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영 작가’와의 만남: “숲과 도시, 오백나한과 우리”

시드니 파워하우스 오백나한전 김승영 작가/ Five Hundred Arhats of Changnyeongsa Temple, Powerhouse Museum (2 December 2021- 15 May 2022)

시드니 파워하우스 오백나한전 김승영 작가/ Five Hundred Arhats of Changnyeongsa Temple, Powerhouse Museum (2 December 2021- 15 May 2022) Source: Supplied

시드니 파워하우스 뮤지엄에서 열리는 ‘오백나한전’의 김승영 작가가 호주를 방문합니다. 김승영 작가와의 만남을 준비했습니다.


박성일 PD(이하 진행자): 시드니 파워하우스 뮤지엄에서 (5월 15일까지) 한호수교 60주년을 기념하는 ‘오백나한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2001년 영월 창녕사터에서 발굴된 오백 나한 석상 50여 점이 전시되고 있는데요.

이번 전시는 단순한 유물 전시만이 아니라 문화유산과 현대 미술이 만난 자리로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오늘은 역사적 유물을 현대적 시각으로 풀어낸 김승영 설치작가와의 만남 준비했습니다. 네 김승영 작가 연결돼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김승영 작가 (이하 김승영): 안녕하세요

진행자: 네, 4월 28일에 시드니 파워하우스에서 ‘김승영 작가와의 대화’ 시간이 마련됐다고 들었는데요. 먼저 호주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께 인사 부탁을 드릴까요? 김승영 작가님에 대해서 잘 모르는 청취자분들도 계실 테니까 소개 말씀 부탁드립니다.

김승영: 저는 설치 미술을 하는 김승영 작가이고요. 이번에 60주년을 맞아 호주 파워하우스에서 전시를 하게 되어서 여러분을 만나 뵐 수 있게 되어서 반갑습니다.
진행자: 네, 김작가님이 오백 나한전에 참여하시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김승영: 2021년 봄에 파워하우스 박물관에서 근무하시는 김민정 학예사님에게 전화 연락이 왔었어요. 선생님께서는 교토에서 열리는 어떤 국제 박물관 콘퍼런스에서 전 대학교수님인 국립중앙박물관 관장님을 뵙게 됐고 그곳에서 우연히 만나게 됐는데 그때 도록을 하나 주셨다고 합니다. 그때 도록이 국립중앙박물관 오백 나한전시였는데 그 도록을 보시면서 “아 이전시회는 꼭 해야겠다”라고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오백나한전은 사실 발굴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유물이어서 한국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유물입니다. 그런데 2018년도에 춘천 국립박물관에서 전시를 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고요. 그다음해 2019년도에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전시를 하게 됐습니다. 지방 전시가 중앙 전시로 옮겨져서 하는 예는 거의 없는 상태에서 사람들에게서 주목을 많이 받았는데요. 49일 기간 동안 5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왔다 갔으니까요.

나한이라고 하면 일반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기도 합니다. 부처님이라든가 반가사유상 등은 굉장히 유명하지만 나한 그러면 아무래도 기독교인이라든가 천주교인에게는 “나한이 뭐지?” 생각을 하거든요. 나한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 성자가 된 분들인데요. 기복 신앙으로 또는 종교 신앙으로 고려 시대 때부터 많이 우리나라에서도 알려졌다고 합니다.

이 나한상을 가지고 현대작가하고 콜라보를 해서 전시를 하게 된 거죠. 그게 사람들한테 많은 호응을 얻었고 그게 또 소문이 나서 호주에까지 가게 된 것 같습니다.
시드니 파워하우스 오백나한전/ Five Hundred Arhats of Changnyeongsa Temple, Powerhouse Museum (2 December 2021- 15 May 2022)
시드니 파워하우스 오백나한전/ Five Hundred Arhats of Changnyeongsa Temple, Powerhouse Museum (2 December 2021- 15 May 2022) Source: Photo by Zan Wimberley
진행자: 나한을 보면 굉장히 투박하다는 인상이 들던데요. 동시에 굉장히 편안하다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나한을 처음 접하셨을 때 느낌이 어떠셨는지가 궁금하네요?

김승영: 저도 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유리 벽 안에 나한이 모셔져 있었는데 유리벽을 통해서 봤을 때 그 느낌은 모아져 있었기 때문에 그 표정 하나하나가 다 드러났다기 보다 “투박하다” 느낌은 가지고 있는데 왠지 보이는 느낌이 나한이 가지고 있는 특징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거예요. 그래서 이걸 개별적으로 놔야겠다는 생각을 동시에 했었죠.

진행자: 파워하우스 특별 전시관에 들어서면 진열장이나 유리 벽이 아닌 사람들의 눈높이에 투박한 나한상이 놓여 있던데요. 거부감이 없으면서도 굉장히 편안하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작가님의 의도라고 할까요? 전하고 싶은 메시지, 어떤 것이 있었을까요?

김승영: 처음 전시를 하게 된 장소가 춘천, 그래서 춘천에서 전시를 하게 됐을 때 자연이라는 부분을 조금 부각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제일 중요했던 것은 유리장 안에서 그걸 끄집어 내서 사람들한테 어떤 막이 없이 사람들과 대면하게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겠다 생각이 들어서 춘천 박물관장님에게 요청을 했었고요. 그 요청이 받아들여져서 허락이 떨어졌고 생각했을 때 나한이라는 존재들이 어디에 있을까 생각을 했더니 숲에서 수도를 했던 분들이라는 얘길 들었어요 그래서 아 그럼 숲을 만들면 되겠다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좌대 위에 올려져 있는 나한, 그 좌대가 하나하나 다 나무라고 생각한 거죠. 그래서 숲을 조성을 했고 33점 정도가 처음에 놓여 있었기 때문에 나무 좌대들이 많이 놓여있으면 숲처럼 보여지는 거죠. 그 위에 나한들을 올려놓고… 나한들이 서로 떨어져 있기 때문에 나한의 표정을 오롯이 볼 수 있는 것이죠.

