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 IN: 인류, 25만 년 동안 끝나지 않은 ‘빈대와의 전쟁’…대책은?

A person holds a glass vial with live bedbugs

Between 2017 and 2022, bedbugs had infested more than one in ten French households. Source: Getty / Stan Honda/AFP

최근 프랑스, 영국, 미국, 홍콩, 한국 등 전 세계 각지에서 빈대 출몰로 ‘빈대와의 전쟁’이 한창이다. 특히 2024년 파리 올림픽 개최를 앞둔 프랑스는 빈대 습격에 비상이 걸렸다.


Key Points
  • 코로나 엔데믹 후 해외여행이 증가하면서 사라졌던 빈대 다시 창궐
  • 2024 파리 올림픽 개최 앞둔 프랑스 '빈대 습격'에 초 비상…학교도 폐쇄
  • 빈대 흡혈량, 모기의 7배 수준…한번 흡혈하면 먹지 않고 최대 1년 버텨
  • 다행히 감염병을 매개하지는 않아…여행 후 가방·옷 60도 고온 세탁 도움 돼
잊고 살았던 해충 빈대가 전 세계에 다시 창궐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파리와 영국 런던 등 유럽을 시작으로 미국, 최근엔 한국 내에서도 출몰 신고가 급증해 방제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사라졌던  빈대가 다시 창궐하는 이유는 코로나 엔데믹 이후 급속히 늘어난 해외여행 증가 때문이라고 합니다.

빈대는 먹이 없이도 1년을 견딘다고 하는데요.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운다.”는 한국 속담이 있죠. 빈대가 사람을 얼마나 힘들게 만들면, 사는 집까지 태워 없애려고 했을까요.

빈대 창궐의 심각성과 대처법 알아봅니다. 컬처 IN 유화정 프로듀서 함께 합니다.

주양중 PD (이하 진행자): 연말 휴가 철을 앞두고 해외 여행을 계획하고 계신 분들 많을 텐데요. 전 세계가 때아닌 빈대 공포에 떨고 있어요. 빈대 포비아라는 말이 나올 정도인데, 빈대를 영어로는 ‘베드버그(Bedbug)’라고 부르죠?

유화정 PD: 빈대는 주로 침대에 산다고 해서 '베드버그'라고 불리는데, 마룻바닥 사이, 침대 매트리스 아래 등 주로 어둡고 좁은 틈새에 숨어있다 불을 끄면 슬며시 나와 온혈동물의 피를 빨아먹습니다.

종종 해외여행 유투버들이 베드 버그에 물려 고통 겪는 영상을 올리기도 하는데요. 가장 편안하게 휴식해야 할 침실에서 주로 나타나 빈대는 동 서양을 불문하고 가장 혐오스러운 곤충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특히 이번에 크게 불거진 이유는 2024 파리 올림픽을 앞둔 프랑스의 지하철, 기차, 영화관 등 공공장소에 빈대 출몰이 심각 수준이라는 데에 있다는 건데요.

유화정 PD: 빈대 괴담들이 빠르게 퍼지면서 국제사회가 크게 동요하고 있습니다. 영국 BBC방송은 프랑스 빈대 문제가 '국가 비상사태' 수준이라고까지 꼬집었는데요. 프랑스 지하철에서 시민들이 좌석 덮개를 일일이 확인하기도 하고, 빈대가 무서워 자리에 앉지 않고 아예 서서 가는 실정이라고 전했습니다.

프랑스뿐만 아니라 영국과 유럽, 미국의 사정도 심각합니다. 특히 호텔과 대학교 기숙사 등이 말썽인데요.

한국 내에서 처음 발견된 사례도 대구의 대학교 기숙사였고, 빈대의 출몰 소식은 곧바로 인천의 찜질방과 부천의 고시원 등으로 이어졌습니다.

