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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과 선으로 잇는 한국의 미…시드니에서 만난 현대미술 김시영·정미옥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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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시드니 현대미술전 앞줄부터 김시영 작가(좌), 정미옥 작가(우), 관람객 이은지(좌), 윌리엄 알로이(우). Credit: SBS Korean

고려 흑자의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김시영 작가와 반복되는 선으로 삶의 시간과 존재를 탐구하는 정미옥 작가가 시드니 현대미술전(Sydney Contemporary)에서 호주 관객들을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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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BS Korean

Presented by Sophia Hong

Source: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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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흑자의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김시영 작가와 반복되는 선으로 삶의 시간과 존재를 탐구하는 정미옥 작가가 시드니 현대미술전(Sydney Contemporary)에서 호주 관객들을 만났습니다.


Key Points

  • 고려 흑자의 색과 질감을 현대적으로 되살린 김시영 작가
  • 반복되는 선으로 일상과 존재를 탐구한 정미옥 작가
  • 시드니 현대미술전에서 확장된 한국 미술의 전통과 정체성

세계 각국의 갤러리와 작가들이 한자리에 모인 시드니 현대미술전.분주한 전시장 한편에 검고 깊은 빛을 품은 거대한 도자 작품들이 관람객의 발길을 붙잡습니다. 표면은 검은색 하나로만 보이지 않습니다.

빛의 방향에 따라 푸른색과 붉은색, 금속성의 색채가 미묘하게 드러납니다.한국의 흑자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온 김시영 작가의 ‘Planet’, 행성 연작입니다.

한국 도자기 하면 흔히 청자와 백자를 떠올리지만, 흑자의 역사도 고려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김 작가가 흑자에 매료된 계기는 젊은 시절 산에서 우연히 발견한 작은 도자기 파편이었습니다.

그는 “젊은 시절 백두대간을 등반하다가 흑자 파편을 하나 발견했는데, 검기만 한 것이 아니라 푸른색과 붉은색 등 여러 색이 깃들어 있었다”며 “그 모습이 너무 강렬하고 신기해 이후 흙과 불을 연구하기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흙 속에 숨어 있던 광물의 색이 1,300도가 넘는 가마 안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불길과 만나 예측할 수 없는 표면을 만들어냅니다. 작가는 이 과정을 하나의 행성이 탄생하는 순간에 비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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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영 작가의 흑자 작품 'Planet MXL_026' Credit: SBS Korean

김시영 작가는 “흙의 성질과 광물의 양, 그리고 불에 의해 행성이 형성되듯 작은 가마 안에서 형태와 색깔, 에너지가 나온다”며 “그래서 이 작품들에 ‘Planet’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밝혔습니다.

금속공학과 세라믹공학을 공부한 김 작가는 자신의 작업을 과학과 자연이 만나는 과정으로 바라봅니다.

그는 “아무리 정확하게 측량하고 무게를 재더라도 불을 때면 작품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나온다”며 “과학적인 필연과 자연적인 우연이 합치되는 지점에서 제 작업이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완벽하게 둥글지도, 좌우가 정확히 대칭을 이루지도 않는 형태. 작가는 그 불완전함 속의 편안함과 너그러움에서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찾습니다.

김 작는 “달항아리는 완전히 정확한 원형이 아니며, 제작 과정에서 조금 삐뚤어지거나 가마를 통과하면서 변형된다”며 “완전하지 않은 상태에서 오히려 편안함과 아름다움, 넉넉하고 너그러운 마음이 느껴지는 것이 한국적인 미”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관객들에게 “많은 상식과 지식을 가지고 감상할 필요는 없다”며 “멀리서 형태를 바라본 뒤 가까이 다가가 표면의 흔적과 숨어 있던 색을 감상해 달라”고 전했습니다.

현장에서 작품을 본 관람객 윌리엄 알로이 씨는 “제작 과정이 무척 흥미롭고 결과도 뛰어나다”며 “무엇보다 깊은 검은색이 작품에 입체감을 더하고 조각의 형태를 더욱 강조한다”고 평가했습니다.

검은 흙과 불이 품은 시간에서 시선을 옮기면, 이번에는 화면을 가득 채운 선과 색의 리듬이 펼쳐집니다.

정미옥 작가는 반복되는 선과 기하학적 패턴을 통해 현대인의 일상과 존재 방식을 탐구합니다. 정 작가의 선은 거창한 사건보다 매일 되풀이되는 작고 익숙한 행동에서 시작됐습니다.

그는 “아침에 세수하고 크림을 바른 뒤 저녁이 되면 다시 지우고, 오늘 자고 일어나면 내일도 다시 자고 일어나는 것처럼 우리의 일상은 반복적으로 진행된다”며 “이런 실존적 경험에서 반복적인 선 작업이 나왔다”고 말했습니다.

비슷해 보이는 선들이 이어지지만 어느 하나도 완전히 같지는 않습니다. 정미옥 작가는 호주 관객에게 정해진 감상법을 제시하기보다 자신이 그린 선이 이곳에서 어떻게 새롭게 읽힐지 궁금했다고 말합니다.

호주 원주민 예술의 선 작업에 오랫동안 관심을 가져온 정 작가는 자신의 선이 호주 관객들에게 어떻게 해석될지도 궁금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호주 관객들은 선 작업에 익숙하겠지만 제가 표현하는 선은 원주민 예술의 선과는 다르다”며 “호주 관객들이 제 작품 속 선을 어떤 방식으로 해석할지, 그 반응을 보기 위해 직접 시드니에 왔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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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옥 작가의 작품 'In-between 2026-9' Credit: SBS Korean

정 작가는 또 작품의 의미를 한 가지 해석으로 제한하지 않는 것이 현대미술의 매력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작가의 손을 떠난 작품은 관객이 어떤 방식으로 해석하든 작가가 간섭할 일이 아니다”라며 “작가가 무언가를 표현했더라도 관객은 이를 A나 B, C 또는 D로 볼 수 있고, 그것이 현대미술을 보는 재미”라고 말했습니다.

젊은 예술가들에게는 작품이 ‘무엇인지’보다 ‘무엇에 관한 것인지’를 고민하라는 조언을 전했습니다.

정 작가는 “‘What is it?’이 아니라 ‘What is it about?’을 항상 생각해야 한다”며 “관객이 ‘이게 뭐지?’라고 느끼게 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게 무엇에 관한 것이지?’라고 생각하도록 작품에 의미를 녹여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전시를 찾은 한인 관람객 이은지 씨는 “외국에 살다 보니 한국적인 것이 더욱 특별하게 느껴진다”며 “유명한 미술전에 한국 갤러리와 한국 작가들의 작품이 소개돼 뜻깊고 자부심을 느낀다”고 전했습니다.

시드니에서 만난 두 작가의 작품은 한국의 전통과 개인의 경험이 현대미술의 언어를 통해 세계 관객과 새롭게 만나는 모습을 전하고 있었습니다.

상단의 오디오를 재생하시면 다시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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