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일어난 ‘한복 논란’과 관련해 중국 측이 한국 정부에 “한복은 명백한 한국 고유의 전통문화”라고 해명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중국은 “조선족 등 소수민족들이 각자의 전통 복장을 있는 그대로 착용하고 출연했을 뿐”이라며 “한복이 한국과 한민족 고유의 전통문화라는 명백한 사실은 변함없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복 공정 문제는 4일 베이징올림픽 개막식 국기 전달식에서 한복을 입은 여성이 중국 내 56개 민족 대표 가운데 한 명으로 등장하면서 불거졌습니다. 한국 내에선 곧장 “중국이 한복을 자국 고유의 문화로 여기는 증거” 등 거센 비판이 쏟아졌는데요.
베이징 동계올림픽 한복 공정 논란에 대한 여러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한복 논란의 끝은 어디인지 짚어봅니다. 컬처 IN 유화정 프로듀서 함께 합니다.
Highlights
- 주한 중국대사관, “한복은 한반도의 것이자 조선족의 것”
- 한복 문화 공정에 반중 감정이 놓친 것…각계 여러 목소리
- 조선족 공동체로 불똥…"동포 아니다, 한국 떠나라" 댓글
- 미 패션지 Vogue, ‘한복’을 중국 전통의상 '한푸'로 소개
주양중 PD(이하 진행자):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일어난 ‘한복 논란’과 관련해 중국 측이 우리 정부에 “한복은 명백한 한국 고유의 전통문화”라고 해명했다, 외무부가 확인한 내용인데요. 주한 중국대사관도 이례적으로 입장 발표를 했죠?
유화정 PD: 주한 중국대사관은 8일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의 중국 조선족 의상 관련 문제에 대한 입장 표명'이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발표했는데, 한복 대신 조선족 의상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회식을 기점으로 불거진 '한복 공정' 논란에 대해 "전통문화는 한반도의 것이며 또한 중국 조선족의 것"이란 입장을 밝혔습니다.
중국대사관측은 "(중국의) 이른바 '문화 공정', '문화 약탈'이란 말은 전혀 성립될 수 없다"라고 강하게 어필하기도 했는데요. 그러면서 중국 측은 “한국의 역사·문화 전통을 존중한다. 한국 측도 조선족을 포함한 중국 각 민족 인민들의 감정을 존중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진행자: 중국대사관이 ‘한복’ 이란 표현을 쓰지 않고 ‘중국 조선족 의상 관련 문제에 대한 입장’이라고 지칭한 것은 조선족 복식 차원에서 등장한 의상이라는 것을 거듭 강조한 표현으로 보이는데, 현재 중국 내 조선족의 숫자는 어느 정도인가요?
유화정 PD: 중국 국가통계국의 최근 ‘제7차 인구주택 총조사에서2020년 말 기준 현지 조선족 인구는 170만 2479명을 기록했습니다.
중국 내 조선족 인구는 지난 10년간 13만 명 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일자리를 찾아 해외로 대량 이주한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힙니다. 한국에는 현재 연변(옌볜)보다 많은 70만 명 이상의 조선족이 사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앞서 지난 4일 올림픽 개막식에서 한복을 입고 댕기머리를 한 여성이 조선족을 대표해 중국 오성홍기를 전달하는 중국 56개 민족 대표 가운데 하나로 등장하면서, 한복을 ‘중국의 옷’으로 표현했다는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개막식 Source: Yonhap News
진행자: 중국의 ‘문화 공정’ 이른바 세계 각국의 다양한 문화들을 마치 중국이 원조인 것처럼 만들려고 하는 행태를 뜻하죠. 한복. 김치. 윷놀이와 같은 전통 민속놀이까지 문화 공정 논란은 이전에도 끊임없이 불거져 왔는데요. 이번 베이징 올림픽과 관련해서는 “눈 뜨고 코 베이징” 이라는 표현도 나오더라고요.
유화정 PD: 이번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 '한복 논란'은 중국 측의 누적된 역사 및 문화 침탈과 이에 대한 우리 국민의 반감이 얼마나 깊은지를 보여준 계기였습니다. 때마침 이어진 올림픽 경기에서의 편파 판정 시비도 여기에 기름을 부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는 “이번 논란은 당초 문제시됐던 '문화 공정'이란 몸통과는 논점이 다소 빗나가 있는 게 사실이다”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중국 측의 잦은 무리수를 겪다 보니 감정적으로 먼저 격해졌지만 냉정하게 보면 올림픽 한복은 중국 56개 소수민족, 엄밀히 말하면 한족과 55개 소수민족이 되죠. 이 소수민족 중 하나인 조선족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이벤트에 불과하다고 보는 측면입니다.
앞서 2008년 베이징 하계올림픽 때도 식전 행사에서 연변(옌볜) 가무단이 한복을 입고 부채춤을 춘 적이 있었습니다.

