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 책갈피: 고독을 연습하는 '혼밥 학원', 윤고은 "1인용 식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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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for One by Yun Ko-Eun

'혼밥 학원'이라는 기묘한 상상을 통해 현대인의 고독과 불안을 포착한 윤고은 '1인용 식탁'. 소설은 혼자 먹는 일상 속에서 드러나는 타인의 시선과 자기 고립의 감정을 예민하게 비춥니다.


SBS 오디오 책갈피. 한국어와 영어로 읽을 수 있는 책을 소개합니다.
오디오 책갈피
책 속 한 문장, 삶의 한 페이지
여러분의 마음 한켠에 작은 책갈피 하나 꽂아드려요.
안녕하세요, SBS 오디오 책갈피 유화정입니다.

오디오 책갈피 오늘은 현실과 상상이 절묘하게 뒤섞인 세계, 윤고은 작가의 <1인용 식탁>을 만나봅니다.

현대인의 작은 불안과 고독을 가장 독특한 방식으로 풀어낸 소설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2011년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2024년 영문판 <Table for One>으로도 출간된 소설입니다.

<1인용 식탁>의 주인공은 오인용. 이름만 들으면 다섯 명이 둘러앉는 넉넉한 식탁이 떠오르지만 그에게 진짜 필요한 건 누구의 방해도 눈치도 없는 혼자만의 식탁. 바로 1인용입니다.

여러분 혹시 이런 상상을 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혼자 밥 먹는 법을 가르쳐주는 학원이 있다면?

오인용은 헬스장도 요가 클래스도 아닌 바로 그 혼밥 학원에 등록합니다. 돈을 내고 시간을 들여 혼자 식당에서 밥 먹는 연습을 배우기 위해서죠.

그곳에는 혼자 식당 문을 여는 순간이 유난히 두려운 사람. 타인의 시선에 늘 긴장하게 되는 사람. 관계의 피로에서 지쳐있지만 또 완벽한 고립도 두려운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듭니다.

학원 강사가 말합니다. 
“오늘 여러분 책상 위에 스테이크가 준비돼 있다고 상상해 보세요.
스테이크는 양손을 모두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선 편안한 음식입니다.
하지만 책을 보기도, 주변을 둘러보기도 번거로운 불편한 음식이기도 하죠. 이럴 때 가장 좋은 건 한 잔의 하우스 와인입니다.“

그는 스테이크와 와인을 음표에 비유합니다.
“자, 오늘은 음악 시간처럼 해볼까요?
스테이크는 사분의 이 박자로 먹는 겁니다.
강약, 강약, 강약, 강약.
강은 스테이크 한 입.
약은 감자나 아스파라거스, 혹은 와인 한 모금.
무엇을 곁들여도 좋습니다.
중요한 건 모든 것이 한 마디 안에 들어간다는 것.
한 마디가 끝나면 시선을 접시에서 떼고, 정면을 바라보거나 신문을 보며 작게 호흡을 고르는 것. 이것이 중요합니다.”

이 훈련은 남의 시선 때문에 식사 자체를 즐기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식사의 리듬과 주도권을 되찾아주는 일종의 심리 연습입니다.

오인용은 이 학원에서 다양한 혼밥 초심자들을 만납니다.
그들과 함께 혼자 주문하는 법, 혼자 자리에 앉는 법, 혼자 밥을 먹는 법까지 천천히 익숙해져 갑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그는 알 수 없는 균열을 마주하게 됩니다.
“나는 왜 혼자 먹는 법을 배워야 하는가? 진짜 두려움은 무엇인가?
혼자 먹는 식탁이 과연 나를 지키는가, 아니면 더 고립시키는 것인가?”

이 질문은 소설이 끝날 때까지 독자의 마음속에도 조용히 남습니다.
'혼밥'은 자유인가? 방어인가? 혼자 먹는다는 것이 편안함인지, 사회적 회피인지 작품은 어느 하나로 단정 짓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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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1인용 식탁' 포스터 /극단 키르코스
학원이라는 인공적 시스템 안에서 현실을 외면한 채 '현실로 가장된 또 다른 현실' 속에 들어가는 인물들. 이 기묘한 구조는 윤고은 작품 특유의 건조한 유머와 섬세한 불안을 자아냅니다.

<1인용 식탁>은 현대인의 고독을 말하지만 감상적이지 않고, 불안을 다루지만 결코 무겁지 않습니다. 오히려 특유의 상상력과 날카로운 관찰을 통해 도시인이 느끼는 미세한 감정의 층위를 섬세하게 포착해냅니다.

오늘 여러분의 식탁은 몇 인용인가요? 누군가와 함께 앉고 싶은 날도 있고,아무와도 마주하고 싶지 않은 날도 있습니다. <1인용 식탁>은 그 어떤 선택도 틀리지 않다며, 각자의 마음이 지닌 모든 온도를 함께 재보자고 말합니다.

강 약, 강 약... 우리의 삶도 결국 그 리듬 위에 놓여 있지 않을까요?
오늘 오디오 책갈피에서는 현대인의 불안과 고독을 독특한 방식으로 풀어낸 윤고은 작가의 <1인용 식탁>을 만나봤습니다.

여러분의 마음 한켠 작은 책갈피 하나 남겨드렸길 바라며, 지금까지 유화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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