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C 대신 인턴십으로 대학진학 노린다"

Representational picture of students going to school in Australia.

Representational picture of students going to school in Australia. Source: AAP

HSC 시험 대신 인턴십 등의 대안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대학 진학을 계획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호주 교육의 모든 것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살펴보는 호주 교육 대해부로 이어집니다. 이수민 리포터 함께합니다.
R: 안녕하세요, 이수민입니다.


H: 호주는 지금 대학입학시즌을 맞아 주별로 한국의 수능 시험 격인 대학입학 자격시험이 한창 진행 중이라는 것 지난주 시간을 통해 살펴봤는데요.

이곳 뉴사우스웨일즈 주에서 치뤄지는 HSC의 경우 다음 달 중순까지 이어지고요. 교육대해부 지난 주 에피소드에서 소개해 드렸듯이 이 HSC와 ATAR 점수에 따른 성적 줄세우기가 학생들의 잠재력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움직임 속에서 일부 학생들이 대학 입학시험 자체를 거부하고 나서 주목받고 있는데요. 이수민 리포터, 자세한 내용 전해 주시죠.

R: 네, 호주 전역의 12학년 학생들이 대학 입학 시험으로 인해 상당한 수준의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는 문제제기는 오랜 기간 지속돼 왔죠. 입시 제도의 구조적인 문제에서 탈피하기 위해, 시험 준비 대신 다양한 체험활동으로 학업과 커리어를 일궈 나가려는 학생들의 시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H: 체험활동이요. 그럼 학교에서 공부하는 것 외에 다른 방식으로 교육을 받는다는 건가요?

R: 네, 정확히는 일부 학교들에서 연계해 운영하는 Big Picture Academy라는 프로그램을 통해서인데요. Bic Picture Education Australia라는 비영리단체를 통해 운영되는 이 프로그램은 호주 전역 40개 학교에서 정규 교육과정과 함께 운영중입니다. 이 프로그램은 입시 준비에 매몰되기 십상인 11학년, 12학년 학생들에게 스스로의 학습을 디자인하고 그것을 본인의 교육 과정에 녹여낼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H: 그러니까 한국으로 따지면 지난 정부부터 시작된 자유학기제 같은 건가요? 학생들이 한 학기동안은 시험을 보지 않고 관심 분야에 직접 참여해 체험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학교에서 돕는 건데… 예를 들자면 어떤 교육 프로그램이 있는지요?

R: 네, 자유학기제와 비슷한 개념인데, 보통 중학교 때 운영되는 자유학기제와는 다르게 이 Bic Picture Academy의 경우 수험생들을 대상으로 운영해서 입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차이점입니다. 대입 시험 준비로 가장 생기 넘치고 열정적인 10대 후반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좋아하고 관심 있는 일에 온전히 시간을 투자할 수 있도록 돕는 건데요. 예를 들어 환경과 기후변화에 관심이 있는 학생이라면, 1년 동안 청년 환경 협의회 같은 곳의 프로젝트에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거죠.

H: 아, 실제로 사회적인 문제에 직접 참여하면서 교과서 밖의 생생한 교육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거군요.

R: 그렇습니다. 또 결과물은 논문 형태로 작성해 기록으로 남기게 됩니다. 사실 이 사례는 실제로 Bic Picture Academy 과정을 수료하고 있는 메이시 랜달이라는 여학생의 실례인데요. 이 학생이 기후변화에 대한 청소년들의 아이디어를 모으고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 주최한 이벤트에는 300여 명의 지역 학생들이 몰려 성황을 이루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야말로 살아있는 교육인 셈이죠.

H: 대단하네요. 그렇다면 이런 경험이 입시로 이어진다는 건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는 건가요?

R: 실제로 이러한 대안교육 시스템을 통해 ATAR 점수를 대체하는 것도 가능한데요. 성공적으로 프로젝트를 완수한 학생들은 진학을 원할 경우에 ATAR 점수 없이도 해당 프로젝트 결과물을 가지고 대학이나 TAFE으로 진학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합니다. 혹은 바로 사회생활을 하길 원하는 경우에는 구직으로 이어질 수도 있고요. 자기가 관심있는 분야를 학교 교육의 틀 안에서 간접체험한 다음에, 그 경험을 바탕으로 본인이 앞으로의 진로를 개척해 나가는 거죠.

H: 그렇군요. 학생들 입장에서는 경험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기회가 되겠네요. 그렇다면 학생들이 체험할 수 있는 인턴십 분야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R: 네, 뉴캐슬에 있는 한 학교에서 운영 중인 Bic Picture Academy를 보면 8학년부터 12학년까지 누구나 지원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는데요. 학생들이 참여하는 분야로는 물리치료, 금속공예, 기계 수리, 사진 촬영, 그리고 게임 디자인까지 정말 다양한 분야에서 인턴쉽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H: 그야말로 개별 학생들을 위한 맞춤형 교육방식이네요.

