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한인 동포들이 많이 종사하고 있는 분야 가운데 하나는 서비스업입니다.
특히 요식업과 미용업은 비교적 진입 장벽이 낮고, 언어와 문화의 한계를 넘어서 생계를 이어갈 수 있는 선택지로 오랫동안 자리해 왔습니다.
2021년 호주 통계청(ABS)에서 실시한 전국 인구조사 센서스 결과에 따르면, 한국 출생으로 호주에 거주 중인 사람들 가운데 지역사회 및 개인 서비스 종사자는 약 8200 명으로, 전체의 13.3%를 차지했습니다.
이는 한국 출생 이민자들에게 세 번째로 많은 직업군으로, 호주에서 태어난 호주인과 한국이 아닌 해외 출생 이민자들이 각각 11%대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높은 비중입니다.
실제 직종을 살펴보면 요식업과 미용업의 비중은 더욱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한국인이 가장 많이 종사하는 직업 1위는 셰프였고, 9위는 카페와 레스토랑 매니저, 17위는 미용사로 나타났습니다
어떤 산업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지를 기준으로 봤을 때도, 카페와 레스토랑, 테이크어웨이 음식점에서 일하는 비율이 7.2%로 가장 높았습니다.

MONACO - MARCH 03: The cooks in the kitchen of the Restaurant Louis XV at the Hotel de Paris on March 3, 2011 in Monaco. Credit: Maurice ROUGEMONT/Gamma-Rapho via Getty Images
전문가들은 이러한 경향이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언어 장벽과 자격 인정 문제 속에서 비교적 빠르게 시작할 수 있고, 기술과 경험이 쌓이면 자영업으로도 확장할 수 있는 구조와 맞닿아 있다고 분석합니다.
다만 2026년을 시작하는 지금, 현장에서는 이 전통적인 선택지조차 새로운 환경 변화에 적응해야 하는 갈림길에 서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비용은 오르는데 손님들은 지갑을 닫고, 고객을 만나는 경로는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호주에서 요식업과 미용업이 현재 어떤 상황을 맞이했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 것으로 전망되는지 자세히 알아보려합니다.
미용과 요식업은 공통적으로 사람의 손과 감각이 필요한 직업입니다. 인공지능이나 자동화로 대체되기 어려운 대표적인 ‘현장 노동’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고객을 만나고 유지하는 방식은 크게 달라졌습니다. 식당은 배달 앱과 온라인 리뷰에, 미용업은 소셜미디어와 온라인 예약 시스템에 점점 더 의존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변화 속에서 기술을 다루는 손과, 디지털을 다루는 역량이 함께 요구되는 시대가 됐다고 진단합니다.
실제 현장에서도 이러한 변화를 체감하고 있습니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작업 결과를 꾸준히 알리고, 온라인으로 예약과 고객 관리를 하는 경우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하다는 설명입니다.

오새리 씨. Credit: Supplied
오새리 씨는 "소셜 미디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광고도 꾸준히 하고 있고 소셜미디어를 통해서 요즘은 살롱의 존재를 알리고 고객과의 소통하는 것이 굉장히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어려운 시기일수록 조금 지켜보는 것이라기보다는 살롱의 강점을 좀 계속 알리고 고객 과의 연결을 유지하는 데 더 노력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또한 한국과 호주의 시장 환경이 다르다는 점도 미용업과 요식업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입니다.
한국은 트렌드 변화 속도가 빠르고 경쟁이 치열한 반면, 호주는 속도는 비교적 느리지만 고객과의 관계, 신뢰가 핵심이라는 설명입니다.
오새리 씨는 "호주는 고객들과의 신뢰감과 유대감이 정말 중요한 것 같다"며 "한 번 신뢰가 쌓이고 단골이 되면 정말 오랜 단골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소셜미디어 광고 활성화 등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경기 둔화는 서비스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느끼는 가장 큰 변화는 소비자들의 태도입니다.
예전보다 지출을 줄이고, 더 신중하게 선택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는 것입니다.
미용업에서는 시술 주기가 길어지는 등 소비자들이 지출을 더 신중하게 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오새리 씨는 "경기가 어려워질수록 소비에 훨씬 더 신중해지는 것 같다"며 "예전엔 4주마다 하던 시술을 요즘은 6주 혹은 그 이상 견디다가 오시는 경우를 자주 본다"고 전합니다.
이어 "매출이 한 2년 전보다 거의 30% 정도 줄은 느낌"이라고 토로했습니다.
오새리 씨. Credit: Supplied
오새리 씨는 "특별히 팬데믹 이후에 머리가 자라도 살롱을 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그때 당시에 머리를 자르는 클리퍼와 가위가 거의 다 품절될 정도로 많이 판매가 됐다고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그때부터 지금까지 집에서 어머니들이 남편과 아이들 헤어컷 정도는 해줄 수 있는 실력들이 다 된 것 같다"며 "그런 부분들이 좀 타격이 미용실 쪽으로 타격이 있는 것은 맞고, 염색 같은 경우도 지금은 많이스스로 잘 하게 되신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요식업 현장에서도 비슷한 신호가 포착됩니다.
손님들의 주문 금액이 줄고, 가성비를 더 따지는 분위기가 강해졌다는 말이 나옵니다. 멜번에서 식당을 운영 중인 한인 동포 김태현씨가 설명합니다.
김태현 씨는 "손님들이 예전보다 시키는 주문 금액이 감소하는 것 같다"며 "예를 들어 3명이 와서 하나만 먹고 이런 식으로 소비자들의 소비 태도가 더 신중해지고, 좀 까다로워진 것 같다"고 말합니다.
문제는 수요가 둔화되는 와중에도 비용이 계속 오르고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인건비 부담은 호주 요식업에서 가장 큰 벽으로 꼽힙니다.
김태현 씨는 "호주는 임금 수준이 굉장히 높다"며 "사람들 고용해서 쓰기가 쉽지 않고, 토·일요일 패널티도 있어서 여러 가지로 많이 버겁다"고 전합니다.
이 때문에 많은 업장들이 가족 노동에 의존하거나, 유학생 고용에 기대 왔습니다. 다만 유학생 근로시간 제한과 인력의 잦은 교체는 고용 안정성을 흔들 수밖에 없습니다.

