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한국어 프로그램

컬처 IN: 미군 병사가 연필로 그린 6·25 한국 전쟁 스케치…70년 만에 공개

SBS 한국어 프로그램

'아군 조명탄에 눈 속에 숨어있던 우리 위치가 노출됐다' 로저 스트링햄이 그린 한국 전쟁 연필스케치

'아군 조명탄에 눈 속에 숨어있던 우리 위치가 노출됐다' 로저 스트링햄이 그린 한국 전쟁 연필스케치


Published 25 June 2022 at 11:13am
By Clara Hwajung Kim
Presented by Yang J. Joo, Clara Hwa Kim
Source: SBS

한국전쟁 미군 참전용사 로저 스트링햄(93)이 1951년 강원도 화천 일대 전투를 그린 60여 점의 연필 스케치가 70년 만에 공개됐다. 6.25 전쟁 전투 스케치는 그의 부모에게 보낸 편지에 한 장씩 동봉된 것.


Published 25 June 2022 at 11:13am
By Clara Hwajung Kim
Presented by Yang J. Joo, Clara Hwa Kim
Source: SBS


1950년 6월 25한국 전쟁이 발발한 올해로 72년입니다.

‘잊혀진 전쟁’(forgotten war)은 6.25 한국전쟁을 일컫는 별칭입니다.  2대전 이후 가장 많은 연합군이 참전했음에도 불구하고 6.25 한국전쟁은 세계에서 ‘잊혀진 전쟁’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전쟁을 `잊혀진 전쟁’이 아닌 생생히 기억되고 후세에도 길이 전할 살아있는 역사로 만들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Advertisement
6.25 72주년을 앞두고 한국전 참전 미군 병사가 그린 6.25 전투 스케치 60점이 70년만에 공개돼 화제를 모았습니다.  컬처 IN에서 자세히 알아봅니다. 유화정 프로듀서 함께 합니다.


Highlights

  • 스무 살 나이에 한국전에 참전했다 돌아온 미군 병사가 쓴 시 ‘잊혀진 전쟁’
  • 미군 병사가 연필로 그린 6·25 전쟁 전투 스케치 등 60여 점 70년 만에 공개
  • 강원도 산과 풍경, 생생한 전쟁의 현장…부모에게 보낸 편지에 한 장씩 동봉
  • 화가지망생, 핵물리학자로 변신…한국의 놀라운 발전 "믿을 수 없는 꿈같아"

주양중 PD (이하 진행자): 지난해 6.25 한국전쟁 71주년을 맞아 6·25 참전 영국 노병들의 수기를 담은 ‘후크 고지의 영웅들’이 한국에서 발간됐다는 소식을 시간을 통해 전해드린 있는데요.  올해로 6.25 한국전쟁 72주년을 맞이했습니다. 역사는 흐르고 있음을 정말 실감합니다.

유화정 PD: 저희 어릴 적엔 ‘상기하자 6.25 ‘라는 표어가 있었습니다. 그때는 ‘상기하자’라는 말을 많이 썼던 것 같아요. 상기하자 6.25는 분단의 아픔을 기억하고 6.25의 교훈을 잊지 말자는 의미였습니다.

시드니 ‘가평 전투 70주년 기념 전시회’ 개최
시드니 ‘가평 전투 70주년 기념 전시회’ 개최 Source: SBS Korean


진행자: 매년 6.25앞두고 거론되는 경구도 있죠. “과거의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자들은 과거의 일을 반복하고야 만다. (Those who cannot remember the past are condemned to repeat it.)” 미국의 철학자이자 시인인 조지 산타야나의 명언이죠.

유화정 PD: 6.25가 ‘잊혀진 전쟁’이 되지 않도록 후세에도 길이 전할 살아있는 역사로 만들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한국전쟁을 잊혀진 전쟁으로 불리는 데는 한국전에 참전했다 돌아온 한 미군 병사가 쓴 ‘잊혀진 전쟁’이라는 시 제목에서 비롯됐다는 얘기도 전해지는데요.

37개월 동안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자유를 위해 싸웠다

고향에 돌아와 친구들을 만났더니/ "한동안 못 봤는데, 어디 갔었던 거야?"라고 묻는다.

우리가 천국에 가게 되는 날/ 우리는 성자 베드로에게 말할 것이다.

잊혀진 전사가 또 한 명 왔다고.

1952년 20살 나이에 한국전에 참전해 미 해병 포병으로 최전방 전투에 투입됐던 필더 씨가 미국에 돌아온 이후 시인으로 활동하면서 쓴 ‘잊혀진 전쟁’이라는 제목의 시의 전문입니다.

