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집값과 ‘지금 사지 않으면 늦는다’는 압박 속에 첫 집을 마련한 호주인들, 하지만 기대와 달리 구매 후회를 경험하는 이유와 현명한 내 집 마련 전략을 살펴봅니다.
Key Points
- 첫 집 마련했지만 후회도 함께 찾아온다… 구매자 절반 가까이 ‘buyer’s regret’ 경험
- “지금 안 사면 못 산다”는 압박감… 서두른 결정이 후회로 이어지는 이유
- 내 집 마련, 가격보다 중요한 것은? 장기적인 삶까지 고려해야
박성일 PD: 매주 복잡한 경제 이슈를 쉽고 친절하게 풀어보는 시간, 친절한 경제입니다. 오늘은 조금 흥미로운 내용을 다뤄보겠습니다. 보통 ‘내 집 마련’이라고 하면 성공이나 안정, 꿈을 이뤘다는 이미지가 강한데요. 그런데 어렵게 집을 산 뒤에 오히려 “내가 잘 산 걸까?” 이런 후회를 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고 합니다. 왜 그런걸까요? SBS Feed에서 만나본 다양한 첫 주택 구매자 사례를 홍태경 PD와 함께 정리해 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박성일 PD: 첫 주택 구매는 많은 사람들에게 큰 성취일텐데요, 동시에 후회라는 감정을 동반하기도 한다는데 어떻게 된 일인가요?
홍태경 PD: 최근 호주의 첫 주택 구매자들 사이에서 ‘구매 후회’, 영어로는 ‘buyer’s regret’이라는 현상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금융비교 사이트 파인더(Finder)가 2025년 7월 발표한 조사 결과를 보면 첫 집을 구매한 사람 가운데 약 45%가 구매 결정을 후회한다고 답했습니다. 후회를 하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너무 비싸게 샀다”는 재정적인 부담 때문이었습니다.

박성일 PD: 45%면 거의 절반 가까운 숫자인데요. 경제적인 부담이 된다는 것은 상황에 따라 예상을 하고 구입을 진행했을텐데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집을 사고 나서야 후회를 하게 되는 걸까요?
홍태경 PD: 가장 큰 이유는 ‘집을 사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입니다. 최근 몇 년 동안 호주 주택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많은 사람들이 “지금 안 사면 앞으로는 더 못 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느꼈습니다.
이런 생각 때문에 충분히 따져보기 전에 구매를 결정하는 경우가 생긴다는 겁니다. 특히 첫 구매자들은 경험이 없기 때문에 부동산 가격이나 위치, 대출 규모, 앞으로의 생활 변화까지 종합적으로 판단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박성일 PD: SBS Feed에서 실제 만나본 사례도 있죠?
홍태경 PD: 네. 멜번에 사는 케리 시우로 씨 사례를 소개했는데요 케리 씨는 약 6년 동안 돈을 모으고, 1년 반 넘게 집을 찾아다니며 경매에 참여한 끝에 2023년 첫 아파트를 구매했습니다. 그 곳에서 처음 1년은 정말 행복했다고 합니다. 렌트를 살 때와 달리 내 공간이 생겼고, 벽에 그림을 걸거나 페인트칠 등 집을 꾸미는 작은 일들도 큰 만족감을 줬다고 합니다.
그런데 1년 정도 지나면서 예상하지 못했던 현실적인 문제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아파트를 소유한다는 현실은 즉, 혼자 결정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죠. 다른 입주민들과 건물 전체에 대한 관리 문제를 협의해야 하고, 관리비나 건물 유지 문제도 생각해야 했습니다. 모든 사람들의 기대치가 다르기 때문에 입주자 협의회의 압박과 끊임없이 발생하는 각종 수수료, 해결되지 않는 건물 문제들, 그리고 본인 인생의 단계적인 상황 변화 등 여러가지 어려움이 지속적으로 다가왔다고 토로했습니다.

박성일 PD: 그러니까 내집 마련이라는 것은 행복한 일이지만 예상치 못한 희생이 뒤따른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군요. 부동산 구매는 단순히 집값만 보고 결정하면 안 되는 일이니까요.
