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에게 자살과 자해에 대한 질문을 직접적으로 하는 건…”

Girl sitting in shadow

Girl sitting in shadow Source: Getty Images/stockstudioX

케이트 리 청소년 담당 사회 복지사는 10대 청소년 자녀와 이야기를 나눌 때는 옳다, 그르다, 핀잔, 방해없이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끝까지 들어주고 감정을 읽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진행자: 2020년 이제 하루를 남겨두고 있습니다. 올해는 예상할 수 없었던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인해 많은 분들이 힘든 시간을 보내셨는데요. 전염병 자체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도 있었지만 이에 대한 대처로 실시된 사회적 봉쇄, 격리로 발생된 고립과 우울 그리고 팬데믹이 경제적인 타격을 주며 생겨난 실직, 불안정한 고용 등이 주는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심각한 한 해였습니다.  

저희 SBS 한국어 프로그램은 연말 특집으로 호주 한인 사회의 정신 건강 실태를 알아보는 시간 진행하고 있는데요. 첫 시간에는 한국계 정신 건강 소셜 워커이자 상담 전문가인 사라 박 선생님과 함께 한인 사회의 전반적인 상황에 대해서 살펴봤습니다. 많은 분들이 정신 건강 문제를 “나만 참고 시간이 지나면 해결되는 문제”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고, 그렇기에 전문가를 찾게 되는 상황이 되면 이미 심각한 수준이라는 문제가 제기됐습니다.  

오늘은 그 두 번째 시간으로 청소년의 정신 건강 이슈를 살펴보려고 합니다. 최근 시드니 지역에서 청소년들의 자살 사건이 몇 차례 발생한 것으로 전해지며 학부형들의 우려가 높습니다. 시드니 북부 지역 청소년 복지 기관인 Phoenix house에서 Youth worker 청소년 담당관으로 근무하고 계시는 케이트 리 선생님과 함께 청소년 자살, 자해 등 이런 극단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아이들의 정신 건강 문제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알아보려고 하는데요.

앞으로 15분 정도 청소년 자살과 자해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텐데, 혹시라도 자살로 가족, 자녀, 친구 등 가까운 사람들을 잃으셨거나  또는 시도하신 경험이 있는 청취자분께는 상당히 민감한 주제인 만큼 이를 청취하실 것인지의 여부를 잘 판단해 주시길 바랍니다. 혹시라도 긴급 도움이 필요하시면 자발 방지 지원 서비스 Suicide Call Back Service 1300 659 467 또는 긴급 신고 전화 000으로 전화하실 수 있습니다.  

그럼 피닉스 하우스 유스 워커 케이트 리 선생님, 나혜인 프로듀서가 만났습니다.
나혜인 피디: 피닉스 하우스의 케이트 리 청소년 담당 사회 복지사 나와계십니다. 안녕하세요?

케이트 리 복지사: 안녕하세요?  나혜인 피디: 현재 Phoenix House 에서 청소년 케이스워커로 근무하고 계시는데요. 먼저 피닉스 하우스는 어떤 곳인가요?  케이트 리 복지사: 네. 피닉스 하우스 청소년 서비스는 노던 시드니 지역에서 30여 년 동안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소년들을 위한 다양한 대안 교육 프로그램, 심리 상담, 케이스 매니지먼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케이스 매니지먼트라는 단어가 생소하실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다양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적합한 자원과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연결해서 청소년들이 독립적인 인격체로 공동체 안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서비스입니다.  

나혜인 피디: 한국계 학생들을 만나시는 경우도 많이 있으신가요?  

케이트 리 복지사: 네, 분기마다 조금씩 다를 수도 있는데요. 제 케이스들의 경우 40% 정도 한국계 학생들입니다.
Kate Lee, Youth Development Specialist at Phoenix House
Kate Lee, Youth Development Specialist at Phoenix House Source: Supplied
나혜인 피디: 그렇군요. 오늘 우리가 잘 살펴볼 내용은 청소년 자살에 대한 내용입니다. 좀 무거운 주제인데요. 청소년 자살. 최근 시드니에서도 이런 사건들이 여러 차례 보도가 됐었는데요. 한국에서는 성적에, 왕따에 비관해 목숨을 끊는 뉴스가 종종 나오는데… 호주에서는 청소년 자살의 이유를 어떻게 파악해야 하나요?  

