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분석에 따르면 높은 집값과 대출 규모 증가로 현재 호주 가계의 주택담보대출 부담은 1989년 17.5% 고금리 시대보다 커졌으며, 가장 큰 대출 부담을 겪은 세대는 베이비붐 세대가 아닌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주택을 구입한 X세대로 나타났습니다.
Key Points
- KPMG "현재 호주 가계의 주택담보대출, 1989년 17.5% 고금리 시대보다 어려워"
- 높은 집값과 대출 규모 증가로 금리보다 '대출 원금'이 가계 부담의 핵심 요인으로 지목
- "가장 힘들었던 시기는 베이비붐 세대가 아닌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집 마련한 X세대"
박성일 PD: 매주 복잡한 경제 이슈를 쉽고 친절하게 풀어보는 시간, 친절한 경제입니다. 집값 이야기를 하다보면 주택담보대출은 자연스레 대화 주제로 이어지죠. 높아져가는 대출 금리를 토로할 때면 부모 세대나 선배 세대는 "우리 때는 금리가 17%였다"고 과거를 회상하기도 합니다. 높은 금리를 견디며 집을 샀기 때문에 지금 세대도 충분히 버틸 수 있다는 의미로 들릴때면 ‘’-라테는” 얘기하지 말라며 “꼰대 아니냐’라는 논쟁이 이어지기도 합니다.
그런데 최근 이 통념을 뒤집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호주의 경제 컨설팅 업체 KPMG가 지난 40년간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실제로는 지금의 대출 부담이 1989년 금리 17.5% 시절보다 더 크다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정말 지금이 과거보다 더 힘든 것인지, 세대별 주택담보대출 부담을 친절한 경제에서 살펴보겠습니다. 홍태경 PD, 안녕하세요.
홍태경 PD: 안녕하세요.
박성일 PD: 이번 연구 결과를 보면 많은 분들이 놀라실 것 같습니다. 우리는 흔히 금리가 높을수록 대출 부담도 크다고 생각하는데요. 대출 금리가 17.5%였던 시절보다 지금의 대출 부담이 더 크다는 게 언뜻 이해되지는 않네요.
홍태경 PD: 그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금리 숫자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로 대출 원금, 즉 얼마나 큰돈을 빌렸느냐에 달렸기 때문입니다.
박성일 PD: 그러니까 금리가 낮아도 빌린 돈이 훨씬 많으면 부담은 오히려 커질 수 있다는 이야기군요.
홍태경 PD: 맞습니다. 예를 들어 보면, 1989년에 금리가 17%였더라도 대출금이 10만 달러였다면 내는 이자는 연간 약 1만7천 달러입니다. 반면 지금은 금리가 5% 정도라고 해도 대출금이 40만 달러라면 역시 연간 이자가 약 2만 달러 수준이 됩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금리와 대출 규모를 함께 봐야 한다는 것이죠.

KPMG는 호주통계청 자료를 활용해 가계소득 대비 이자 상환 비율을 계산했습니다. 대출 원금 상환금이 아니라 지출하는 이자만을 따져서 비율을 계산한건데요, 그 결과 1989~90년 인플레이션 급등기에는 이 비율이 5.7%로 최고치로 기록됐는데, 2023년에는 5.9%까지 올라 오히려 당시를 넘어섰고, 올해 2분기에도 5.4% 수준을 유지하며 높은 부담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박성일 PD: 금리는 훨씬 낮아졌는데 대출 규모는 더 커졌다… 결국 집 값이 문제군요.
홍태경 PD: 그렇습니다. 1980년대에는 집값이 지금처럼 높지 않았습니다. 호주가 1980년대 이후 국가적으로 부유해지고 임금도 크게 상승했지만 주택 가격 대비 연봉 비율은 그에 맞춰 상승하지 못했던 겁니다. 금융비교 사이트 파인더(Finder)의 데이터에 따르면, 1980년대에는 주택 담보 대출이 일반적으로 가계 연소득의 2.5배에서 4배였고, 20%의 계약금을 마련하려면 연봉의 3분의 2만 있으면 됐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호주 주택 가격 평균이 가구소득의 약 8배를 넘습니다. 특히 시드니는 무려 13배가 넘는 수준으로 주택 가격이 가구당 중위 소득의 13.8배에 달합니다. 1년치 연봉을 쓰지않고 고스란히 저축해도 13년간 모아야 집을 살 수 있다는 얘기죠.
이렇게 집값이 크게 오르다 보니 집을 사기 위해 빌려야 하는 돈 자체가 과거보다 훨씬 커졌습니다. 그래서 금리가 절반 이하로 내려와도 실제 상환 부담은 크게 줄지 않는 것입니다.
박성일 PD: 실제로 요즘 처음 집을 사는 젊은 분들은 대출 규모가 정말 크더라고요. 시드니의 주택 중간값은 이미 100만 달러를 넘어선 지 오래고, 아파트와 유닛의 경우도 주요 지역에서는 중간값이 100만 달러를 돌파한 상황이기 때문에 대출 금액이 수십만 달러에 달할 수 밖에 없는데요, 그렇다면 현재 평균 주택담보대출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요?