홍태경 PD: 맞습니다. 집을 살 때 많은 사람들이 가격과 위치만 중요하게 생각하고 접근하게 되는데요. 실제로 살아보면 더 중요한 것들이 있습니다. 출퇴근 거리나 주변 환경, 관리비, 향후 가족 계획, 몇 년 뒤 다시 팔거나 옮길 가능성 등등 이런 부분을 함께 봐야 합니다.
케리 씨는 이제와서 생각해보니 집을 사는 것이 과연 옳은 결정이었는지 의문을 품게 됐다고 말합니다.
박성일 PD: 대표적인 ‘구매 후회(buyer’s regret)’의 경우로 볼 수 있겠네요. 집을 살 때 좀 더 전략적으로 접근해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 다른 사례도 있죠?
홍태경 PD: 네. 지난 2020년 멜번 동부의 아파트를 구매한 모기지 브로커 서른살 이모젠 알렉시 씨도 비슷한 경험을 했습니다. 이모젠 씨는 얼마간 거주하면서 그 아파트가 자신의 필요와 미래에 정말 적합한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내 미래까지 고려했으면 더 좋은 선택을 할 수 있었겠다”고 느낀 건데요, 예를 들어 나중에 더 큰 집으로 이동할 때 도움이 될 수 있는 지역인지, 자산 가치가 어떻게 변할지를 더 고민했으면 좋았겠다고 말했습니다.
“특정 나이나 특정 시기에 부동산을 구입했다는 사실 때문에 성공해야 한다는 압박감이나 성공한 사람으로 비춰져야 한다는 생각에 너무 성급하게 판단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고 이모젠 씨는 솔직한 심정을 전했습니다.

박성일 PD: 이 분 같은 경우에는 모기지 브로커로 주택금융업계에 종사하기 때문에 더욱 이러한 압박감을 강하게 느끼지 않았을까 싶네요.
홍태경 PD: 맞습니다. 부동산을 구입해야 직장에서 더 ‘정당성’을 얻을 수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알렉시 씨는 말했습니다. 그러다 문득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는 것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그말인 즉, 당시에 아파트 구입을 하지 않았어도 됐었다는 생각이 든 것이죠.
압박감은 가족 간이나 소셜 미디어, 또래 등 다양한 곳에서 올 수 있습니다. 주변 친구들이 집을 샀다고 해서 나도 같은 시기에 같은 선택을 해야 하는 것 아닌지 조바심과 압박감이 판단력을 흐리게 합니다. 누군가는 가족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고, 각자의 재정 상황이 모두 다른데도 말이죠.
박성일 PD: 실제로 올해 시드니와 멜번 주택 가격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고 앞으로 더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지만, 동시에 구매자들의 대출 능력 또한 감소했다는 평가니까요. 첫 주택 구매자들에게 특별히 유리한 상황이라고 볼 수도 없겠네요. 그렇다면 첫 주택 구매자들이 구매 후회를 하게되는 원인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죠.
홍태경 PD: 부동산 데이터 분석 회사인 프롭트랙(PropTrack)의 2026년 3월 주택 가격 지수에 따르면, 수도권 지역의 부동산 가격은 지난 5년간 38.9%, 지방 지역은 57% 상승했습니다. 파인더의 개인금융전문가 사라 메긴슨 씨에 따르면 주택 구매 후회는 주택 시장의 경쟁 심화뿐만 아니라 높은 가격과 관련이 있다고 말합니다.
“지금 당장 진입하지 않으면 부동산 시장에 진입할 기회조차 없을 것이라는 압박감이 있죠. 특히 생애 첫 주택 구매자에게는 그런 압박감이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또 많은 첫 주택 구매자들에게 주택 구매는 “인생에서 가장 큰 재정적 결정”이라고 지적합니다. 결정을 서두르거나 압박감을 느끼면 확증 편향, 즉 자신이 옳은 결정을 하고 있다는 가정에 빠지기 쉽다는 겁니다.
박성일 PD: 그렇군요.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집을 발견하거나 문제점이 있더라도 어떻게든 맞춰서 사게 되는 심리를 말하는 것이군요.
