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혜인 PD: 매년 발표되는 호주의 갑부 명단이 공개됐습니다. 참 먼 세상 이야기 같으면서도 눈길이 가는 순위가 아닐 수 없죠. 우선 호주 최고의 갑부는 어느 정도 예상이 되는데요, 올해도 같은 인물이 차지했나요?
홍태경 PD: 그렇습니다. 많은 분들이 예상하실 수 있듯이 ‘철의 여인’이라 불리는 광산 재벌 지나 라이하트가 지난 해에 이어 올해도 호주 최고의 갑부 명단에 올랐습니다. 민간 광산 회사 핸콕 프로스펙팅(Hancock Prospecting)의 회장인 라인하트는 철광석 가격 하락으로 인해 6% 감소한 381억 달러의 자산을 기록했지만 6년 연속 1위 자리를 지켰습니다.
나혜인 PD: 역시 지나 라인하트의 독보적인 1위는 올해도 변함이 없군요. 라인하트는 “자수성가형”으로 꼽히는 인물이죠?
홍태경 PD: 광산 채굴권을 가진 아버지가 1955년 세운 핸콕 프로스펙팅이라는 회사를 아버지가 사망하자 지나 라인하트가 물려받게 되는데요, 1992년 회사를 물려받을 당시에 이 회사는 다른 회사들의 도움으로 근근히 꾸려나가는 적자 기업이었다고 합니다.
아버지를 떠나 보낸 다음 날부터 회사 경영에 뛰어든 라인하트는 망해가는 회사를 살리기 위해 2007년 당시 세계 2위 광산 채굴 기업인 리오 틴토와 손을 잡고 새로운 광산 개발에 나서는데요, 그 결과 연간 3000만 톤을 생산하는 거대 광산 호프다운스를 개발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후 글로벌 금융 위기가 닥치면서 힘든 시기를 맞이하게 되는데요, 이 시기가 오히려 라인하트에게는 기회가 됩니다. 중국과 인도 같은 신흥국들의 철광석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면서 철광석 가격이 급등하게 된 겁니다. 이에 라인하트의 자산은 2008년 24억 달러에서 2011년 90억 달러로 늘어납니다.
나혜인 PD: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한 결과 지금의 라인하트를 있게 한 것이군요.
홍태경 PD: 그렇습니다. 라인하트의 워커홀릭과 같은 노력은 호주 최고의 갑부 자리에 오른 지금도 여전히 진행 중인데요, 최근에는 리튬 분야로 영역을 넓히고 있습니다. 리튬은 배터리의 핵심 소재로 백색 황금이라 불릴 정도로 우리가 많이 사용하는 모바일 전자기기나 전기차에서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라인하트가 리튬 채굴에도 성공하게 된다면 재산을 또 다시 수직 상승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나혜인 PD: 라인하트가 철의 여인에서 리튬의 여인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군요. 자 그럼 호주 최대 갑부 두 번째 순위에는 누가 올랐을까요?
홍태경 PD: 부동산 개발업자이자 메리톤(Meriton) 그룹의 설립자인 해리 트리거보프가 순자산 약 297억 달러로 2위에 올랐습니다. 해리 회장은 지난 2016년 전 세계적인 광산업 경기 침체로 지나 라인하트의 자산이 주춤한 사이 부동산 시장의 활성화에 힘입어 라인하트를 제치고 호주 최고 갑부 자리에 등극한 바 있습니다.
나혜인 PD: 역시 호주의 부동산 시장 경기가 얼마나 거셌는지 최고 갑부의 자산 순위가 바뀐 것이 말해주는군요. 지난 30년간 호주의 주택 시장은 그야말로 미친 부동산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부동산 붐이 수십년간 이어졌죠.
홍태경 PD: 코어로직에 따르면, 호주의 전국 평균 주택 가격은 1992년부터 2022년까지 연평균 6.8%의 성장률을 기록했는데요 지난 30년간 가장 큰 자본 상승은 1992년부터 2002년까지의 기간으로, 이 시기에 코어로직의 전국 주택 가치 지수(HVI)는 77% 증가했고, 2002년에서 2012년 동안은 59%, 최근 10년 동안은 72% 증가한 바 있습니다. 그야말로 호주 주택 시장에서는 부동산 만으로 부의 축적을 이룰 수 있는 셈이죠.
나혜인 PD: 어쩄든 광산재벌 지나 라인하트 회장과 건축재벌 해리 트리거보프 메리톤 회장은 항상 1, 2위를 다투는 호주의 최고 재벌임이 틀림없네요. 호주에서만큼은 요지부동의 최고 부자들이 아닌가 싶습니다. 10위 안에 또 어떤 부자들이 속해 있나요?
홍태경 PD: 포장 및 재활용 업계 거물인 앤서니 프랫과 그의 가족이 약 259억 달러로 3위를 차지했고, 소프트웨어 기업 아틀라시안의 공동창립자 스콧 파콰르가 214억 달러로 4위를 차지했습니다.
파콰르는 작년에 아틀라시안(Atlassian)의 공동 창립자 자리에서 물러난 바 있는데요, 그의 동업자인 마이크 캐논-브룩스는 올해의 부자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나혜인 PD: 아틀라시안은 대중들에게는 익숙치않은 기업일 수 있는데요, 어떤 기업인지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주시죠.
