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혜인 PD:우리 주변의 경제 이슈를 쉽게 설명해 드리는 시간 친절한 경제입니다.
애프터페이(Afterpay)나 집(Zip)과 같은 ‘Buy Now, Pay Later’, 줄여서 BNPL 서비스, 요즘 많은 분들이 이용하고 계시죠?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지난 6개월 동안 호주인의 41%, 약 10명 중 4명 이상은 BNPL 서비스를 사용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많은 호주인이 사용한 이 서비스가 10년 넘게 정부의 규제를 받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사용하시는 분들의 불안감이나, 불편함이 굉장히 컸을 것 같습니다.
오늘 친절한 경제에서는 김하늘 프로듀서와 함께 애프터페이가 무엇인지, 애프터페이 서비스가 어떤 규제를 받게 되는지 알아봅니다. 김하늘 프로듀서 안녕하세요?
김하늘 PD: 네. 안녕하세요.
나혜인 PD: 애프터페이와 같은 BNPL 서비스가 마침내 신용카드처럼 엄격한 규제를 받게 됐다고요?
김하늘 PD: 네, 이 서비스는 원래는 법의 틈을 피해 규제 없이 운영돼 왔었는데요. 지난 6월 10일부터는 달라지게 됐습니다. 호주 정부가 BNPL 서비스를 명확한 ‘신용거래’로 규정하고, 강력한 보호 장치를 도입했기 때문입니다.
나혜인 PD: 네. 그럼 우선 애프터페이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어떻게 사용되는 것인지 모르시는 분들도 계실텐데요. 간단하게 설명하면 어떤 방식의 서비스인건가요?
김하늘PD: 애프터페이는 ‘지금 사고 돈은 나중에 나눠 갚는’ 방식의 결제 서비스를 의미합니다. 한 번에 큰돈 내기 부담스러울 때, 구매금액을 나눠서 몇 주에 걸쳐 나눠 갚을 수 있도록 해줍니다.
이자도 없는데다가 상품은 먼저 받고, 돈은 나중에 갚는 방식이라 젊은층이나 저소득층에서 특히 많이 사용돼 왔죠.
하지만 이게 신용카드처럼 보이진 않다 보니, 소득이나 채무 상태에 대한 심사없이도 계정을 만들 수 있었고, 때로는 소비자가 갚을 수 없는 수준까지 사용하게 되는 문제도 생겼습니다.
나혜인 PD: 그렇군요. 그럼 애프터페이는 언제 호주에 처음 출시됐을까요?
김하늘 PD: 애프터페이는 2014년말 호주에 첫 출시된 후 급성장했으며, 지금은 호주에서 4번째로 많이 쓰이는 디지털 결제 수단이 됐습니다.
로이 모건(Roy Morgan)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3월 팬데믹 초기엔 호주인의 9.5%가 애프터페이를 사용했지만, 3년 뒤인 2023년 6월엔 15.9%로 사용자가 크게 늘어났습니다. 최근 수치로는 호주인의 15.2%, 약 340만명이 이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Afterpay says it welcomes the federal government's moves towards strong a "a fit-for-purpose" regulatory framework that "generates positive outcomes for consumers and businesses". Source: AAP / Derek Rose
김하늘 PD: 한 연구에 따르면, 애프터페이는 단순히 ‘편리해서’만 쓰는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애프터페이를 ‘선호하는 소비자 금융 옵션’이라고 답한 사람이 61%나 됐는데요.
절반 이상인 54%는 큰 지출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줄여준다고 답했고, 40%는 고금리 신용카드를 사용하지 않게 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3명 중 1명 이상이 애프터페이 서비스를 사용하며 신용카드 사용을 줄였거나 대체했다고 답했고, 무려 22%는 신용카드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결국 애프터페이가 신용카드 없는 세대를 만들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나혜인 PD: 그렇군요. 애프터페이 사용이 점차 보편화 되면서 신용카드가 정말 필요 없어지는 시대도 도래할지 모르겠어요. 그렇다면 더더욱 애프터페이에 대한 규제가 반드시 필요할 것 같은데요. 이번에 새로 바뀐 규제, 무엇이 핵심인가요?
