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y Points
- 최근 금값, 하루 만에 10년 만의 최대 폭락 기록…글로벌 투자심리 급변
- 달러 강세·금리 인상 기대감에 ‘금 러시’ 열기 급속히 식어
- 전문가 “과열 조정 국면… 장기적 관점의 투자 판단 필요”
나혜인 PD: 우리 생활과 밀접한 경제 이슈를 쉽게 풀어드리는 〈친절한 경제〉 시간입니다.최근 1년 넘게 급등세를 보였던 금 값이 하룻밤 사이에 12년 만에 최대 폭락을 기록했습니다. 금값이 급락했다는 뉴스가 들려오면서 투자자와 개인 모두가 주목하고 있는데요, 관련 내용 홍태경 PD와 짚어보겠습니다.
금값이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습니다. 폭등하다가 지금은 ‘급락’이라는 말까지 나올 만큼 상황이 바뀌고 있는데요. 왜 이런 일이 생긴 건지 그리고 우리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함께 살펴보죠.
홍태경 PD: 올해 금값은 경제적 불확실성과 개인 투자자들의 금값 상승 등 여러 요인이 겹치면서 급등했습니다. 지난 1년 넘게 급등세를 보인 금값이 10월 중순까지만 해도 연일 신고가를 갈아치우며 1온스당 6768달러를 기록했는데요, 이렇게 오랜 상승세를 보이던 금값이 하룻밤 사이에 처음으로 큰 폭의 하락을 경험했습니다. 온스당 6,768달러에 육박했던 최고가에서 지난 22일 6,153달러를 약간 웃도는 수준으로 약 8% 하락하며 약 12년 만에 최대 폭락을 기록한 겁니다.
나혜인 PD: 정말 하루 만에 8%나 떨어졌다는 건 상당히 이례적인데요. 금값이 이렇게까지 급등했다가 급락한 배경에는 어떤 요인이 있었는지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볼까요?
홍태경 PD: 금 값은 올해 블록버스터급 상승세를 보이며 1979년 이후 최고 상승세를 기록했고, 2025년 초 이후 50% 이상 상승했습니다. 이러한 상승세는 특히 미국을 중심으로 한 지정학적, 경제적 불확실성 속에서 나타난 것으로, 전통적으로 ‘안전 자산’으로 여겨지는 귀금속에 대한 수요를 촉진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 중앙은행들은 자산 다각화와 달러 의존도 감소를 위해 금 비축량을 늘려왔습니다.
지난 두 달 동안 금 가격은 특히 급등해 온스당 약 1,000달러가 급등했는데요, IG의 시장 분석가인 토니 시카모어 이사는 금 가격 급등의 주요 원인은 "놓치는 것에 대한 두려움(Fear of Missing Out)" 때문에 개인 투자자들이 금 매수에 매우 강한 충동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시커모어 이사는 30년 동안 시장을 관찰해 왔지만 이런 현상은 처음 본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렇게 금값이 상승하면서 투자자들의 금 매입행렬도 장사진을 쳤습니다. 시드니 귀금속 판매점 ABC Bullion 매장은 밀려드는 수요에 대비해 지난 2주 동안 영업 시간을 연장하고 직원 5명을 추가로 고용해야 했을 정도라고 합니다.

Analysts say a "fear of missing out" among retail investors is one of the primary drivers of gold's sharp price increase. Source: Getty / Brendon Thorne/Bloomberg
홍태경 PD: 주된 요인들을 보면, 최근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과 3분기 기업들의 호실적 발표로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 심리가 강화되면서 한동안 치솟았던 금값이 약세로 돌아섰다고 볼 수 있습니다.
- 달러 강세 및 미국 금리 인하 기대감: 금은 달러 기준 자산이라 달러가 강해지면 상대적으로 매력이 줄어들게 됨
- 투자자들이 수익 실현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일종의 ‘과열 조정’ 단계에 들어갔다는 분석
- 또, 위기 자산으로서 금에 대한 기대가 한꺼번에 반영되면서 상승폭이 컸던 만큼, 조정도 빠르게 나타나는 것.
나혜인 PD: 결국 단기적으로 과열됐던 시장이 스스로 조정을 받는 과정이라고 볼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이렇게 가격이 급변하면 일반 투자자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잖아요. 이게 단순한 거품 붕괴인지, 아니면 잠시 쉬어가는 단계인지 어떻게 봐야 할까요?
홍태경 PD: 여러 측면이 있는데요.
- 첫째, 금을 보유하거나 금 관련 펀드에 투자한 개인이라면 자산가치에 변화가 생깁니다. 상승기에는 기대감이 컸고, 지금은 조정 국면이니까요.
- 둘째, 금 채굴 산업이 중요한 호주에서는 채굴업체 수익성이나 투자 계획에 변화가 생길 수 있습니다. 즉 채굴 산업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는 것.