그래서 숲과 바닥에 이끼 같은 걸 심고 벽돌로 만들어진 바닥에 사람들에게 위로를 줄 수 있는 문귀들 “밥 먹었니?”, “잘 있었어?” 그런 얘기들을 써 놓은 거죠. 그래서 사람들이 숲속을 다니면서 그 문구들을 보면서 위로를 받는다던가 나한의 표정들을 보면서 친근감을 느낀다던가 그렇게 하고 싶었습니다.
시드니 파워하우스 오백나한전/ Five Hundred Arhats of Changnyeongsa Temple, Powerhouse Museum (2 December 2021- 15 May 2022)
시드니 파워하우스 오백나한전/ Five Hundred Arhats of Changnyeongsa Temple, Powerhouse Museum (2 December 2021- 15 May 2022) Source: Photo by Zan Wimberley
진행자: 말씀처럼 숲의 부분이 잘 살아난 것 같아요. 안쪽에 설치된 스피커들과 나한의 전시도 굉장히 인상 깊었습니다. 스피커들은 현대 문명, 특히나 현대 음악이 울려 나오는 기계라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도시 소음도 들리고 사이사이 물방울 소리도 들리던데요. 작가님이 이들 스피커와 소리를 통해서 특별히 전하고자 한 의도가 있을까요?

김승영: 춘천에서 전시했던 것이 사람들에게 굉장히 오고 가고 얘기가 됐고요. 1년에 한 번씩 제일 좋은 전시를 뽑게 되어 있어요. 그때 오백 나한전이 1위가 된 거죠. 그래서 국립 중앙박물관에서 그 다음 해에 전시를 하게 됐는데요. 이제 도시로 옮겨지게 된 거죠. 호반의 도시가 아니라 서울이라는 대도시에 옮겨지게 되면서 타워라는 제목으로 도시에 맞게끔 전시를 같이 하게 된 겁니다.

처음에 들어왔을 때 1부에서 숲을 보고 2부에서 타워라는 어떤 도시의 형상을 보게 되는 거죠. 그래서 말씀하신 대로 스피커가 1,000점이 넘는데요. 1,100개 정도의 스피커를 이용해서 타워… 제가 처음에 구상했을 때에는 사실 2000년도에 구상했던 작업을 그쪽에 같이 집어 넣은 건데요. 그때는 제가 뉴욕에 있을 때 언어로 인해서 굉장히 혼란스럽고 힘들었어요. 그때 한 지인이 저한테 자세히 들어봐 봐 꼭 영어로 하는 게 아니라 여러 나라말로 한다고 하는 말을 듣고 들어보니까 정말 사람들이 각 나라말, 우리나라 한국말로 하고, 일본 말로 하고, 중국어, 아랍어, 여러 가지 말로 사람들이 다 대화를 하는 걸 맨해튼에서 듣게 되는 거죠. 그래서 동시에 생각한 게 성경에 나오는 바벨탑이었습니다. 언어가 흩어짐으로 인해가지고 서양에서는 굉장히 부정적인 것이지만 제가 생각했을 때는 언어가 흩어짐으로 인해가지고 다양한 문화가 생기는 시발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 바벨탑을 만들려고 모은 스피커들이었는데요. 그 스피커 안에 사실 바벨이라고 하는 느낌이, 거기에는 지구라는 의미도 들어갈 수가 있었던 거죠. 그 안에, 도시 안에 있는 나한, 또는 세상 안에 있는 나한을 그 스피커 타워 안에 집어넣게 된 겁니다.
시드니 파워하우스 오백나한전/ Five Hundred Arhats of Changnyeongsa Temple, Powerhouse Museum (2 December 2021- 15 May 2022)
시드니 파워하우스 오백나한전/ Five Hundred Arhats of Changnyeongsa Temple, Powerhouse Museum (2 December 2021- 15 May 2022) Source: Photo by Zan Wimberley
타워 안에서 들리는 사운드 소리를 듣게 되면 일단 제일 처음에 제가 구상을 한 걸 잠깐 설명을 하면요 물방울 소리가 한 방울 떨어지고 두 번째부터 종소리가 같이 합쳐지게 됩니다. 물방울 소리가 자연의 순수한 소리였다면 거기에 종소리가 가미됨으로 해서 어떤 종교성이 씌워지게 되는 거죠. 그래서 그 종소리를 부처님의 목소리라고 생각을 했고요. 그 종소리를 따라 하는 여러 나한들이 다른 종소리들을 들을 수 있고요 그게 서로 섞여지면서 조화를 이루게 되고 거기에 사람들이 웅성웅성하면서 이게 무슨 소리야?라고 하면서 귀를 기울이는 일반인들의 소리들이 나오게 됩니다. 그 모든 것이 합쳐져서 어떤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진행자: 그렇군요. 마지막으로 호주 청취자 여러분에게 이번 오백 나한전과 관련해서 꼭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을까요?

김승영: 사실은 이렇게 봐 달라라고 얘길 할 순 없지만 저는 지금 이 시대에서 우리가 어떤 위치에 있고 어쩌면 주위를 좀 돌아봐야하지 않을까? 자기 자신을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그런 시기이기 때문에 더욱더 사람들이 그 점을 알고 전시를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진행자: 네 알겠습니다. 오늘은 4월 28일 시드니 파워하우스에서 오백 나한전 “김승영 작가와의 대화” 시간을 준비하는 김승영 작가를 만나봤습니다. 오늘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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