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데이트라인, 통일교 실태 조명...“합동 결혼식서 낯선 사람과 결혼한 나”

A woman in a wedding dress.

Jinae was married at one of the Unification Church's mass weddings.

SBS 데이트라인(Dateline)에서 심층 보도한 한국의 통일교 이야기. 통일교 가정에서 태어나 합동결혼식을 통해 일본인 남편과 만나고 탈퇴를 하기까지 진애 씨의 여정을 들어봅니다.


진행자: 얼마 전 글로벌 OTT 플랫폼 넷플릭스 코리아의 다큐멘터리 시리즈가 공개 직후 랭킹 1위에 오르며 큰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다큐멘터리 8부작 시리즈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이 그 제목인데요, 사이비 종교들을 이면을 파헤치는 내용을 담으며 전 세계 이목을 집중시켜 다시금 사이비 종교의 악행과 기행에 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이달 초 SBS 데이트라인에서는 문선명 교주의 통일교에서 이뤄지는 합동 결혼에 대해 심층 보도했는데요, 자세한 내용 홍태경 프로듀서와 함께 알아봅니다.
흔히 '무니즈(The Moonies)'라고 불리며 해외에서 조롱받는 통일교지만 그 교세는 전 세계적으로 강력한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통일교가 지난해 사망한 아베 신조 전 총리 암살 사건에 문제의 종교로 지목되면서 일본 정치계와의 유착 관계도 속속 드러나 조사가 이어지고 있죠?

홍태경 PD: 일본의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암살범이 자신의 어머니가 통일교에 빠져 거액의 헌금으로 파산에 이른 것에 앙심을 품은 것이라는 범행 동기가 드러나면서 일본 내에서 통일교가 사회적 비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 일본의 우익 정치세력과 통일교와의 은밀한 유착관계가 굉장한 후폭풍을 일고 왔습니다.

통일교의 교세는 실제로 전 세계에 퍼져 있는데요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전 세계에 퍼져 있는 통일교는 고 문선명 교주를 재림주로 믿는 종교 단체로 일본과 미국에서의 성공적인 포교활동을 바탕으로 주식회사 일화, 용평리조트, 세계일보를 비롯해 해외에도 수많은 기업을 거느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교회에서는 통일교를 윤리적, 경제적으로 피해를 끼치는 종교 집단으로서 이단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일부에서는 이를 이단이라고 부르고 있지만 정작 통일교에서는 교회의 목표가 세계 평화라고 주장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대규모 합동결혼식이라는 그릇된 구원론을 펼치기도 하는데요, 합동결혼식이 지난해까지도 이어졌죠?

홍태경 PD: 그렇습니다. 지난해 4월에도 한국을 비롯해 일본, 미국, 독일, 영국, 브라질, 필리핀, 태국, 말레이시아 등 세계 70개국의 2,100쌍이 온오프라인으로 합동결혼식을 가졌습니다. 통일교는 1995년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서 3만5000쌍, 세계 각지에서 생중계로 참여한 32만5000쌍까지 모두 36만쌍(총 72만명)의 커플을 한 번에 결혼시켜 ‘가장 많은 커플의 합동결혼식’ 부문 기네스북 기록도 갖고 있습니다.
A man and a woman.
Unification Church founder Reverend Sun Myung Moon and his wife Hak Ja Han during a mass wedding ceremony in 2012 at the Sun Moon University in Asan City, South Korea. Credit: SEGYE DAILY NEWS / HO/EPA
SBS 데이트라인에서는 만난 진애 씨는 합동결혼식을 통해 결혼한 통일교 신자 중 한 사람인데요, 남편을 처음 만났을 때 거의 말이 통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남편은 일본 사람이었고 진애 씨는 미국에서 자랐기 때문이었는데요 하지만 진애 씨의 말에 의하면 "그것은 교회에서 정상적인 행사였다"고 말합니다. 태어날 때부터 부모님이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의 신자였던 진애 씨에게는 합동결혼이라는 것이 당연한 절차였던 것입니다.

1954년 서울에서 설립된 통일교는 교주인 문선명의 이름을 따서 해외에선 '무니즈'라는 별명으로 신자들을 부르고 있습니다. 진애 씨는 문선명이 '메시아'이자 '참아버지'라고 믿게끔 배웠다고 말합니다.

교주 문선명은 철저하게 반공주의자였고 그의 교회는 1960-70년대 냉전 기간 동안 국제적으로 사세를 확장해 나갔습니다. SBS 데이트라인에 따르면 오늘날 이 교회는 120개국에 퍼져 있으며 약 60만 명의 신자가 있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실내 경기장이나 야외 스포츠 경기장에서 열리는 수천 쌍 커플들의 축복식이라는 소위 "합동결혼식"으로 통일교는 그 명성을 이어 갔습니다.