홍태경 PD: 금융 비교 그룹 캔스타에 따르면, 현재 호주의 자가 거주 주택 평균 대출금은 약 73만5000달러입니다. 평균 변동금리는 약 5.9% 수준인데, 이를 적용하면 월 상환액이 평균 4,300달러 정도 됩니다. 한 달에 4천 달러가 넘는 돈을 주택 대출 상환에 써야 하는 셈입니다. 그래서 많은 가정이 외식이나 여행 같은 소비를 줄이고, 추가 근무를 하거나 부업을 찾는 사례도 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호주국립대학교 벤 필립스 부교수는 5.9%라는 금리가 적은 수치로 보일 지 모르지만, 1980년대보다 훨씬 높은 비율인 전체 인구의 약 35%가 주택 담보 대출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박성일 PD: 호주가 과거에 비해 훨씬 소득 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에 더 높은 대출 상환액도 감당할 수 있는 것이겠죠. 그리고 특히 이번 연구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세대별 비교였습니다. 흔히 베이비붐 세대가 가장 힘들었다고 생각하는데 결과는 달랐다고요?
홍태경 PD: 네. KPMG는 오히려 가장 어려웠던 시기를 X세대, 즉 1970년대와 80년대 초반 출생 세대가 집을 마련하던 시기로 분석했습니다. 바로 글로벌 금융위기(GFC) 전후인 2008년 당시 기준금리는 7.25%였는데, 가계소득 대비 이자 부담은 무려 7.9%까지 치솟았습니다.
그리고 2005년부터 2013년까지 거의 8년 동안 이자 상환 비율은 평균 6.6%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즉 높은 대출 상환 부담이 오랫동안 이어졌던 것입니다. 이번 연구에서는 가장 힘든 시기로 첫 번째가 글로벌 금융위기, 두 번째가 현재, 세 번째가 우리가 흔히 기억하는 17% 금리 시대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박성일 PD: 그러면 왜 우리는 과거에 "17% 금리 시절이 가장 힘들었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던 걸까요?
홍태경 PD: 연구진은 숫자의 영향이 크다고 설명합니다. 17%라는 숫자는 워낙 강렬해서 사람들의 기억에 오래 남습니다. 반면 7%대 금리는 상대적으로 평범하게 들립니다. 하지만 실제 부담은 집값과 대출 규모까지 함께 계산해야 하기 때문에 단순히 금리만 비교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또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는 미국과 유럽의 경제 상황이 워낙 심각했기 때문에, 호주는 상대적으로 잘 버텼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당시 호주 가계가 겪었던 높은 대출 부담이 지금만큼 주목받지 못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박성일 PD: 이번 연구에서는 지역별 차이도 나타났죠? 특히 빅토리아주의 가계 부담이 가장 높다고요.
홍태경 PD: 그렇습니다. 빅토리아주의 가계는 소득 대비 이자 부담이 6.9%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습니다. KPMG의 테리 론슬리 인프라 경제전문가는 그 이유로는 빅토리아주에는 다른 주보다 주택 소유자가 더 많다는 것도 하나의 이유로 들었는데요, 빅토리아주의 주택 구입 여건이 과거보다 다소 나아지면서 오히려 집을 산 사람들이 늘었고, 그만큼 금리 인상의 영향을 받는 가구도 많아졌다는 분석입니다.
그다음은 가계 소득 대비 이자 부담은 남호주 5.7%, 뉴사우스웨일스 5.6%, 퀸즐랜드 5.5%, 서호주 5.3%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ACT와 태즈매니아, 노던테리토리는 집값과 대출 규모가 상대적으로 낮아 이자 부담도 5% 아래로 집계됐습니다. 여기에는 낮은 주택 가격과 함께 주택 소유율이 낮다는 점도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박성일 PD: 하지만 또 다른 경제학자는 조금 다른 의견도 내놨다고요?
홍태경 PD: 맞습니다. 호주국립대학교의 벤 필립스 교수는 조금 신중한 해석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지금은 과거보다 소득도 많이 늘었고 생활 수준도 높아졌기 때문에 높은 대출 부담을 어느 정도 감당할 여력도 커졌다는 것입니다. 다만 필립스 교수는 첫 집을 마련하기 위한 보증금 마련은 과거보다 훨씬 어려워졌다고 인정했습니다.
현재 호주에서는 평균적으로 집 계약금 20%를 마련하는 데 거의 12년이 걸린다는 조사도 있습니다. 결국 집을 사기 전까지의 진입 장벽은 크게 높아졌지만, 일단 집을 구입한 뒤에는 대부분의 가구가 아직은 대출을 정상적으로 상환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론슬리 이사도 “대출금을 상환할 수만 있다면, 현재로서는 큰 문제는 아니다”라는 입장인데요,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 파산이 흔했던 미국과는 달리, “호주 사람들은 주택 담보 대출을 유지하기 위해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절약하며, 투잡까지 갖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박성일 PD: 오늘 이야기를 정리해 보면, 이제는 단순히 "예전엔 금리가 17%였다"는 숫자만으로 세대 간 어려움을 비교하기보다는 높은 집값과 큰 대출 규모, 그리고, 첫 집을 마련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고려해 비교해야 한다는 얘기였습니다.
홍태경 PD: 반대로 소득 수준과 자산 규모도 과거보다 함께 성장했으니까요, 결국 어느 세대가 더 힘들었는지 단순히 결론을 내리기보다는, 각 세대마다 부담의 형태가 달라졌다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해 보입니다.
박성일 PD: 지금 집을 마련하기 위해 고민하는 분들에게는 여러 가지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연구 결과였던 것 같습니다. 오늘도 친절한 설명 고맙습니다.
상단의 오디오를 재생하시면 다시 들으실 수 있습니다.
호주 공영방송 SBS(Special Broadcasting Service) 한국어 프로그램의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하세요. 구글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에서 SBS Audio 앱을 다운로드할 수 있습니다.
매일 방송되는 한국어 프로그램 전체 다시듣기를 선택하시려면 이곳을 클릭하세요. SBS 한국어 프로그램 팟캐스트는 웹사이트 또는 유튜브에서 찾으실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