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y Points
-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과학입니다" 한국 유명 광고 문구의 탄생 배경
- 빅토리아 시대 영국에선 밧줄 '행 오버'와 노숙자 위한 '4페니 관 침대' 등장
- 19세기 후반 스프링 매트리스 발명 이후 화려한 프레임 중심에서 매트리스의 기능에 주목
- 모션 베드 · IOT 도입 등 최고의 숙면을 위한 과학적 설계로 진화하는 현대 침대
중세 시대에는 많은 사람들이 '상자 침대'라는 통 안에서 잠을 잤고, 매일 아침 칠흑 같은 어둠과 답답한 공기 속에서 눈을 떴습니다. 이 인기있는 수면용 찬장은 밤에 체온을 따뜻하게 해주긴 했지만 완전히 밀폐되어 있었고 때로는 옷장보다 작기도 했습니다.
얼마 지나자 짚이나 나뭇잎 같은 값싼 재료로 만든 매트리스가 등장했지만, 안타깝게도 이 매트리스는 진드기, 벼룩, 빈대에게 이상적인 은신처였습니다.
침대가 인류의 역사와 삶을 어떻게 바꿔놓았는지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는 침대의 변천사와 그 속에 담긴 흥미로운 과학 이야기 2부에 걸쳐 전해드립니다.
오늘 2부에서는 침대의 진화가 단순한 수면 도구를 넘어 건강과 심리적 안녕을 위한 과학적, 기술적 발전의 산물이 된 과정을 살펴봅니다.
중세의 '상자 침대'에서 어떻게 건강과 심리적 안녕을 위한 과학적 도구로 진화했는지, 현대 침대의 혁신적인 기술과 기능을 통해 숙면을 돕는 방법에 대해 알아봅니다. 컬처 IN 유화정 프로듀서 함께 합니다.
나혜인 PD: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과학입니다." 여러분 이 문구 기억나시나요?
유화정 PD: 아마도 지금의 중 장년 세대의 한국인이라면 대부분이 기억하지 않을까요 ? 1990년대 초 에이스 침대 광고에서 나온 이 명 문구는 한국 광고 역사에서 ‘가장 성공적인 카피’ 중 하나로 손꼽힙니다.
나혜인 PD: 정말 그렇죠. 당시 광고에서 이렇게 혁신적이고 과학적인 이미지를 내세운 이유가 무엇일까요? '침대는 과학' 당시로서는 꽤 새로운 발상이었을 텐데요.
유화정 PD: 그 탄생 배경을 살펴보면, 1990년대 초반은 중산층 가정이 침대 시장의 주 소비층으로 부상하던 시기였습니다. 이에 따라 침대시장의 주 소비층으로 부상한 중산층 가구를 겨냥한 업체 간 경쟁 또한 심화되던 시기였습니다.
침대 업체들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에이스 침대는 차별화를 꾀할 필요가 있었는데요. 그들의 전략은 '침대는 몸이 온전히 닿는 유일한 가구이기 때문에, 단순히 다른 가구처럼 가볍게 고를 수는 없다'는 생각에서 출발했습니다.
이 논리가 발전해 최종적으로 '침대는 가구가 아니라 과학'이라는 명 문구가 탄생했습니다. 이 참신하고 기발한 광고 아이디어로 에이스침대는 소비자들에게 '잠'과 '침대'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 과학적인 수면 문화를 확산한 것으로 높이 평가 받았습니다.
나혜인 PD: 정말 논리적인 접근이었네요. 특히 소비자들에게 침대를 단순한 가구가 아닌, 건강과 편안함을 고려한 중요한 선택으로 바라보게 한 게 인상적입니다. 그렇다면 이 광고가 당시 소비자들에게 끼친 영향은 어땠나요?
유화정 PD: 이 광고가 등장하면서 소비자들은 침대를 단순히 수면 도구가 아니라, 과학적 연구와 기술이 반영된 제품으로 인식하기 시작했습니다. 에이스 침대는 소비자들에게 '과학적 수면 문화'라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면서 침대를 신중히 선택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결과 에이스 침대는 시장에서 차별화에 성공했고 '국민 침대'라는 별칭까지 얻었습니다.
나혜인 PD: 이런 성공적인 카피가 30년 만에 다시 리바이벌 돼 크게 인기를 끌고 있다고 들었어요. 리바이벌 광고는 공개 17일 만에 1000만 조회수를 기록할 만큼 대박을 터뜨렸는데, 30년 전 광고가 어떻게 다시 주목받게 된 걸까요?
유화정 PD: 30년이 지나 에이스 침대는 이 상징적인 문구를 MZ세대의 감성에 맞게 재해석해서 다시 선보였는데요.
지난해 하반기 TV CF에서 배우 박보검이 등장해 'OO는 과학이다. 이 말은 어디서 시작된 걸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옛날 광고의 레전드 카피를 다시 끌어왔습니다.
30년 전 선풍적 인기를 모았던 과거 광고와 연결된 이 새로운 광고는 중장년층에게는 90년대 국민 침대의 추억의 향수를, 젊은 세대에게는 에이스침대 60년 역사를 신선하게 전달한다는 호평을 받았습니다.
나혜인 PD: 결국 이 광고는 세대를 넘어 소비자들에게 영향을 미친 셈인데요. 다시 등장한 '침대는 과학입니다'가 또다시 공감대를 얻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유화정 PD: 중요한 건 단순한 광고 카피가 아니라 침대가 우리의 생활과 건강에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 번 상기시켜 주는 점인 것 같아요. 요즘 소비자들은 편안함과 과학적인 수면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에 이 메시지가 더 공감대를 형성한 거죠.