진행자: 그럼 진애 씨도 부모님의 결정으로 합동결혼식을 치르게 된 것이죠?

홍태경 PD: 그렇습니다. 진애 씨의 부모는 딸의 남편감을 매칭시킨 후 딸을 한국에서 열리는 대규모 합동결혼식에 참여시켰고 이 의식이 사탄의 혈통에서 신의 혈통으로 혈통의 변화를 의미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통일교 2세대를 "복받은 자녀(Blessed Child)"라고 여기는 통일교 신자로서, 진애 씨는 평생 이것이 자신의 운명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결혼식 날 자신이 비참하게 느껴졌다고 말하는데요, 그럼에도 "부모님을 실망시킬 수 없었고 내 공동체를 잃을 수 없었다. 내 인생의 전부였기 때문”이라고 답했습니다.

진행자: 얼굴을 한 번도 보지 못한 사람을 배우자로 맞아서 평생을 함께 해야 한다… 상식적인 선에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데요, 그것이 진리라고 믿고 평생을 살아온 사람들에게는 가능한 일인 것일까요? 진애 씨는 성장과정에서도 통일교의 영향을 많이 받았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내 인생의 많은 부분은 내가 발언권을 가질 나이가 되기도 전에 결정됐다
진애
홍태경 PD: 진애 씨의 말에 따르면 통일교에서는 모든 교인의 자녀는 교회 보육원이나 조부모가 양육해야 합니다. 이는 즉 부모들이 자녀를 맡긴 교회에 그들의 삶의 더 많은 부분을 바칠 수 있게 만들게 되는 것이라고 진애 씨는 설명하는데요. "내 인생의 많은 부분은 내가 발언권을 가질 나이가 되기도 전에 결정됐다"고 SBS 데이트라인에 말했습니다.

그녀의 부모님은 진애 씨가 3개월이었을 때, 미국 콜로라도의 한 보육원에 맡겼는데요, 3년 후 부모님이 보육원에 데리러 왔을 때 진애 씨는 자신의 부모라는 것을 몰랐다고 기억합니다. 하지만 진애 씨 부모님은 자신들이 보육원에 꾸준히 방문했다고 말했다는데요, 진애 씨는 아기였을 때 성장발달이 원활하지 못했고 남동생에게 교회 노래를 불러주는 것을 들을 때까지 보육원 선생님들은 진애 씨가 말을 못한다고 생각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A toddler wearing a white dress.
Jinae as a toddler. Credit: Supplied.
이에 대해 진애 씨는 "당시 누구에게도 애착을 느끼지 못하거나 심지어 내 목소리를 낼 수 있을 정도로 안전하다고 느끼지 못했다는 것을 말해준다고 생각한다"라고 전했습니다.

진행자: 일본에서는 아베 신조 암살 사건 이후로 통일교에 대한 여론이 극도로 악화됐는데요, 법원의 종교법인 해산 명령 청구를 앞두고 마지막 조사 중이죠?

홍태경 PD: 지난해 7월 아베 신조 전 총리를 살해한 야마가미 데쓰야가 “어머니가 통일교에 거액을 기부해 가정이 엉망이 됐다”고 범행동기를 밝힌 이후 통일교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통일교는 그동안 일본 사회에서 고액헌금 강요와 영감상법(영적인 이유를 들어 신도들에게 종교적 물건을 고액에 파는 행위), 합동결혼식 등 반사회적인 행태로 물의를 빚어 왔습니다.

진애 씨도 남편과 일본의 교회에 다니면서 "특히 일본에서 너무 많은 착취를 목격했고 끔찍한 이야기들을 들었고 그런 식으로 사람들을 해치는 것을 지지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진애 씨에 따르면, 교회 지도자가 "회원들에게 기부금이 충분하지 않다고 소리를 지르는 것”을 목격했다고 전했습니다.
A woman reading notes off a stand.
Jinae and her husband spent time in the church in Japan. Credit: Supplied.
일본의 통일교 대변인은 2009년 교회 신자들에 의해 운영되는 몇몇 회사들이 일본의 특정 상거래법을 위반해 영적 물건 판매를 수행한 것에 대해 유죄 판결을 받았다고 데이트라인(Dateline)에 밝혔습니다. 이후 교회는 기부를 권유하는 방식으로 바꿨고 아베 총리의 사망 사건으로 더 많은 개혁이 있을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진행자: 고액 헌금과 사업체 확장으로 인해 막대한 자본력을 갖춘 통일교. 그야말로 종교 집단을 빙자한 거대한 왕국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네요.

