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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경제: “열심히 살아도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호주 청년들이 마주한 ‘복합위기’

Illustration of a young woman holding coffee beside a globe, financial market chart and a red “For Sale” sign.
Young Australians' desire to own property remains strong, but confidence they will be able to buy has stayed low. Source: Getty / SBS

주거 불안과 취업 기회 부족, 기후변화가 서로 맞물리면서 호주 청년들이 미래를 계획하고 독립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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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BS News

Presented by Sophia Hong, Justin Sungil Park

Source: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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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 불안과 취업 기회 부족, 기후변화가 서로 맞물리면서 호주 청년들이 미래를 계획하고 독립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Key Points

  • 호주 청년 82%, 저렴한 주택 공급에 긴급 대응 필요
  • 불안정한 일자리와 기후변화까지 겹친 ‘복합위기’
  • 청년 99%가 불안·비관 경험…“노력하면 미래를 바꿀 수 있어야”

박성일 PD: 매주 우리 생활과 맞닿아 있는 경제 이야기를 쉽고 친절하게 풀어보는 ‘친절한 경제’ 시간입니다. 홍태경 프로듀서 나와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홍태경 PD: 안녕하세요.

박성일 PD: 요즘 호주 청년들과 이야기해 보면 이런 말을 자주 듣습니다. “열심히 일하고 아끼는데도 내 집 마련은 점점 멀어지는 것 같다”, “앞으로 어떤 삶을 살게 될지 계획하기 어렵다”는 건데요. 단순히 청년들이 눈높이가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홍태경 PD: 그렇습니다. 지금 호주의 청년 세대는 주거비와 생활비 부담, 불안정한 일자리, 기후변화에 대한 우려까지 여러 문제가 한꺼번에 겹치는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최근 모나시대학교 연구진은 이런 상황을 ‘폴리크라이시스(polycrisis)’, 우리말로는 ‘복합위기’라고 표현했습니다. 각각의 위기가 따로 발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서로 연결돼 영향을 증폭시키는 상태를 뜻합니다.

박성일 PD: 예를 들어 집값이 비싼 것과 일자리 문제가 각각 떨어져 있는 게 아니라,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거군요?

홍태경 PD: 맞습니다. 집값과 임대료가 너무 비싸면 청년들이 독립하기 어렵습니다. 독립하지 못하면 원하는 지역으로 이사해 취업하거나 공부할 기회도 제한될 수 있습니다. 출퇴근 시간이 길어지고 생활비 부담이 커지면 정신건강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기후변화 역시 별개의 문제가 아닙니다. 폭염이나 산불, 홍수 같은 재난은 주택과 보험료, 식료품 가격, 일자리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이렇게 주거와 고용, 기후, 정신건강이 서로 얽혀 청년들의 미래 계획을 어렵게 만드는 것이 바로 복합위기입니다.

박성일 PD: 이번 연구는 호주 청년들의 상황을 상당히 오랜 기간 추적했다고요?

홍태경 PD: 네. 모나시대학교 청년정책·교육실천센터는 지난 2021년부터 18세에서 24세 사이의 호주 청년 2천700여 명을 추적 조사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시기부터 5년 동안 이들의 일자리와 교육, 주거, 정신건강, 인간관계, 사회 참여가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살펴본 겁니다.

연구진은 팬데믹이 청년들의 어려움을 처음 만들어낸 것은 아니라고 설명합니다. 이전부터 존재했던 주거 불안과 불안정 고용, 생활비 부담을 팬데믹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냈다는 겁니다.

박성일 PD: 이번 조사에서 청년들이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한다고 꼽은 문제는 무엇이었습니까?

홍태경 PD: 가장 큰 문제는 역시 ‘감당할 수 있는 가격의 주택’, 즉 주거비 부담이었습니다.

주거 문제에 긴급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답한 청년의 비율은 2022년 60%에서 2025년 82%로 크게 높아졌습니다. 불과 3년 사이에 22%포인트나 상승한 겁니다.

취업 기회에 긴급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응답도 같은 기간 48%에서 64%로 높아졌습니다. 기후변화를 시급한 문제로 꼽은 비율은 2022년 47%에서 2025년 44%로 소폭 낮아졌지만, 여전히 청년 10명 가운데 4명 이상이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었습니다.

결국 이번 보고서가 보여준 세 가지 핵심 문제는 주거 불안, 취업 기회 부족, 그리고 기후변화를 들 수 있습니다.

박성일 PD: 특히 주거 문제는 호주의 거의 모든 세대가 체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청년들에게는 그 영향이 더 클 수 있겠죠?