김하늘 PD: 가장 중요한 변화는 이제 BNPL 업체도 호주 신용면허를 갖춰야 하고, 신용카드나 대출과 같은 책임 있는 대출 심사를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애프터페이를 처음 가입할 때, 신용조회에 동의해야하고, 소득이나 지출 같은 정보도 확인하게 됩니다. 그래서 이 사람이 돈을 갚을 수 있는 사람인지 판단해야 하죠. 이를 통해 애프터페이는 고객에게 얼마만큼의 지출 한도를 할당할지 결정할 수 있습니다.
나혜인 PD: 서비스 이용 기준이 좀 더 엄격해졌다고 볼 수 있겠네요. 뿐만이 아니라 소비자 보호도 달라진다고요.
김하늘 PD: 이제 BNPL을 사용하다가 갑자기 상환이 어려워진 경우, 소비자는 ‘재정적 어려움(hardship)’을 신청할 수 있고요. 금융 민원기구(AFCA)에 정식으로 민원 접수도 할 수 있게 됩니다.
나혜인 PD: 예전에는 BNPL 서비스가 금융업으로 인정되지 않아서 보호 장치를 활용할 수 없었는데, 소비자 권리가 훨씬 강화된 것으로 볼 수 있겠네요.
또 다른 중요한 변화 중 하나는 바로 신용기록에 남는다는 것이라고 하는데요. 신용기록에 남게 된다면 어떤 영향이 있나요?
김하늘 PD: 네. 이제 BNPL 사용 내역이 정식 신용평가 기관에 보고되기 때문에, 책임감 있게 서비스를 이용하면 긍정적인 신용 점수를 쌓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지만, 이용 내역이 많거나 연체가 있으면 주택담보대출이나 자동차 할부 등 미래 대출에 영향 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150달러짜리 청바지를 BNPL로 사고 한도가 4000달러까지 열려 있다면, 이 4000달러 전체가 신용기록에 남게 됩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내 소비 수준에 맞게 낮은 한도만 신청하라고 조언합니다.
나혜인 PD: 그렇군요. 실제로 금융 상담사들은 사람들이 BNPL 서비스로 인해 문제를 겪는 것을 많이 봐 왔기 때문에 보호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요구해왔다고 하는데요. 또 전문가들 역시 애프터페이와 같은 상품은 소비자들이 없는 돈을 함부로 사용하도록 부추기고 취약한 사람들을 끊임없는 부채로 이끌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요.
BNPL 서비스를 잘못 사용할 경우엔 어떤 피해를 입게 되나요?
김하늘 PD: 네. 실제 자선단체나 금융상담기관들이 그동안 여러 건의 피해 사례를 보고해 왔습니다.
예를 들어, 생활비가 부족해 한두 번 BNPL을 쓰다가, 갚으려다 또 다른 BNPL을 열고, 결국엔 6개 계정을 동시에 돌리게 돼 빚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된 사람도 있었다고 합니다.
심각하게 봐야 할 부분은 연체료 부분인데요. 애프터페이의 경우 연간 수익의 20% 이상은 연체료를 통해 벌어들인다고 합니다.
애프터페이의 경우 연체를 하게 되면 구매금액의 최대 25%까지 연체료가 부과되기 때문에, 소액이라도 누적되면 큰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나혜인 PD: 이제 BNPL은 단순한 편의 서비스가 아닌 것 같네요. 앞으로 명확한 신용거래로 인정되고, 신용 점수에 영향이 있는 금융활동이라는 걸 기억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김하늘 PD: 네. 정말 필요한 소비인지, 갚을 수 있는 금액인지 따져보시고, 한도는 꼭 내 상황에 맞게 설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작은 결정이 미래의 대출 자격에 영향을 줄 수 있으니, 보다 신중한 태도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나혜인 PD: 정부 규제로 BNPL 시장이 이제 더 투명해졌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한층 더 주의 깊고 현명한 사용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오늘도 경제생활에 도움이 되는 정보, 친절하게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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