케이트 리 복지사: 사회복지사로서 자살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눌 때 자주 접하게 되는 질문이 왜 자살하는 가입니다. 그런데 자살에 대한 이유를 하나의 사건, 특정한 사람이라고 설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음을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자살에는 다양한 위험요소들이 복잡하게 얽혀서 일어나기 때문이고 하나의 사건 또는 사람을 원인으로 규정할 경우에는 특정한 사람이나 사건에 대한 단순 비난으로 이어지기 쉽기 때문입니다.  

나혜인 피디: 그렇죠. 말씀하신 것처럼 간단한 이유가 아닐 것 같아요.  

케이트 리 복지사: 대신에 자살을 부추기는 다양한 위험요소들을 살펴볼 필요는 분명히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위험요소들을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지고요. 개인적인 위험요소, 사회적 위험요소 그리고 환경에 의한 위험요소로 이런 요소들이 높아질수록 자살을 생각하거나 행위로 이어질 확률이 높아집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 보자면은요. 이런 요소들은 신체 또는 정신 건강의 상태, 자존감의 정도, 어려운 상황을 대하는 능력 그리고 가족을 비롯한 친구, 동료 그리고 공동체와의 관계에서 그 속에서 느끼는 소속감의 정도, 삶의 질과 아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나혜인 피디: 한 사람의 정신 상태뿐만 아니라 그 주변의 환경, 관계 이런 것들이 다 영향을 미치는 거네요.  

케이트 리 복지사: 네 맞습니다.
나혜인 피디: 자살뿐 아니라 청소년 자해 문제도 많이 나오고 있는데…이런 것들을 가족이나 부모가 잘 파악할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쉽지 않을 것 같거든요.  

케이트 리 복지사: 네, 비욘드 블루라는 정신건강 전문 서비스에 따르면 약 인구의 12%가 자해를 경험한다는 리서치 결과가 이었습니다. 그리고 또 처음 자해를 시작한 평균적인 나이는 12-14세 사이라고 보고 되고 있습니다. 청소년 자해의 경우는 어른들의 관심을 받기 위한 행동이 아님을 알려 드리고 싶습니다. 많은 경우가 자해를 하는 경우가 심적 정신적 어려움을 대처하기 위한 행동일 가능성이 매우 높아요. 자해를 하는 청소년들은 대부분 상당한 우울증이나 불안증을 끊임없이 경험합니다. 자해의 어려운 점은 눈에 띄지 않을 수 있어서 파악이 어렵습니다. 신체 중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 자해를 했을 경우 굉장히 파악하기 어렵죠. 하지만 부모님께서 자녀 분의 몸에 칼로 그은 자국이 한두 번이 아니고 지속적으로 그런 자국들을 목격하셨다거나 아니면 화상을 입은 흔적 또는 어떤 단어나 상징들을 몸에 새긴 것이 보인다면 짐작은 하실 수 있으실 거고요. 자해를 대처할 수 있는 건강한 방법으로 내면의 극도의 불안과 우울함을 다룰 수 있는 방법들을 자녀분이 배울 수 있도록 가르쳐 주고 익숙할 때까지 계속 연습을 해야 합니다.  

 나혜인 피디: 자해는 사실 부모님들이 아이들이 이런 행동을 한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도움일 주려면, 이 상황을 냉철하게 파악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어떻습니까?  