홍태경 PD: 아틀라시안은 뉴사우스웨일스 대학교에서 학생 시절 만난 마이크 캐논-브룩스와 스콧 파콰르가 2002년에 설립한 소프트웨어 기업입니다. 페이스북의 마크 주커버그와 같은 존재로 비교될 수 있는데요, 이들은 2017년 영리치리스트(Young Rich List)에서 둘이 합쳐 60억 달러로 공동 1위를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아틀라시안의 제품들은 코드 기반의 작업을 하는 프로그래머들을 위한 도구로 사용되는데요, B2B 소프트웨어 공급자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에겐 낯선 이름일 수 있죠. 2011년에 5,900만 달러의 수입을 올린 이 회사는 호주 IT 기업 시가총액 486억 달러로 1위에 올라있는 거대 테크 기업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 아틀라시안은 호주 내에서 일하고 싶은 기업에 늘 선정됩니다.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테크기업들과 같이 자율시간제와 복지 혜택 등이 직원의 창의성을 높인다는 자율성을 추구하는 기업 문화를 갖고 있기 때문인데요, 뿐만 아니라 수익의 거의 절반을 마케팅이 아닌 R&D 연구 개발에 투자한다는 점에서 제품 경쟁력을 높이는 것도 아틀라시안의 성장 이유라고 분석되고 있습니다.
나혜인 PD: 불과 설립 20여년이 넘어가는 테크 기업의 창립자가 호주 최고 갑부 4위에 올랐다는 점은 전통적인 재벌 산업 분야인 광산업이나 부동산업 재벌이 아니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것 같습니다. 그럼 호주 최고 갑부 10위권에 이름을 올린 다른 인물들은 누구인가요?
홍태경 PD: 또 다른 광산 재벌인 클라이브 파머가 201억 달러로 5위를 차지했습니다. 클라이브 파머는 얼마전 호주 연방 선거에서도 익숙하게 이름을 접하셨을 거라 생각되는데요, 퀸즐랜드주 기반의 광산업체 미네랄로지의 클라이브 파머 회장은 거액의 정치자금을 기부하던 것에 이어 급기야 파머 통합당(Palmer United Party)을 창당해 정치 전면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2013년에 파머 통합당은 하원 1석과 상원 2석을 차지하면서 정계에 진출했지만 다음 총선에서 의석을 유지하지 못하면서 2017년 해산 절차를 밟게 됐습니다.
그리고 이번 총선에서도 파머는 ‘애국자의 나팔(Trumpet of Patriots)’이라는 이름의 정당을 이끌고 야심차게 등장했는데요, 불특정 다수에게 문자 메세지를 보내는 방식의 선거 운동으로 많은 이들을 불편하게 하면서 결국 만족할만한 선거 결과를 얻지는 못했습니다.
나혜인 PD: 그럼 다음 6위는 누구인지 나머지 순위도 소개해주시죠.
홍태경 PD: 그래픽 디자인 소프트웨어 캔바(Canva)의 공동 창립자인 멜라니 퍼킨스와 클리프 오브레히트가 141억 달러로 6위를 차지했습니다.
그 뒤를 이어 운용자산 720억 달러 규모의 인프라 회사 스톤피크의 마이클 도렐이 7위, 다국적 상품 거래 회사 글렌코어(133억 달러)의 전 CEO 이반 글라센버그가 8위, 자선가 니콜라 포레스트(128억 달러), 세븐 그룹 홀딩스의 회장 케리 스토크스(127억 달러)가 호주의 갑부 명단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한편 이들 최고 갑부 10인의 총자산은 2,020억 달러를 기록하면서 9.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전체 200인의 부자 명단에 오른 이들의 총자산은 증가한 것으로 기록됐습니다.
나혜인 PD: 10인의 재산이 합쳐서 2천억 달러가 넘는다니 참 괴리감이 느껴집니다. 돈이 돈을 번다는 말이 실감이 나는 것 같네요. 그럼 마지막으로 이들 갑부 명단에 새롭게 진입한 신규 재벌들의 면면도 한 번 살펴보죠.
홍태경 PD: 호주 파이낸셜 리뷰에 따르면, 앞서 7위를 차지한 마이클 도렐을 포함해 10명의 새로운 인물이 갑부 명단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들 중 6명은 올해 새롭게 억만장자가 된 인물들입니다.
도렐은 인프라 투자 회사 스톤피크를 공동 설립했으며, 무려 139억 달러의 재산으로 단숨에 7위에 오르며 갑부 명단에 "자수성가형 부자" 중 역대 가장 높은 데뷔 순위를 기록했습니다.
또 반려동물 소매업체 펫스탁(Petstock)을 운영하는 셰인과 데이비드 영 형제(8억 달러)가 울워스에 지분을 팔며 리스트에 입성했고, 여행 정보 제공업체 후노 그룹(12억 달러)을 운영하는 로버트 챔벌레인도 연 2.3억 매출에 7,800만 달러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억만장자 대열에 올랐습니다.
이 밖에 비료·부동산·제약 등 다방면 사업가 람발도 50억 달러 자산 보유해 200인에 포함됐고, 호주 남부 철강 기업 바이아다와 미국 기반의 리튬광산 기업 피닉스도 첫 진입에 성공했습니다.
상단의 오디오를 재생하시면 뉴스를 들으실 수 있습니다.
호주 공영방송 SBS(Special Broadcasting Service) 한국어 프로그램의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하세요. 구글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에서 SBS Audio 앱을 다운로드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