대구의 기숙사에는 영국 국적의 학생이 머물렀고 인천의 찜질방도 외국인이 많이 찾는 곳인데, 빈대가 여행객과 함께 해외에서 유입되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뜻으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물론 공식적으로 확인된 사실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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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d bug fear or bedbug worry concept as a cast shadow of a a parasitic insect pest resting on a pillow and sheets as a symbol and metaphor for the anxiety horror and danger of a bloodsucking parasite living inside your mattress. (wildpixel)
진행자: 다행히 호주에서는 아직까지 빈대 출몰에 대한 노출이 없지만, 세계 각지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는 반갑지 않은 빈대 귀환은 근 반세기만이라고 봐야죠?

유화정 PD: 1930~40년대, 그러니까 제2차 세계대전 즈음까지만 해도 빈대는 인간과 한 몸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당시 DDT살충제의 대량 살포로 빈대는 사라진 해충이 된 것인데요.

빈대 퇴치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DDT(dichloro-diphenyl-trichloroethane) 은 전쟁을 위해 개발된 유기염소계 살충제입니다.

DDT는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군인들의 생명을 구해주었는데, 말라리아와 발진열(발진티푸스)을 전파하는 이는 물론 빈대와 벼룩의 퇴치에도 탁월한 효능을 발휘했습니다. 스위스의 화학자 폴 뮐러는 이런 공로로 1948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습니다.

진행자: 한국도 1960 - 70년대까지 빈대·이·벼룩 퇴치를 위해 많은 양의 DDT를 사용했던 것으로 기억이 되는데요.

유화정 PD: 심지어 이(louse)를 퇴치한다는 핑계로 DDT 분말을 직접 몸에 뿌리는 무지한 상황도 연출이 됐었죠. 1955년부터는 세계보건기구(WHO)가 말라리아 퇴치를 위해 전 세계에 DDT를 대량 살포하는 사업을 시작했고, 경제적으로 넉넉하고, 보건의료 체계가 정비된 지역에서는 말라리아뿐만 아니라 빈대·이·벼룩 퇴치까지 상당한 효과를 거뒀습니다.

DDT가 한국을 ‘빈대 청정국’으로 만들어 주었다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는데요. 특히 한국은 70년대 경제가 급속히 발전하면서 아파트와 신식 건물이 건설되고, 이에 따른 주거 환경의 개선으로 빈대는 지난 반 세기 동안 거의 박멸 상태였습니다.

진행자: 지구상에서 사라졌던 빈대가 다시 기승을 부리는 이유는 뭘까요? 최근 저개발국은 물론 선진국에서도 빈대가 극성을 부리는 것이 지구 온난화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죠?

유화정 PD: 기온이 높아지면 빈대가 더 많아지는 것 확인된 사실입니다. 일부 전문가들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종식으로 해외여행이 부쩍 늘어나고, 한편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중고 가구의 유통이 늘어난 것이 큰 원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한국은 50년 간 빈대 청정국으로 스스로 자처해 왔지만, 사실 여러 나라들이 인접해 있는 유럽에선 드물지 않게 빈대 출몰 소식이 있어왔습니다.

2018년에 나온 프랑스 주택부 보고에 따르면 빈대는 1950년대 이후 대부분 사라졌지만 이후 잦아진 국제 여행과 살충제에 대한 내성 때문에 다시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파리 지역에서 빈대로 인한 피해 사례가 크게 늘면서 집주인이나 기업들이 매년 빈대를 없애는 데만 수십억 달러를 쓰고 있는 것으로 보고 됐고, 2018년 파리에서만 호텔과 아파트, 주택을 포함해 40만 곳에서 방역 작업이 이뤄졌습니다.
Composite image of a bed bug and the Eiffel Tower
Tourists and locals in Paris are facing a bed bug infestation. Source: AAP, Getty
진행자: 어쨌든 빈대의 귀환도 코로나19 팬데믹 종식 이후에 시작되는 반갑지 않은 ‘뉴노멀’인 셈이군요. 그런데 빈대는 인류보다 훨씬 먼저 지구상에 등장했다면서요?