케이트 리 복지사: 네 맞습니다. 많이 걱정이 앞서실 것 같고 굉장히 두려움도 있으실 거라 생각되는데요. 이렇게 자해의 흔적이 발견됐을 경우에는 그 내면에 더 큰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시고 GP 선생님을 찾는 것도 굉장히 좋은 방법이에요. 외부적인 상처를 치료하면서 내면적인 문제들을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을 거예요. 의사 선생님이랑…그런 방법들도 있고요. 청소년들의 경우 자살을 생각할 경우 보여는 싸인들이 있어요. 이 부분들이 부각될 경우 더욱 신경 써서 자녀와 대화의 시간을 갖는 것이 필요합니다. 자해하고도 많이 연관이 되는데요. 자신의 삶에 대해 굉장히 무의미, 무가치하며 희망이 없다고 느끼는 경우가 강렬한 감정을 느낄 때가 있을 거예요. 더 외로워지고 아무도 자신을 이해할 수 없다고 느끼며 극적인 기분의 변화를 경험하기도 합니다. 그네처럼…그리고 신경질적이고 공격적인 성향이 생기고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됩니다. 그리고 말을 하지 않는 친구 같은 경우는 다양한 방법으로 죽음을 표현하려고 하고 갑작스레 가족과 친구들로부터 멀어진다거나 자신의 외모를 아주 심각하게 돌보지 않는 경우. 옷을 갈아입지 않는다거나, 자신의 몸을 씻지 않는다거나… 아주 무신경해지고요. 외모를 가꾸는 데 있어서. 또 자신과 타인을 해치려고 위협을 가하는 경우 그리고 자신의 물건을 타인에게 주는 경우다 하나씩 나눠주거나. 또는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안녕이라는 말을 남기는 경우 이런 경우는 자살 위험이 아주 많이 높습니다.  

나혜인 피디: 정말 자살이 아주 많은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얽혀있다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케이트 리 복지사: 그래서 만약 이런 위험들이 인지가 되시고 걱정이 되신다면은 신속히 청소년 도움 센터, Beyond Blue (130022 46 36) 또는 Kids Help Line (1800 55 1800), Life Line (13 11 14) 또는 000로 전화를 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나혜인 피디: 만약 이렇게 자해나 자살과 같은 이슈가 아이들에게 있다고 느낀 부모님들은 어떻게 하는게  좋을까요? 섵불리 아이와 대화를 시도하다가 대화가 잘 안될 수도 있다는 걱정이 먼저 들것 같기도 하거든요.  

케이트 리 복지사: 그렇죠. 대화를 시도하기가 많이 어려우실 거예요.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청소년들이 자살을 생각할 정도로 힘든 시간을 보낼 때 그들이 믿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정말 절실히 필요합니다. 자살은 무척 민감하고 무거운 주제이지만 마음을 단단히 먹고 자녀와 대화를 시도하시는 것은 청소년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자녀가 경험하고 있는 문제에 대해 공감하고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아주 중요합니다. 자살에 대한 대화가 어렵게 느껴지신다면, 자녀들이 느낄 수 있도록  관심과 보살핌을 지속적으로 보여주시면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 언제든지 들어줄 수 있어”라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보내주세요.  

나혜인 피디: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계속 인지를 시켜주는 거네요. 아이에게…  

