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 책갈피: 성 정체성과 보편적 사랑...박상영 '대도시의 사랑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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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영 '대도시의 사랑법 Love in the Big City'

성소수자의 삶과 세대, 신념의 갈등 속에서도 개인을 지탱하는 사랑의 힘을 섬세하게 보여주는 작품. 청춘의 사랑과 우정, 가족과 사회적 제약 속에서 흔들리는 정체성을 섬세하게 그립니다.


박상영의 <대도시의 사랑법>은 도시 속 청춘의 사랑과 우정, 정체성과 상실을 그린 연작 단편집입니다. 성소수자의 삶과 세대, 신념의 갈등 속에서 개인을 지탱하는 사랑의 힘을 섬세하게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2019년 젊은작가상 대상을 수상하며 국내외 주목을 받았고, 2022년 안톤 허 번역의 영어판 <Love in the Big City>로 출간됐습니다. 이 작품은 프랑스 메디치상과 영국 부커상 후보에도 올라, 세계 문단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오디오 책갈피.
책 속 한 문장, 삶의 한 페이지.
여러분의 마음 한켠에 작은 책갈피 하나 꽂아드려요.
안녕하세요, SBS 오디오 책갈피 유화정입니다.

“집착이 사랑이 아니라면, 난 한 번도 사랑해본 적이 없다”

이 문장으로 잘 알려진 소설이죠. 오늘 오디오 책갈피에서 만나볼 책은 박상영의 <대도시의 사랑법>입니다. 2019년 젊은작가상 대상을 수상한 박상영은 '대도시의 사랑법'으로 프랑스 메디치상, 영국 부커상 후보에도 오르며 세계 문단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대도시의 사랑법>은 30대 초반의 작가 '영'의 시선을 따라 사랑과 우정, 가족, 그리고 도시의 외로움을 관통하는 이야기입니다. 동성애자인 주인공의 시선으로 전개되지만, 결국은 누구나의 외로움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이 책에는 네 편의 연작 단편이 실려 있습니다. 모든 이야기의 화자는 '영'이라는 동일한 이름을 지닌 인물이죠. 첫 번째 이야기 '재희'는 여자사람친구와의 유쾌한 우정 속에 스며든 불안과 거리감을 그립니다.

"냉동실을 열어보니 거의 다 먹은 블루베리 한 봉지와 비닐을 벗기지도 않은 말보로 레드 한 갑이 있었다" 블루베리 한 봉지와 비닐을 벗기지도 않은 말보로 레드 한 갑. 이 상징적인 장면은 관계의 끝이 얼마나 조용히 다가오는지를 보여줍니다.

연작 가운데 분량이 가장 큰 두 번째 작품 '우럭 한 점 우주의 맛'. 이 소설은 가족과 세대, 신념의 갈등을 담고 있습니다. 암 투병 중인 어머니, 그녀의 독실한 기독교 신앙은 화자의 성적 정체성과 정면으로 부딪힙니다. 특히 어머니와의 일화를 기록한 대목은, 어머니에 대한 작가의 감정을 다 쏟아낸 것 같아 울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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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 in the Big City
“덜컥 무섭더구나. 네가 더 이상 내가 아는 아이가 아니라는 생각에...
너만의 세계를 가진 아이라는 게 그렇게 섭섭하고 무서웠다.”

“엄마 있잖아. 단 한 번이라도 내게 사과를 해줬으면 좋겠어. 그 때 내 마음을 짓밟은 것에 대해서. 나를 이런 형태로 낳아놓고, 그런 나를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곳에 놔두기로 결정한 것에 대해서. 제발 사과를 해줬으면 좋겠어. 그게 엄마의 본심이 아니었다는 것도, 누군가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지만..”

또 운동권 출신의 연상의 연인과의 관계에서는 세대 차이와 정치적 신념의 간극이 드러납니다. 이 작품은 가족의 가치관과 사회적 조건에 의해 개인의 사랑이 얼마나 쉽게 흔들리는가를 보여주며, 현실의 고통을 예리하게 드러냅니다.

표제작인 세번째 이야기 '대도시의 사랑법'은 도시의 밤에서 만난 연인과의 열정적인 사랑을 그립니다. 그러나 사회적 시선, 불안한 미래, 그리고 화자의 건강 이슈 HIV가 두 사람 사이를 가로막습니다. 그럼에도 연인은 사랑은 계속됩니다.

마지막 작품 '늦은 우기의 바캉스'에서는 사랑이 끝난 뒤에도 여전히 남아 있는 감정의 잔향을 포착합니다. 사랑은 끝났지만 그 흔적은 삶의 일부로 남고, 그 기억이 도시의 외로움 속에서도 주인공을 살아가게 합니다.

끝으로 박상영 작가의 말을 옮겨봅니다.

글을 쓸 때 혹은 일상을 살아갈 때, 홀로 먼지 속을 헤매고 있는 것처럼 막막한 기분이 들 때가 대부분이지만, 가끔은 손에 뭔가 닿은 것 처럼 온기가 느껴질 때가 있다. 나는 감히 그것을 사랑이라고 부르고 싶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말이 얼마나 부서지기 쉬운지 너무나 잘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다시금 주먹을 꽉 쥔 채 이 사소한 온기를 껴안을 수밖에 없다.
내 삶을, 세상을 사랑한다고 말할 수 밖에 없다.
단지 나로서 살아가기 위해.
오롯이 나로서 이 삶을 살아내기 위해.

2019년 여름
사랑하는 나의 대도시, 서울에서 박상영

도시라는 공간에서 흔들리는 청춘의 초상. 이 작품은 퀴어소설이기 이전에 사랑이라는 감정이 정체성을 넘어 삶을 지탱하는 이유임을 일깨워주는 작품 아닐까 싶습니다.

오디오 책갈피, 오늘은 소수자의 이야기이면서도 동시에 모든 사람으 사랑 이야기.
박상영의 <대도시의 사랑법> 함께 했습니다.
오늘도 여러분의 마음 한켠에 작은 책갈피 하나 남겨드렸길 바라며,
지금까지 유화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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