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오디오 책갈피. 한국어와 영어로 읽을 수 있는 책을 소개합니다.
오디오 책갈피. 책 속 한 문장, 삶의 한 페이지.
여러분의 마음 한켠에 작은 책갈피 하나 꽂아드립니다.
어린 시절, 부모님의 기대가 어느 날은 따뜻한 사랑이었고, 또 어느 날은 넘기 어려운 벽처럼 느껴졌던 적...있으셨나요?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고 싶었지만, ‘가족’이라는 이름 앞에서 차마 꺼내지 못했던 꿈, 하나쯤은 있으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 함께 읽어볼 책은 이민진의 장편 데뷔작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 Free Food for Millionaires>입니다.
많은 분들이 작가를 떠올리면 <파친코>를 먼저 생각하시죠. 하지만 그보다 10년 앞선 2007년, 이 작품으로 이미 미국 문단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야기는 뉴욕 퀸즈의 작은 세탁소에서 시작됩니다. 뜨거운 다림질 열기와 눅눅한 증기 속, 묵묵히 삶을 버텨온 아버지. 그리고 그 앞에 선 딸, 케이시 한. 명문 프린스턴을 졸업한 한국계 미국인 2세입니다.
아버지는 딸이 의사나 변호사가 되어 이민자의 가난을 끝내 주길 바랐습니다. 그것이 자신이 해 줄 수 있는 최고의 사랑이라고 믿었으니까요.
그런데 딸의 입에서 나온 말은 뜻밖이었습니다.
"아빠, 저 모자 디자인을 배우고 싶어요."
그 순간, 공기를 가르는 파열음과 함께 아버지는 딸의 뺨을 때립니다.
케이시는 월스트리트 투자은행에서 인턴으로 일하며 화려한 파티, 값비싼 음식, 세련된 사람들 속에 있지만 늘 어딘가 어색합니다.
그녀는 초대받은 손님이 아니라, 언제든 떠나야 할 사람 같다고 느꼈다.
들어와 있지만 완전히 속하지 못한 기분. 익숙한 듯 낯선 자리에서 느껴지는 불안. 이민 2세의 이야기이지만, 어쩌면 우리 모두가 한 번쯤 느껴봤을 감정이 아닐까요.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 제목이 참 아이러니합니다. 월스트리트의 파티에서는 이미 부유한 사람들에게 값비싼 음식이 ‘공짜’로 제공됩니다.

이미 가진 사람에게 더 많은 것이 돌아가는 구조. 케이시는 그 자리에 서 있지만, 완전히 그 세계의 사람이 되지는 못합니다. 소설의 문장은 강렬합니다. 케이시 한은 도박꾼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카지노를 드나드는 건 아닙니다.
자신의 인생을 걸고, 세탁소 집 딸이라는 현실을 지우기 위해,빚을 내어 700달러짜리 정장을 사고 바니스 백화점의 구두를 신는, 마치 인생의 도박을 하는 거죠.
거울 속의 자신이 완벽해 보일 때만 안심했다. 하지만 그 옷을 벗고 화장을 지우면, 거울 속에는 여전히 세탁소 냄새가 밴 것 같은 초라한 동양인 여자애가 서 있었다.
겉으로 보면 이 작품은 20대 여성의 성장 이야기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읽다 보면 부모 세대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우리 가족의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아버지가 중요하게 여긴 것은 ‘안정’이었습니다. 버티고, 견디고, 가족을 지키는 삶. 반면 케이시는 말합니다. “나는 그냥 살아남는 게 아니라, 크게 살고 싶다.”
버티는 삶과 선택하는 삶 사이, 그 사이에서 세대가 충돌하며 빚어지는 이야기. <파친코>가 역사와 민족의 큰 흐름을 그렸다면, 이 작품은 자본주의 한복판에서 흔들리는 한 개인의 마음을 들여다봅니다.
끝없는 비교와 불안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향해 달려가고 있을까요?
성공이라는 이름 말고, 나는 어떤 삶을 원하는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건네는 작품, 이민진의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이었습니다.
여러분의 마음 한켠 작은 책갈피 하나 남겨드렸길 바라며, 지금까지 유화정이었습니다.
상단 오디오에서 오디오 책갈피 팟캐스트를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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