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경제: 주 4일제 근무, 호주의 선택은?

Belgium to give workers right to request four-day week

A four-day work week boosts performance, reduces burnout, and improves the physical and mental health of employees. Source: Getty / Getty Images

호주 제조업 노조와 호주 간호·조산사 연맹이 생산성 향상을 근거로 근무 시간 단축과 연차 휴가 확대를 위한 새로운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요, 다시 화두에 오르고 있는 주 4일제 근무, 어떤 장단점이 있고 호주 정부는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 친절한 경제에서 알아봅니다.


나혜인 PD: 우리 생활에 밀접한 경제 이슈 정리해 보는 친절한 경제 시간입니다. 주 4일 근무제, 많은 직장인들에게는 하나같은 바람일 겁니다. 주 4일제에 대한 찬반 논쟁은 여전한 가운데 생산성 측면에서 주 4일 근무제를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서 이 주장에 탄력을 받고 있는데요, 친절한 경제에서 홍태경 프로듀서와 함께 자세히 알아봅니다.

호주 직장인들의 주 4일제에 대한 갈망이 어쩌면 더 빨리 이루어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직장인들의 삶을 바꿀 수 있는 획기적인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고요?

홍태경 PD: 세계 최고 권위의 과학 저널 '네이처 휴먼 비헤이비어(Nature Human Behaviour)'에 발표된 대규모 연구에서 주 4일 근무제의 효과가 과학적으로 입증되었는데요, 결과부터 말하자면 주 4일 근무를 한 직원들, 특히 근무 시간을 8시간 이상 줄인 사람들은 번아웃이 크게 감소했고 신체적, 정신적 건강이 모두 개선되고, 직무 만족도를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나혜인 PD: 특히 주목할 점은 호주제조업노조와 간호조산사연맹이 다음 달 경제개혁 원탁회의를 앞두고 근로시간 단축을 공식 요구하고 나섰다는 겁니다. 알바니지 총리는 "폭넓은 지지"를 받는 개혁을 지지한다고 다소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는데요, 과연 주 4일 근무제가 호주 경제와 근로자들에게 해답이 될 수 있을까요?

홍태경 PD: 먼저 호주의 근로 현실을 살펴보면, 호주는 현재 심각한 모순 상황에 처해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근무시간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지만 생산성은 오히려 하락하고 있는데요. 생산성위원회 자료를 보면 이는 전형적인 '더 오래 일하지만 덜 효율적인' 함정에 빠진 상황이라는 분석입니다.

본드대학교 리비 샌더 교수 연구팀에 따르면 과도한 근무시간은 번아웃을 유발하고 결국 생산성으로 이어지는데요 특히 30-40대 근로자들의 정신건강 관련 산업재해 청구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 이를 방증하고 있습니다.

나혜인 PD: 앞선 연구는 어떤 방식으로 진행된건가요?

홍태경 PD: 연구진은 6개월 동안 주 4일 근무의 효과를 모니터링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는데요,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미국, 아일랜드, 영국 141개 기관의 약 2,896명의 직원이 참여했습니다. 참여자들은 시범 운영 전후에 실시된 설문조사에 응답했고 이들의 답변은 주 5일 근무를 하는 12개 회사의 직원 285명과 비교 연구로 진행됐습니다. 연구진에 따르면 실험 기간 동안 주당 평균 근무 시간은 약 5시간 단축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나혜인 PD: 주 4일 근무제가 생산성 향상과 직원 웰빙 개선에 모두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긴 하지만 이번 연구에 한계도 분명히 존재해 보이는데요?

홍태경 PD: 그렇습니다. 참여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선택했다는 점, 표본이 대부분 소규모 영어권 기업이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하지만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우리가 미래의 노동을 어떻게 상상할 수 있을지에 시사점을 제공하며, 주 4일 근무가 그러한 미래의 핵심 요소라고 밝혔습니다. 새로운 디지털, 자동화, 그리고 인공지능(AI) 기술의 급속한 확산으로 이러한 과제는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나혜인 PD: 사실 이번 연구가 더욱 의미 있는 이유는 현재 우리의 근무 현실 때문인데요 호주인들이 역대 가장 오랜 시간 일하고 있지만 생산성은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는 점은 분명 개선의 여지가 절실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니까요.

홍태경 PD: 미래의 근무 방식을 연구하는 본드대학교 리비 샌더 부교수는 주 4일 근무제 시범 사업의 목적은 조직 구성원들이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파악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샌더 박사는 "기업들이 줄이기 위해 고려하는 것 중 하나가 회의 횟수"라고 답했는데요, "이메일로 해결할 수 있었거나, 다른 방식으로 처리할 수 있었거나, 아니면 참석 인원이 너무 많았던 회의들"을 줄이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나혜인 PD: 결국 근무 시간보다는 성과에 집중하는 방식으로의 전환이네요.