나혜인 PD: 지난 시간 1부에서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매트리스 형태가 시작된 것이 17세기 깃털과 지푸라기 등의 충전재를 넣은 틱(tick) 매트리스부터 였다고 전해드렸는데요. 이후 산업혁명을 맞으면서 침대는 어떤 변화를 가져오게 됐나요?
유화정 PD: 19세기에 들어서면서 노동자 계층이 새롭게 산업화된 경제에서 살아남고자 고군분투하는 가운데, 게다가 인구까지 빠른 속도로 불어나면서 도시와 마을엔 노숙자들이 급증했습니다. 이에 런던의 자선단체들은 몇 가지 색다른 해결책을 내놓게 되는데, 우선 4 penny 관 침대가 있었습니다. 말 그대로 관 모양의 상자 여러 개를 일렬로 늘어놓고 4 페니만 내면 하룻밤 잘 수 있게 해주는 곳이었습니다.
나혜인 PD: 페니는 영국 화폐에서 가장 작은 단위로 한국 원화로는 약 17원이지만 실제 통용되는 가치는 10원 정도로 알고 있는데요. 4 페니를 내면 하룻밤 잘 수 있는 관 침대 였다니 당시 피폐한 상황이 상상됩니다.
유화정 PD: 빅토리아 시대엔 불쾌한 침대들이 여럿 발명되기도 했습니다. 당시 사람들은 집이 없는 사람들을 위한 관으로 된 침대 외에도 휴식을 위해 몸을 매달 수 있는 밧줄을 만들기도 했는데요. 바로 노숙자를 위한 '2 페니 행오버(hangover)'였습니다.
이곳은 다 같이 벤치에 앉아 수백 명이 긴 밧줄에 그저 상체를 기대 잠을 자다가 아침이 되면 끊어버리는 밧줄에 다 함께 일어나는 곳이었습니다. 혹자는 여기서 오늘날 '숙취'를 뜻하는 'hangover'라는 단어가 기원했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나혜인 PD: 반면 경제적으로 넉넉한 이들에게 수면의 질은 훨씬 더 발전되기 시작했다고요?
유화정 PD: 그렇습니다. 17세기 바로크 시대의 군주는 '권위의 침대'라 부르는 호화로운 장식으로 치장된 침대를 알현이나 회의 시 사용해 지배자의 권위를 나타냈다면, 18세기에 들어서서는 사생활에 대한 개념이 본격적으로 생기고 일반 주택에서도 개인별, 용도별로 공간이 구분되면서 화려한 장식의 침대를 사용하는 문화가 확산됐습니다. 이후19세기 후반에 접어들면서 비로소 침대가 서민 계급 사이에 널리 보급됐고 보다 실용적인 면에 중점을 두게 됐습니다.
나혜인 PD: 최초의 코일 스프링 매트리스가 이 때 등장하게 되나요?
유화정 PD: 맞습니다. 1900년대 후반 독일의 한 발명가가 최초의 코일 스프링 매트리스 특허를 출원하면서, 수면은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게 달라지게 되는데요. 이전에는 화려한 침대 프레임이 중심이었다면 점차 매트리스의 기능과 성능을 향상시킨 침대들이 주목을 받았습니다.
매트리스는 최근까지 침대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며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가장 대중적으로 사용하는 스프링 매트리스에서 메모리폼 매트리스, 라텍스 매트리스로 발전을 거듭했습니다.
나혜인 PD: 최고의 숙면을 위한 매트리스의 기능적 발달과 함께 집에서의 휴식이 강조되면서 최근 모션베드가 등장해 침대 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고 하는데, 이 모션베드는 어떤 기능을 하나요?
유화정 PD: 모션베드는 휴식과 숙면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미국, 유럽 등의 선진국을 중심으로 보급돼 있는 힐링 가전으로, 국내에서도 휴식과 수면에 대한 니즈가 증가함에 따라 시장이 커지고 있습니다. 모션베드의 가장 핵심적인 기능인 제로지(Zero-G)모드는 마치 무중력 상태에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상체를 살짝 들어 올려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을 완화하고, 하체를 상체보다 높게 들어 올려 하체부종 해소에도 도움을 줍니다.
또 진동마사지 기능이 있어 혈액순환을 촉진해 피로 회복을 돕고 뇌파를 자극해 수면을 유도, 숙면을 취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이 외에도 TV시청모드는 목과 허리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자세를 잡아주며, 릴랙스모드는 독서나 웹서핑, 스마트폰 등을 할 때 적합한 눈높이로 자세를 만들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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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화정 PD: 그렇습니다. 예를 들어 코골이 소리나 크기를 인식해 자동으로 매트리스 각도를 조절하고, 수면 중 무호흡 증상이 발견되면 진동이 울립니다. "침실 조명을 켜줘", '매트리스를 45도 각도로 올려줘" 와 같은 간단한 음성인식도 가능합니다. 아침 잠이 많은 분들에게는 아침 알람 시간이 되면 매트리스 상판이 자동으로 위로 구부러져 강제 기상을 시켜주기도 합니다.
나혜인 PD: 그야말로 첨단 과학이 접목된 침대네요. 인생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수면 시간을 책임지는 침대는 단순한 가구가 아닙니다. 인류의 역사와 함께해 온 침대의 변천사와 가구가 아닌 진정한 과학으로 발전한 요즘 침대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유화정 프로듀서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