케이트 리 복지사: 네 그리고 이런 강한 믿음을 아이에게 주기 위해서는 자녀가 하는 말에 옳다, 그르다, 비판, 핀잔, 방해… 이런 것 없이 자녀의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참고 들어 주시고 그 이야기 속의 감정을 읽어내고 “이런 감정을 느꼈구나…”, “이런 생각에서 이런 감정이 나왔겠구나…” 공감해 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자녀분들이 어두운 감정들 예를 들면  분노, 격분, 슬픔, 외로움, 상실감 더불어 예상치도 못할 만큼의 힘든 일들을 토로할 수 도 있음을 미리 인지해 주시고 차분히 흔들림 없이 들어주세요.
Staff at Phoenix House
Staff at Phoenix House Source: Supplied
나혜인 피디: 아이가 말을 한다면 대화를 시도해 볼 수 있겠지만 10대 청소년의 경우 말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는데요. 이런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케이트 리 복지사: 청소년들은 사춘기도 경험하고 자신의 문제가 굉장히 크게 느껴지기 때문에 단답형이나 대화를 기피하거나 또는 짧게만 얘기할 수도 있는데요. 이런 경우는 내 아이가 부모님과 어려운 대화를 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인을 주는 걸로 알아주시고 대화가 진행되지 않는다고 해서 너무 좌절하지 마시고 대신 너의 이야기를 언제든지 들어 줄 준비가 되어있음을 다시 한번 알려주십시오. 조금 중요한 부분인데요. 부모님의 마음이 많이 아프시겠지만 자녀에게 자살에 대해 직접적으로 질문을 하셔도 괜찮습니다. 자해와 마찬가지로 자살도 직접적으로 질문하셔도 괜찮고요. 예를 들어 자살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구체적인 계획을 갖고 있는지를 물어봐 주세요. 계획이 구체적일수록 그리고 과거에 자살을 시도한 경험이 있을수록, 정신 질환 중에서 우울증이 있을수록 자살을 실행에 옮길 확률이 높아집니다. 위험이 많이 높은 경우에는 전문가의 도움과 함께 안전 계획을 짜서 부모님과 자녀분이 숙지하시고 긴급상황이 생길 시 계획에 따라 실행해서 자살 위험이 낮아질 수 있도록 자녀를 도와주셔야 합니다.
나혜인 피디: 사실 10대 청소년들을 키우는 게 만만찮은 일입니다. 아이들도 부모에게 상처를 받지만 부모들도 통제되지 않는 아이들로 인해 많은 상처를 받기도 하는데요. 나와 다른 아이들을…어떻게 키워야 할지…고민을 하시는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케이트 선생님께서는 많은 청소년들의 고민과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면서 여러 가지 느끼시는 부분이 많으실 것 같은데요. 10대 청소년을 가진 우리 부모님들께 조언을 한 말씀 주신다면요.  

케이트 리 복지사: 네 제가 일을 하면서 많이 느끼는 부분은 부모님이나 어른들의 관점에서 볼 때 청소년과 자녀가 겪는 어려움이 다소 중요하지 않거나 또는 작아 보일 수도 있거든요. 하지만 그런 것들이 그들에게는 정말 세상의 끝인 것처럼 아주 어려운 일 일 수도 있다는 점을 기억해 주시고요. 특히 평소보다 침울하고 말이 없고 가족이나 친구로부터 고립을 자처하는 경우 자녀 분이 어떤 감정을 또는 어떤 기분을 느끼고 있는지 물어 봄으로써 대화를 시도하면 자녀의 삶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를 시작할 수 있을 거예요. 가장 중요한 것은 감정과 기분을 물어보는 겁니다. 청소년은 아직 어른의 도움과 관심이 필요하지만 하나의 인격체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의 바운더리를 존중해 주시고요. 어떤 특정 선택의 강요보다는 그런 선택을 했을 때 어떤 결과들이 예상이 되는지 그 결과에 대해서 이야기를 많이 하시면서 청소년 자녀분이 선택을 하도록 해 주시면 갈등들이 조금은 해소될 수도 있을 것 같고 관계도 향상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나혜인 피디: 알겠습니다. 청소년들 몸은 정말 부모님만큼 컸지만 감정적으로 많은 도움이 필요한 시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오늘 피닉스 하우스에서 청소년 담당 사회 복지사로 근무하고 계시는 케이트 리 선생님 함께 했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드립니다.  
새로워진 SBS 라디오앱 을 지금 다운로드하세요. SBS 라디오 앱으로 한국어 프로그램을 청취하는 방법을 알아볼까요?

 


Share
Follow SBS Korean

Download our apps
SBS Audio
SBS On Demand

Listen to our podcasts
Independent news and stories connecting you to life in Australia and Korean-speaking Australians.
Ease into the English language and Australian culture. We make learning English convenient, fun and practical.
Get the latest with our exclusive in-language podcasts on your favourite podcast apps.

Watch on SBS
Korean News

Korean News

Watch it onDemand
"자녀에게 자살과 자해에 대한 질문을 직접적으로 하는 건…” | SBS Kore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