홍태경 PD: 그렇습니다. 이미 주택을 보유한 세대는 집값이 오르면 자산 가치도 함께 상승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청년에게 집값 상승은 마련해야 할 보증금과 대출 규모가 더 커진다는 뜻입니다.

브리즈번의 24살 대학생 소피 블라크 씨도 학업을 이어가면서 소매업과 요식업에서 풀타임에 해당하는 시간만큼 일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집을 사기 위한 보증금을 모으기 위해 결국 가족의 집으로 돌아가야 했습니다.

문제는 부모와 함께 살면서 일까지 해도 생활비가 계속 오르기 때문에 저축하기가 쉽지 않다는 겁니다.

소피 씨는 “일하고, 공부하고, 가능한 만큼 저축하면서 해야 한다고 배운 모든 것을 하고 있지만, 내 목표가 손에 닿을 것처럼 느껴지지는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박성일 PD: “지금 당장 집을 사게 해달라”는 것이 아니라, 열심히 노력하면 언젠가는 가능하다는 믿음이 필요한데 그 믿음이 흔들리고 있다는 이야기로 들립니다.

홍태경 PD: 바로 그 부분이 가장 우려되는 부분입니다. 청년들도 대부분 내일 당장 집을 살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집값과 임대료, 필요한 보증금, 대출 가능 금액이 계속 변하다 보니 목표를 정하기가 어렵다고 말합니다.

예를 들어 10만 달러를 모으면 보증금이 될 것으로 생각하고 저축을 시작했는데, 몇 년 뒤에는 집값이 올라 필요한 금액이 15만 달러나 20만 달러가 될 수 있습니다. 그 사이 임대료와 식료품비도 올라 저축할 수 있는 금액은 줄어듭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청년들이 “내가 더 열심히 하면 된다”고 생각하기보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목표가 계속 달아난다”고 느끼기 쉽습니다. 소피 씨도 자신이 마련해야 할 돈과 벌어야 할 소득의 기준이 계속 바뀌어 낙담하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박성일 PD: 주택을 단순히 소유 자산의 문제로만 봐서는 안 된다는 전문가의 지적도 나왔죠?

홍태경 PD: 네. 스윈번대학교의 주거·사회정책 전문가 웬디 스톤 교수는 안정적인 주거가 청년들이 독립하고, 공부하고, 일하고,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데 필요한 기본 토대라고 설명했습니다.

쉽게 말해 안정적으로 살 곳이 있어야 취업도 유지하고 학업도 이어갈 수 있다는 겁니다.

반대로 임대료가 너무 비싸 자주 이사해야 하거나, 살던 집에서 갑자기 나가야 할 가능성을 걱정한다면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기가 어렵습니다. 직장이나 학교에서 먼 곳으로 밀려나면 교통비와 통근 시간도 늘어납니다.

주거 불안이 교육과 고용에 영향을 주고, 다시 소득과 주거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악순환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박성일 PD: 그렇다면 정부가 주택 공급량만 늘리면 해결될까요?

홍태경 PD: 주택 공급 확대는 분명 필요하지만, 전문가들은 공급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합니다. 새로 공급되는 주택의 가격이 청년들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면 실제 주거 안정으로 이어지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스톤 교수는 청년들의 안정적이고 저렴한 주거를 단순한 복지 비용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투자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공부하거나 직업훈련을 받는 청년들에게 맞춤형 주거 보조금을 제공하고, 장기 임차를 선택할 수 있도록 세입자 보호를 강화하는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집을 꼭 소유하지 않더라도 한곳에서 안심하고 오래 거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겁니다.

박성일 PD: 두 번째 문제인 일자리도 조금 더 살펴보죠. 현재 호주의 청년실업률만 보면 과거의 일부 위기 때보다는 낮다고 볼 수도 있는데, 청년들은 왜 취업 기회를 더욱 시급한 문제로 인식하는 걸까요?

홍태경 PD: 청년들이 말하는 일자리 문제는 단순히 일자리가 있느냐 없느냐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안정적인 근무시간과 소득을 보장받을 수 있는지, 자신의 교육과 경력을 활용할 수 있는지, 장기적인 전망이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소매업이나 접객업, 플랫폼 노동처럼 청년들이 많이 일하는 분야에서는 근무시간이 일정하지 않거나 고용이 불안정할 수 있습니다. 일은 하고 있지만 매달 소득이 달라질 수 있고, 다음 계약이 보장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대출기관의 소득 기준을 충족하기도 어렵고, 장기 임대 계약이나 주택 구입을 계획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박성일 PD: 그러니까 ‘취업자’라는 통계에 포함돼도 본인은 경제적으로 안정됐다고 느끼지 못할 수 있겠군요.