2008년 베이징 하계올림픽 연변 가무단 Source: Yonhap News
유화정 PD: 실제로 반중 감정이 고조되면서 한국 내 조선족 공동체로 불똥이 튀어 “동포 아니다, 한국 떠나라"라는 식의 혐오 댓글이 소셜 미디어 상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한복 논란을 지속적으로 끌고 가는 것은 논리적으로 볼 때 조선족을 중국 소수민족에서 빼야 한다는 결론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입니다.
조선족은 비록 수는 적지만 항일투쟁과 신 중국 건설의 공로를 인정받아 최초로 자치권을 부여받을 만큼 중국 소수민족 중 상대적으로 나은 처우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신장 위구르 인권 탄압에서 보듯 중국 내에서 고유의 언어와 문화를 누리는 것은 그 자체로 혜택일 수도 있다는 견해입니다.
진행자: 실제로 조선족들이 한복을 입지 못하던 시대가 있었죠. 반우파 투쟁과 문화 대혁명이 중국을 휩쓸던 1950~1970년대 중반까지 소수 민족의 민족의상은 모두 금지된 바 있는데요.
유화정 PD: 특히 문화 대혁명 시기 조선족을 비롯한 중국 내 소수민족들은 민족 문화가 말살당하고 외세의 스파이로 몰리는 등 극심한 고통을 당했습니다. 물론 민족의상은 금지되고 모두가 회색 인민복 차림이었습니다.
사회학자인 한성대 박우 교수에 따르면 문화 대혁명이 끝난 뒤 조선족들은 경제 자유화, 북중 관계 해빙, 한국과의 교류 등을 통해 많은 노력을 하면서 힘겹게 민족 문화를 복원해 왔습니다.
박우 교수는 “조선족의 한복과 전통문화는 한민족 공동체의 시각에서 보아야 한다“면서 1980년대 말 이후 중국 국가행사에서 전통 복장을 입은 소수민족이 자주 등장하게 되었고 지금은 오히려 이 다양성이 다시 한 가지 색상의 인민복으로 수렴되는 것을 경계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개막식 한복 논란과 맞물려 미국의 유명 패션잡지에 한복이 등장했는데, 한복을 중국 한푸(Hanfu)로 소개하면서 이게 또 논란이 됐죠?

보그(Vogue)매거진 인스타그램 Source: yonhap
유화정: 중국의 '문화 동북공정'이라는 비판이 쏟아지는 가운데, 공교롭게도 미국 유명 패션지 보그(Vogue)가 한복 디자인 의상을 중국 전통 의복 '한푸(Hanfu)'로 소개한 사실이 드러나 뒤늦게 논란이 된 건데요.
보그는 지난 2일 공식 인스타그램에 한복풍 의상을 입은 중국인 모델 사진을 게시한 뒤 모델이 입은 한복풍 의상을 '한푸'로 소개하면서 "한푸는 한족이 통치하던 시대의 역사적 의복 중 하나"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중국의 젊은 층 사이에서 '한푸 열풍'이 불고 있다면서 "웨이보에서 한푸 검색량이 48억 9000만 회가 넘고 틱톡에서 한푸 관련 영상의 조회수가 477억 회 이상"이라며, 또한 "한푸 마니아가 2019년 356만 명에서 2020년 600만 명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고 상세히 덧붙였습니다.
진행자: 한국 네티즌들의 항의가 빗발쳤을 것 같은데요?
유화정: 1982년 창간된 보그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미국 유명 패션지로 전 세계 26개국에 발행될 만큼 영향력이 큰 매체인데요.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졌습니다.
진행자: 그런가 하면 주한 미국 대사관 공식 트위터에 한복 공정과 관련한 의미심장한 사진과 글이 올라와 화제가 되기도 했죠?
유화정 PD: 크리스토퍼 델 코르소 주한 미국대사 대리가 SNS에 한복은 한국의 것임을 강조하는 글을 뼈 있는 글을 올린 건데요.
크리스토퍼 미 대사대리는 트위터에 “한국 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라는 질문과 함께 “김치, K팝, K드라마…한복은 말할 것도 없죠.”라는 글을 한국어와 영어로 적어 올렸고, 이 글을 주한 미국 대사관 공식 트위터 계정이 그대로 게시를 했습니다.

Powerhouse unveils various Korean style Lunar New Year events at one place Source: SBS Korean
진행자: 최근 음력설을 맞아 호주 시드니 파워하우스에서는 다채로운 한국문화행사가 명절 분위기를 돋우었는데, 역시 가장 돋보인 것은 한복이었다고요. 특히 이날 한복 워크숍과 한복 퍼레이드를 이끈 이는 호주인 한복 디자이너라는 독특한 타이틀의 미란다 데이 씨로 눈길을 끌었죠?
유화정 PD: 호주인 한복 디자이너 미란다 데이 씨는 10년 전 한국 영화를 보다 한복의 매력에 빠져들었고, 마침 의상 디자인을 전공한 터라 한국을 찾아 직접 한복을 배우기까지 했는데요. 지금은 호주 사회에 한복의 아름다움을 전하는 한복 전령사가 됐습니다.
데이 씨는 저희 한국어 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 한복의 아름다움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한마디로 ‘컬러’라고 답했습니다. 또, 치마의 부드러운 라인과 전체적인 각도 등 모든 것이 너무나도 조화롭고, 여기에 더해 노리개가 추가되면 진정한 아름다움을 만들어 낸다고 극찬했습니다.
미란다 데이 디자이너는 한복이야말로 현대 사회에서 정말 많은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며, 이날 행사는 바로 한복의 아름다움과 중요성을 모든 사람들에게 소개하는 자리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세계화를 향한 ‘한복’의 다양한 변주가 일고 있는데요. 우리 옷 ‘한복’을 지키려면 우리가 많이 입고 더욱 더 애정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