진행자: 당시 미지의 나라였던 한국의 자유를 위해 싸운 세계 각국의 젊은이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게, 6.25‘잊혀진 전쟁’이 되지 않도록 더욱 관심이 제고되어야 하겠습니다. 지난해 호주를 국빈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도 이점을 특히 강조한 있죠.

유화정 PD: 문 전 대통령은 호주 참전용사와 유가족을 위해 주재한 만찬에서 대한민국이 큰 위기에 처했을 때 호주는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참전을 결정했고 육군·해군·공군 전군에 걸쳐 많은 병력을 파병해 주었다”며 “1만 7000여 명에 달하는 호주 참전용사들은 가장 빛나는 청춘의 시간에 자신의 꿈을 접어두고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 생명을 지켜주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참전용사들의 고귀한 희생과 헌신은 호주와 한국 모두의 위대한 유산”이라며 “보훈에는 국경이 없다. 대한민국은 해외 참전용사들을 끝까지 예우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New memorial unveiled in #London honours British troops that served in the Korean War between 1950 and 1953
New memorial unveiled in #London honours British troops that served in the Korean War between 1950 and 1953 Source: BBC


진행자: “한국은 지난해 3‘유엔참전용사법’을 제정했죠. 참전용사에 대한 지속적인 예우와 명예선양을 위한 법적 기반이 마련돼 참전용사들의 뜻과 정신을 널리 알리고 기릴 있게 됐습니다.  자, 그런데 최근 6.25 당시 전투 모습을 담은 그림 60점이 70년만에 공개됐다는 소식이 전해졌어요.

유화정 PD: 한국전 미군 참전용사인 로저 S 스트링햄(93, Roger Sherman Stringham)이 1951년 강원도 화천 일대 전투에서 연필로 그린 전투 스케치로 미국의 비영리단체인 한국전쟁유업재단(Korean War Legacy Foundation)을 통해 70년만에   공개됐습니다

로저 S 스트링햄의 작품들은 백병전과 참호전 등 급박했던 전쟁 장면은 물론 추락한 전투기, 야간 순찰, 병사들의 이동 등의 장면을 생생히 묘사하고 있습니다.

한국 자연의 아름다움에 감동받아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는 스트링햄 씨의 말대로 전장 주변의 풍경에만 집중한 작품도 많은데, 한국을 떠나면서 배에서 본 마지막 광경들은 일본에서 여러 점의 수채화로 재탄생했습니다.

'Tanks rolling through paddies towards Kumsong'
'Tanks rolling through paddies towards Kumsong' Source: KWLF


진행자: 치열한 전투의 현장에서 어떻게 그림을 그릴 있었을까 싶고, 보다 궁금한 점은 어떻게 그림들을 보관할 있었을까 깊은 의문이 드는데요.

유화정 PD: 미국 캘리포니아 미술대학에서 그림을 전공하던 22살 청년 병사 로저가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던 한국 전선에서 구할 수 있었던 그림 도구는 맥주, 담배, 치약, 비누 등 보급품 상자 바닥에서 뜯어낸 종이와 연필 한 자루가 전부였습니다.

포탄이 빗발치는 전장에서 긴박한 하루하루를 보내면서도 연필을 놓지 않은 것은 징집돼 전쟁에 참전한 아들을 걱정하고 있는 부모님에게 ‘건강하게 잘 복무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시라’는 메시지를 보내기 위함이었습니다.

진행자: 미술학도로서 스케치를 했다라기보다 전장에 나간 아들을 걱정할 부모님을 안심시켜 드리기 위해 "나는 괜찮다"사실을 전하고 싶었던 것이었군요.

유화정 PD: 포탄이 빗발치는 격전지이기도 했지만 당시 강원도 화천호와 금성 전투에 투입된 동료 병사들이 혹독한 추위로 목숨을 잃는 처절한 상황이었습니다. 로저 스트링햄 씨는 인터뷰에서 70년도 넘은 옛일이지만 "아직도 악몽을 꾼다. 죽은 동료들을 찾는 그런 꿈을 꾼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한국의 전장에서 고향 캘리포니아주 버클리에 있는 부모님께 편지를 부칠 때마다 한 장씩 동봉한 로저 병사의 연필 스케치는 어느덧 60점이 넘게 쌓였고, 그의 어머니는 아들의 스케치를 모아 1952년 샌프란시스코의 한 미술관에서 전시회를 개최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스트링햄 씨가 개인 소장해오던 그림들을 미국의 한국전쟁유업재단에 기증하면서 지난 70년동안 잠자던 그림들이 다시 빛을 보게 됐습니다.