홍태경 PD: 1984년 문선명 전 총재는 탈세 혐의로 미국에서 수감된 바 있는데요 18개월 형을 받고 13개월을 복역했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통일교는 대규모 부동산을 갖고 있으며 워싱턴타임즈지를 비롯해 뉴욕에 호텔(New Yorker hotel), 해산물 도매업체인 트루월드푸드(True World Foods)등 여러 사업체를 거느리고 있습니다.

또 일본의 마이니치신문은 지난 1월 이 교회 계열사가 해저터널을 통해 일본과 한국을 연결하겠다는 문선명의 1981년 계획을 이행하기 위해 토지를 취득했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이 밖에도 건설업계, 언론사, 여행 리조트 분야, 제조업, 의료 복지재단, 대북 산업, 군수업체, 교육 사업에 이르기까지 통일교의 자본력 규모는 어마어마한 수준인 것으로 평가됩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호주에도 통일교 분원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그 규모가 어떻게 되나요?

홍태경 PD: 존 아다메데스 씨가 현재 호주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의 회장이며 호주 전역의 모든 주에 분원이 존재하며 200여명의 '핵심' 신도들이 대부분 시드니와 멜버른에 위치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아다메데스 씨는 이례적으로 SBS 데이트라인의 인터뷰에 나섰는데요 교회 신도들을 '무니스'라고 부르는 것은 이해 부족과 무지에서 나온 '비하적 표현'이라고 말합니다.

그리스 출신으로 시드니에서 태어난 아다메데스 씨는 호주의 백호주의 정책 하에서 호의를 받고 자라지 못했다고 말하는데요 그리고 '유색인(wog; 비하 용어)'라고 불리는 것이 깊은 상처를 남겼다고 말합니다.

아다메데스 씨는 1980년 스코틀랜드 애버딘에 있는 통일교회에 가입하게 됐고 "문선명 총재를 하나님과 깊은 관계를 맺고 하나님을 대표하는 사람으로 믿었다"고 말하는데요 이 교회의 핵심 이상은 "남을 위해 사는 것, 우리는 하나님의 가족"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임무의 일환으로 아다메데스는 다양한 일과 미션을 수행하며 모금을 해왔는데요, 통일교의 기부금 관행 폐해에 대한 질문에는 "마치 사기꾼처럼 보이게 하고 있다"고 강변했습니다.

진행자: 그럼 아다메데스 씨 역시 합동결혼식을 통해 결혼했겠군요?
A woman and a man.
John Adamedes with is wife, Shizuyo. Credit: Supplied.
홍태경 PD: 1982년 24세였을 때 합동결혼식을 통해 일본인 아내 시즈요를 만났습니다. 아다메데스 씨는 "나는 당시 6,000쌍의 커플과 함께 대규모 결혼식을 올렸다. 이제는 30만쌍의 커플이 합동결혼식을 치렀다”라고 말합니다.

"국제결혼을 통한 세계 평화가 목표”라는 그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다. 한국과 일본처럼 과거 전쟁을 치른 국가들이 함께 뭉치게 하는 것이다. 우리는 수천 명의 한국-일본 커플들이 있고 그 아이들이 자라며, 두 문화가 모두 그들의 문화가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아다메데스는 또 통일교가 사이비 종교라고 불리는 것에 대해 "매우 슬프다"고 답했는데요 "사이비 종교와 신흥 종교는 미세한 차이가 있을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이비 종교가 대체 무엇인가요? 단지 또 다른 경멸적인 용어일 뿐이고 모욕적인 표현일 뿐”이라면서 통일교는 신흥 종교이며 진정한 종교라고 주장했습니다.
About 40,000 couples attend a mass wedding ceremony.
About 40,000 couples attend a mass wedding ceremony in 1999, held by the Unification Church, at the Olympic Stadium in Seoul. Source: AP / AHN YOUNG-JOON/AP
진행자: 그렇다면 앞서 데이트라인의 인터뷰를 위해 용기를 내준 진애 씨는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홍태경 PD: 진애 씨는 더 이상 통일교의 신도가 아닙니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부모님에게 탈퇴에 대해 얘기했던 것"이라고 말하는데요 진애 씨는 “통일교는 통제력이 높은 종교 집단인 것 같다... 나는 그것을 사이비 종교라고 부르고 싶다(I would call it a cult). 집단적 사고가 팽배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길이나 선택이 정해져 있는 곳이다"라고 비판했습니다.

진애 씨는 아직 남편과 결혼 상태를 유지하고 있지만 지금은 자신에게 무언가 기대하는 삶이 아닌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고 있다고 말합니다. "많은 애도가 필요했고, 치료를 받으며 나 자신의 자아를 형성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지난 3월 7일 방영된 SBS 데이트라인의 다큐멘터리 "교회와 암살자(The Church and the Assassin)"는 SBS On Demand를 통해 다시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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