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경제: “AI가 2028년 대공황을 부른다?”… 공포 시나리오 보고서의 실체

Artificial intelligence

Source: Pixabay / Pixabay/ sujins

인공지능(AI)이 금융·실물경제 전반에 불러올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다룬 보고서 한 편이 지난 주 뉴욕증시를 타격했습니다.


Key Points
  • “AI가 2028년 대공황 부른다?”… 시나리오 보고서에 美 증시 출렁
  • 카드사·전문직·소프트웨어 산업 동시 타격 가정
  • 위기론 넘어 ‘AI 시대 생존 전략’ 요구

유화정 PD: 생활 속 경제 이슈를 친절하고 쉽게 풀어드리는 친절한 경제 시간입니다. 요즘 미국 증시가 또 한 번 크게 출렁였습니다. 전쟁도, 인플레이션도, 관세 갈등도 견뎌냈던 시장이었는데요. 이번에는 조금 의외의 이유였습니다.

지난주 한 리서치 업체가 공개한 ‘AI 경제 붕괴 시나리오’가 온라인에서 빠르게 확산되면서, 투자 심리를 급격히 위축시켰기 때문입니다. 2028년, 미국 경제가 대공황에 빠질 수 있다는 내용의 이 보고서, 대체 어떤 내용이었길래 시장이 이렇게까지 흔들린 걸까요? 홍태경 프로듀서와 함께 자세히 들여다보겠습니다.

홍태경 PD: 안녕하세요.

유화정 PD: 특히 글로벌 결제 기업 Mastercard 주가가 500달러 아래로 떨어졌는데요. 보고서 하나가 왜 카드 회사 주가까지 흔들었을까요?

홍태경 PD: 이번에 논란이 된 건 미국의 소규모 리서치 업체 시트리니 리서치(Citrini Research)가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에 올린 글입니다. 과학 소설을 연상시키는 이 보고서는 AI 혁신이 2028년 대형 금융위기를 불러일으킨다는 섬뜩한 시나리오를 담고 있습니다. 중요한 건 이 보고서가 “예측(prediction)”이 아니라 “시나리오(scenario)”라고 스스로 명시했다는 점입니다.

말 그대로 “만약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이라는 가정이죠. 그런데 그 내용이 상당히 급진적이고 극단적이어서 투자자들의 불안을 자극했습니다. 이 보고서가 입소문을 타면서 보고서에서 AI로 인해 타격을 받을 것으로 언급된 소프트웨어, 신용카드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줄줄이 급락했습니다.

유화정 PD: 보고서의 내용만으로 주가가 급락했다고 하니 섬뜩하면서도 그 내용이 궁금해지는데요, 보고서가 그린 2028년 가상 시나리오는 어떤 것이었나요?

홍태경 PD: 보고서는 우선 초고성능 AI가 ‘경제 속 알력(friction)’을 제거한다고 가정합니다. 여기서 알력이란, 중개 수수료나 플랫폼 수수료, 정보 비대칭 같은 것들을 뜻합니다. 예를 들어 음식 배달은 도어대시(DoorDash), 차량 공유서비스는 우버(Uber), 신용카드 결제는 마스터카드(Mastercard)나 아메리칸 익스프레스(American Express) 등의 기업들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중개’에서 수익을 얻습니다. 그런데 개인이 AI 중개 기술을 통해서 AI가 직접 최저가를 찾고, 수수료가 가장 낮은 방식으로 결제하고, 심지어 자체 앱을 만들어 거래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즉 비싼 구독료를 내고 중개 플랫폼을 이용할 필요가 없어진다는 것이죠.

또 중개업이나 전문직 분야도 붕괴 시나리오에 해당되는데요, 정보 우위에 있던 부동산 중개업이나 회계사, 변호사, 세무사 등의 업무를 AI가 0.1초 만에 저렴하게 처리해 수수료 기반의 시장이 사라진다고 내다봤습니다.

그리고 결제나 서비스 인프라 산업 분야에서는 비자나 마스터카드 대신 수수료가 거의 없는 블록체인이나 스테이블 코인을 대체제로 사용해 직접 결제하게 되면 기존의 금융 시스템이 소용없게 돼 기존 플랫폼 기업들의 수익 모델이 붕괴한다는 가정이 됩니다.

유화정 PD: 그 다음 단계가 더 충격적이었다고요?