- 셋째, 금이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강했던 만큼,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질 때 다시 수요가 살아날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나혜인 PD: 금값이 떨어졌다고 해서 무조건 나쁜 신호는 아니라는 말씀이네요. 경제 전반의 불확실성이나 인플레이션 같은 요인이 여전히 남아 있다면, 금은 여전히 매력적인 자산일 수도 있겠죠. 그럼 전문가들은 이번 금값 급락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홍태경 PD: 베타 셰어스의 선임 투자 전략가인 캐머런 글리슨 씨는 SBS의 온더머니(On the Money) 팟캐스트에서 금 투자자들이 ‘과부하’ 상태에 있었고 "투자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습니다.
글리슨 이사는 "포트폴리오 내 금 비중이 얼마나 큰지를 고려했을 때, 많은 투자자들이 금 포지션을 축소하기로 결정했고, 그 결과 전반적으로 소폭의 조정을 보이고 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오리아니아 프라이빗 웰스의 글로벌 최고투자책임자(CIO) 아이작 풀 이사는 이달 초 SBS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상장지수펀드(ETF)가 최근 몇 달 동안 금 수요를 크게 끌어올리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ETF는 주식이나 채권과 같은 자산군을 포함하는 펀드로, 주식 시장에서 개별 주식처럼 매매가 가능합니다.
풀 이사는 "ETF를 통해 금괴가 대규모 금융화되고 있으며, 시장이 이미 70% 상승한 상황에서 개인 투자자들이 금괴 매수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것이 올해, 특히 지난달의 가장 큰 화두였다고 강조하는 풀 이사는 사람들이 달러화 급등과 재정적자를 요인으로 지목했지만, 지난 3개월 동안 달러화는 전반적으로 안정세를 유지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는 금값이 가장 급등했던 시기였습니다.
나혜인 PD: ETF를 통한 금 투자, 요즘 정말 많이들 하시잖아요. 결국 너무 많은 투자자들이 한쪽으로 몰리면서 시장이 스스로 균형을 되찾는 움직임이 생긴 것 같다는 분석인데요, 그럼 지금처럼 금값이 급락한 시점, 혹시 ‘저가 매수의 기회’로 봐도 될까요? 아니면 좀 더 지켜봐야 할까요?
홍태경 PD: 금값의 급격한 하락에도 불구하고, 지난 몇 달 동안 1,000달러가 오른 것을 포함해 금값 상승을 배경으로 하룻밤 폭락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시장분석가 시커모어 이사는 "중기적으로는 금을 매수할 만한 좋은 이유가 여전히 있기 때문에 가격이 안정될 것"이라고 예상하면서도, 4,000달러 이상에서 안정될지 아니면 더 하락할지는 여전히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시장의 가격 움직임은 선형적이지 않기 때문에 한 방향으로만 움직이지 않습니다. 공격적인 상승세가 이어지다가 얼마전 목격했던 것처럼 급락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추세는 중기적으로도 지속될 것입니다.”
나혜인 PD: 결국 시장은 늘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한다는 말씀이네요. 특히 금처럼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자산이라 해도 예외는 아니라는 점, 꼭 기억해야 할 것 같습니다.
홍태경 PD: 현재로서는 이미 금값 회복 조짐이 보입니다. 지난 수요일 금값은 온스당 6,300달러로 반등했습니다. 베타셰어스 글리슨 이사는 금값 하락이 분명 크지만, 장기적으로 큰 폭의 하락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금과 같은 자산군의 경우 이러한 폭락(약 8%)은 매우 큰 폭이고,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를 말하는 것이 아니며, 사람들은 금을 가치 저장 수단으로 여기는데 가치 저장 수단이 이렇게 가격이 하락하는 것을 보면 불안해질 수 있습니다.”
지난달 9월과 10월에 걸쳐 나타난 강력한 상승세 속에서 투자자들이 다소 앞서 나갔을지도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오늘날 세계의 불확실성을 야기하는 요인들은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장기적으로 금과 금 ETF에 계속 투자할 것으로 글리슨 이사는 예상했습니다.
또 Capital.com 시장 분석가 카일 로다 이사도 금값 하락은 금의 근본적인 가격 강세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면서 "금에 대한 근본적인 전망은 여전히 강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미국 금리 인하 기대와 전 세계적인 재정 낭비, 지정학적 위험에 힘입어 앞으로도 호조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전망했습니다.
나혜인 PD: 오늘 이야기를 들어보니 금값의 움직임은 단순한 투자 뉴스가 아니라세계 경제의 불확실성과 심리, 그리고 시장 구조를 보여주는 하나의 신호라는 생각이 듭니다. 금값이 움직인다는 건 우리 일상과도 아주 밀접한 이야기죠. 오늘 금값 급락의 배경과 의미, 그리고 앞으로의 방향까지 짚어봤습니다.
상단의 오디오를 재생하시면 다시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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