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정부가 소셜미디어의 중독성 강한 알고리즘을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유럽의 사례를 보면, 이용자에게 선택권을 주는 것만으로는 사람들이 실제로 알고리즘에서 벗어나도록 만들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Key Points
- 호주, 소셜미디어 알고리즘 규제 추진
- 유럽은 선택권 줘도 효과 제한적
- 호주, 알고리즘 ‘옵트인’ 검토
호주 정부가 소셜미디어의 중독성 강한 알고리즘을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유럽연합, EU가 이미 비슷한 규제를 시행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유럽의 사례를 보면, 이용자에게 선택권을 주는 것만으로는 사람들이 실제로 알고리즘에서 벗어나도록 만들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수년 동안 소셜미디어 기업들은 이용자의 개인정보와 온라인 활동을 분석해, 어떤 콘텐츠를 보여줄지 결정하는 강력한 알고리즘을 사용해왔습니다.
이용자가 더 오래 화면을 보도록 만드는 거죠.
그런데 이런 방식이 앞으로 호주에서는 달라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연방정부는 현재 이른바 ‘디지털 주의 의무’, 즉 Digital Duty of Care 법안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소셜미디어 기업이 온라인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직접 파악하고, 이용자에게 미치는 피해를 줄이기 위한 조치를 취하도록 하는 내용인데요.
이 가운데 하나가 바로 ‘피드 개선’, 이른바 ‘Fix Our Feeds’ 제안입니다.
이용자가 소셜미디어를 사용할 때 알고리즘이 자신의 취향과 행동을 분석해 콘텐츠를 맞춤 추천하도록 할지, 아니면 개인화되지 않은 피드를 볼지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겁니다.
그런데 호주가 이런 규제를 시도하는 첫 번째 국가는 아닙니다.
유럽연합은 이미 세계 최초로 대형 소셜미디어 플랫폼의 추천 알고리즘을 규제하고 있습니다.
EU의 디지털서비스법은 지난 2023년부터 대형 온라인 플랫폼을 대상으로 시행됐습니다.
이 법에 따라 유럽연합에서 월간 이용자가 4천5백만 명을 넘는 대형 플랫폼은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기반으로 하지 않는 추천 방식을 최소 한 가지 이상 제공해야 합니다.
이에 따라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이용자들은 게시된 순서대로 콘텐츠를 보여주는 피드를 선택할 수 있게 됐습니다.
개인화된 추천이 소셜미디어의 중심이 되기 전과 비슷한 방식입니다.
찬성하는 쪽에서는 이런 시간순 피드가 이용자의 중독성을 낮출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계속해서 새로운 콘텐츠가 나오는 무한 스크롤 대신, 자신이 볼 콘텐츠를 어느 정도 다 확인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퀸즐랜드공과대학교의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연구자인 패트릭 윅스트룀 교수는 유럽의 규제에도 한계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이용자들이 개인정보를 덜 제공하고 싶어 하고, 알고리즘이 만들어내는 콘텐츠를 피하고 싶어 하더라도, 막상 화면을 보고 스크롤할 때는 개인화된 콘텐츠를 좋아한다는 겁니다.
개인화된 알고리즘은 이용자의 관심사를 매우 정교하게 파악하고, 계속 플랫폼에 머물도록 설계돼 있기 때문에 이를 쉽게 벗어나기 어렵다는 설명입니다.
실제로 호주 온라인안전위원회가 인용한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이용자들은 시간순으로 콘텐츠를 보여주는 피드를 덜 흥미롭게 느끼는 경우가 많았고, 결국 다시 개인화된 알고리즘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렇다면 단순히 선택권을 주는 것만으로 충분할까요?
디지털 권리단체들은 유럽의 방식이 이용자에게 너무 많은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지난해에는 네덜란드의 디지털 권리단체 ‘비츠 오브 프리덤’이 메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습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서 개인화되지 않은 피드로 전환하는 것이 지나치게 어렵다는 이유였습니다.
이 단체는 메타가 대체 피드 기능을 찾기 어렵게 만들었고, 이용자가 앱을 다시 열면 자동으로 개인화된 피드로 돌아가도록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결국 이용자에게 선택권이 있다고 하더라도, 플랫폼이 덜 개인화된 방식을 불편하게 만들면 대부분의 이용자는 기존 방식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겁니다.
타냐 플리버섹 연방 사회복지부 장관도 여기에 동의하고 있습니다.
플리버섹 장관은 대형 기술기업들이 법적으로는 규정을 지키면서도, 새로운 방식의 앱을 지나치게 불편하게 만들어 이용자들이 결국 기존 방식으로 돌아가도록 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정부는 미국에서 진행된 메타 관련 소송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47개 주 정부가 메타를 상대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플랫폼 기능이 어린이들에게 해를 끼치고 안전성에 대해 대중을 오도했다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메타는 최근 이 사건을 최대 180억 달러 규모로 합의했습니다.
다만 메타가 잘못을 인정한 것은 아닙니다.
합의안에는 어린 이용자의 하루 사용시간을 제한하고, 학교 수업 시간에는 알림을 제한하는 등의 조치가 포함됐습니다.
결국 호주가 고민하는 문제는 단순히 ‘AI나 알고리즘을 사용할 것인가’가 아닙니다.
이 기술이 이용자의 선택과 행동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그 책임을 기업과 정부, 이용자 가운데 누가 얼마나 져야 하는지가 핵심입니다.
유럽의 경험은 이용자에게 선택권을 주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호주 정부가 추진하는 새로운 규제가 실제로 우리의 스크롤 습관과 소셜미디어 사용 방식을 바꿀 수 있을지 주목되는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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