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 홀리데이로 호주에서 1년 간 생활한 테일러 송 씨.
24살의 송 씨는 트렌스젠더입니다. 여성의 몸을 가지고 태어났지만 본인은 스스로를 남성으로 인식해 왔습니다. 송 씨는 SBS 한국어 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 처음 트렌스젠더임을 자각한 것은 5살 때였다고 밝혔습니다.
“5살 쯤이었는데, 한 가게에서 여자 분이 나오시는데, ‘나도 크면 내 몸이 저렇게 되겠지? 나는 사실 아닌데..’라는 생각을 한 기억이 있어요”
하지만 어린 시절에는 트렌스젠더라는 말 자체를 들어본 적이 없어, 실제로 이를 깨닫게 된 것은 하리수가 처음 TV에 나온 5년여의 시간이 더 지나서였습니다.
송 씨가 호주에 온 것은 수술비를 벌기 위해서였습니다. 호주에 워킹 홀리데이를 가면 돈을 모으기가 쉽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입니다.
정체성의 노출이 우려 되는 좁은 호주한인사회
자신에 대해 아는 사람이 없고 또 언젠가는 떠날 수 있다는 것은 송 씨의 마음을 편하게 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돈을 벌기 위해 멜번 한인 사회를 서성일 때는 15년 이상 겪었던 고민을 또 다시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저 가게에서는 남자 였는데, 이 가게에서는 여자 였다는 얘기가 좁은 한인 사회에서 나올까봐…”
“한국 식당에 이력서를 넣는데, 한국 처럼 주민등록 번호를 알려줘야 하는지를 잘 몰라서 고민을 많이 했어요. 여자라고 해야 하는지, 남자라고 해야 하는지. 이때는 사람들이 저를 외형 상으로 남자로 인식하는 때였기 때문에 결국에는 남자라고 말을 하고 일을 했었죠”
“하지만 한인 사회가 좁아서 한인 사장님들이 서로 다 알기 때문에 이 가게에서는 쟤 남자였는데 다른 가게에서는 쟤 여자였는데 이런 얘기가 나올까봐 항상 조심스러웠어요.”
트렌스젠더의 가장 큰 어려움 : 일상이 고민의 연속
송 씨와 같은 트렌스젠더는 일상생활에서 늘 끊이지 않는 고민을 해야 합니다. 화장실을 갈 때도, 남성용을 사용해야 할지, 여성용을 사용해야 할지. 그리고 처음 사람을 만날 때도 혹시 날 여자로 알고 있는 사람과 관계가 있을 확률이 어느정도 인지도 계산해야 하고, 혹시 성 정체성이 들어날 경우에는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도 미리 준비를 해야 합니다.
15년이 넘게 이런 고민을 일상 생활에서 하고 있지만, 결코 익숙해 지지 않습니다.

Korean transgender Taylor Song Source: Supplied
동성 결혼 합법화가 성 소수자에게 미치는 영향
송 씨는 호주에서 동성 결혼법이 통과된 것이 동성애자 뿐 아니라 다른 성 소자들의 인권에도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트렌스젠더의 경우 호주에서도 생식 기관이 제거 돼야만 성별정정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은데요. 하지만, 동성결혼이 인정이 된다면, 몸을 바꾸고 싶지 않은 트렌스젠더나 양성을 동시에 지닌 간성 같은 경우도 사랑하는 사람과 문제 없이 결혼할 수 있게 되니 좋은 소식인 것 같아요”
“그리고 동성애자에 대한 인권 향상이 서서히 다른 성 소수자들에게도 확대될 것이라고 믿고 있어요”
“트렌스젠더가 소수 중의 소수라, 죽을 때까지 다른 트렌스젠더와는 대화도 못해 볼 줄 알았는데…”
1년 간의 워킹 홀리데이 생활을 마치고 얼마 전 한국으로 돌아간 테일러 씨는 현재 2번째 수술을 받고 있습니다. 수술이 끝나면 캐나다로 가서 의료인이 되는 공부를 할 계획입니다.
대중적으로 자신을 드러낸 트렌스젠더 외에 대부분의 트렌스젠더들은 성별을 바꾼 뒤 평범한 삶을 살길 바라고 있습니다. 그래서 심지어는 알던 사람들과도 연락을 끊고 새 삶을 시작하는 일이 다분한데요. 송 씨 역시 그런 평범한 삶을 바라고 있지만, 외로울 다른 트렌스젠더들을 위해 이렇게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예전에 굉장히 외로웠고 위로가 필요했어요. 트렌스젠더가 소수 중의 소수라 저는 죽을 때까지 다른 트렌스젠더와는 대화도 못 해 볼 줄 알았는데, 운이 좋게 다른 트렌스젠더 분들 만나면서 용기도 얻고 위로도 많이 받았습니다. 그래서 그걸 다른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싶어서 이렇게 참여하게 됐습니다.”
트렌스젠더를 만난다면…
송 씨는 극 소수인 트렌스젠더를 만나게 될 경우 이렇게 대해 달라고 당부합니다.
“트렌스젠더를 보시면, 겉 모습으로 함부로 판단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트렌스젠더 남성도 머리를 기른다거나, 귀걸이를 한다거나 일반적인 여성들이 하는 행동을 할 수 있는데 ‘너는 남자가 아닌 것 같아’ 라고 하는 건 굉장히 실레가 될 수 있겠죠”
“그리고 ‘그냥 동성애자로 사는게 낫지 않아?’ ,‘수술 하지 않고 평범하게 숨기고 살면 되지 않아?’라고 하시는 분들도 종종 있어요. 수술을 원하지 않는 트렌스젠더라면 상관이 없겠지만 저에게 수술은 선택이 아니라 살기 위한 필수에요. 치료죠. 그러니 제때하지 않거나 꼭 해야 않으면 안되는거에요. 그러니 누군가가 ‘하지 마라’라 ‘참고 살아라’라고 하시는 건 모순적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