홍태경 PD: 그렇습니다. 특히 학업과 일을 병행하는 청년이라면 임금은 생활비로 빠져나가고, 학업에 쓸 시간은 줄어드는 이중 부담을 겪을 수 있습니다.

결국 괜찮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면 주거가 불안해지고, 주거가 불안하면 교육과 취업 기회가 제한되는 구조가 만들어집니다. 복합위기라는 표현이 사용된 이유입니다.

박성일 PD: 세 번째 문제인 기후변화도 청년들의 미래 계획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요?

홍태경 PD: 네. 시드니대학교의 스칼릿 스마우트 연구원은 청년들이 이전 세대로부터 해결되지 않은 기후 문제를 물려받았다고 느끼면서도, 개인이 이를 바꿀 힘은 거의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기후변화는 먼 미래의 환경 문제에 그치지 않습니다. 청년들이 앞으로 어디에서 살 수 있을지, 보험료와 전기료를 얼마나 내야 할지, 어떤 산업과 일자리가 사라지거나 생겨날지와도 연결됩니다.

그런데 정부가 충분히 대응하지 않는다고 느끼면 청년들은 자신들이 통제할 수 없는 위험을 떠안았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 대응을 세대 간 형평성의 문제로 다뤄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청년들에게 개인적으로 소비를 줄이고 재활용을 잘하라고 요구하는 데 그치지 말고, 정부가 구조적인 해법을 보여줘야 한다는 겁니다.

대중교통과 지역사회 공간을 확대하고 자연에 접근할 기회를 늘리는 것도 청년들의 연결감과 주도성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봤습니다.

박성일 PD: 이렇게 여러 불안이 겹치면 정신건강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 같습니다.

홍태경 PD: 이번 조사에서 특히 눈에 띄는 부분입니다. 2025년 조사에 참여한 청년의 99%가 적어도 한 가지 이상의 불안감이나 비관적인 감정을 경험했다고 답했습니다.

물론 이 수치가 청년의 99%가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하지만 사실상 거의 모든 청년이 미래에 대한 불안이나 부정적인 감정을 어느 정도 경험했다는 뜻입니다.

더 우려스러운 점은 정신건강 지원을 찾고 실제로 도움을 받은 청년의 비율이 2021년 31%에서 2025년 23%로 떨어졌다는 것입니다.

박성일 PD: 도움이 필요한 청년은 많은데, 실제 지원을 받은 비율은 오히려 낮아졌네요.

홍태경 PD: 그렇습니다. 정신의학 전문가인 이언 히키 교수는 현재 청년들이 겪는 상당한 심리적 고통이 일상에서 마주하는 현실적인 압박과 연결돼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따라서 상담 서비스만 늘리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교통비를 낮추고, 임대료 지원을 제공하고, 의료와 필수 서비스에 더 쉽게 접근하도록 하는 생활 속 대책도 정신건강 정책의 일부가 돼야 한다는 겁니다.

다시 말해 청년의 불안을 개인이 마음을 잘 다스리지 못해서 생긴 문제로만 볼 것이 아니라, 주거와 소득, 교통, 교육 같은 경제적 조건도 함께 살펴야 합니다.

박성일 PD: 보고서의 내용이 상당히 무겁습니다. 그래도 희망적인 변화도 있었습니까?

홍태경 PD: 네. 연구진은 결과가 암울하지만 희망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라고 평가했습니다.

2025년 연방총선 이후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청년들의 믿음이 이전보다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정치와 정책이 실제 변화를 만들 수 있다는 기대가 어느 정도 살아났다는 의미입니다.

다만 이 희망에는 조건이 붙어 있습니다. 청년들의 의견이 실제 정책 결정 과정에 반영되고, 정부가 구체적인 변화를 보여줘야 그 기대가 유지될 수 있다는 겁니다.

보고서의 책임 저자인 모나시대학교 루커스 월시 교수는 정부가 주거와 고용, 기후변화, 정신건강을 각각 별도의 부처와 정책으로만 다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서로 연결된 문제인 만큼 부처 간 칸막이를 넘어 종합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또 청년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정책을 만들 때 청년들이 의견을 내는 데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박성일 PD: 결국 청년들이 원하는 것은 예측 가능한 미래, 그리고 노력한 만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확신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청년들의 불안을 개인의 인내나 소비 습관 문제로만 돌리지 않고, 안정적인 주거와 일자리, 기후 대응을 함께 다루는 정책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호주 청년들이 마주한 주거와 고용, 기후변화의 복합위기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홍태경 프로듀서, 잘 들었습니다.

상단의 오디오를 재생하시면 다시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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