'Machine gunner, Antone, in position'
'Machine gunner, Antone, in position' Source: KWLF


진행자: 한국전쟁의 참상을 담은 로저 스트링햄의 전투 스케치에 대해 얘기를 나누면서 문득 화가 이중섭을 떠올리게 되는데요. 이중섭 작가는 6.25 전쟁 당시 국방부 종군화가단 소속으로 전투현장과 부대, 병원들을 찾아 참전 용사들의 활약상을 기록하는 역할을 맡았죠.

유화정 PD: 이중섭 화가는 1952년 삼십 대 후반의 나이에 종군화가단에 입단해 활동을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전쟁의 실상을 사실적으로 나타내기보다는 몸과 마음으로 느낀 전쟁의 아픔을 은유적으로 표현해 서민들의 상처를 어루만지는 작품을 남겼는데요.

작품 중 한국 전쟁 속 부산 피란지에서 제작된 작품 ‘바닷가의 아이들’은 이중섭이 가족들과 제주도에서 함께 살던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궁핍한 피란생활 동안 대부분의 화가들이 폐품을 이용해 창작활동을 이어갔던 것처럼 이중섭도 폐품을 이용해 새로운 기법을 개발하기도 했는데요.

진행자: 유명한 담배갑 은박지 그림이죠.

유화정 PD: 맞습니다. 양담배를 싸는 종이에 입혀진 은박을 새기거나 긁는 방법으로 그림을 그렸는데요.  비슷한 시기 로저 스트링햄 병사가 담배, 비누 등 보급품 상자를 뜯어 낸 종이를 이용해 연필 스케치를 한 것과 상응합니다.

'Plight of P-51 Mustang still in discussion one week later'
'Plight of P-51 Mustang still in discussion one week later' Source: KWLF


진행자: 앞서 1952년 20나이에 한반도에서 해병대 포병부대에서 복무했던 필더 병사는 미국에 돌아가 시인으로 활동하면서 ‘잊혀진 전쟁’이라는 시를 썼는데, 전쟁을 겪고 미국으로 돌아간 로저 병사의 삶은 어땠나요?

유화정 PD: 전쟁을 경험한 로저의 삶은 180도 바뀌었습니다. 한국전쟁 참전 이후 미국으로 돌아가 화가가 아닌 물리학자의 길을 걸었습니다.

전공을 바꿔 물리화학을 공부한 로저 스트링햄(Roger Sherman Stringham)은 100편 이상의 학술논문을 쓴 상온핵융합의 전문가로 명성을 높였습니다. 스트링햄은 독립선언문 등 미국의 4대 건국 문서에 모두 서명한 유일한 인물인 로저 셔먼(Roger Sherman)의 후손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에서 열린 학회에도 여러 차례 초청받은 그는 인터뷰에서 "과거 완전히 부서진 나라의 과학기술 발전에 너무 놀랐다"면서 "인천공항, 서울의 마천루, 교통시스템을 보면서 '이건 믿을 수 없는 꿈을 꾸는 것'이라고 스스로에게 말했다"라고 감탄하기도 했습니다.

로저 셔먼 스트링햄(93)
로저 셔먼 스트링햄(93) Source: KWLF


진행자: 한국전 참전용사들은 한결같이 한국전쟁 발발 70년이 지난 지금 한국 경제가 믿을 없을 정도로 발전한 것을 보고 놀라워하죠. 그러면서 당시의 희생이 가치 있게 느껴진다고 말합니다. 감동을 받지 않을 없는데요.

유화정 PD: 한국전 당시 미 보병 제3연대 소속으로 임진강에서 싸웠던 래리 키너드 씨는 한국이 이처럼 변한 것이 기쁘고 자랑스럽다면서 몇 세대에 걸쳐 전쟁의 절망을 떨치고 위대한 나라를 만든 한국 사람들은 정말 특별한 사람들이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전우들의 희생으로 한국이 지금의 모습을 이룰 수 있었다며, 한국전 참전은 가치 있는 일이었다고 강조했는데요. 그러면서 한국만큼 미국의 참전에 감사를 표시하는 나라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제 한국전에 참전한 참전용사들의 나이가 평균 90세를 넘어서고 있어 생존하는 참전용사들을 찾고 그들의 업적을 기리는 노력은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돼야겠습니다.

진행자: 시드니총영사관은 한국전쟁 참전용사 자택을 방문해 인물사진을 촬영해드리는  ‘‘당신의 유산은 절대 소멸하지 않습니다 Never Perish Your Legacy사업을 진행하고 있죠. 참전 용사들의 값진 희생에 대해 끝까지 예우함을 잊지 않아야 하겠습니다.



 


Sha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