홍태경 PD: 그렇습니다. 이모젠 씨의 경우 여러 면에서 아파트의 조건이 만족할만했지만, 돌이켜보면 고려하지 못했던 부분이 있었는데, 예를 들어, 나중에 더 큰 집을 사서 가정을 꾸릴 수 있도록 가치가 오를 만한 곳을 선택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모젠 씨는 아파트를 산 것은 좋은 경험이 됐지만, 주변의 조언을 듣고 좀 더 전략적으로 생각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집을 샀더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속마음을 내비쳤습니다.
박성일 PD: 이모젠 씨나 앞서 언급한 케리 씨 사례처럼 도시에서 비교적 진입 장벽이 낮은 아파트로 첫 주택 구매를 실현한 사람도 있는가하면, 높은 주택 가격때문에 다른 주로 이동하는 사람들도 있는데요, 이러한 사례도 만나봤죠?
홍태경 PD: 31세의 알렉스 브로디 씨는 2025년 11월, 파트너와 함께 집을 구매하기 위해 골드코스트에서 뉴사우스웨일스주 북부의 포트맥쿼리로 이사했습니다. 이사를 결정하게 된 데에는 여러 요인이 있었지만, 가장 큰 이유는 골드코스트의 부동산 가격 상승이었습니다.
알렉스 씨는 파트너의 조부모님 댁이 있는 포트맥쿼리를 방문한 후 그곳에 집을 사기로 마음먹었다는데요,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룬 것에 대해 "행운"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물리적으로 거리가 있었기 때문에 집을 보러 다니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고, 결국 한 번 집을 보러 내려갔을 때 바로 계약을 하게 됐습니다.
"사실 그 지역을 제대로 알아볼 시간이 너무 부족했어요. 만약 너무 서두르지 않았더라면 좀 더 꼼꼼하게 살펴볼 수 있었을 텐데 말이죠."
박성일 PD: 여기까지만 들어도 알렉스 씨도 ‘구매 후회’를 하게 되는 상황이 바로 예상이 되네요.
홍태경 PD: 그렇죠. 이들의 이사 결정에는 부동산 시장 상황, 특히 골드코스트에서 집을 구하기 힘들어하는 주변 사람들의 모습이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알렉스 씨는 이사 후 약 2주 만에 자신들이 산 집이 매우 번잡한 거리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현실을 직시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그제서야 차 소리가 집에서 들린다는 것을 알게 된 겁니다. 이제 새 창문을 설치하고 지붕 수리도 해야 하는데, 이 모든 수리 비용을 합쳐 최대 4만 달러까지 들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알렉스 씨는 여전히 장점이 단점보다 크다고 생각합니다. 후회하는 부분도 있겠지만, 남의 집 대출금을 갚아주면서 집값과 금리가 오르고 자신의 구매 여력이 줄어드는 걸 지켜보는 것보다는 내 집을 갖고 후회하는 편이 낫다는 생각입니다.
박성일 PD: 집값이 높은 상황에서 첫 주택 구매자들은 안도감과 함께 후회가 공존하는 복잡한 심정인 것은 어쩌면 당연해 보입니다. 그럼 앞으로 첫 집 구매를 고민하는 분들은 어떤 점을 가장 조심해야 할까요?
홍태경 PD: 첫 주택 구매의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이렇게 말합니다.
첫째, 남들과 비교하지 않는 것.
둘째, 최대한 대출 가능한 금액이 아니라 내가 편하게 감당할 수 있는 금액을 기준으로 볼 것.
셋째, 집 자체뿐 아니라 앞으로의 삶까지 함께 따져보는 것입니다.
집은 단순한 투자 상품이 아니라 실제로 살아가는 공간이기 때문에 “지금 당장 살 수 있는 집인가”보다는 “5년 뒤, 10년 뒤에도 내가 이곳에서 만족할 수 있을까”를 질문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박성일 PD: 내 집 마련은 많은 사람들의 꿈이지만, 동시에 인생에서 가장 중대한 재정 결정 중 하나입니다. 오늘 친절한 경제에서는 첫 집을 사고 난 뒤 찾아오는 후회의 이유와, 구매 전에 꼭 생각해야 할 점을 짚어봤습니다.
상단의 오디오를 재생하시면 다시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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