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 IN: "경계협상" 시드니 전시회, 예술로 투영된 DMZ의 모습

Bukhansan, Negotiating Borders, Sydney

Bukhansan, Negotiating Borders, Sydney Source: Negotiating Borders, Sydney

한반도의 70년 분단 역사의 흔적이 동시대 예술가들의 다양한 관점으로 재 시각 된다. 코로나19 상황과 우크라이나 사태가 맞물린 시점에서 주 시드니 한국문화원의 ‘경계협상’ 시드니 전은 일상 속의 경계에 대한 깊은 울림의 메시지를 전한다.


남북한 경계선에 위치하고 있는 한반도 비무장지대(DMZ)는 2000박찬욱 감독의 영화 '공동경비구역(Joint Security Area)'통해 세계인의 주목을 끌었습니다.

한국이란 이름을 들으면 떠올리는 압도적인 이미지가 ‘분단국가’입니다. 분단의 상징으로 남아 있는 비무장지대는 2018년 4남북한 정상회담에 이어 2019남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면서 다시금 세계인의 주목을 세계사적 현장이 됐습니다.

주시드니 한국문화원이 문화원 개원 10주년을 계기로, 비무장지대 경계를 예술적 상상으로 바라본 리얼디엠지프로젝트의 ‘경계협상(Negotiating Borders), 시드니 전’통해 호주 관객들에게 남.미래에 대한 새로운 시각 제시와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겪은 일상 속의 경계에 대한 울림을 전합니다.

‘경계협상’ 어떤 전시인지 컬처 IN에서 만나봅니다. 유화정 프로듀서 함께 합니다. 


Highlights

  • 문화원 ‘경계협상(Negotiating Borders) 시드니’ 전 성황 개최, 3월 29일까지
  • “먼저 온 미래” “잘 지내고 계신가요”…남·북 경계 너머 서로 조응·소통 시도
  • 분단에 대한 다양한 예술적 접근...팬데믹 속 일상의 경계를 조명해보는 계기  
  • 아트스페이스, NSW 내셔널 아트스쿨과 연계 스크리닝 행사 및 아트 포럼 개최 

주양중 PD(이하 진행자): 비무장지대는 영어로 demilitarized zone, 흔히 DMZ불리고 있죠. 국제법상으로 비무장지대는 비군사화된 완충지대 또는 중립화 지대를 말하는데, 먼저 한국 분단의 상징으로 남아 있는 비무장지대는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부터 짚어보죠.

유화정 PD: 비무장지대는 휴전협정이라는 국제법에 따라 설치됐습니다. 1953년 정전 협정을 맺으면서 휴전선에서 남북 측으로 각각 2km 떨어진 곳에 철책을 설치했고, 이로 인해 4km 폭의 비무장지대(DMZ: demilitarized zone)가 형성됐습니다.

본래 군사시설이 없는 비무장지대로 만들어진 지역이나, 휴전 기간이 길어지면서 무장 군인이나 군사시설이 점점 더 늘어나 비무장지대는 한국 전쟁 이후 무장을 가속해 온 역설적인 공간이 돼왔습니다.

일부 사회학자들은 이를 두고 무장해제된 아닐 비, 비(非)무장의 지대가 아니라 '슬픈 무장'의 비(悲)무장지대라고 규정하기도 했습니다.
Woosung Lee, How are you doing? I’m doing well here, 2021
Woosung Lee, How are you doing? I’m doing well here, 2021 Source: Negotiating Borders, Sydney
진행자: 어떤 학자는 한국의 비무장지대는 남북한이 동원할 있는 최첨단 무기와 최신예 장비를 이곳에 전진 배치해, 중무장지대(Heavily Militarized Zone- HMZ)바뀌었다고 지적하기도 하는데요. 아무튼 한국 분단의 역사를 가리키는 비무장지대는 2018년 4남북한 정상회담, 2019남북미 정상회담이 잇달아 열리면서 다시금 세계인의 주목을 세계사적 현장이 됐죠.

유화정 PD: 한반도의 비무장지대 DMZ는 전쟁· 평화·그리고 분단· 통일의 상징성뿐만 아니라 개발과 보존의 잠재성도 지니고 있습니다. DMZ는 전쟁을 중단키 위한 한시적인 존재이면서도 전쟁의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는 존(zon)으로 더구나 그곳에는 인간의 발길이 반세기 동안 미치지 못했습니다.

비무장지대는 70여 년간 출입통제구역이었기 때문에 그 자연 상태가 잘 보존되어 있어 각종 1 급수 어류뿐 아니라, 사향노루와 반달곰 등 각종 멸종 위기 동식물들이 서식하는 생태계의 보고로 자리 잡아왔습니다.

