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첫 주택 구입 연령이 점점 늦어지면서, 은퇴 이후에도 주택담보대출을 갚아야 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대출 접근성을 높이는 것만으로는 주택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고, 오히려 은퇴 이후 가계와 정부 재정에 새로운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Key Points
- 호주 첫 주택 구입 연령 늦어져…은퇴 후까지 모기지 상환 부담 우려
- 40년 만기 주택대출 확산…커지는 호주 은퇴자들의 주택담보대출 부담
- 노후자금·연금에도 부담 커질 전망
호주에서 첫 주택 구입 연령이 점점 늦어지면서, 은퇴 이후에도 주택담보대출을 갚아야 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주택 가격과 생활비 부담이 커지면서 젊은 세대가 내 집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정부와 금융권은 적은 계약금으로 주택을 구입하거나 대출 기간을 늘릴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전문가들은 대출 접근성을 높이는 것만으로는 주택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고, 오히려 은퇴 이후 가계와 정부 재정에 새로운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실제로 52살의 데이미언 홀 씨는 40대 초반이던 10년 전, 생애 첫 주택을 구입했습니다.
이후 2024년 대출을 재융자하면서, 30년 만기의 새로운 주택담보대출을 받았고, 마지막 대출 상환 예정 시점은 80살이 되는 해입니다.
홀 씨처럼 40대 이후 처음으로 집을 사는 호주인이 빠르게 늘고 있는데요.
호주의 대형 모기지 브로커 가운데 하나인 ‘Aussie Home loans’ 자료를 보면, 지난해 첫 주택 구매자 가운데 40살 이상이 차지한 비율은 18.7퍼센트였습니다.
2005년에는 5.5퍼센트에 불과했던 비율입니다.
반대로 2005년에는 첫 주택 구매자의 약 4분의 1이 20살 미만이었지만, 지난해에는 0.5퍼센트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그만큼 젊은 층의 주택시장 진입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에 따라 최근 주택 구입 지원 정책은 대출을 더 쉽게 받을 수 있도록 하는데 초점이 맞춰지고 있습니다.
연방정부의 5퍼센트 계약금 제도를 이용하면 적은 자기자본으로 집을 살 수 있고, 가족 보증 대출을 이용하면 경우에 따라 집값의 100퍼센트까지 빌릴 수도 있구요.
일부 금융기관은 대출 상환 기간을 기존 30년보다 긴, 40년으로 늘린 상품도 내놓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대출 기간이 길어지면 은퇴 이후까지 빚을 갚아야 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입니다.
시드니대학교의 주택경제학 전문가 제임스 그레이엄 교수는 대출을 쉽게 만들어 주는 것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말합니다.
주택 공급을 크게 늘리지 않은 상태에서 사람들이 더 많은 돈을 빌릴 수 있도록 하면, 결국 주택 가격이 더 오르고 사람들은 더 큰 대출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반복된다는 겁니다.
실제로 정부가 지난해 5퍼센트 계약금 제도를 확대했을 당시, 호주중앙은행은 이 조치가 주택 가격 상승에 추가적인 압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올해 3월 기준으로 첫 주택 구매자들이 새로 받은 대출 규모는, 지난해 10월 제도가 확대되기 전보다 약 11퍼센트 증가했습니다.
특히 평균 대출액이 커진 것이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분석됐습니다.
늦은 나이에 주택을 구입하는 문제는 단순히 은퇴 후 대출 잔액을 남긴다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그레이엄 교수는 40대나 50대에 처음 집을 사면 주택 자산을 축적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든다고 설명합니다.
또 주택을 사고 나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도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젊을 때는 직장이나 자녀 학교 때문에 외곽 지역에 집을 샀지만, 나이가 들면서 병원이나 의료시설, 편의시설이 가까운 곳으로 이사하고 싶어질 수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큰 대출을 안고 있다면 집을 팔고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런 문제는 노후생활과 요양시설 이용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호주는 오랫동안 은퇴자들이 자신이 소유한 집의 자산가치를 활용해 노후생활이나 요양 비용을 마련하는 구조에 의존해 왔습니다.
집을 팔아 현금을 확보하거나, 주택에 쌓인 자산을 활용하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은퇴 시점에도 상당한 주택담보대출이 남아 있다면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주택 자산은 그만큼 줄어듭니다.
호주 주택도시연구원, 톰 앨버스 대표는 주택담보대출 때문에 은퇴자들이 슈퍼애뉴에이션, 즉 퇴직연금을 주택대출 상환에 사용하는 상황도 우려된다고 말합니다.
이렇게 되면 은퇴 후 생활비로 사용할 수 있는 슈퍼 자산이 줄어들 수 있고,
결국 정부가 지급하는 노령연금, 즉 에이지 펜션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현재 호주에서는 본인이 거주하는 주택이 에이지 펜션의 자산심사에서 제외됩니다.
따라서 슈퍼 자산을 이용해, 본인 소유 주택의 대출을 갚으면, 자산심사 대상이 되는 자산이 줄어들어, 경우에 따라 노령연금을 받을 자격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호주가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변화는 정부 재정에도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여기에 40년 만기의 장기 주택담보대출도 점차 늘고 있습니다.
대출 기간을 늘리면 매달 갚아야 하는 금액을 줄이고 더 비싼 집을 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대출 기간 전체에 걸쳐 지불해야 하는 이자는 크게 늘어날 수 있습니다.
모기지 브로커들은 더 많은 돈을 빌려 원하는 집을 구입하려는 고객들의 수요가 실제로 상당하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금융 전문가들은 장기 대출이 주택 가격 상승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합니다.
그렇다면 은퇴 시점까지 대출이 남아 있는 상황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금융기관들은 고령의 대출 신청자에게 대출을 어떻게 상환할 것인지에 대한 이른바 ‘출구 전략’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은퇴 이후 예상되는 소득과 슈퍼애뉴에이션, 그리고 기타 자산을 확인하고 대출을 갚을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겁니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현재 집을 팔고 더 저렴한 주택으로 옮기는 다운사이징이 있습니다.
첫 집을 42살에 구입한 데이미언 홀 씨도 은행이 대출을 승인하기 전에 자신의 슈퍼애뉴에이션 잔액을 확인했다고 말했습니다.
홀 씨는 은퇴할 때 슈퍼에서 목돈을 인출해 남은 주택대출을 갚고, 이후 에이지 펜션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런 문제가 개인의 재정관리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주택정책과 은퇴정책을 함께 바라봐야 한다는 겁니다.
무엇보다 젊은 나이에 주택을 구입할 수 있도록 주택 공급을 늘리고, 동시에 부담 가능한 임대주택을 확대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중요하다는 지적입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더 많은 호주인이 더 늦은 나이에, 더 많은 빚을 안고 은퇴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주택정책과 슈퍼애뉴에이션, 그리고 노후소득 정책을 함께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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