(VicHealth)의 2024년 조사에서는, 영양 정보가 식품 구매에서 ‘가격 다음으로 중요한 요소’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Source: AAP / DAVE HUNT/AAPIMAGE
앞으로 호주의 건강 별점 제도가 어떻게 개선되고, 실제로 소비자에게 어떤 도움이 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텐데요. 한 가지 분명한 점은, 별점 하나만 믿고 제품을 ‘건강식’으로 생각하기엔 아직 허점이 많다는 겁니다.
식품을 고를 때는 별점뿐 아니라 성분 표, 가공 정도, 실제 영양 가치까지 함께 살펴보는 세심함이 필요합니다. 표시 제도의 변화도 중요하지만, 결국 우리 소비자 스스로가 더 현명하게 선택하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첫걸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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