유화정 PD: 빈대는 공룡이 살았던 중생대에 지구상에 처음 출현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주로 다른 사람에게 빌붙어 사는 사람을 두고 '빈대 붙어 산다'고 말하는데, 빈대는 25만 년 동안 인류를 따라다니며 피를 빨아온 흡혈 곤충입니다.

빈대는 성경에도 등장할 정도로 오랫동안 인류를 괴롭혔는데요. 3500년 전 이집트 왕조 시대 무덤에서도 빈대가 발견된 적이 있습니다.

빈대는 성충의 크기가 5밀리미터 정도의 작고 납작한 모양의 곤충으로 베트남 태국 등 동남아 지방의 향신료로 주로 사용하는 고수와 비슷한 냄새를 풍겨서 취충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놀라운 것은 빈대는 한 번에 자기 몸의 2.5배에서 6배까지 흡혈을 한다는 점인데요. 같은 흡혈 곤충인 모기와 비교해 한번 흡혈하는 혈액의 양이 무려 모기의 5배에서 한 7배 정도라고 합니다.

진행자: 모기에 물리면 피 한 방울 똑 떨어질 정도인데, 모기의 최대 7배를 흡혈한다면, 빈대에 한 번 물리면 작은 티 스푼 하나 정도가 되는 것 아닙니까?  

유화정 PD: 5밀리미터의 작은 몸의 빈대가 하루 저녁 Full로 그냥 완전히 배를 채우면 잘 기어가지도 못할 정돕니다.

빈대는 생존력이 뛰어난데요. 배고픔이라든지 이런 것들을 오래 견뎌서 온도만 잘 맞으면 예를 들어 약 15도 정도의 상온의 환경이라면 석 달에서 최대 1년까지 굶고도 버틴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견디는 힘이 강해서 먼 거리도, 나라와 나라를 이동할 수도 있는 것도 바로 그런 생존력에 기인합니다.

빈대는 영어 일반명으로 베드버그이지만 서식처 범위가 굉장히 넓어서 주로 침대 매트리스 주변에서 서식하지만 개체 수가 늘어나면 벽에 걸려 있는 액자 뒤, 커튼레일 사이 심지어는요 콘센트 안에도 서식합니다.

진행자: 야행성이라 낮에는 볼 수 없고, 너무 작아 확인도 쉽지 않고, 침실에 빈대가 서식하는 지를 알 수 있는 확실한 포인트는 몸에 물린 자국인데, 엄청 가렵다면서요?

유화정 PD: 그렇습니다. 일단 원인 모르게, 모기 같은 것이 날아다니는 것도 보이지 않는데, 뭐가 반복적으로 물고 따라서 그 상처가 여러 군데이면 일단은 빈대를 의심하는 것이 맞습니다.

모기는 단번에 혈관에 침을 꽂지만, 빈대는 피가 잘 안 나오면 그 옆을 물고 또 물고 하는 지속적인 경향이 있어서 빈대가 문 자국은 하나가 아니라 적어도 두세 개 이상으로 나타납니다. 피부 발진과 가려움도 모기보다 훨씬 더 심합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티푸스를 옮겨주는 진드기나 흑사병(페스트)을 퍼트리는 벼룩과 달리 아직까지 빈대는 고약한 감염병을 매개하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진행자: 이제 곧 휴가 시즌이라 많은 분들이 해외로 혹은 호주 국내 여행을 계획하고 계실 텐데요. 끝으로 만약 여행지에서 빈대에 노출이 됐을 때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가장 최선의 방법인지 간단히 알려주시죠.

유화정 PD: 빈대를 포함 모든 곤충은 60도 이상이면 한두 시간 내에 사멸하기 때문에 의류 등을 뜨거운 물로 세탁하는 것이 필요하고요. 여행에서 사용했던 가방이나 그 외 기타 물건들은 큰 플라스틱 백에 넣어 가정용 에어로졸을 분사한 뒤 밀봉해 2~3일 정도 두면 방역이 된다고 합니다.

진행자: 최근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지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는 빈대 출몰 소식 알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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