R: 그렇다고 볼 수 있습니다. 관심 분야를 탐구하고 실제로 체험하는 과정에서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것, 잘 하는 것에 대한 고민을 필연적으로 깊게 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향후 커리어 선택에 있어서도 더 주체적이고 효과적인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되는 거죠. 사실 한국도 그렇지만 일단 입시라는 큰 과제가 눈앞에 있으면 당장의 시험 준비에 급급해 진짜 나 자신을 돌아볼 기회는 사실상 적은 게 사실이잖아요. 그래서 오히려 대학에 가서 방황하거나, 진로 고민을 30대, 40대까지 하는 경우도 발생하고요. 이 Bic Picture Academy는 이러한 입시제도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완화하고 개별 학생들에 더 초점을 맞추는 방식의 교육을 지향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H: 그렇군요. 하긴 청소년들의 경우 일찍이 정해진 분야에만 매몰되기보다 다방면에 두루 관심이 많은 게 자연스러운 일이죠. 바람직한 일이기도 하고요. 조기에 다양하게 체험할 기회를 주면 미래 인생 설계에도 도움이 되겠어요.

R: 네, 저도 어릴 때엔 꿈이 수십 번 바꼈던 것 같습니다. 실제로 운동에 재능을 보이던 하미쉬라는 학생의 경우 Bic Picture Academy를 통해 고교 시절 주니어 AFL 선수로 활동하면서 본인의 재능이 사회에서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 간접체험을 했는데요. 선수로 활동하면서 풋볼에 대한 관심사가 경영 분야로 옮겨 가게 되었고, AFL 관련 경험으로 작성한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11학년만 마치고 대학에 진학한 사례가 있습니다. 이처럼 입시 교육 대신 본인의 흥미에 따라 직접 현장 체험을 할 기회를 주고, 그 다음 단계를 선택하도록 한다면 학생들의 진로 교육에 있어서는 커다란 보너스가 되는 셈이죠.

H: 그래요. 그렇다면 이 프로그램을 통해 어떠한 방식으로 대학 진학이 가능한 건가요? 호주 전역에 있는 대학들이 다 이러한 대안적인 입학 루트를 허용하고 있진 않을 것 같은데요?

R: 네, 현재로서는 호주 내 14곳의 대학에서만 Bic Picture Academy를 통한 포트폴리오로 대입이 가능하도록 운영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입시 제도에 대한 고민이 호주 사회 전역에서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점차 확대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H: 그렇군요. 아직 제한적인 대학에서만 허용되고 있긴 하지만, 어쨌든 입시 위주의 교육 분위기속에서 대안적인 진학 방식이 될 수도 있겠네요.

R: 그렇습니다. 또 하나 말씀드리고 싶은 건, 이 Bic Picture Academy를 통해 본인의 관심 분야에 한 발짝 더 다가선 학생들의 경우 자존감까지 자연스레 높아진다는 점인데요. 아까 말씀드린 환경문제에 관심있는 메이시라는 학생의 경우, 학업적인 측면에서 소위 말하는 ‘우등생’은 아니었지만, 본인의 관심분야에서 직접 활동하면서 환경 문제에 있어서는 다양한 경험과 폭 넓은 지식을 쌓게 되었고, 이로 인해 HSC를 통해서는 나타내지 못했을 ‘우수함’을 환경 영역에서 드러낼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겁니다. 이러한 효과가 자연스레 학생들의 자존감 향상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게 되고요.

H: 그러게요. HSC가 학생들의 잠재력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한다는 것이 이러한 맥락에서 나온 문제제기군요. 그런데 말이죠, 학생들이 기존의 사회 활동에 편입해 인턴쉽을 하는데에는 한계가 있을 것 같기도 해요. 최악의 경우 그냥 인턴쉽을 한다는 명분으로 허송세월만 할 수도 있고요. 이러한 인턴쉽의 교육의 질은 어떻게 담보할 수 있는지 궁금한데요?

R: 네, 그래서 프로그램마다 멘토가 존재하는데요. 말씀드린 메이시의 경우에도 울릉공 대학교의 상경대 교수인 리투 버마 교수가 전체 프로그램의 코디네이터 겸 멘토로 학생들의 체험을 도왔고요. 주변 대학이나 기타 전문성 있는 산업분야와 학교가 연계하는 방식으로 학생들의 교육 과정을 설계하고, 피드백을 주고 있습니다.

H: 그렇군요. 그런데, 학생들 입장에서야 좋은 기회일 수도 있는데, 학부모의 관점에서 보면 이게 마냥 쉬운 결정은 아니지 않습니까. 한국만큼은 아니지만 호주 역시 대학 진학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추세고, G8이라는 명문대 그룹도 분명 존재하고, 의대나 법대 같은 전공에 대한 선호도도 높은데, 다른 학생들은 열심히 공부할 시간에 밖에 나가서 인턴쉽을 하는 데 시간을 투자한다는 건 어떻게 보면 참 과감한 결정이거든요.

R: 그렇죠. 사실은 어느 방식의 교육이 더 맞다거나 옳다고 볼 수는 없는 문제죠. 하지만 이러한 대안적인 방식을 선택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는 사실은 결국 학부모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과 맞닿아 있다고 보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입시로 인해 앞만 보고 달려야 하는 아이들이, 스스로를 돌아보고 숨 쉴 공간을 마련해 주려면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일 것 같습니다.

H: 네, 잘 알겠습니다. 이수민 리포터 오늘 이야기 잘 들었습니다.

R: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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