따라서 세계적인 자연생태계 연구의 학술적 대상으로 높이 평가되고 있는데요. 21세기 환경시대와 통일시대를 앞두고 DMZ를 자연의 창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늘고 있습니다

진행자: 남북 분단은 우리 모두의 일상에 다양한 영향을 끼치고 있죠. 하지만 군사적 갈등 같은 ‘사건’이 없는 평소에는 분단체제를 절감하는 이가 많지 않은 것도 사실이지 않습니까? 그런데 최근 수년 사이 비무장지대의 역사적 현실이 다양한 작가의 작품을 통해 소개되면서 이를 보는 시선들이 상당히 달라지고 있다고 해요.


유화정 PD: 주 시드니 한국문화원이 문화원 내 전시관에서 현재 개최 중인 (1월 28일- 3월 29일) DMZ 프로젝트의 ‘경계 협상(Negotiating Borders) 전‘이 바로 그 대표적 예인데요.

Negotiating Borders, Sydney
Negotiating Borders, Sydney Source: Korean Cultural Centre Australia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관, 문화원과 ‘리얼디엠지프로젝트(REAL DMZ PROJECT)’ 협력으로 개최되는 ‘경계협상’ 시드니 전시는 비무장지대의 안타까운 역사적 현실보다는 예술가들의 다양한 관점을 통해 비무장지대의 생태계와 그 미래를 보여주고 관객들로 하여금 남과 북의 미래에 대한 새로운 상상을 이끌어냅니다.

나아가 팬데믹 시대 속 “경계”의 의미를 고찰하고, 국경 봉쇄와 이동 제한이 서서히 해소되는 현 상황을 남과 북의 분단 상황에 대입해 새로운 미래에 대한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진행자: ‘경계협상’이라는 타이틀이 주는 이미지와 맞물려, 전시회를 이끄는 이 ‘리얼 디엠지 프로젝트’비무장지대의 역설적 상황과 역사가 내비치는 문제의식으로 시작이 됐다는 정도는 짐작이 되는데요.

유화정 PD: 짐작하신 대로 비무장지대(DMZ)와 한국 접경 지역을 다루는 동시대 미술 프로젝트로, 2012년부터 지난 10여 년 동안 DMZ이 과거와 현재의 우리 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다층적으로 연구하고 예술가 및 학자와의 협업을 통해 DMZ에 대한 새로운 관점과 화두를 제시해 오고 있고요.

2019년부터 해외 전시 ‘경계협상’이 시작돼, 시드니에 앞서 브라질·영국·프랑스·남아프리카 공화국·독일 등에서도 격찬을 받았습니다.

Jane Jin Kaisen, Apertures | Specters | Rifts, 2016
Jane Jin Kaisen, Apertures | Specters | Rifts, 2016 Source: Negotiating Borders, Sydney


진행자: DMZ 국제 다큐멘터리 영화제가 해마다 열리고 있고, K-pop으로 구성된 DMZ 평화콘서트가 고조된 한반도의 긴장감을 풀어줄 매개체가 되기도 하는데요.  동시대 미술작가들이 풀어낸 DMZ어떤 모습일까요, 궁금증을 풀기 위해 작품 소개로 이어보죠.   

유화정 PD: ‘경계협상’시드니 전시는 문화원 내 전시 공간에 마련됐고요. “먼저 온 미래(Early Arrival of Future)”와 “잘 지내고 계신가요(How are you doing?)”의 두 가지 큰 주제로 나뉘어 구성됐습니다.

먼저 1부에서는 남북의 분단을 넘어 단절 극복의 시도를 보여주는 탈북 피아니스트와 한국 피아니스트의 듀엣 협주를 담은 전소정의 ‹먼저 온 미래›, 1951년과 2015년 각기 다른 시간을 가로지르는 두 국제 여성 사절단의 방북 현장을 담은 제인 진 카이젠(Jane Jin Kaisen)의 ‹Apertures | Specters | Rifts›, 참고로 제인 진 카이젠은 한국 제주도 출생 덴마크 입양인 작가로 직접 북한을 방문해 촬영한 사진들입니다.

이외에  2000년 일본 오사카에서 이뤄진 남한의 조인주선수와 조선적 재일코리안홍창수 선수의 프로복싱 대결 장면을 재현한최대진의 ‹라스트 찬스›,아울러  북한과의 금기된 소통을 시도하고자 제3자를 통해 디지털 도안을 북한 자수공예가들에게 보내 대형 자수 작업을 진행한 자수 작품 함경아의 ‹불편한 속삭임, 바늘 나라 SMS 시리즈, 위장무늬> 등이 소개됩니다.

진행자: 남북 피아니스트의 협주에서 북한과의 금기된 소통 시도까지, 남북 간 경계를 넘어 남 과 북 양측이 직·간접적으로 조응하는 순간을 실제 비춰주고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어 내는군요. 2부의 주제 “잘 지내고 계신가요”는 왠지 뭉클한 느낌인데요, 북 이산가족의 아픔이 절로 전해집니다. 2부는 어떤 작품들로 구성되나요?  

