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 책갈피: 하와이 '사진 신부' 이야기..."알로하, 나의 엄마들"

알로하 나의 엄마들

이금이 작가의 책표지 /창비

사진 한 장에 인생을 걸고 하와이로 간 조선 여성들. 낯선 땅에서 서로의 가족이 되어 버텨낸 이민 1세대 여성들의 연대와 따뜻한 공동체를 비춥니다.


이금이 작가의 장편소설 <알로하, 나의 엄마들>은 일제강점기 조선에서 사진 한 장에 운명을 걸고 하와이로 떠난 ‘사진 신부’들의 삶을 그린 작품입니다. 낯선 땅에서 노동자의 아내이자 어머니, 그리고 서로의 가족이 되어 고된 삶 속에서도 여성 공동체를 이뤄낸 이민 1세대 여성들의 연대와 사랑을 따뜻하고 뭉클하게 그려냅니다.

The Picture Bride라는 제목으로 미국에서 번역 출간되며, 2023년 미국 노틸러스 출판상 역사소설 부문 금상을 수상했습니다. 이어 호주 일본 독일 등에서도 잇달아 출간되며 그 감동은 국경을 넘어 전 세계 독자들의 마음에 닿고 있습니다.

오디오 책갈피
책 속 한 문장, 삶의 한 페이지.
여러분의 마음 한켠에 작은 책갈피 하나, 꽂아드립니다.
안녕하세요, SBS 오디오 책갈피, 유화정입니다.

오디오 책갈피 오늘 함께할 책은 이금이 작가의 장편소설 <알로하, 나의 엄마들>. 20세기 초, 하와이로 이민을 떠난 코리언 디아스포라, 조선 여성들의 이민사를 그린 이야기입니다.

한 장의 사진에 삶을 걸고 떠난 여성들, 그들의 뜨겁고도 아픈 여정을 따라가봅니다.

1903년 1월, 대한제국 정부가 최초로 공식 인정한 한인 이민자들이 하와이 호놀룰루 항에 도착했습니다. 그들은 배를 타고 30일이 넘는 항해를 견뎌조선에서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이국 땅에 발을 디뎠습니다. 대부분은 사탕수수 농장의 계약 노동자로 고용되었고, 삶은 결코 녹록지 않았습니다.

1905년, 일본 정부가 이민 금지령을 내리기 전까지 약 7,200명의 한인이 하와이로 이주했고,그 중 다수는 독신 남성이었습니다. 이들은 조선에서 아내를 맞이하고 싶어 했고, 중매쟁이를 통해 자신의 사진을 조선으로 보냈습니다.

당시 일본은 자국민의 비자 발급을 제한했지만, 이미 결혼한 가족의 입국은 허용했습니다. 그래서 남편이 될 사람의 사진을 보고 혼인을 신고한 뒤, 하와이로 입국해 결혼식을 올리는 방식이 생겨났습니다.

바로 ‘사진 신부’ 제도의 시작이었습니다.
미국 이민 1세대
20세기 초 미국 하와이에 정착한 1세대 한인 이민 여성들 사진. 한국학중앙연구원 자료
이야기는 1917년, 일제강점기의 조선에서 시작됩니다.
더 나은 삶을 꿈꾸며 이국의 섬, 하와이로 향한 여성들.
돈을 쓰레받기로 쓸어 담는다,
옷과 신발이 나무에 주렁주렁 달려 있다,
여자도 학교에 다닐 수 할 수 있다..
중매쟁이의 거짓말에 속아 더 나은 삶을 꿈꾸며 이국의 섬, 하와이로 향한 젊은 여성들.

사진 한장에 인생을 건 주인공 버들과 고향 친구인 홍주, 송화 그리고 함께 배를 탄 수 많은 조선의 여성들. 그러나 꿈꾸던 현실은 너무도 달랐습니다.

멀끔해 보였던 사진속 인물은 아버지 뻘 되는 나이였고, 본인 소유인줄 알았던 농장은 그저 배경이었습니다. 이제 다시 돌아갈 수도 없는 처지의 여성들은 눈물로 웨딩드레스를 적시고 그 낯선 땅에 발을 디딥니다.

그나마 사진과 비슷했던 버들의 남편.
지주라고 소개받은 남편은 농장을 관리하는 일꾼이었죠. 버들은 공부는커녕 세탁 노동자로 시아버지를 돌보며 하루하루 고된 삶이 이어졌습니다. 열심히 공부해서 새로운 세상으로 나가겠다는 버들의 꿈은 산산이 부서졌습니다.
게다가 남편 태완은 첫 아들이 태어난 뒤 가족을 두고 독립운동을 위해 중국으로 떠납니다.

버들과 홍주, 송화 이들 세 사람은 이민자의 애환과 여성으로서 감당해야 했던 수많은 파도 속에서도 서로을 위로하고 의지하며 노동자의 아내로, 어머니로, 그리고 독립운동을 돕는 숨은 주역으로 새로운 삶을 개척해 나갑니다.

소설의 후반부는 10년의 세월을 훌쩍 뛰어넘어, 버들의 딸 펄(진주)의 시점으로 이어집니다. 친모인 송화, 이모처럼 의지가 되었던 홍주, 그리고 그녀를 키운 엄마, 버들.

펄은 진주처럼 귀하라는 의미로 버들이 지어준 이름입니다.
펄에게는 버들도 엄마이고 홍주도 엄마이고 송화도 엄마였습니다.
이 시점에서야 비로소 제목의 궁금점이 풀리는데요.
알로하, 나의 엄마들의 의미가 더 깊게 다가옵니다.
the picture bride
The Picture Bride by Lee Geum Yi
사탕수수 농장, 세탁업, 수놓기, 재봉소…
일손이 필요한 곳에는 언제나 우리 어머니들이 있었습니다. 고된 노동, 차별, 그리움 속에서도 그들은 가정을 만들고, 자식을 교육시켰고, 공동체를 일구었습니다.
사진 신부 그들은 단순한 피해자가 아닌, 생존과 희망의 중심에 선 사람들이었습니다.

이 책은 실제로 이금이 작가가 한인 이민 100주년 기념자료 속 ‘한 마을에서 함께 떠난 사진 신부들의 사진’을 보고 그 뒷이야기를 상상하며 써 내려간 작품입니다.

이민 1세대의 삶과 선대 여성들의 연대와 사랑을 그린 이 작품은 The Picture Bride라는 제목으로 미국에서 번역 출간되었고 호주, 일본, 독일 등에서 잇달아 출판되며 그들의 삶은 이제 세계가 기억하고 있습니다.

“바다가 있는 한 없어지지 않을 파도처럼,
살아 있는 한 인생의 파도 역시 끊임없이 밀어닥칠 것이다.
아프게, 기쁘게, 뜨겁게 파도를 넘어서며 살아갈 것이다.

파도가 일으키는 물보라마다 무지개가 섰다.”

책 속 한 문장으로 오늘의 책갈피를 남깁니다.
여러분의 마음 한켠에 작은 책갈피 하나 꽂아드렸길 바라며,
지금까지 유화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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