LOS ANGELES - JANUARY 1995: Renowned American chef Thomas Keller at work in the kitchen of hotel restaurant in Los Angeles California USA circa 1995 Credit: Nik Wheeler/Corbis via Getty Images
미용업에서도 가게의 규모를 줄이고, 인력을 줄이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과거 시티에서 대형 미용실 2개를 운영하며 직원 30명 이상을 데리고 있었던 오새리 씨는 미용 업장도 점점 개인화, 소형화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오새리 씨는 "직원들을 많이 데리고 일했던 그 시절은 지난 것 같다"며 "1 대 1 서비스, 대형 미용실보다는 소규모로 실속 있는 방향으로 가고 있지 않나 보고 있다"고 전합니다.
여기에 임대료와 재료비 등 고정비도 계속 오르면서, 체감 난도는 더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배달 플랫폼 확산도 수익 구조를 압박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김태현 씨는 "임대료도 오르고, 인건비 재료비, 고정비랑 변동비가 다 오르는데 손님들은 지갑을 닫고 있기 때문에 쉽지는 않은 것 같다"며 "배달 플랫폼들이 많고, 그런 것들 때문에 상당히 수익 구조가 더 압박을 받고 있다"고 강조합니다.
다만 요식업의 미래를 ‘배달만’ 혹은 ‘매장만’으로 단정하긴 어렵다는 전망도 있는데요. 현장에서는 시장이 배달 중심과 경험 중심으로 갈라질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옵니다.
김태현 씨는 "두 가지 마켓으로 양분화될 것 같다"며 "배달 문화 중심이 더 확대될 거고, 또 하나는 식당에 와서 경험을 나누는, 경험 중심의 식당"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럼에도 한인 서비스업이 갖는 강점도 분명합니다.
한국식 음식과 미용에 대한 관심, 이른바 K-푸드와 K-뷰티에 대한 이미지는 호주 시장에서 여전히 경쟁력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오새리 씨는 "저희 고객 같은 경우도 사실 90% 이상이 외국 손님들"이라며 "아시아계, 예를 들어서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홍콩, 인도네시아 손님들이 많이 계신데 K뷰티에 로망을 갖고 들어온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이분들이 굉장히 한국 언어조차도 동경을 하는 것 같다"며 "저희 매장도 소셜미디어에 올릴 때 K뷰티 부분을 부각해서 광고하고 있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Karen Dunwoodie. Source: Supplied
특히 식당은 배달 앱과 구글 리뷰에, 미용업은 인스타그램과 틱톡에 의존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디지털 역량이 경쟁력의 핵심이 되고 있다는 진단입니다.
던우디 책임자는 "호텔 및 미용 산업은 매우, 매우 직접적인 접촉이 필요한 분야"라며 "이런 사업들이 고객을 유치하는 방식은 많이 변했다"고 말합니다.
"예를 들어, 많은 레스토랑이 이제 배달 앱과 구글 리뷰에 크게 의존하고, 미용 전문가들은 인스타그램과 틱톡을 활용해 자신의 작품을 선보이고 고객을 유치한다"며 "따라서 기술은 이 두 분야 모두에 상당히 광범위하게 도입됐고 이를 활용하거나 사용법을 익히고 정기적으로 활용하는 능력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다만 한인 동포들의 요식업과 미용업의 미래는 한류 문화와 결합된 서비스를 통해 분명한 강점이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던우디 책임자는 "특정 문화적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호주에서는 한국식 스킨케어나 음식이 그 자체로 강점을 지니고 있고, 호주에서 점점 더 인기를 얻고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상단의 오디오를 재생하시면 뉴스를 들으실 수 있습니다.
호주 공영방송 SBS(Special Broadcasting Service) 한국어 프로그램의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하세요. 구글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에서 SBS Audio 앱을 다운로드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