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왼손 하나로 인생을 다시 연주하다'...피아니스트 DJ 하동준

DLeft-Handed Pianist DJ Ha

Left-Handed Pianist DJ Ha Dong Jun Performs at SBS Sydney Atrium Credit: SBS Korean Program

콘서트 피아니스트를 꿈꾸던 20대 후반, 뇌졸중으로 몸과 언어 능력을 잃은 한인 동포 피아니스트 하동준. 왼손 하나로 인생을 다시 연주해 낸 기적 같은 이야기를 전합니다.


왼손 피아니스트 DJ 하동준
  • 콘서트 피아니스트의 꿈, 뇌졸중으로 멈추다
  • “기억은 사라졌지만, 음악은 남아 있었습니다”
  • 왼손이 써 내려간 두 번째 악장, 삶의 연주
왼손 하나로 다시 인생을 연주해 낸 피아니스트가 있습니다.
20대 후반, 갑작스럽게 찾아온 뇌졸중.
기억조차 흐릿한 말 대신, 머릿속에 남은 음악을 붙잡고
왼손 다섯 손가락으로 다시 피아노 앞에 앉았습니다.

한 손으로 화음과 선율을 짚어내며
기술을 넘어 ‘삶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연주자가 되었습니다.
최근 다시 대중 앞에 선 그는,
자신의 음악이 누군가에게 위로와 용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합니다.

호주에서 ‘왼손 피아니스트 DJ’로 알려진 한인 동포 피아니스트 한동준.
그가 음악으로 다시 써 내려간 인생의 악장. 절망을 희망으로 바꾼 한 손의 기적을 따라가 봅니다.
“차가운 나무 상자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소리가 났어요.”

피아니스트 하동준 씨가 피아노를 처음 만난 건 유치원 시절이었습니다. 건반을 누르자 소리가 났고 페달을 밟으니 그 소리가 화려하게 변했습니다. 장난감처럼 피아노를 갖고 놀며 자연스럽게 음악과 가까워졌습니다.

중학생 무렵 가족과 함께 호주로 이민한 그는, 시드니 콘 하이스쿨과 콘서바토리움, 그리고 러시아 모스크바 음악원에서 수학하며 콘서트 피아니스트의 길을 걸었습니다.

모스크바 유학 시절 일본인 피아니스트 카요코(Kayoko) 씨를 만나 음악으로 교감했고, 이후 호주로 초청해 결혼에 이르렀습니다. 음악은 그의 앞길을 열어준 진로이자 인생의 가장 소중한 인연을 맺게 해준 삶의 연결고리였습니다.

하지만 20대 후반, 예고 없이 찾아온 뇌졸중은 그의 삶을 한순간에 멈춰 세웠습니다. 3주간의 깊은 무의식 끝에 기적처럼 눈을 떴지만, 마주한 현실은 오른쪽 몸의 마비와 언어 능력의 상실이었습니다.

그 깊은 절망의 끝자락에서 그를 붙잡아 준 건,
말없이 모든 무게를 감당해 낸 아내의 단단한 헌신과 두 아이들,
그리고 머릿속에서 끝내 떠나지 않던 음악의 기억이었습니다.
피아니스트 DJ 하동준 씨와 아내 Kayoko, 그리고 두 아들
피아니스트 DJ 하동준 씨와 아내 Kayoko, 그리고 두 아들
“말도, 기억도 잊었지만... 음악은 머릿속에 계속 있었습니다.”

피아노를 포기하고 교사로 새 삶을 시도했지만, 지도와 통솔은 쉽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하루 하루를 살아가던 중에도 그는 자신도 모르게 핑거링을 상상하고 음악을 떠올리고 있었습니다.

전환점이 된 것은 한 편의 다큐멘터리였습니다.
제1차 세계대전 중 한쪽 팔을 잃고도 피아노를 연주한 피아니스트의 이야기는 그의 마음을 다시 피아노 앞으로 이끌었습니다.
“나도 왼손밖에 없지만, 다섯 손가락 ‘까지’ 있네!”

그는 다시 피아노 앞에 앉게 된 결정적인 계기로 레오폴드 고도프스키(Leopold Godowsky)의 왼손을 위한 작품을 꼽았습니다.

고도프스키의 작품을 만나게 된 거는 정말 저에게는 행운이었어요.
엄지손가락으로 야무지게 선율을 노래하고, 새끼손가락은 듬직한 베이스를 연주하고, 나머지 남은 세 손가락은 화음을 연주하면 충분히 음악이 될 수 있다는 '다섯 손가락에 대한 믿음'이 고도프스키의 철학이었거든요.
DJ Ha pianist
호주 공영 SBS 한국어 프로그램과 인터뷰하는 하동준 피아니스트 (진행 유화정 프로듀서)
놀랍게도 그의 러시아 유학시절 스승 알렉세이 나세드킨의 스승의 스승이 바로 고도프스키였습니다. “하늘에서 스승님들이 도와주신 것 같았어요.”
엄지손가락으로 야무지게 선율을 노래하고, 새끼손가락은 듬직한 베이스를 연주하고, 나머지 남은 세 손가락은 화음을 연주하면 충분히 음악이 될 수 있다
DJ Ha described Godowsky’s philosophy
왼손 연주를 위해 그는 아제르바이잔 작곡가 피크렛 아미로프가 아르메니아의 작곡가 아람 하차투리안에게 헌정한 <12개의 미니어처> 전곡을 비롯해 직접 편곡한 곡들을 무대에 올리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호주 ABC 방송 음악 프로그램 The Piano에 출연해 시청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 냈으며, 시드니 시티 리사이틀홀과 멜번 심포니 오케스트라와의 협연 무대에서도 깊은 인상을 남기며 무대 위 존재감을 다시금 입증했습니다.

특히 호주 공영 SBS 시드니 아트리움에서 연주한 쇼팽의 에튀드 ‘이별의 곡’은 깊은 울림으로 현장 청중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그의 손끝에서 새롭게 태어나는 선율은 한 손의 한계를 넘어 음악이 가진 깊은 감동을 전하고 있습니다.

“지금 힘든 누군가에게... 꼭 전하고 싶어요.”

“많이 힘드시죠. 저도 처음엔 정말 답이 안 보였어요. 그런데 어딘가엔 반드시 길이 있다는 믿음으로, 끝까지 찾아보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응원해 드릴게요.”
왼손 하나로 인생을 다시 연주해 낸 피아니스트, DJ 하동준.

그의 음악은 단순한 소리를 넘어, 절망을 딛고 일어선 삶의 울림으로 오늘 누군가에게 희망의 멜로디로 다가갑니다.

하동준 피아니스트와의 전체 인터뷰는 상단의 팟캐스트에서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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