홍태경 PD: 맞습니다. 다음 단계는 ‘일자리’입니다. 카드사와 연계된 은행이 몰락하게 되고 AI가 단순 반복 업무뿐 아니라 코딩, 기획, 관리까지 대체하게 되면 소프트웨어나 컨설팅 기업 등 화이트칼라(사무직)의 대량 실업이 발생한다는 겁니다. 그리고 이 부분에서 보고서는 이렇게 표현합니다. “브레이크 없는 부정적 무한 루프”라는 건데요, 실업률이 급증하고 소비가 줄면 기업들은 수익 확보를 위해 AI에 더 많이 투자하게 되고 이는 곧 더 많은 해고로 이어지면서 악순환이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보고서는 실업률이 10%를 넘는 상황까지 가정합니다.

유화정 PD: 생각만 해도 그 악순환의 고리에서 빠져나오기가 어려워 보입니다. 단순히 실업 문제에서 끝나지 않죠?

홍태경 PD: 네. 이런 악순환은 곧 금융위기로 확장됩니다. AI로 소프트웨어 기업 수익이 급감하면 그 기업들에 돈을 빌려준 사모신용(private credit) 시장이 흔들립니다.

그리고 실직한 화이트칼라가 주택담보대출(모기지)을 상환하지 못하게 되면서 모기지 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겁니다. 보고서는 2027년 말, S&P 500가 50% 이상 폭락하는 대형 충격 상황을 가정했습니다.

유화정 PD: 그런데 이건 어디까지나 가정인데, 왜 실제 증시가 반응했을까요?

홍태경 PD: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AI는 이미 주식 시장의 가장 큰 테마입니다. 기대가 큰 만큼 불안도 클 수밖에 없습니다.

둘째, 최근 미국 시장은 관세 정책, 금리 변수 등으로 심리가 예민해져 있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AI가 일자리를 없애고 모기지 위기를 만든다”는 이야기가 투자 심리를 건드린 겁니다. 실제로 보고서에 이름이 언급된 기업들의 주가가 4~6%씩 빠졌습니다.

유화정 PD: 듣기만 해도 정말 공포가 느껴지는데요, 보고서에서 말하는 핵심 개념은 AI의 미래를 디스토피아적으로 바라보고 있네요.

홍태경 PD: 네, ‘고스트 GDP’ 라는 표현도 핵심 개념 중 하나인데요, AI에 투자한 기업의 수익이 급증해도 정작 그 돈이 근로자의 호주머니에 들어가지 않아, 경제지표만 외형적으로 성장하는 '고스트 GDP'(유령 국내총생산)의 시대가 닥칠 수 있다는 것입니다. AI 기계는 햄버거를 사먹거나 휴가를 가지 않아도 되니까요. 결국 AI 기업들은 엄청난 수익을 내고 국가 GDP 성장률은 높아 보이지만 그 부가 일반 가계로 흘러가지 않아 사람들의 소득은 줄어들고 지표만 우량해 보이는 것이죠.

유화정 PD: 통계상 경제는 성장하는데 체감경기는 침체되는 상태가 되겠군요. 이같은 괴리가 사회적 갈등으로도 이어질 수 있겠어요.

홍태경 PD: 그렇습니다. 보고서는 2008년 ‘월스트리트 점령’ 시위보다 더 큰 분노가 AI 기업들을 향해 일어나면서 사회적 갈등이 폭발한다고 봅니다. ‘아큐파이 실리콘밸리(Occupay Silicon Valley)’ 운동이 이러한 불만을 드러나는 상징적인 사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는데요, 실제로 지난 달, 시위대가 3주동안 샌프란시스코의 OpenAI와 앤트로픽(Anthropic)AI 사무실 입구를 점거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유화정 PD: 그렇다면 과연 이 시나리오, 얼마나 현실적이라고 보십니까?

홍태경 PD: 현재 AI 기술 수준을 감안하면 보고서가 가정한 속도로 전면적인 대체가 일어날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기술이 확산되기 위해서는 규제 정책이나 소비자 습관, 기업 전략, 정치 변수 등 여러 완충 장치가 있습니다.

이 보고서는 비관적인 시나리오가 공포를 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인간의 지능이 더 이상 ‘희소 자원’이 아니며, ‘인간 지능 프리미엄’은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는 시대에 맞춰 새로운 전략과 준비를 갖추자는 경고를 주고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AI가 일자리 구조를 바꾸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는 겁니다. 극단적 공포 시나리오는 과장일 수 있지만, 구조가 변화하고 있다는 점은 현실이라는 점을 기억해야할 것으로 보입니다.

유화정: 낙관론에만 기대하고 있을 수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AI 시대에 맞춰 새로운 전략이 필요한 시대임은 분명해 보입니다.

상단의 오디오를 재생하시면 다시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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