홍태경 PD: 시드니 공과대학교의 로웨나 디첼 교수는 이것이 "전통적인 업무 패러다임을 깨고 이상적인 근로자의 정의를 바꾸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디첼 교수에 따르면 기존의 "이상적인 근로자"란 "일을 최우선 순위로 여기고, 눈에 띄는 존재감을 보여주며 업무에 대한 헌신을 보여주는 사람"이었다고 말하는데요,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는 겁니다. "더 효율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다면 꼭 사무실에 있거나 주 5일 근무할 필요는 없다"는 관점으로 변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나혜인 PD: 이런 변화가 더욱 중요한 이유는 우리가 지금 AI시대로 전환되는 과도기적인 특별한 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네요.

홍태경 PD: 뉴사우스웨일스 대학교 AI 연구소의 토비 월시 수석 과학자는 "AI와 같은 신기술이 미래의 일자리에 미칠 변화의 규모는 산업혁명만큼이나 중요할 수 있다"고 말하는데요, "산업혁명 당시 우리는 단순히 주말 제도를 도입한 것만이 아니라, 보편적 교육을 도입해 사람들이 새로운 직업에 필요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했고, 보편적 연금 제도를 도입하여 은퇴 후의 삶을 보장했다"고 말하면서 "우리는 지금 AI와 같은 기술로 상당한 업무량을 자동화하는 또 다른 변혁의 순간을 겪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나혜인 PD: 사실 주 4일 근무제는 여러 나라에서 이미 시범 운영하고 일부는 이미 정책으로 확립하고 있기도 하죠?

홍태경 PD: 벨기에는 2022년에 법적으로 주 4일제를 도입해, 직원들이 주 5일 근무를 주 4일로 압축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 영국도 대규모 실험 이후 92%의 기업이 주 4일제에 더 높은 생산성과 만족도를 보고하면서 계속 유지하기로 결정했고, 아일랜드와 아이슬란드에서도 주 4일제 실험을 성공적으로 마친 후에 전체 노동자의 약 86%가 주 4일제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뉴질랜드, 포르투갈, 브라질 등이 이미 시범 운영을 시작하고 이 제도를 성공적으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나혜인 PD: 생산성 향상이나 워라밸의 만족도를 향상시키는 등의 대부분 긍정적인 결과를 보고하고는 있지만 무엇보다 산업별로 적용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을텐데요 업무 환경에 따라 유연한 방식이 필요해 보이는데, 어떤 방식으로 주 4일 근무를 시행하는 건가요?

홍태경 PD: 기업에서 주 4일 근무제를 시행하는 일반적인 방법 중 하나는 100:80:100 모델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이 모델에서는 직원들이 급여의 100%를 유지하지만 근무 시간은 80%로 줄어들고 기존의 생산성은 100% 유지된다는 겁니다.

다른 옵션으로는 직원들이 주당 근무 시간을 줄이되 급여를 낮추거나, 표준 주 40시간 근무제를 4일로 압축하는 것이 있습니다. 또 2주 9일 근무를 하는 방식이나 주 35시간 근무 등 임금 삭감 없이 근무 시간을 줄일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나혜인 PD: 다음 달 연방 정부는 경제개혁 원탁회의를 앞두고 있습니다. 이 회의에서 주 4일제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질텐데요,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까요?

홍태경 PD: 전문가들은 점진적 시범사업부터 시작할 것을 권고합니다. 공공부문 일부 부서, 자발적 참여 민간기업을 대상으로 1년간 파일럿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방식을 통해 결과를 평가해볼 수 있고 성급한 일반화는 위험하다고 조언합니다.

대신 유연근무제 확대, 재택근무제 정착, 업무 효율성 향상에 집중해야 하며 4일이냐 5일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스마트하게 일할 것인가가 핵심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또 알바니지 총리가 언급한 "폭넓은 지지"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는데요, 단지 노조만의 요구가 아니라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져야 하고, 중소기업, 자영업자들도 참여할 수 있는 현실적 방안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나혜인 PD: 주 4일 근무제는 단순히 하루 덜 일하는 문제가 아니라 미래 노동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거대한 변화입니다. 그래서 더욱 다음 달 열리는 원탁회의 결과가 주목됩니다. 오늘 친절한 경제에서는 주 4일 근무제에 관해서 알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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