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전쟁기념관에서 중국 전통 의상을 한국 전통 의상으로 소개해 호주 한인 사회가 바로잡기에 나섰습니다.
최근 시드니에 거주하는 대학생 대니얼 권(Daniel Kwuen) 군은 청원 사이트를 통해 "기념관이 '한국 어린이 전통 의상'이라며 전시하고 있는 옷이, 실제로는 중국풍 복식과 흡사하다"고 지적하며 시정을 촉구했습니다.
또한 이 공간이 '국가 경험의 이야기를 전달한다'는 사명을 가진 만큼, 역사적 정확성을 매우 중요시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청원 글에 따르면, 해당 의상은 전통 한복과는 거리가 먼 요소들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우선, 깃과 장식용 덮개는 청나라 복식에서 유래한 치파오나 한나라 시대의 복식인 '한푸' 스타일과 비슷하고, 화려한 자수 역시 한복보다는 중국 전통 의복에 더 가깝다는 분석입니다.
또한, 비대칭 여밈 방식이나 전체적인 구성도 한복과는 다른 형태여서, 현대식 중국 의례복의 영향을 받은 의상으로 보인다는 설명입니다.
호주 전쟁기념관에서 한국 전통 의상으로 잘못 소개됐던 전시물이 철거된 모습. Source: 캔버라 권묘순 한인회장 제공
앞서 서경덕 성신여자대학교 교수 역시 이 의상이 한국 것이 아닌 중국풍 의복으로 판단된다며 기념관 측에 항의 메일을 보낸 바 있습니다.
서 교수는 "호주에서 가장 중요한 국가 기념관이자, 해외 관광객들이 많이 방문하는 곳이기에 이런 오류를 방치해선 안된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최근 몇 년간 중국이 한복까지 자국 문화로 주장하는 움직임이 있었던 만큼, 이런 문제는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문화 정체성과 연결된 중요한 사안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번 청원 활동을 통해 기념관 측이 빠른 시일 내 전시 내용을 수정하고, 한국 문화를 정확히 반영해 줄 것을 공식 요청했습니다. 캔버라 한인회와 재호주대사관 등이 함께 목소리를 더한 결과, 마침내 해당 전시물은 철거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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