유화정 PD: 2부에서는 분단의 역사 속 개인의 서사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이우성의 ‘잘 지내고 계신가요? 저는 여기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 생태적 가치가 높은 비무장지대에서 자생하는 식물들을 담은 조경진, 조혜령의 ‹DMZ 식물정원›이 소개되고요.

이와 함께 DMZ의 민간인 출입통제선 안 숲에서 지뢰를 찾아 헤매는 모습을 추적한 제인 진 카이젠의 영상 작품 ‹Sweeping the Forest Floor›, 그리고 남북 정전 상황으로 병역 의무가 필수인 한국 군인들의 모습을 촬영한 오형근의 ‹중간인› 연작 등이 전시됩니다.

Sojung Jun, Early Arrival of Future (film still), 2015
Sojung Jun, Early Arrival of Future (film still), 2015 Source: Negotiating Borders, Sydney


진행자: 한국 전쟁의 상흔이 남아있는 비무장지대는 역설적으로 자연생태계가 잘 보존되어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장소이기도 한데요. 이번 전시는 미디어를 통해서만 접할 수 있던 비무장지대를 호주 관객에게 소개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보는데요. 여기에 더해 연계 프로그램으로 스크리닝 행사도 진행됐다고요?

유화정 PD: ‘경계협상 시드니 전’ 연계행사로 아트스페이스(Artspace)와 NSW내셔널 아트 스쿨(National Art School) 협력으로24일 내셔널 아트 스쿨에서 열린 스크리닝 행사는 아트 포럼 및 야외 공연과 함께 성황을 이뤘습니다.

특히 관심을 모은 스크리닝 프로그램에는장영혜와 마크 보주(Marc Voge)로 구성된 웹 아티스트 그룹 장영혜중공업의 ‘우리의 디엠지’, 여성 북한이주민의 모습을 담은 임흥순의 ‘북한산’, 작곡가 윤이상 선생의 ‘더블 콘체르토’를 모티브로 남북 정상회담의 순간을 포착한 박찬경의 ‘비행’ 등이 소개됐고요.

아울러 아르헨티나 아티스트 아드리안 비야르 로하스(Adrián Villar Rojas)가 강원도 철원군 양지리 마을에 머물며 촬영한 ‘전쟁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 등의 영상 등이 상영돼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과 갈채를 이끌어냈습니다.
진행자: 국내 작가들은 존재하면서도 잊혀가는 DMZ새롭게 바라보려는 시도에서, 또 외국 작가들의 경우 한국의 특수한 역사적·사회적 상황을 그들의 방식으로 담아내려는 의도로 보이는데요. 한국의 남과 북으로 갈라진 70년간의 역사의 흔적을 보여주는 이번 전시에 호주 관객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나요?

유화정 PD: 이번 ‘경계협상 시드니 전’은 주시드니 한국문화원이 문화원 개원 10주년을 계기로, 2022년 올해 첫 전시로 개최했습니다. 1월 28일부터 3월 29일까지 두 달 간의 여정인데요. 전시 전반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을 김지희 문화원장으로부터 직접 들어 보시겠습니다.

[김지희 문화원장]
Ji hee Kim, Director of the Korean Cultural Centre Australia
Ji hee Kim, Director of the Korean Cultural Centre Australia Source: KCCAU
“네, 올해 문화원의 첫 전시인 <<경계협상>> 전시에 많은 분들께서 관심을 가져 주시고 계십니다. 남북한 분단이라는 한반도 만의 독특한 상황뿐만 아니라 지난 2년 동안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겪은 일상 속의 경계, 그리고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까지 맞물린 시점에서 이번 전시가 많은 분들께 큰 울림을 전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관객들 반응도 굉장히 다양한데요, 예술 작가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한 것이 돋보였다는 의견도 있었고요, 또 회화뿐만 아니라 사진, 비디오, 자수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 분단 상황을 간접적으로 경험해 볼 수 있는 좋은 전시였다는 평을 해 주신 분들도 계셨습니다. 또 저희 전시를 위해서 준비한 도록이 굉장히 상세하고 인상적이라는 반응도 많았습니다.

저희 전시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요, 아직 경계협상 시드니 전시를 보지 못하신 분들은 하이드파크 맞은편에 위치한 저희 문화원을 찾아주셔서 전시를 즐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진행자: 네, 김지희 문화원장이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국가 ·사람 경계가 공고해지고 있는 현시점에서 경계를 넘나들며 펼치는 예술가들의 상상을 통해 미래를 조명하는 ‘경계협상 시드니 전’ 이모저모 살펴봤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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